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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능력사무소 (3)
작성일 : 17-07-07 14:03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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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괜히 물었나.’

 명훈은 순간 후회했다. 멍청하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일까. 혼혈로 태어나 어느 나라, 어느 가족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케이다. 그에게 순전히 ‘너도 우리와 같은 동류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경식의 그리운 첫사랑 바라보는 듯한 상판대기가 명훈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소파의 팔걸이를 똑똑 뜯으며 무릎을 달달 떨었다. 그새를 못 참고 급한 성미가 터져 나왔다.

 “이보쇼. 뭐라 얘기라도 해봐 좀!"

 물방울 톡 터지듯 의식에서 빠져나온 경식이 말했다. 아직도 몽롱했고 어딘가 들뜬 느낌이었다.

 "그게요, 다른 분들도 참 신기하긴 한데..., 저 이런 경우는 진짜 처음이라서요...."

 무슨 뜻일까. 뭔가 일단 보인다는 말일까. 명훈은 이제 콧구멍까지 벌름대며 상체를 앞으로 기우렸다.

 "그래서, 보이는 게 뭐단가. 아따 마, 애간장 타게 허지 말고오! 싸게싸게 말해봐, 거 아침 드라마 보는 것도 아니고."

 노란 머리의 사내가 킹콩처럼 가슴을 두들겼다. 아르도 케이를 힐끗 쳐다봤지만, 케이는 조용히 경식만 응시할 뿐이다. 소심한 사내는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를 가르며 케이의 이마 너머를 관찰했다. 다시 봐도 참 신기했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일까.

 "어, 그러니까 저 애는..."

 화난 시청자차 티비를 던져버릴 듯 달려들 때, 경식은 뭐에 홀린 듯 입을 열었다.

 "머리가 반짝반짝 빛나요."

 버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 무게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벽시계의 초침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르가 꺄르륵, 넘어갔다. 명훈은 눈가에 눈물까지 도롱도롱 매달며 케이를 손가락질하며 걸걸한 웃음을 토해냈다.

 “으하하하하! 머리가 빛난대! 케이 녀석 머리가 너무 똑똑해서 미쳐버린 거 아냐?”

 “아니지. 의외로 든 게 없어서 빛나는 걸지도 몰라. 푸흐읍.”

 아르는 냉정한 척 분석하다가 다시 또 웃음을 터뜨렸다. 케이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일순 얼굴을 찌푸렸다. 뭐라 입을 달싹이다가 재빨리 제 폭신한 의자로 대피했다. 괴상한 웃음소리가 사무소를 꽉 채웠다. 얼떨결에 개그맨에 등극한 경식이 더 당황해했다.

 "진짜 예쁜 건데. 되게 파란 별들이 이리저리 번쩍거려요."

 해명은 더 큰 웃음을 불러왔고, 케이는 말없이 몸의 반동으로 커다란 의자를 휙 돌려 앉았다.

 ‘케이도 능력자였던 거야.’

 명훈은 남몰래 안심했다. 나라를 이사 다니고 부모와 등지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던 케이도 이제 집단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자신과 같은 소속으로. 비록 집단의 사람들이 다들 비정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축하할 일이었다.

 "이야아, 케이 축하한다. 능력자 집단에 들어온 걸 환영해!“

 ”우리 케이크라도 잘라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아이의 첫 사춘기를 축하하는 엄마처럼 아르가 말했다. 부담스러운 축하 인사에 쯧, 케이가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납치된 사람만이 어리둥절해했다. 그는 설명이 모자랐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되게 멋진 능력일거에요. 그러니까요, 그 엉킨 이어폰이 파란색인데 막 이리저리 빛난다고 해야 되나, 아니 푸른 앵무새가 날개 펴고 있는 거 같달까요?”

 경식은 상상의 동물을 설명하듯 손을 파닥이며 열심히 설명했다.

 “여기저기 이마가 반짝거려요. 아,"

 경식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뇌라고 해야 되나."

 읊조린 말에 케이가 의자를 되돌렸다. 마른 수건으로 삼단봉을 닦던 아르도 고개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명훈이 만족스럽게 씨익 웃으며 사내의 등을 두들겼다. 고기에 등급 도장을 찍듯 가차 없는 손길에 경식이 황홀한 눈을 풀곤 금세 기를 죽었다.

 "그래그래. 저기 저 케이라는 녀슥이 아주 베리베리 스마트 보이거든. 뇌가 그냥 후딱후딱 돌아가지고, 아주 천재여."

 현란한 미사여구에 경식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능력이 천재라니!’

 나이도 어린데 멋졌다. 멋지다 못해 존경스러웠다. 지니어스 보이라고 불러야 되는 걸까, 경식은 자주 보는 히어로즈 만화를 생각하며 케이의 닉네임을 상상해봤다. 똑똑한 캐릭터는 대부분 닥터라 불린 것을 기억하며 ‘닥터 케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경식이다.

 "뭐 매사에 의욕이 없단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명훈이 엄마 눈빛을 발사하자 케이는 철없는 아들처럼 황급히 노트북 머리를 들어 올려 제 몸을 숨겼다. 빠르게 타자를 치는 꼴이 꽤나 그럴싸했다.

 “쑥스러워 하긴.”

 명훈이 능글맞게 웃었다.

 "뭐 어쨌든 그래서, 저 슈퍼 똑똑이는 케이라고 하고, 널 납치해온 저 사람은 아르야. 이름이 길어서 그냥 아르. 니는 그냥 누나라고 해도 될 겨."

 ‘이름이 아르라니 참 특이하다.’

 순진한 청년, 문경식은 어느새 사무소 식구들을 소개받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체 고개를 끄덕였다.

 "알 누나라고만 하지 마."

 아르가 넌지시 던진 말에 명훈이 손부채를 만들며 덧붙였다.

 "우리 사무소에 원래 직원이 한 명 더 있는데, 그 녀석 때문에 알 누나라는 말에 치를 떨거든."

 말을 마친 명훈은 흠흠, 목을 가다듬곤 두꺼운 허리에 양 손을 얹었다. 주연 배우가 등장할 차례였다.

 "그리고 나는 강 명훈이라고 한다. 명훈 형니임, 이렇게 부르면 돼."

 덩치 큰 노란 곰이 씩 웃었다. 오밤중에 이딴 곳에 끌려와 무릎 꿇고 있는 사내가 불쌍해보였다. 같은 능력자끼리 이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명훈은 집에 있는 제 귀여운 동생들이 떠올랐다.

 ‘그래, 다 같은 새끼들이고만.’

 명훈은 응응, 고개를 끄덕이며 정정했다.

 "짜슥, 너는 조끄마난 게 귀여우니께 그냥 명훈이 혀엉, 이렇게 불러."

 "네에에."

 경식이 더 쪼그라들었다. 차라리 형님이라 부르고 싶었다. 초식 동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천적 육식 동물이 말했다.

 "무튼 말이여. 잘 왔어, 능력 사무소에."

 그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청했다. 경식은 생각도 없이 그 손을 덜컥 잡고 일어섰다. 손바닥에 화악 번진 불꽃이 살짝 무서웠지만 생각보다 그리 뜨겁지 않았다. 그 따사로움이 신선했다. 안락했고 포근했다. 뭔가 자신도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필요한 존재가 될 것만 같았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자 심장이 순간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도 용기를 내어봤다. 자신감 있게 인사했다.

 "예. 안녕하세요. 저는 문 경,..."

 "너는 말이여,"

 갓 일렁인 포부를 명훈이 잘라먹었다.

 "음, 그러니까아."

 그가 경식의 말버릇을 따라했다. 턱을 감싸 쥐며 고민하던 명훈은 씨익,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눈꼬리도 장난기에 씰룩댔다. 그리고 단정 지었다.

 "평범이가 좋겠다."

 하늘에서 개명 세례가 내렸다. 아릿했던 무릎은 이제 감각을 잃었고 경식의 영혼까지 후들댔다.

 “그래, 그게 좋겠어.”

 남 말 안 듣는 곰은 홀로 만족하며 사라졌다. 케이는 묵묵히 민트색 헤드폰을 집어 들었고 아르는 소중한 무기를 윤기 나도록 닦았다.

 그녀의 옆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고 그들만의 집단에 오늘, 신입이 들어왔다.

 

 * * *

 

 경식은 등굣길을 오르며 생각에 잠겼다. 아침이 밝아 어제와 같이 평범하게 학교를 가고 있는 게 이상했다. 어제 자신은 납치당했고 세 명의 능력자를 만났고 그들에게 스카우트까지 당했다. 어젯밤의 일이란 어딘가 희미했고, 달콤하지만은 않은 여름날의 꿈처럼 몽롱했다. 경식의 일상은 세상이란 굴레에 낀 톱니바퀴였고 오늘도 어김없이 잘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거친 햇빛도 푸른 잔디 길도 다 어제와 같은데 마음이 뭔가 삐걱댔고 경계에 발끝만 딛고 선 기분이었다. 손목시계를 본 경식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전공 수업 두 개나 있으니까 오늘은.’

 정신을 잡아끌었다. 이 기세라면 태도 점수 0점도 문제없겠다. 소심한 대학교 새내기는 가방끈을 꽉 잡으며 저 멀리 보이는 전공 건물로 빠르게 움직였다. 우웅, 그때 뒷주머니가 짧게 울었다. 메시지가 왔다.

 '수업 끝나고 곧장 사무실로 와줘. 답장이 없다면 집으로 찾아갈 수밖에. -케이-'

 발신자는 케이었다. 안 그래도 사무실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어제 케이는 제 명함을 건네며 아르바이트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대학생이니 근로 시간은 경식에게 맞추며 시급도 알맞게 지급해주겠다는 게 제안이었다. 경식의 입장에서 나쁜 것은 하나도 없었고 순진하게도 제가 할 업무도 파악하지 못 한 채 명함을 받아들었다.

 ‘능력사무소. 케이. 010-xxxx-xxxx. KayK821@gmal.com’

 직원의 이름도, 제대로 된 회사 로고 하나 없는 명함인데도 멋있었다.

 ‘능력사무소라니, 히어로 집단 같잖아!’

 히어로물 마니아 문경식은 신이 나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 사람들과 같이 지낸다니 기뻤다. 왠지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가득 찼다.

 '일단 저 빈자리에 앉는 게 좋겠어.'

 '아, 으응.'

 케이가 가리킨 손가락 끝엔 빈 책상이 있었다. 사무용 책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으로 가득 차있었고 무엇보다 더러웠다. 경식은 조심스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온갖 잡동사니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성인 남성 팔뚝만한 두께의 국어사전이다.

 ‘요즘도 종이 사전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경식은 생각하며 두꺼운 표지를 팔락였다. 주인 손을 탄 물건은 빠듯한 소리를 내며 퍼드득 넘어갔다. 종이 사이로 형광 표시도 드문드문 보인다.

 ‘책을 참 좋아하시나보네.’

 단순한 생각을 하며 책꽂이에 꽂힌 책들도 둘러봤다. 한 두께 하는 책들은 전공 서적인지 책 커버부터 무시무시했다. 전문용어가 수두룩한 게 심리학 관련 책인 것 같다. 자리의 주인은 저와 같은 대학생일지 모른다 생각하며 경식은 기쁜 마음으로 내용을 살피려 들었다. 자세히 보니 책의 머리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야누스?’

 그때 명훈이 불현 듯 말을 꺼냈다.

 ‘아, 그 평범아! 참고로 케이는 너보다 형이야. 뭐, 나이 같은 거야 케이는 신경 안 쓰지만.’

 ‘그, 그렇군요. 죄, 죄송합니다....’

 평범이는 어느새 말을 놓은 자신에게 놀랐다. 그것보다 자신보다 연상이라니, 경식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케이를 바라봤다. 서구적인 외모지만 전체적으로 앳되고 옅은 체색(體色) 때문에 당연히 케이를 고등학생쯤으로 여겼다. 명훈의 태도를 보니 꽤나 형인 모양이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되뇌던 평범이는 순간 확 소름이 돋았다. 정수리에 우레가 꽂힌 듯 오싹했다. 경식은 빳빳한 목을 천천히 돌리며 명훈을 바라봤다.

 '제, 제, 제가 나이를 말했던가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고 속이 얕게 출렁였다. 경식은 긴장감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허약한 몸뚱이를 경식이 욕하고 있을 때 명훈이 답했다.

 ‘아니.’

 싱거운 대답이었다. 뭐야, 경식은 쪼그라든 마음을 안심시키며 숨을 내쉬었다. 마치 그런 평범이를 놀리듯 명훈이 씨익 웃어보였다.

 ‘케이가 알려줬지. 20살 문경식 군.’

 삐용삐용, 머릿속에서 앰뷸런스가 울었다. 그 이후로 무슨 애기를 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안녕히 계세요오!’

 부리나케 인사를 마친 경식은 사무소를 뛰쳐나왔다. 깊은 새벽바람이 밍밍하게 얼굴을 쳐댔다. 집으로 가는 걸음이 빨라졌고 낯선 설렘에 심장이 쿵쾅댔다.

 “잠깐만. 내가 번호도 알려줬나?”

 필기구를 책상에 펼치던 경식이 일순 굳었다. 뒷목이 오싹했다. 순간 어제 푸르게 빛나던 케이의 별들이 떠오른다.

 ‘별빛이 아니었는지 몰라.’

 어젯밤의 추억은 서슬퍼런 칼날로 변해 경식의 목을 조였다. 문경식은 세차게 고개를 뒤흔들며 소름이 돋은 두 팔을 벅벅 문질렀다. 그리고 퀭한 얼굴로 교수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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