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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0화. 준비되지 못한 재회
작성일 : 17-07-07 09:47     조회 : 341     추천 : 1     분량 : 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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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문틈으로 기타를 치는 신후의 모습이 보였다. 지그시 눈을 감은 그의 얼굴에서 한없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의 입술에서는 알 수 없는 달콤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Come let me love you and then colour me in......』(데미안 라이스, ‘Colour me in’)

 

 “어, 옥봉씨 일어났어요?”

 “미안해요. 연습하는 데 방해했나 봐요.”

 “아니에요.”

 

 옥봉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신후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알 수 없는 기계들로 가득찬 방이었다. 옥봉이 알아본 기계는 노트북과 기타, 피아노뿐이었다.

 

 “노래 너무 좋아요. 우리말이 아니라 알아듣지 못했지만요.”

 “옥봉씨도 노래 참 좋아하나 보다.”

 “신후씨가 준 이어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듣는 걸요. 음악 들을 때만큼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모두 잊게 돼요. 그래서 좋아요.”

 

 신후는 그녀의 말이 어쩐지 슬프게 느껴졌다.

 

 “옥봉씨, 우리 노래 들어봤어요?”

 “우리 노래요?”

 “옥봉씨 시 들어간 노래요.”

 “아직요.”

 

 신후는 시디의 두 번째 트랙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에단’이란 글자가 앙증맞게 새겨진 헤드폰을 옥봉의 귀에 씌워 주었다. 그녀의 눈이 영롱하게 빛났다.

 

 헤드폰을 쓰고 음악에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신후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곁에서 그의 노래를 듣는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그녀는 왜 하필 지금 이곳에 있는 걸까.

 

 “와, 이런 기분이군요.”

 “뭐가요?”

 “음악을 만드는 기분요. 제 시가 조금 인용됐을 뿐인데 노래로 들으니 가슴이 두근거려요.”

 

 옥봉은 감격에 겨운 듯 창밖 어딘가를 주시했다. 햇살이 드리워진 그녀의 두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이 노래 반응이 엄청 좋아요. 옥봉씨가 진짜 큰 선물을 줬어요.”

 “아니에요. 저한텐 신후씨 목소리가 선물인데.”

 

 옥봉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되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신후가 연거푸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흩어졌다.

 

 “옥봉씨, 요즘도 시 쓰고 있어요?”

 “그냥 끄적거리는 정도예요.”

 “조만간 활동 마무리하면 다음 앨범 작업해야 하거든요. 옥봉씨도 같이 도와줄래요?”

 “제가요?”

 “옥봉씬 그냥 떠오르는 대로 시 쓰면 돼요. 이번 곡처럼 둘이 같이 완성하면 되니까요.”

 

 ***

 

 “저희 쪽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죠. 에단한테도 좋은 기회구요. 분명 하겠다고 할 겁니다.”

 

 신후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재민이 대뜸 그의 팔을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왜, 뭐야?”

 “형, 놀라지 마. 지금 한 이사님이랑 매니저 형이 누구하고 미팅 중이게?”

 “나야 모르지.”

 “백소라.”

 

 생각지 못한 이름이 튀어나오자 신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백소라가 왜?”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유니세프 어쩌구 한 거 같아.”

 

 빈에서 대학원을 마친 소라가 유니세프에서 일한다는 걸 신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하여튼 백소라 얘기만 나오면 까칠해지긴.”

 “야!”

 

 재민이 후다닥 사라졌다. 매니저 지범이 두리번거리다 신후를 발견하고는 오라는 손짓을 했다.

 

 “여긴 유니세프 백소라 팀장님. 친선대사 건 때문에 오셨어.”

 “안녕하세요, 에단리씨.”

 “......”

 

 신후는 대답 없이 살짝 고갯짓만 해보였다.

 “내부에서 널 아시아 친선대사로 선정하려고 논의 중이래.”

 “글쎄요, 이사님. 생각지 못한 일이라......”

 

 신후의 말끝이 흐려지자 그녀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는 게 느껴졌다. 신후는 맑고 따뜻한 소라의 눈빛을 좋아했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그 눈빛을 너무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신후는 어쩐지 얼떨떨했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재회였다.

 

 “우리 너무 오랜만이지.”

 “그렇지.”

 “잘 지내는 거 같네.”

 “응.”

 

 카페에 마주앉은 두 사람을 주시하는 눈들이 많았다. 마침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신후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너랑 맘 놓고 다니지도 못하겠다. 나도 이 노래 좋더라.”

 “일 때문에 잠깐 온 거지?”

 “응. 네 얼굴도 보고 싶었구.”

 

 신후가 소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쳤다.

 

 “나 많이 미웠지?”

 “글쎄. 그 시간들이 한 단어로 표현이 될까 싶네.”

 “미안했어.”

 

 소라가 창가로 눈을 돌렸다. 이별의 순간, 신후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듣지 못했다.

 

 “저, 에단 오빠. 사진 찍어도 돼요?”

 “같이 계신 분은 누구세요?”

 “일 때문에 미팅 중이에요. 사진 찍어 드릴게요.”

 

 사람들에 둘러싸여 미소 짓는 신후의 모습이 한없이 낯설었다.

 

 “예명이 에단이더라?”

 “응. 어쩌다 그렇게 됐어.”

 

 두 사람이 처음 만나고 첫키스를 나누던 그날의 오후가 떠올랐다. 저녁 햇살이 내리쬐던 빈의 광장에서 두 사람은 오래도록 서로를 안았었다. 에단 호크를 닮은 신후가 좋다던 그녀는 한여름의 열감기 만큼이나 그를 앓게 만들었다. 강렬하고도 아프게......

 

 “친선대사 얘긴 뭐야? 꼭 나여야 할 이유가 뭐야?”

 “사심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네 이미지가 모범적이어서 전부터 거론이 많이 됐었어. 알다시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기구라......”

 

 장황한 설명이 더해지는 이유를 소라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일과 사생활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신후여서 더욱 그랬던 것일까.

 

 “더 이상 설명 안 해도 돼. 회사랑 다시 검토해 보고 통보할게.”

 “어, 그래. 긍정적으로 검토해 줘.”

 

 신후에게 해야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그에게서 원망과 분노의 말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신후야, 있잖아......”

 “미안한데 콘서트 연습 때문에 바로 나가봐야 해.”

 “그래. 바쁜데 미안.”

 

 ***

 

 “짜잔!”

 

 문 앞에는 신조가 서 있었다. 술 냄새가 안으로 훅 밀려들었다.

 

 “형, 연락도 없이 어떻게......”

 “동생 집에 연락하고 와야 되냐?”

 “집에 없으면 어쩌려고.”

 “열두 시가 넘었다. 우리 범생이가 설마 외박할까.”

 

 신조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양 손에는 온갖 종류의 술로 가득 채운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신조는 거실 소파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형, 내 방으로 가자.”

 “여기서 먹자. 야, 전망 끝내준다.”

 “자정 넘었잖아. 여기 방음 잘 안 돼서 시끄러우면 욕먹어.”

 “알았어, 임마. 조용히 할게. 형이랑 술 한 잔 하자.”

 

 옥봉은 다행히 깨지 않았나 보다. 기척을 듣고 일부러 배려하는 건지도 몰랐다. 취기로 목소리가 높아진 신조를 진정시키느라 신후는 쉴 새 없이 진땀을 흘렸다.

 

 “일은 잘 되고 있어?”

 “그럼, 내가 누구냐?”

 “아빠랑은 얘기해 봤어?”

 “얘긴 무슨. 여전히 까칠하시지.”

 

 신조는 자신을 대하는 아빠의 냉랭함이 더 이상 야속하지 않았다. 헐리웃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부대끼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염려와 애틋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근데 집 엄청 깨끗하다. 전엔 네 방도 잘 안 치웠었잖아.”

 

 옥봉의 솜씨였다. 신후의 만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쓸고 닦는 옥봉 덕분에 집은 전에 없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사람도 살다보면 변하지.”

 

 신조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그러셔? 얼마나 살았다고.”

 “형, 지난번 시간여행 얘기......”

 

 좀 전까지 히죽거리던 신조는 어느새 바닥에 코를 대고 곯아떨어졌다. 옥봉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해야 할 텐데 영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곡 작업에 열중하던 신후는 동 틀 무렵이 돼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잠결에 간간이 웅성거리는 기운이 느껴졌지만 눈은 떠지지 않았다.

 

 “신후야, 신후야!”

 

 신조의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뜬 신후는 잠시 잊고 있던 일을 생각해냈다. 형이 옥봉과 마주치고 만 걸까.

 

 “신후야, 이 여자 누구야? 너 이 여자랑 동거해?”

 

 터질 일은 터지기 마련인가 보다. 두 사람은 거실 한가운데서 서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어, 형. 내가 설명할게. 어젯밤 말하려는데 형이 잠들어 버려서......”

 “야, 너 진짜 동거하는 거야?”

 “일단 옥봉씨는 볼 일 봐도 돼요. 우리가 들어가서 얘기할게요.”

 “아니에요. 내가 들어갈게요.”

 

 옥봉이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성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신후는 신조의 팔을 잡아끌었다.

 

 “형, 지난번 시간여행 얘기 기억 나?”

 “뭐?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신후가 그녀와의 첫 만남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이어가자 신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상의 날개를 단 산물들을 눈앞에 펼쳐놓는 일에 익숙한 그였지만 옥봉에 대해서는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니까 이게 모두 눈 앞의 현실이란 거지? 저 여자가 증거고?”

 “응, 믿기진 않겠지만.”

 “임마, 그걸 왜 이제야 말해.”

 “형 한국 들어오면 상의해 보려고 했어. 나랑 신영 누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구.”

 “이럴 때 쓰는 말이 있지. 완, 전, 대, 박.”

 

 ***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팝송들을 커버곡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무대 위 조명은 오직 신후와 기타만을 비추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땀방울이 툭 떨어졌다. 신후는 크게 숨을 고른 후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무언가가 그립던 영국에서의 학창 시절, 이유 없이 빈정대던 백인 친구들, 미국으로 떠나는 형의 뒷모습, 그리고 소라와의 시간들...... 열병과도 같은 시간들을 통과하던 그를 위로했던 건 오직 음악뿐이었다.

 

 객석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들리자 전율과도 같은 짜릿함이 느껴졌다. 발레를 하던 엄마가 무대에서 느꼈다던 날아오를 듯한 행복감이란 이런 것일까.

 

 “마지막 곡으로 이번 앨범 타이틀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전주가 흐르자 신후는 마이크를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조명은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객석의 관중들을 간간이 비춰주고 있었다. 일순간 조명에 비춰진 얼굴 중 한 명이 신후의 눈에 들어왔다. 소라였다.

 

 신후는 첫 소절을 놓치고 말았다. 그의 실수를 알아차린 세션맨들이 첫 소절을 한 번 더 반복하고 있었다. 노래는 무사히 시작되었다. 하지만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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