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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 된 일상에 판타지 뿌리기
작가 : KiKuKo
작품등록일 : 2017.6.24

계한고등학교의 여름방학동안 평범하게 보내던 주혁필의 일상에 판타지가 뿌려진다.

 
04.5. 엉망인 집
작성일 : 17-07-06 23:26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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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우리 집에 남아있다. 이걸 치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집이 이 꼴인 것을 잊고 있었는데 혜원이를 내일 초대해버렸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 집안의 깨진 물건들과 부셔져 못 쓰는 물건들을 봉투에 담아서 버린다. 하나, 하나 치우려니 갑자기 울분이 솟는다. 내가 한 게 아닌데 왜 내가 다 치워야해? 나는 옆집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아니나 다를 까 받은 건 영은 누나가 아니라 진녹색 머리의 청년이다.

  “누구세요?”

  “주혁필입니다. 잠깐 나와 주시겠어요?”

 자고 일어난 듯한 목소리로 ‘네.’라고 응답하고 곧이어 현관으로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고 월량이 눈을 비비며 문을 연다.

  “내가 생각해보니까 울분이 터져서 불렀습니다. 저희 집을 개판으로 만들었으면 같이 치워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짜증나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들으라는 식으로 중얼 댄다.

  “방금까지 청소 다 하고 이제 막 누웠었는데...”

 그 말에 조금 불쌍해 보였지만 문을 부숴먹은 건 월량이다.

  “하지만 네가 날 죽이려 했고 현관문도 부숴먹었고 내 거실에 있던 물건들이 다 부숴지고 망가졌어.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내가 치우는 건 억울하다고 생각 안합니까?”

 월량이 나에게 반박하는 말을 한다.

  “그럼 저는 화랑 누나의 집안에 쓰레기를 버린 적도 음식을 먹은 적도 이불 덮고 잔적도 없는데 제가 다 치웠습니다. 그렇게 치면 저도 억울합니다만?”

 나는 월량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납득이 되려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납득의 길을 가로 막는다.

  “너는 지금 영은 누나네 집에 얹혀살고 있잖아? 신세를 지고 있으면 그 대가를 하는 게 맞잖아. 근데 나는? 네가 들어와서 깽판치고 나갔잖아,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나는 말에서 승리를 확신하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월량은 고개를 한 번 푹 숙이고는 알았다고 말한다. 월량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전화기를 꺼내 든다.

  “여보세요? 어, 나 월량인데 ‘삼미호’ 모여야 할 것 같다. 똥 싼 거 치워야 할 거 아냐.”

 잠시 후 월량이 전화기를 집어넣고 나한테 웃으며 말한다.

  “저희가 정리 해드릴 테니까 PC방이라도 다녀오세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뒤에서 착지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월량과 비슷한 체격인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하늘에서 내려온다.

  ‘뭐야, 천사들이야, 뭐야? 왜 하늘에서 내려와?’

 총 6명의 청년들이 등장했다. 근데 왠지 전부 나를 아니 꼽게 보는 것 같다. 나는 조용히 월량에게 물어보았다.

  “월량씨, 왜 다들 나를 저런 눈빛으로 보는 거죠?”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장군의 딸의 결심을 마구 바꾸신 분인데? 인간이 되고 싶게 했다가 그걸 포기하게 했다가...”

 월량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을 삼킨다. 나는 왠지 호족들의 천적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쓰다.

 

 

  PC방에서 재권이랑 4시간동안 게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이 말끔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집안에는 소파에 앉아서 커피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월량이 보인다.

  “우와~ 말끔해 졌네요.”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듯이 허세 폭발하는 미소를 보인다. 월량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나한테 내민다. 그가 내민 건 아주 작은 봉투였다.

  “뭐예요?”

  “화랑 누나가 혁필군한테 전해주래요.”

  “영은 누나가요?”

 나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뜯어보았다.

  “거시기 털이래요.”

 그 말에 놀라 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누나를 원망을 해서 원령이 될 지경이다.

  “농담이고 누나의 꼬리털이에요. 구미호의 꼬리털을 가지고 있으면 재밌는 일이 일어난대요.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래서 부적으로 쓰라고 주는 거예요.”

 봉투를 다시 주워 열어보자 머리카락처럼 긴 하얀 털들이 나왔다. 누나가 나한테 주는 첫 선물이라 생각하고 지갑에 넣었다.

  “누나한테 말해줘요. 평생 간직하겠다고.”

  “네, 전해 드릴게요. 그럼 저는 이제 전달을 마쳤으니 돌아가 볼게요.”

 월량이 손을 흔들며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월량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킄킄킄킄킄킄킄킄....

 소리를 죽이며 거의 기절할 것 같이 웃으며 자신의 방에 들어간다.

  “아핰핰핰핰. 구미호의 꼬리털을 가진 인간은 혼돈과 나쁜 인연을 부르는데... 쌤통이다! 감히 누굴 넘봐?”

 

 

 

 PS. 다음화부턴 에피소드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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