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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열한번째 금요일 : 불편한 초대
작성일 : 17-07-06 22:21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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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업이 끝난 금요일. 나와 건이는 지하철을 타고 연남동으로 향했다. 수현과 그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명목상 수현의 남자친구가 수현의 친한 친구들에게 한 턱 내는 자리였다. 장소는 연남동에서도 꽤 근사한 베트남 식당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상은 수현의 남자친구가 건이와 수현의 관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청문회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어리둥절하게 참석하게 된 방청객과 같았다. 평소라면 학교가 아닌 다른 곳, 그것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면 건이와 신이 나서 떠들었을텐데 나도 건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제 막 한강을 한참 지나가고 있는데 건이가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열었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어."

 "응?"

 "수현이 남자친구가 나를 오해했던 적 예전에도 있었어. 고등학교 때는 하필 성격 급한 축구부 선배를 사귀어서 지금처럼 해명할 기회도 못 얻고 바로 얻어 터졌다니까.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턱이 얼얼한 것 같아."

 마치 과거의 재미있는 에피소드인양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꺼냈지만,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건이는 불안해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얼굴에 항상 머물러 있었을 미소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도 왜 너는 항상 수현의 곁에 있는 걸까. 내가 가만히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건이가 왜 그래, 하고 마주 바라보았다.

 "건아. 가기 싫으면 가지 말자."

 건이가 놀라 나를 바라보던 상태 그대로 멈추었다. 속마음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당황한 모습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건이가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걸까. 표정과 말투, 행동에서 건이가 말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지금 나는 너무나 불안하다고, 가고 싶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겉보기엔 웃고 있어도, 강해 보여도 지금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내게 느껴졌다.

 "아니야. 나 괜찮아."

 건이가 나와 마주 보던 시선을 피하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적이 한 두 번도 아니고. 금방 오해 풀릴거야."

 "몇 번을 해도 이런 거에 익숙해지는 사람은 없어. 이렇게 애매하고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겠어."

 나는 이제 한강을 지나쳐 버린 지하철 창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참 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이번에는 진짜 괜찮을 것 같아."

 내가 다시 건이를 바라보자, 눈이 사라지는 건이표 미소가 나를 반겼다. 오늘 처음 보는 미소였다.

 "오늘은 너가 같이 가잖아."

 순간, 기분이 멍해졌다. 그냥 별 거 아닌 말인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웃음 지으며 말했다.

 "역시, 분위기 메이커가 같이 가는게 좋지?"

 

 그러나 오늘의 분위기메이커는 놀랍게도 내가 아니었다. 수현의 남자친구는 우리가 불안해 하며 왔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적당히 정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사진으로 딱 봤을 때도 호감형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실히 얘기를 나눌수록 호감이 더 가는 사람이었다. 물론 성희는 수현의 남자친구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했었다. 잘생겼는데, 주변에 꼬이는 사람이 많겠어. 맞는 말이기는 했다. 조금만 시간을 같이 보내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마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적절한 시기에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놓을 줄도 알고 처음 만난 사이에 쉽게 건넬 법한 외모에 대한 지적같은 칭찬이라던가 그런 자잘한 실수가 전혀 없는 깔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수현은 약간 긴장하긴 했어도 그런 자신의 남자친구를 친구들에게 소개한다는데 있어서 언뜻 뿌듯해 보이기도 했다.

 

 식당에 들어와서도 민망하거나 어색한 순간이 없었다. 수현의 남자친구는 우리와 몇 살 차이가 나지도 않는데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갔다. 메뉴를 정할 때도 막힘이 없었다. 말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가 꽤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잘 맞추고 있는 나와 달리 건이는 여전히 수줍어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수현의 남자친구도 그런 건이를 배려해서인지 주로 대화는 나와 수현, 수현의 남자친구인 석훈의 위주로 돌아갔다.

 "그럼 안영이는 대학와서 수현이 만난 거야?"

 "네. 대학 와서 처음 만났어요. 건이랑도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친해졌어요. 그러다 수현이를 소개시켜줘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와, 그런 거 치고는 되게 친한 거 같다. 수현이가 너 얘기 많이 했어. 나는 안영이도 같이 소꿉친구인 줄 알았네."

 식사가 나오고 난 후에도 대화는 편안하게 이어졌다. 수현이가 중간고사 기간에 석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설레했던 일, 졸음에 겨워 어쩔 줄 모르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석훈에게 카톡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석훈은 아주 좋아했다. 수현은 꽤 부끄러워 하면서도 이렇게 분위기를 맞춰주는 내가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대화 주제였기 때문에 건이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식사, 나쁘지 않은 대화였다.

 

 식사를 거의 끝마치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볍게 무르익었을 즈음이었다. 석훈은 딱 봐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스타일인지라 핸드폰이 식사 도중 몇 번 요동을 쳤다. 결국 중간에 석훈은 식당 밖으로 통화를 하러 나갔다. 석훈의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 나는 수현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와, 수현아. 너 남자친구 진짜 잘 만났다. 부럽다, 부러워."

 나의 말에 수현은 헤헤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며 석훈도 어느 정도 오해를 푼 듯 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던 마음과 긴장이 풀리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석훈은 좋은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아무리 그래도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어 속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는 가방에서 파우치를 챙겨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가자 다리가 휘청 하고 느껴질 정도로 피로감이 찾아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꼼꼼히 손을 씻었다. 아직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단발머리와 딱 봐도 화장이 익숙해 보이지 않는 어리숙한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음식을 먹느라 입술에 발랐던 것들도 다 지워지고, 마냥 어린애처럼 보였다. 아까 석훈의 옆에서 그림 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던 수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수현 같은 친구를 둔 건이는 내가 얼마나 어린아이처럼 느껴질까. 괜시리 그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다시 틴트를 바르고 입술에 번지게 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괜찮아, 건이는 오늘 내 덕분에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거면 됐어.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려는데 석훈이 테이블에 다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수현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잠시 거리를 둔 상태에서 바라보는 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석훈이 건이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석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을 뿐인데 인상을 찌푸린 것보다 싸늘한 기운이 풍겼다.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식당 복도에 그냥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천천히 석훈의 뒤쪽으로 걸어가는데, 조금씩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행동 똑바로 했으면 좋겠어. 둘이 소꿉친구인 건 잘 알겠는데 수현이는 내 여자친구야. 저녁마다 수현이가 건이가 부른다고 하면서 집에 가면 내가 기분이 좀 그래. 다른 친구가 있어서 다른 말은 안 하겠는데, 솔직히 이것도 좀 비겁한 것 같다. 나는 너랑 이렇게 대화하고 싶었던 거였는데."

 차갑게 식은 건이의 표정만큼이나 내 마음도 서늘해졌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든가 도망가고 싶었지만, 석훈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고개를 든 건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음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건이의 그런 눈빛은 처음이었다. 낯설고 무서웠다. 하던 얘기를 마저 나누라고 하고 싶었지만, 석훈은 어느새 그 사람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나에게 어서 앉기를 권했다. 수현도 화장실에 갔다 왔는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석훈은 아까 그런 얘기를 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까처럼 웃고 떠들 수는 없었다. 건이 역시도 아까의 그 가라앉은 표정 그대로 굳어 있었지만 억지로 분위기를 아까처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수현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찰나, 석훈이 이제 그만 가자며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수현이 안절부절 못하며 석훈을 따라갔다. 나와 건이만이 어색하게 남아버렸다. 건이의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건이가 먼저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나를 바라보며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음이, 놀라서 굳어버린 내 마음을 오히려 요동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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