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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지하도(1)
작성일 : 17-07-06 21:53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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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의 날이 밝아왔다. 아침 일찍부터 귀빈실을 방문한 태양문신의 전사들에 의해 아키아 일행은 연회장으로 움직였다. 연회장은 말만 연회장이었다. 야외 대련장에 천막을 치고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은 곳이었다.

 생각해보면 일 족장을 잡은 것도 아닌데 연회를 한다는 발상은 이상하다. 드와인이 훔친 물건이 생각보다 더 중요한 물건일 수도 있겠다.

 연회장엔 탈을 쓰지 않은 전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음식을 앞에 두고 대기하고 있는 전사들의 시선이 연회장에 들어오는 아키아 일행에게로 향했다.

 아키아 일행도 착석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의 탈을 쓴 전사가 연회장에 들어왔다.

 “족장께서는 늦으시니, 그동안 전사들은 먼저 먹고 마시면서 즐기고 있도록.”

 소탈을 쓴 전사의 말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식기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얼굴에 피가 묻은 이 족장 게르바가 연회장에 들어왔다. 게르바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천천히 게르바를 지켜보며 판단의 근거들을 모으고 싶던 아키아 일행의 마음과는 다르게, 연회장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그들을 본 게르바의 명령에 의해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저놈들밖에 없어. 당장 잡아들여.”

 게르바의 명령을 들은 아키아 일행이 멈칫했다.

 먼저 턱 부분의 가면을 분리시켜 식사를 하던 소탈을 쓴 전사가 기쁜 듯 웃으며 움직였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잘됐어.”

 소탈의 전사는 연회장 반대편에 있던 말락에게 달려가 칼을 휘둘렀다. 생포가 명령이었으니 팔 하나 정도 끊어놓을 속셈이었다. 이어서 아키아 일행의 주위를 둘러싼 태양문신의 전사들이 허리춤에 매단 칼을 꺼내 휘둘렀다.

 말락과 아키아가 맞대응을 했다. 말락이 영롱한 광채를 머금은 칼로 소탈의 전사가 휘두른 칼을 막았다. 소탈의 전사의 칼에서도 백광이 뿜어져 나와 말락의 칼과 힘겨루기를 했다.

 “살인자의 아들. 말락. 예전부터 넌 마음에 안 들었어.”

 “넌 예전부터 재수 없었지. 타라쿵.”

 힘겨루기를 푼 말락과 타라쿵은 거침없이 검격을 날렸다. 두 개의 칼이 충돌할 때마다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한편, 아키아는 검은 칼을 쥐고 크게 휘둘렀다. 아키아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투명한 기파가 날아가 태양문신의 전사들을 밀쳐냈다. 기파는 상흔을 입힐 힘이 모자라, 단단하게 결집하여 다가오는 전사들을 막지 못했다. 처음 한 번 밀리고 나서 결집된 전사들은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로 아키아 일행을 향해 다가갔다.

 말락과 아키아가 싸우는 동안 하스론은 가방을 뒤졌다. 혹시 몰라 가져왔던 가방이 여기서 도움이 되었다.

 가방 안에서 달걀만한 금속 구체를 꺼낸 하스론은 땅에 힘껏 던졌다.

 땅에 닿은 구체는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정확히는, 빛을 흡수한 구체가 어둠을 생성했다. 아키아와 하스론, 말락을 뒤덮은 어둠은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연회장을 덮었다.

 어둠은 빛을 완전히 제거하여 사물이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네바론의 훈련으로 빛이 없는 어둠에 익숙한 아키아와 하스론은 말락을 낚아채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아키아 일행 뒤로 어둠 속 혼란으로 인한 소란이 울려 퍼졌다.

 연회장을 벗어나도 태양문신의 전사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검은 폭죽이 허공에서 터져 아키아 일행의 위치를 알려왔고, 활을 들은 전사들은 고지대에 서서 화살을 날렸다.

 연회장보다 인원이 적어서 길을 뚫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전진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발목이 잡혀서 추적을 뿌리치지 못할 경우를 염두에 둔 아키아 일행은 본래 탈출하려고 했던 통로로 가지 않고 분지 밑에 존재하는 지하도로 숨었다.

 아키아 일행의 위치를 파악하던 전사들에 의해 게르바가 곧 지하도 입구에 도착했다. 인상을 찡그린 게르바는 명령을 내렸다.

 “반지가 아까워도 어쩔 수 없지. 입구를 무너뜨려라. 지하도에 뭐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곳에 기어들어가다니, 이 녀석들이 결국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구나.”

 

 ***

 

 제제와 제라프는 오이모스 부족이 살고 있는 돔탐참 숲으로 들어섰다. 이번 임무는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잠입미션이 아니라서 수레 가득 짐을 실고 수십 명에 달하는 상회 사람들과 같이 움직였다. 베이거스 상회가 비밀집단의 성격을 갖지만,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기에 상회 인물들 대부분은 수(數)에 밝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반대로 상회의 일부에 속하는 제제는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특별한 부서에 있었다. 부서가 다른 만큼 제제는 일반적인 일은 하지 않았다.

 수레 위에서 편안히 실려 토끼발을 만지작거리던 제제는 심심함에 몸부림쳤다.

 “제레프.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참어.”

 무료함을 잘 참고 고요히 있는 제라프를 놀리고 싶은 제제는 원기마법의 술식을 짜서 발동했다. 발동된 마법은 덜컹거리는 수레에 의해 제라프를 맞추지 못하고 땅으로 흡수되었다.

 제제는 짐 사이로 떨어져 수레바닥과 머리를 부딪쳤다.

 “아코.”

 뒤통수를 쓰다듬던 제제는 땅이 급격하게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땅에서 일어난 진동에 의해 넘어질 번한 제라프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발동된 마법에 결과적으로 경박하게 움직인 제라프의 모습이 재미난 제제는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

 

 입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며 어두운 사위(四圍)가 더 어두워졌다. 아키아 일행은 소리가 난 뒤를 돌아봤다. 꽉 막혀버린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가 막혀 지하도에 갇히는 걱정을 하는 아키아와 하스론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락이 말했다.

 “주거 지역에도 여기와 같은 지하도가 뚫려있어. 입구가 막혔으니 오히려 뒤에서 이 족장의 수하들이 튀어나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지. 플랜A을 버리고, 플랜B로 가자.”

 “이 족장 게르바도 생각이 있으니 입구를 막은 걸 텐데, 지하도의 길이 막혀 있는 거 아니야?”

 아키아의 반문에 말락이고 말했다.

 “가다보면 길이 나오겠지. 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까.”

 아키아 일행에게 직진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선택을 하려면 그 전에 해야 했는데, 이미 지하도에 들어온 이상 일행은 앞으로 발걸음을 떼야 했다.

 아키아 일행은 횃불을 만들어 들고 지하도 내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하 통로를 계속 걷던 아키아는 하스론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전에 썼던 블랙아웃은 어디에서 나온 거야?”

 블랙아웃은 하스론이 던졌던 금속구체를 이르는 말이었다. 빛을 흡수하여 어둠을 발산하는 블랙아웃은 첸가의 기관(器官)을 가공하여 만든 물체다. 첸가가 보기 힘든 몬스터이기도 하지만, 살아있을 적에 기관을 분리시켜야하기에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우리가 네바론을 떠나기 전에 막손 아저씨가 챙겨주신 게 몇 개 있었어.”

 “몇 개? 그럼 블랙아웃이 더 있단 말이야?”

 정면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던 하스론은 고개를 돌려 아키아를 쳐다봤다.

 “어. 2개 정도 더 있어. 하지만 넌 신경 쓰지 마. 네 손에 들어간 물건은 모두 없어지는데, 블랙아웃이라고 다를 바 있겠냐?”

 할 말이 없어진 아키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유난히 아키아의 손아귀를 거쳐 간 물건들은 자주 없어지는 편이었다. 17살 당시 훈련받을 때의 목검이 그랬고, 네바론을 처음 떠나올 때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이 그랬다. 유난히 집착한 철편과······.

 “반지!”

 아키아는 반지를 마지막에 보관한 사람이 기억나지 않아 소리를 질렀다.

 가던 길을 우뚝 멈춘 하스론과 말락이 서로를 쳐다봤다. 급히 찾아본 소지품에서 반지는 나오지 않았다.

 “말락이 마지막에 가지고 있지 않았어?”

 “아니야. 구릿한 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느낌이라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하스론과 말락은 아키아를 바라봤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키아가 말했다.

 “분명 마지막에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게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하스론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지. 게르바 족장의 손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이 이후로 아키아는 지하통로를 걸으며 하스론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직진만 하면 되었던 지하통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양 갈림길로 나누어졌다. 이 갈림길에서 하스론과 말락의 의견이 갈라졌다. 말락은 앞으로 가야한다고 말했고, 하스론은 오른쪽 길을 따라 가야한다고 말했다. 아키아는 괜히 의견에 끼여 들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일관했다.

 둘의 의견이 합쳐지지 않는 동안 아키아는 벽면을 훑어봤다. 벽면을 유심히 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입구 쪽 흙벽과는 다른 금속재질인 벽면이 신기하니까.

 벽면을 살펴보던 아키아는 실금을 발견했다. 실금은 문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손잡이로 추정되는 고리도 보였다. 문이 분명했다.

 문과 마찬가지로 고리 또한 벽과 일체형으로 맞물려 있어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가기 딱 좋은 모양이었다. 아키아는 벽 사이에 끼어있는 고리를 빼내기 위해 손톱을 세웠다. 고리는 앞으로 나올 듯하면서도, 나오지 않고 달칵 소리와 함께 다시 벽 안으로 들어갔다.

 짜증이 솟구친 아키아는 홧김에 고리가 있는 부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우발적인 아키아의 행동으로 고리 윗부분의 버튼이 눌려 고리가 벽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키아는 괜히 허탈해져서 벽을 한동안 바라봤다.

 고리를 돌리자 문이 열리고 계단이 드러났다. 문에서 녹이 슬어 흘러나온 마찰음이 아키아 일행의 귀를 강타했다. 의견이 과열되던 말락과 하스론의 시선을 아키아에게로 향했다.

 “어때? 내가 내려가는 길을 찾은 거 같은데?”

 어깨를 으쓱거린 말락과 하스론은 아무 말 않았다. 그리고 싸운 적 없다는 듯이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칭찬이라도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 쓸데없는 선택을 줄여줬는데?”

 투덜거리는 아키아의 말이 계단을 따라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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