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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바올리언스 대학교
작성일 : 17-07-06 21:41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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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데너드 교수가 계속 말을 하려고 할 때 타이밍 좋게 종소리가 울렸다. 그는 천장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끝까지 말해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모자라군. 이것으로 첫 번째 수업을 끝내겠네. 3층에 식당이 있으니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6층에 있는 기초 실습 강의실로 가면 된다네. 그나저나 무척 아쉽군. 지각생만 없었다면 자네들을 왜 실루엔노틀로 데려오게 되었는지, 전부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다음 시간에 만약 기억이 난다면 마저 설명해주겠네. 그나저나 정말 아쉽군……. 지각생만 없었다면…….”

 “그거 완전 웃기는 노인네라니까!”

 강의실을 나오고 데너드 교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마토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소리쳤다.

 “고작해야 10분 늦었는데 무슨. 본인이 말을 느리게 말했으면서!”

 이후로도 그는 말을 두루뭉술하게 한다는 둥, 말을 난해하게 말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둥 데너드 교수에 대해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현우는 교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아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위대한 네 명의 쉐도어가 데려오지 못했던 쉐도어들의 후손. 그렇다는 건 부모님 모두가 쉐도어라는 말인가?

 현우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열 살 이후로는 없다. 현우가 열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열 살...?

 문득 데너드 교수가 했던 말들 중 하나가 떠오르려던 참에.

 “야, 표현우! 어디로 가는 거야?”

 마토가 고함을 질렀다.

 현우의 머릿속을 휘젓던 생각의 물꼬가 터지다 말고 꽉 막혀버렸다. 급기야 물길이 역류하면서 수면이 끊임없이 높아졌고, 놓아버린 사고는 하염없이 수면 아래로 떨어져 물속에 잠겼다. 현우는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를 억눌렀고,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먹먹하게 잠겨 있었다.

 “너 이 자식…….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기나…….”

 “멍청아, 밥 먹으러 안 갈 거야?”

 그제야 현우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의실이 있는 넓은 공간은 커다란 사각형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3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강의실을 나오자마자 왼쪽 방향으로 쭉 걸었다. 하지만 중간에 생각하느라고 계단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각형 모양의 복도를 한 바퀴 빙 걸어서 다시 기초 이론 강의실 앞에 도착한 것이다.

 “왜 말 안 했어?”

 “뭘?”

 “중간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을 때 말했어야지, 왜 말 안 했냐고.”

 마토가 뭐 이딴 녀석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하자, 현우는 그의 말을 가로채면서 말했다.

 “왜 또 내가 생각하고 있어서 못 들었다고 해보시지? 네 목소리는 귀에 거슬려서 안 들릴 수가 없거든?”

 “이 멍청이가 자꾸 뭐라는 거야?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나오지도 않았어.”

 “그럴 리가. 네가 잘못 봤겠지.”

 마토는 더 말해봤자 입이 아프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전 강의실에서 봤던 낯익은 학생들 몇몇이 미로 계단을 통해서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오로지 구리빛 피부의 여자와 금발머리 소년만이 등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도 현우처럼 강의실 왼쪽으로 나와서 4층을 한 바퀴 걸은 듯했다.

 현우는 마토의 말을 믿지 않고 다시 한 번 강의실 왼쪽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바퀴를 다 돌아서 다시 기초 이론 강의실로 돌아올 때까지 내려가는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 아래층이나 위층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계단 없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는 층이었다.

 “무슨 이런 건물이 다 있어?”

 현우는 천장이며 벽을 흘겨보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구릿빛 피부의 여자와 금발머리 소년도 다시 4층을 한 바퀴 돌아 현우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둘이 다정하게 대화하며 걷는 모습이 친자매 같았다.

 현우는 난간 너머로 1층을 한번 내려다보더니 미로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마토와 같이 한참동안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 헤맸다.

 “3층 계단은 이거에요”

 “으악!”

 현우는 귓전에 낭랑한 여자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 어느새 구릿빛 피부의 여자가 다가와 말한 것이다.

 “미안해요, 놀래키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그녀의 얼굴엔 미안함과 민망함이 섞여 있었다. 현우는 잠시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수에 젖은 눈빛과 날렵한 코, 순해 보이는 인상. 여기에 얼굴 크기가 작아 그녀의 모습은 작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 이렇게 자그마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모여 있으면서도 뚜렷한 게 신기했다.

 그녀 옆에 있는 금발머리 소년은 현우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키득거리며 웃었다. 현우는 뒤늦게 민망함이 밀려와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녀와 그녀가 가리켰던 계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게 3층 계단…….”

 “네, 자세히 보면 계단 앞에 조그마하게 표시가 되어 있거든요.”

 “아……. 표시가……. 흠…….”

 현우는 무안함을 감추려고 과장된 행동으로 계단 근처를 기웃거렸다. 확실히 계단 옆 벽돌에 작은 사선이 세 개 그어져 있었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요?”

 현우의 과장된 행동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가 말을 건넸다.

 “네?”

 “같이 점심 먹자고요. 식사 자리는 함께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즐거우니까.”

 구릿빛 피부의 여자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현우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언뜻 봐도 사교성이 풍부한 친구였다. 현우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렸고, 마토는 이렇게 예쁜 여자가 말을 걸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입을 쩍 벌렸다.

 “이름이 뭐에요?”

 “표현우…….”

 “마토라고 합니다.”

 마토가 불쑥 튀어나와 현우의 말을 가로챘다.

 “하핫! 상당히 미인이시네요. 사실 아까부터 먼저 말을 걸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어요. 어디 사람이세요? 남미?”

 마토가 호들갑을 떨며 악수를 건네자 여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처음 만나면 악수를 하는 게 이들이 사는 나라의 문화인가 싶어 손을 내밀었다.

 “아……. 네. 현우씨, 마토씨. 만나서 반가워요. 전 뮌즈 레이린이라고 해요.”

 레이린이 애써 웃으며 손을 내밀자, 마토는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잡고서 위아래로 사정없이 흔들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슬쩍 손을 빼려고 했지만 마토가 꽉 쥐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놔라. 멍청하게 생긴 녀석아.”

 어디선가 중저음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토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현우와 금발머리 소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레이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아니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갑자기 레이린의 어깨 위로 그림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귀신을 연상케 했다.

 마토는 멍한 표정으로 레이린의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쥐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하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마토를 찢어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그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아무 말이나 뱉어냈다.

 “그, 그림자가 남자 분이신가 봐요? 전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어요. 하하! 아, 이런. 이것도 어떻게 보면 고정관념이네요. 여자라고 해서 꼭 그림자까지 여자란 법은 없는…….”

 “나 여자다, 입 다물어.”

 “…….”

 마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이린의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굵직하고 쉰 목소리가 영락없이 남자 목소리인데 여자라니.

 레이린의 그림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마토를 쏘아보더니 미끄러지듯 레이린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미안해요. 이 친구가 경계심이 좀 많아요.”

 “경계심이 상상을 초월하네요. 처음 본 그림자한테 멍청하게 생겼다는 말 듣는 건 처음이에요.”

 레이린의 그림자가 들리도록 마토가 일부러 큰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레이린이 긴장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등 뒤의 그림자 눈치를 봤지만 다행이 그림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제 그림자의 이름은 레이뮌즈에요. 저랑 말을 섞는 모든 남자들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죠. 덕분에 열 살 이후로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요.”

 레이린이 슬픈 웃음을 보이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마토는 신기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현우를 쳐다보았다.

 “난 너를 막은 적도 없는데 왜 여자 친구가 없냐?”

 “입 다물어. 멍청하게 생긴 녀석아.”

 현우는 마토를 흘깃 바라보며 레이뮌즈의 말투를 흉내 냈다. 마토는 평소보다 훨씬 더 흥분해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가 화가 난 대목은 ‘멍청이’였다.

 “너한테 멍청이라는 말 듣느니 죽고 말지!”

 “그럼 죽어, 이 자식아!”

 현우와 마토는 순식간에 얽히고설켜 서로 할퀴고 뜯으면서 난투극을 벌였다. 갑작스런 싸움에 놀란 레이린이 황당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누나, 그냥 우리끼리 가자. 나 배고파.”

 금발머리 소년은 현우와 마토를 한심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레이린의 손을 잡아끌었다. 레이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금발머리 소년과 함께 미로 계단을 올라갔다.

 

 * * *

 

 “여기요!”

 현우와 마토가 식판을 든 채 빈자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자 레이린이 손을 번쩍 들었다. 현우는 잠시 멈춰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레이린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주저하며 다가왔다.

 “아깐 미안해요. 그런 모습을 보여서.”

 현우는 레이린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가 금방 식당으로 올 것을 알았는지 금발머리 소년은 레이린의 옆에 앉아 있었다. 소년의 옆에는 소년의 그림자로 보이는 거무튀튀한 꼬마 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린의 그림자가 있어야 할 오른쪽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그림자는 어디 갔어요?”

 현우는 고기 수트를 천천히 떠먹으며 물었다. 이미 한참이나 배를 곯았던 마토는 식판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밥을 먹었다. 눈앞에서 음식이 사라지는 마술쇼가 펼쳐지자 금발머리 소년의 휘둥그레진 눈이 마토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아……. 레이뮌즈는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다른 사람이 보는 곳에서는 밥을 안 먹어서…….”

 레이린은 말끝을 흐리면서 고갯짓으로 테이블 밑을 가리켰다. 잠시 멍하니 있던 현우는 레이뮌즈의 태도가 이해는 안 갔지만 레이린의 말귀를 알아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토도 말귀는 곧바로 알아들었다. 다만 그는 궁금한 점은 직접 두 눈으로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허업!”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내린 마토는 헛숨을 들이켰다.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것처럼 주변 소음이 확연하게 줄어든 테이블 밑의 공간, 그 어슴푸레하고 먼지 날리는 곳에 희미하게 그림자 레이뮌즈의 형체가 보였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서 깨작깨작 밥을 먹다가 마토의 얼굴이 불쑥 내려오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마토는 사례가 걸린 것처럼 거칠게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다시 테이블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터져 나오는 기침이 주체가 안 되어 밥풀을 튀기면서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켁, 켁! 아래, 아래쪽에……. 귀, 귀신……. 쿨럭!”

 “젠장. 기침할 거면 고개를 돌리고서해, 이 매너 없는 자식아!”

 현우가 신경질적으로 마토의 고개를 옆으로 밀었다. 밥풀은 이제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고, 덕분에 레이린은 난생처음으로 짐승 같은 테이블 매너를 경험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조금 더 친해진 그들은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금발머리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미히덴 벤트릭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제 그림자의 이름은…….”

 “오, 벤트릭. 음식을 남기면 어떡하니?”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벤트릭의 그림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벤트릭을 다그쳤다. 현우와 마토와 레이린의 시선이 벤트릭 앞에 있는 접시를 향했다. 접시 위에는 샌드위치 속에 있던 샐러드 중 오이만 쏙쏙 골라서 남겨져 있었다.

 “벤트미히, 저는 오이가 싫어요. 도저히 못 먹겠어요. 너무 역하고…….”

 “그래도 음식물은 남기면 안 되지. 자, 어서 먹으렴.”

 벤트미히라고 불린 그림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며 오이 샐러드를 숟가락으로 떠서 벤트릭의 입에 가져갔다. 벤트릭은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그는 두 눈을 감고 울상이 된 얼굴로 오이를 씹어 먹었다.

 레이린은 다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말이 많았다. 그들의 대화 방식은 대부분 그녀가 질문하면 현우가 대답하고 마토는 리액션을 하는 식이었다. 사교성 좋은 레이린의 성격 덕분에 그들은 금세 친해졌고 급기야 말을 놓는 사이까지 되었다. 현우하고 동갑이었던 것이다.

 “너 한국에 사는 구나! 사실 내가 K-POP 좋아하거든. 부럽다. 그렇게 발전된 도시에서 살다니……. 한국이 치안이 그렇게 좋다며? 페루는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거든. 페루를 모른다고? 흠흠, 마추픽추가 있는 나라야. 뭐? 마추픽추를 몰라?”

 현우는 대답하기 귀찮아서 설렁설렁 대답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다현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저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속으로 바랐다.

 “이 친구가 무식의 끝을 달리거든. 나도 어디 가서 무식하다는 소리 꽤 많이 들었는데, 이 녀석에겐 못 당해. 푸하하! 마추픽추를 모른다니, 그게 사람인가? 큭큭큭. 참, 나도 말 놓아도 되지?”

 레이린은 이미 말을 놨으면서 왜 물어보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헛웃음을 터뜨렸다. 마토의 쓸데없는 말이 계속 이어지자 테이블 아래쪽에서 쿵쿵하고 소리가 들렸고, 그에 질세라 마토도 테이블 위를 주먹으로 쾅쾅 내려찍었다.

 그들은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낸 후, 다시 로비로 가서 미로 계단을 올라가 6층 강의실로 갔다. 6층으로 향하는 미로 계단은 4층의 미로계단과 달리 복잡하지 않고 간단했다. 쓸데없이 10층 높이까지 걸어올라 갔다가 6층으로 내려가면 되었다.

 “데너드 교수는 싸이코가 분명해.”

 현우가 강의실에 들어서자 마토는 숨을 헐떡이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현우가 움직이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지독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10층에서 바라본 로비의 전경은 그에게 있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6층 기초 실습 강의실도 독특한 구조였다. 넓은 공간의 앞쪽에는 책상이 모여져 있었고, 뒤쪽에는 텅 빈 공간이었다. 원래 넓게 퍼져 있어야 책상을 누군가가 앞으로 밀어서 모아둔 모양새였다. 뒤쪽 텅 빈 공간의 천장에는 불 꺼진 조명이 스무 개 가량이 달려 있었다.

 학생들은 일단 앞쪽에 있는 책상에 앉았다. 친화력이 남달리 뛰어난 레이린과 마토, 벤트릭만 대화하고 있을 뿐,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를 뚫고 그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레이뮌즈는 레이린 옆에 앉아 몸을 가린 채 마토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벤트미히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현우는 식곤증이 몰려와 꾸벅꾸벅 졸았다.

 종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문 바깥에서 들리던 이종족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문을 벌컥 열고 강의실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남자는 학생들에게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며 교탁으로 힘 있게 걸어갔다.

 데너드 교수와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풍기는 남자였다. 옷차림은 단정하고 깔끔했으며 셔츠 소매를 팔뚝까지 말아 올려 북슬북슬한 털이 보였다. 콧수염은 꼭 자로 잰 것처럼 정돈되어 있고 유난히 짙은 눈썹이 눈에 띄었다. 마토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30대 중반의 독신 남자가 떠올랐다.

 남자는 교탁 앞에 서서 출석부를 슬쩍 보는 척을 하더니 한 박자 쉬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여러분들의 그림자 이용 능력 실기를 담당할 크로 라그디헨 교수라고 합니다.”

 라그디헨 교수는 제법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다. 학생들 대부분이 멀뚱멀뚱 그를 쳐다볼 뿐 어떤 호응도 없었다. 심지어 레게머리 흑인 남자와 현우는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았다.

 “하하, 점심 먹고 난 다음에는 항상 졸리죠?”

 라그디헨 교수의 시선이 정확히 현우를 향해 있는 것을 알아챈 마토는 재빨리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서 깨웠다. 꿈속을 헤매던 현우는 몸을 움찔거리며 잠에서 깨어나 입맛을 다셨다. 태연하게 졸지 않은 척 행동했지만 잠을 흠뻑 머금었던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웠고,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그럼……. 긴 말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때마침 라그디헨 교수는 품속에서 달걀 모양의 물건을 꺼내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물건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나더니 허공에 하울릿의 영상이 불쑥 튀어나와 학생들을 향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뚜쉬!”

 곳곳에서 튀어나온 학생들의 탄성 사이로 현우의 괴상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깨서 진짜 하울릿이 나타난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벤트릭은 참 재미있는 형이라고 중얼거리며 킥킥 웃었다. 그러자 벤트미히가 느닷없이 저 형처럼 수업시간에 졸면 안 된다며 잔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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