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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능력사무소 (2)
작성일 : 17-07-06 13:08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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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내, 문경식은 입을 뗀 순간 깨달았다, 제 발로 요단강에 뛰어든 것을. 당시 경식은 영어 학원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밤 내린 골목을 기괴한 소음에 등골이 오싹해진 경식은 초식 동물답게 구석으로 숨었다. 하지만 지은 죄도 없이 숨은 죄로 그는 아르에게 목덜미를 붙잡혔다. 순간 기절하고 깼더니, 현재 이곳이다. 이성은 패닉에 밥 말아 먹고 경식은 본능대로 지껄였다. 입을 함부로 놀린 대가를 누구보다 많이 치렀으면서 아직도 모자란 모양이다. 경식이 황급히 손으로 입을 단단히 잠가보지만 느슨해지던 분위기는 나락으로 치달았다.

 딱딱한 대리석과 맞닿은 무르팍이 시려왔다. 저를 죽일 듯 달려들던 불꽃사내는 어느새 별빛소년과 쑥덕대고 있었다. 경식은 소심하게 눈동자만 살짝 들어올렸다.

 “헉,”

 케이와 눈이 마주친 경식은 잽싸게 눈을 깔았다. 별빛 소년이 노려보는 수준이 관찰은 넘은 감시 수준이었다. 경식은 쫄깃해진 심장에 격한 숨을 불어넣었다. 어디선가 물 쏟아내는 소리가 들렸고, 퍼뜩 경식은 정신이 들었다.

 “저저저, 저는 몰라요. 안 봤어요. 진짜, 진짜 몰라요오.”

 나 다 봤어요, 경식은 온몸으로 말하며 허옇게 질린 얼굴을 세차게 모로 저었다. 식은땀이 등골을 따라 오싹하게 흘렀다. 이마 끝으로 땀이 송골송골했고, 공손히 모은 손끝이 무뎌졌다. 어쩔 줄 몰라 땀만 흘리는 경식에게 명훈이 물었다.

 “당신 능력자야?”

 그 질문에 모두가 긴장했다. 다시없을 침묵이 사무소에 내렸다.

 능력자란 흔히 21세기에 들어 더 이상 특별한 비밀로 치부되지 않는다. 이능(異能)은 단순히 흥미로운 상상을 넘어 현실에도 ‘있을법한’ 것으로 가정되었다. 허나 여전히 이능이란 말도 안 되는 ‘도시괴담’으로 뉴스에선 취급도 되지 않았다. 허나 소문이란 암암리에 퍼지기 마련이고 능력자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범인이 천재를 찬양하는 것도 잠시, 다수란 원래 소수를 잡아먹는다. 범인은 천재를 매도하여 제자리를 지킨다. 천재는 아니지만 언제나 소수에 속했던 경식은 여렸을 때부터 세상의 이치를 뼛속에 새겼다.

 그렇기에 명훈의 물음에도 쉬이 답이 나가지 않았다. 특히나 환시 취급받기 쉬운 능력 덕분에 경식은 사람을 보고 소리 지르다 경찰서나 병원에 끌려갈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출처 모를 물소리는 계속 흘렀고, 경식은 괜스레 쓰라린 왼쪽 눈썹의 상처를 문질렀다.

 강명훈은 마지막 인내를 삼키며 눈앞의 여린 동물을 달랬다.

 “보소. 내한테서 뭘 봤는지 모르겠는데, 뭐 대충 아는 것 같으니께 그냥 말 해요오.”

 사내는 협박하듯 말꼬리를 올렸다.

 "나는 열(熱) 능력자야."

 제 가슴팍을 쫙 피며 말하는 태도가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보였다.

 ‘열 능력은 어떤 걸까.’

 경식은 물음을 삼키며 수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온순한 경식을 툭 치며 명훈이 재촉했다.

 ”그러니까 그쪽도 이젠 얘기를 해 줘야지.”

 명훈은 만족할만한 대답을 들은 후에야 물러설 기세였고 그 옆의 청년은 아까부터 말이 없다. 외국인인걸까, 경식은 생각했다. 투명한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외국인 같은데 묘하게 한국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이마였다.

 사실 경식은 잡아뗄 생각이었다. 변명이 어설프더라도 빨리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능력자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고, 고통 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니다. 사실 만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머니도, 몇 없는 친구도 헛소리라 단정 짓곤 경식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도 언젠가는 영화 속 히어로즈 팀처럼, 속을 터놓을 친구가 생길지 모른다고 현재의 고독을 위로해왔는지 모른다.

 ‘이젠 될 되로 되라’같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저 소년의 능력이 궁금해 입을 열었을지 모른다. 경식은 고해하듯 고백했다.

 “저는..., 사람들의 능력이 보인다고 할까요...”

 “뭐라고!”

 뜻밖의 고백에 모두가 놀랐지만, 번개처럼 등장한 아르의 반응이 특히 엄청났다. 흰색 반팔 티에 긴 검정 바지로 갈아입은 그녀는 놀란 눈을 끔벅대며 삼인용 소파에 앉았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에 비하면 꽤나 격한 반응이었다. 납치범의 뒤늦은 등장에 경식이 다시금 움츠러들었다.

 “흔치는 않네.”

 케이가 처음으로 말을 뱉었다. 사실 흔치 않다 못해 희귀했다. 실제로도 그렇고 조사 된 논문상에서도 다수의 능력자는 신체능력이나 지능이 뛰어난 자들이다. 제일 흔한 것은 제1범위의 신체 능력자들이다. 그들은 주로 힘이 세거나 스피드가 빨랐는데, 비범과 평범 사이라는 애매함 때문에 능력자로 치부할지 말지에 대한 능력자들 간의 싸움은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제2범주는 정신 능력자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똑똑한 사람부터 타인의 꿈을 다루는 능력자까지 다양했다. 예시로 명훈은 신체의 열을 다룰 줄 알았고, 아르는 사람의 감정에 동기할 줄 알았다. 아르의 능력도 흔한 편은 아니지만 능력자의 능력을 보다니, 정말 흔치 않다.

 케이는 현재 작업 중인 ‘제3범주의 능력자’ 파일로 소심한 사내를 분류하곤 멋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아까 어떻게 보인거야? 어째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냐고.”

 흥분한 소가 발굽을 굴리듯 명훈은 금방이라도 투우사에게 달려들 것 같은 소처럼 소심한 사내에게 돌진했다.

 “그러니까... 아까 어쨌다기보다는..., 지금도 보이는걸요.”

 명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잉? 그러기엔 아까랑 지금이랑은 반응이 다른디, 반응이? 왜 다른데, 어! 어떻게 다른 건데!"

 순간 화악 달려드는 화기에 경식은 우물쭈물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면서도 대답은 착실했다.

 ”그게, 그, 그냥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보이는데요. 그, 뭐라고 하지, 뭔가 다른 사람이랑 처음 만나거나 그러면 그, 능력을 보는 게 처음이니까 면역이 없어서 그런지, 그 힘이 확, 더 커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무척 조리 없던 말에 의하면, 지금 이 사내는 처음 만난 능력자의 이능은 면역이 없기 때문에 실제 힘보다 더 크게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어,"

 "형님." 명훈이 재빠르게 호칭을 고쳐줬다.

 "그러니까 혀, 형님 같은 경우에는 되게,"

 명훈의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활활 타요."

 허공에 큰 폭발을 그리는 경식을 따라 명훈의 눈도 팍 커졌다. 잠시 굳어있던 명훈은 푸핫, 뒤늦게 웃음을 터뜨렸다. 경박한 웃음소리에 경식이 흠칫 놀란다.

 "나는?"

 아르가 금세 달려들었다. 절도 있게 인상 쓴 얼굴을 슬쩍 피하며 경식이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니까..."

 말해도 될까, 경식은 눈 굴리며 고민했다. 타인의 평가를 좋아하는 이는 없다. 제 아무리 이능을 뽐내기 좋아하는 능력자라도, 경식이 혹여 마음에 안 드는 말이라도 했다간 적반하장으로 달려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네가 뭘 알아’ 같은 말은 기본이고 ‘그딴 게 능력이야’ 소리 듣기 십상이다. 풍부한 경험을 소유한 경식은 유난히 아르의 능력을 보는데 주저했다.

 ‘좋은 소리로 들리진 않을 텐데.’

 "상관없으니까 얘기해봐."

 경식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르가 덤덤히 말했다. 협박 같던 명훈의 말과 달리 진중했다.

 "그래. 아따 거참, 후딱 아르 것도 얘기 좀 해봐봐."

 명훈도 부추겼다. 아르와는 눈도 못 마주치는 경식이 입술을 한 이십 번 쯤 씹어 넘겼을 때야 이야기를 꺼냈다, 제발 맞지만 말길 바라며.

 "그러니까요, 아르..씨는 뭐랄까, 까만 게, 조금 무섭달까요."

 "뭐가?"

 아르와 명훈이 동시에 물었다.

 “눈이요,” 말하며 문경식은 그 까만 눈동자를 마주했다.

 정면으로 부딪힌 시선에 아르가 살짝 숨을 들이켰다.

 ‘아아아. 지뢰를 밟았구먼, 청년.’

 손바닥으로 이마를 숨기며 명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괜한 걸 들었다며 자책했다. 자신의 이능을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아르에게 저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명훈은 슬쩍 상체를 뒤로 뺐다. 이제보니 케이는 이미 책상 뒤로 대피한지 오래였다.

 ‘이기적인 놈.’

 명훈은 잇속에 빠른 케이를 노려봤다. 허나 케이는 눈 하나 끔벅 안 하고 계속 소심한 사내를 관찰할 뿐이다.

 분위기가 심해까지 가라앉고 나서야 경식은 헛숨을 들이키며 두 손을 세차게 저었다. 호들갑을 떨며 그는 황급히 변명했다.

 "아 그러니까요, 그게 뭐랄까 엄청 무섭다는 게 아니라, 아니 무섭긴 한데, 그게. 아르 씨 눈이 절 싫어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주둥이가 헛소리만 내뱉고 닫혔다. 경식은 마음 같아선 쓸모없는 이 주둥이를 세차게 때리고 싶었다.

 "그런가."

 아르는 의외로 덤덤했다. 잠시 씁쓸한 미소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획 경식을 노려봤다.

 “그니까. 네가 뭔 생각을 하건 다 알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농담도 장난인줄 모르는 작은 가슴의 사내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내는 의외로 궁금증을 못 참는 편인지 어깨는 움츠리면서 폭풍 질문을 내뱉었다.

 "독, 독신술 같은 걸까요! 아니면 마음을 투시하는, 뭐 그런 건가요?"

 "뭐야. 딱 보면 나오고 그런 거 아니었어?"

 "그렇게 자세하겐 알지 못해요. 그냥 능력을 쓰는 특정 부분이 시각적으로 도드라져 보일 뿐인걸요."

 흐음, 그녀는 볼을 홀쭉하게 만들었다.

 "독심술은 아니고, 사람의 감정이 보이는 것뿐이야. 네가 남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와아. 대단해요."

 경식의 입에서 순수한 감탄이 터져나왔다. 시야에 떠오르는 ‘동경(30++)’에 아르도 간만에 진실 어린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니까 나 보면서 허튼 생각 말라는 거지."

 허나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녀의 신조에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

 "그렇군요."

 진지하게 끄덕이는 경식을 뒤로 한 채 아르는 제 책상으로 돌아갔다. 케이도 볼 일 다 봤다는 듯 걸음을 뗐다. 다들 주섬주섬 자리를 뜨는 분위기였다.

 "그럼 케이는 어떻게 보이는데?"

 강명훈이 물었다. 사실 질문은 ‘케이도 능력이 있는 거야?’가 맞을지 모른다. 어릴 때부터 케이는 총명했다. 동네로 이사 온 케이와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그랬고, 저보다 나이가 어린 것을 알아도 그랬다. 그의 비상함은 비현실적을 넘어 신비로웠다. 요 똑똑한 것이 어떻게 내 친구일까, 하고 중학생 명훈이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허나 명훈이 넌 능력자라며 펄펄 뛸 때도 정작 본인은 ‘그래, 능력일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고.’ 따위의 말로 대수롭지 않아 했다.

 "어, 그러니까요...."

 문경식이 습관적으로 ‘그러니까요’를 반복하며 저 멀리 서 있는 케이를 바라봤다. 그러길 몇십 초가 지났을까. 소심한 사내의 초점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는 천국의 낙원이라도 훔쳐보는지 입까지 헤 벌리며, 케이의 이마 어딘지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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