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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2-1화. Catch Me If You Can
작성일 : 17-07-05 18:45     조회 : 346     추천 : 1     분량 : 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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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아침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소리 없는 식사는 식탁 위에 쌓인 의성어에 묻혔다. 먼저 접시를 비운 아빠는 더운 열기를 참지 못해 사우나를 나가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는 시리얼을 입에 넣고 아빠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시리얼에 돌이 섞였는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윽고 그릇에 남은 우유와 동동 띄워진 시리얼을 단번에 마신 후 '잘 먹었다'고 크게 소리쳤다. 엄마의 거창한 아침 식사 마무리를 호응 없이 지켜본 나는 남은 빵을 마저 삼켰다.

 "둘이 요즘 이상해, 주말부터 지금까지 너무 조용한 거 아냐?"

 "안 이상해, 엄마가 요란한 거야."

 나는 빵가루가 남은 식기를 물에 헹구고 세척기에 넣었다. 그리고 내 방으로 돌아가 등교 준비를 했다. 아니 정확하게 '섀도복싱'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있을 나루에게 어떤 말로 회유하고, 잘못을 시인하게 할지 머릿속으로 고민했다. 그러다 눈치 없이 웃는 나루를 생각하면 불쑥 화가 나기도 하지만, 침착해야 한다. 나루는 내 정체를 알고 있다. 섣불리 학교에서 멱살이라도 잡는 순간, 내 정체가 교내에 퍼질 것이다. 코로 공기를 가득 삼키고 입으로 잔뜩 내뱉었다. 불필요한 감정이 덜어지는 것 같다.

 

 "뭐야, 넌 누구야?"

 자리에 앉고 보니 옆자리에 처음 보는 남자아이가 바보같이 웃고 있다. 나루, 나루는 어딨지?

 "너, 수요일에 결석했지? 우리 자리 바꿨었어."

 남자아이의 때 없는 대답에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럼 내 자리는?"

 "넌 선택권이 없어서 범생이 자리에 뽑혔어. 네가 지금 앉은 자리는 다른 친구 자리야."

 아이는 내가 어떤 자리에 뽑히든 말든 상관없으니 그 자리에서 나오라는 것처럼 구는 듯했다. 아이가 말한 자리는 선생님과 수업 중 즉석 1:1 눈싸움도 가능한 곳이다. 갑자기 이렇게 교실 맨 앞으로 쫓겨나게 되다니, 비극이다. 나는 성의없이 '그래'라는 대답과 함께 축 늘어진 발걸음으로 내 자리를 떠났다. 날카로운 회색빛으로 반짝이는 전자교탁에 딱 붙어있는 책상이 내 자리다. 모든 것이 뚜렷하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교실 뒤를 두리번거리며 나루를 찾으려 했다. 그나저나 이 녀석 자리는 어디지?

 교실을 훑어보던 중 종이 울리자 담임 선생님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은 구두 소리를 내며 들어온 담임의 눈화장도 자세히 보여 더욱 한숨이 나왔다. 교탁 앞에 선 담임은 그런 내게 곁눈질했다.

 "자리가 바뀌니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것 같군요, 한지금 선생님?"

 담임은 입가를 살짝 올린 후 교실을 아우르게 보았다.

 "인사는 생략, 옆에 없는 사람 있나요?"

 모두 조용히 담임만 쳐다보는지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어, 현민 학생. 옆에 없나요?"

 아이들이 담임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옆에 안 왔어요."

 아까 바보같이 웃던 아이다. 그 아이의 손가락은 전에 내가 앉은 자리를 향했다. 담임은 교탁을 만지더니 의미심장한 소리를 냈다.

 "오늘은 나루 학생이 안 왔네요."

 내 이전 자리의 주인이 나루였다니. 그것보다 학교도 안 나온 거야? 끈덕지게 나를 피하는 나루가 이제는 결석까지 감행한 것일까. 아무리 나를 피한다고 해도 보충수업을 감행하다니. 이쯤 되면 나루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디라도 아픈 걸까요."

 혼잣말을 한 담임은 입을 닫더니 나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이들은 뒤에서 소곤거리며 떠들었다. 지저분한 소담에 나와 나루의 이름이 간간이 들렸다.

 "조용! 음악 하나 듣고 아침 조회 마칠게요. 그리고 지금 학생은 잠깐 나 좀 따라와 줄 수 있나요?"

 나는 갑작스런 담임의 호출에 뒤늦게 대답했다. 담임은 반장한테 아이들을 조용히 하라 말하고, 교실을 나갔다. 나는 담임의 구두 소리를 뒤따라 타박타박 걸어갔다. 복도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A Flower is Not a Flower」가 꽃잎이 떨어지듯이 들렸다.

 담임이 나를 데려간 곳은 '상담실'이었다. 얌전히 문을 닫고 들어가자 옅은 허브향이 느껴졌다. 푹신한 1인 가죽 소파에 앉은 담임은 맞은편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우리 사이에 있는 둥근 유리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 위에 잡다한 과자들과 티백으로 된 녹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몸은 좀 괜찮아요? 어머니께 연락받았어요."

 담임은 대화의 순서 없이 본론만 예의 있게 이야기했다.

 "예, 많이 좋아졌어요."

 내 말에 살짝 코웃음을 친 담임은 '다행이네요' 하며, 테이블에 놓인 초코쿠키 하나를 집었다. 쿠키 하나가 빠지자 정렬이 무너졌다.

 "나루 학생, 오늘 못 나오는 거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몰랐어요."

 "그...렇군요."

 담임은 알 수 없는 지점에서 말을 끌어 답했다. 그리고 무언가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난데없이 집었던 쿠키를 내게 내밀었다. 먹을 의향은 없었으나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어 말없이 받았다.

 "나루 학생을 많이 신경 써줘요. 친구는 교육자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으니까."

 친구라는 말을 듣자 손이 살짝 떨렸다. 얇은 쿠키였다면 또각하며 반으로 쪼개졌을 것이다. 담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수업 하러 갑시다. 역사잖아요."

 우리는 상담실에서 나와 교실로 돌아갔다. 쿠키를 주머니에 넣으며 복도를 걸었다. 담임이 먼저 교실 문을 열자 수업 종이 울렸다. 그 이후 나루는 지각에서 무단결석으로 바뀌었다.

 

 화요일에도 나루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혼나고, 용서를 구하면 되는 일을 이토록 미뤄야 했을까. 담임은 종처럼 교실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담임 목에 있는 조그만 점을 보니 하루빨리 자리를 바꾸고 싶었다.

 "인사는 생략, 오늘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할게요. 나루 학생이 몸이 안 좋아요."

 아이들은 담임의 말에 잠시 소곤거리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자세한 병명은 모르겠지만 당분간 학교에 못 온다고 해요. 단체 병문안을 요청했으나 얼굴을 못 볼 정도로 매우 아프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으로라도 나루 학생 병문안을 할 수 있도록 해요. 잠시 눈을 감고 친구에게 완쾌를 소망합시다."

 담임은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이들은 먼 타국의 정치기사를 읽듯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으나, 하나둘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오직 나만 눈을 뜬 채 나루를 생각했다.

 나는 조례가 끝나자마자 복도에서 담임을 불렀다. 담임은 태연하게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죠? 한지금 선생님."

 "누가 나루의 소식을 알려줬죠?"

 선생님은 손목시계를 한번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으니 이름만 말할게요. 모모라는 보호자였어요."

 말을 마치고 다시 뒤돌아가려는 그때 도덕 선생님이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예지 씨. 또 그 학생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어?"

 예지는 담임의 이름이다. 엄격한 담임은 도덕의 오지랖에 신경쓰지 않았다.

 "예, 제 학생이요."

 "아휴, 왜 이래. 우리 동갑인데 말 편히..."

 "그게 누구예요!"

 나는 도덕의 말을 급히 가로막았다. 도덕은 나에게 살짝 호통을 치더니 다시 담임을 바라봤다. 담임은 몸을 돌려 도덕에게 등을 돌렸다.

 "빨간 단발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성인 여성이었어요. 이름이랑 연락처를 알려달라 하니 교무실을 그냥 나가더군요."

 "언제, 언제였어요?"

 "어제 월요일이에요."

 담임은 할 말을 마쳤는지 도덕의 어깨를 툭 치고 복도를 지나갔다. 도덕은 어깨를 털더니 모욕감이라도 느꼈는지 투덜거리며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루를 찾는 사람이 또 있다니. 학교까지 찾아왔을 정도면 분명 나루에게 무슨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하교할 때까지 생각이 폭죽처럼 머릿속에서 터졌다. 선생님들은 수업마다 그런 나를 지적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돌아가 PC를 켰다. 오늘은 아라와 채팅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날이다.

 ARARI : 그래서 지금도 못 찾았어요?

 NOW : 응, 집 앞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려도 안 보이더라.

 ARARI : 그 빨간 머리 여자는 누군지 알아냈어요?

 NOW : 아니, 전혀. 알 방법이 있어야지.

 ARARI : 흠, 그렇군요. 저는 정보 캐왔는데.

 나는 키보드를 부실 듯이 '놀려?'라고 쳤다.

 ARARI : 놀리긴요, 할 일 한 거죠.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결국 영생을 원하는 자는 인간이 최상의 존재로 남길 갈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NOW : 그래서?

 ARARI : OH(Only, Human) 알아요? 거기서 이번에 P8이라는 생체칩을 개발한다고 해요. 저는 이게 저번에 말한 '폴에이트(Fall Eight)'와 연관이 있다고 봐요.

 NOW : OH? 거기 그냥 기계에 열등감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 아니야? 인터넷으로 기계 싫다고 빽빽거리는 곳.

 ARARI : 맞아요, 사람들한테 쓰레기 소굴이라고 불렸던 곳이죠. 그곳에서 맨날 사건·사고가 발생했으니까.

 NOW : 그런 애들이 생체칩을 만든다고? 그냥 사이버 워리어 모임 아니야?

 ARARI : 그건 옛날이야기죠. 이번에 휴머노이드 이마에 'R'을 새긴 것도 이 OH가 한 짓이잖아요. 국제법안 발의한 높으신 사람이 OH에서 우수회원이었어요.

 NOW : 그래서 P8은 뭐야, 그게 '폴에이트'랑 무슨 상관이야.

 ARARI : 우선 P는 Fall의 'F'와 유사 발음! 뒤에 '8=Eight'잖아요. 게다가 생체칩, 영생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NOW : 너 진짜 멍청하다. 기계 싫은 사람이 왜 기계로 생명 연장을 꿈꿔? 환경운동가가 국제 환경 포럼에 배기가스 차 끌고 오는 거랑 뭐가 달라.

 ARARI : 그런가요.

 NOW : 어휴, 진짜. 차라리 남한으로 와서 하루종일 나루 집이나 감시하는 게 어때?

 ARARI : 감시...

 아라는 잠시 채팅을 멈췄다.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싶어 '미안'이라고 쓸 지 망설였다. 첫 글자 '미'를 치는 중에 웬 쇼핑몰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ARARI : 이거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주소로 들어가자 나는 손뼉을 '탁' 치며 '이거야' 하고 마음으로 소리쳤다.

 ARARI : 남한은 불법이라서 못 사죠? 저희는 아직 그런 법이 없어서 100개도 살 수 있어요.

 NOW : 더더욱 북한에서 살지 않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겠네. 자기 절제도 못하는 변태들이 히히덕거리며 100개나 살 수 있다는 거잖아.

 ARARI : 오늘 너무 욕만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아라의 말에 속이 찔렸다. 그리고 마저 쓰려다 지운 말을 아라에게 보냈다.

 NOW : 미안

 ARARI : 사과가 빠르네요 ㅎㅎ

 마지막에 쓴 'ㅎㅎ'가 거슬려 곧장 답장을 보냈다.

 NOW : 뭐라는 거야, 이 멍청이가. 얼른 특송으로 보내줘.

 ARARI : 넵! 내일 바로 도착할 거예요. 결제는 제가 하죠.

 나는 'ㄱ'을 누르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쉽사리 '고마워'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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