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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1 화. 그 남자
작성일 : 17-07-05 17:04     조회 : 61     추천 : 0     분량 : 7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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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1 화. 그 남자

 

 

 

 달칵-

 

 사장실로 돌아온 지원은 입고 있던 재킷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책상 의자에 앉았다. 창가로 돌아앉은 그의 머릿속에 잠시 떠오른 아까 그 여자, 이세희.

 

 밤하늘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 검은색 생머리에, 푸른 스키니진과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는 이제 막 취업준비를 시작한 대학생답지 않게 풋풋한 느낌이 가득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자신이 두 번 부를 때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건가?

 

 칠칠 맞긴…. 내일부터 K 그룹 본사에 출근해야 하는 사원이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어서야 회사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아닌 무시를 한 지원은 속으로 혀를 차며 내선 전화를 눌렀다.

 

 “네. 사장님.”

 

 “장 비서, 김 이사님이나 성 이사님과 면담을 했으면 하는데….”

 

 “네. 알겠습니다.”

 

 그는 통화를 종료 시킨 뒤 책상 위에 팔을 올리고 깍지를 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이제는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차례다.

 

 차가운 미소를 머금으며 앉아있는 그에게 창문을 통해 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그를 비추다 되레 차갑게 식어서 돌아가 버렸다.

 

 

 

 잠시 후, 장 비서로부터 김 이사와 성 이사가 왔다는 호출이 왔다.

 

 똑똑-

 

 “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부르셨습니까.”

 

 “앉으세요.”

 

 책상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있는 소파로 그 둘을 안내한 지원은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셨는지….”

 

 

 

 말끝을 흐리는 김 이사는 성 이사와 함께 강 사장의 분위기를 살피기 바빴다. 잠시 후, 한참을 그 둘을 응시하던 그가 입술을 뗐다.

 

 "저희 회사는 할아버지가 초대 회장으로 계셨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원칙을 무시하는 파격적인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저보다 이 회사에 오래 계셨던 두 분께서 모르실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턴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지원자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고자 하시는 두 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 이사와 성 이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올 것이 왔구나…!'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은 회사 생활 기간이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고 회사의 미래에 이바지할 공을 세운 직원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임원들이 괜히 짬밥 오래 먹으며 회사 생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물론, 강 회장의 오랜 인연으로 명예직처럼 한 자리 꿰 차고 있는 인물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회사를 위해 회사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 필요한 인재를 뽑는 것, 그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었다.

 

 최대한 강 사장의 비위를 거스르게 하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밀고 나가야 했다.

 

 이번 공모전 심사에서 아주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던 성 이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도 아시는 사실이지만 이번 공모전의 주제가 저희 회사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하는 거였잖습니까. 겉으로는 주제가 정해지지 않은 다양한 사업 구상 계획서 공모였던 이번 공모전에서 저희가 바랐던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회사를 국민들과 동떨어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기 보다는, 함께 커가는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를 창출해 낼 기획안을 제시한 지원자 선발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완벽한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계속하세요.”

 

 “매년 대부분의 지원자가 저희 기업의 이미지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거창하고 겉으로만 보기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하지 않고 심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예전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저희가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으시다면 합격자 이 세희 씨를 비롯한 나머지 합격자들의 기획안을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

 

 얼음 왕자라고 불리는 강 사장의 고집을 꺾을 용감한 자가 어디 있을까.

 

 두 사람을 부르기 전부터 이미 자신의 마음을 굳힌 지원은 앞을 응시한 채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시간을 방해한 만큼 자신이 1년 동안 시키는 업무를 묵묵히 해낸다면 정식 채용은 그 때 가서 얘기해도 늦지 않겠지.

 

 

 

 “사장님...?”

 

 성이사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자, 김 이사가 강 사장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두 분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이 세희 씨를 비롯한 합격자들의 기획서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세희 씨를 비롯한 예비 인턴들에게 누구랄 것 없이 평등한 기회를 줄 것입니다.”

 

 “......”

 

 “인턴 활동기간이 1년이 된 후에도 두 분의 생각이 변함없으시다면 그때, 다시 듣도록 하겠습니다. 예정대로 오늘 만났던 합격자들은 정상 출근 시키도록 하세요. 나가보세요.”

 

 “알겠습니다.”

 

 

 

 

 

 ***

 

 

 

 

 

 그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온 김 이사와 성 이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장 비서를 바라보며 꽤 난감해했다.

 

 “이거…. 안 그래도 날카로우시고 얼음장 같으신데 저희가 괜히 나선 것이 아닐까요?”

 

 뒷목을 쓰다듬으면서 씁쓸하게 웃는 김 이사였다.

 

 “아닐 걸세. 이번만큼은 우리가 간절하게 부탁하니 비록 1년 후라지만, 가능성을 열어두셨지 않나. 나머지는 젊은 인턴들에게 맡겨야지. 사장님 무섭다고 도망가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K 그룹은 강 사장의 취임 이후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기 위해 '대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벌과 학점, 자격증에 구애받는 이력서 접수 대신, 1년에 2번 개최하는 공모전 심사를 통해 합격자를 50명씩 배출한 후, 인턴이라는 실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턴으로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의 빠르고 효율적인 회사 생활을 돕기 위해 멘토를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정해진 멘토와 함께 실무 경험을 쌓으며 실무 능력을 평가받은 후, 그들의 평가 여부에 따라 취업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들어온 햇병아리들이 강 사장의 무시무시한 업무 지시와 얼음장 같은 표정을 보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퇴사한 직원들의 수가 그 해 공모전 합격자의 절반을 넘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강 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악덕 사장으로 소문이 났고, 그에 대해 퍼진 소문은 눈덩이가 점차 크기를 더해 가듯이 커져갔다.

 

 

 

 김 이사는 그러한 사장을 보좌하고 있는 장 비서를 돌아보며 경의를 표했다.

 

 강 사장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성 이사가 장 비서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장 비서가 고생이 많네.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 무서워 지실지도 모르지만 그러시더라도 사장님 곁을 떠나지는 마시게. 어릴 적부터 외로우셨던 분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장 비서는 강 사장 밑에서 일하기 전부터 그를 알고 지냈었다. 그의 아버지의 친구이신 성 이사가 어느 날 자신을 강 회장의 집으로 자신을 데려가 지원을 소개해주었다.

 

 그때부터 그 나이 또래답지 않게 감정부터 먼저 숨기고 타인에 대한 경계를 보이며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자신을 바라보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자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시는, 아버지만큼 정말 믿고 따르는 분께서 처음으로 제게 부탁하시는 것과 상관없이.

 

 이 회사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자신의 소중한 사장님을 꼭 지켜드리리라 마음먹은 그였다.

 

 

 

 “난 그분이 더 이상은 외롭지 않게, 하늘에서 사장님의 마음을 훔칠 여자가 뚝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네. 껄껄껄.”

 

 “자네도 참~ 자네는 집에 있는 마누라를 두고 그런 소리가 나오나? 허허.”

 

 “자네는 연애결혼이 아니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남자가 옆에서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여자가 생기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몰라서 그러는 걸세. 연애란 것은 참으로 좋은 거라고. 내가 20년만 더 젊었어도 연애를 즐겼을 텐데 말이야.”

 

 “아니지.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고. 자네는 자네 마누라한테 푹 빠져서 빨리 결혼하자고 매달렸던 입장이질 않았나.”

 

 “그랬었나? 하하하. 시간이 지나도 아직 풋풋해서 그런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구먼.”

 

 

 

 성 이사는 50이 넘은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아직도 아내와 애정이 충만한 애처가이다.

 

 비록, 둘 사이에 자식은 없지만 성 이사네 부부를 만나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하루에 몇 시간을 떨어져 있어도 몇 십 년 넘게 떨어져 있었던 사람들처럼 못다 한 애정 표현이 흘러넘친다고 한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며 자리를 피한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성이사의 말에 흐뭇하게 웃은 장 비서가 웃으며 말했다.

 

 “성 이사님과 사모님처럼 저희 사장님께도 꼭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장 비서의 말에, 성 이사가 말했다.

 

 “자네도 그렇구먼? 나는 아예 결혼까지 해버리셨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지금보다 많이 나아지시지 않겠나? 허허.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내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올해는 왠지 느낌이 좋아. 정 안 되면 어디 참한 아가씨 구해다가 꼭 짝을 지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강 사장에게도 그런 날이 오기를…. 비서실에 있는 남자들은 하루 동안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 가벼운 농담도 던지면서 끈끈한 동지애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세희는 아까 그렇게 차가운 얼굴을 한 남자로부터 진심 어린 충고 아닌 경고를 듣고 당황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살면서 한 번도 저렇게 질타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온 그녀였기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놓친 부분이라도 있나?

 

 강 사장의 차가운 반응에 당황하며 합격자들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자마자 헐레벌떡 그의 뒤를 쫓아간 인상 좋은 아저씨를 보면 사장의 성격이 보통이 아닌가 보다.

 

 잘못한 게 있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이 회사의 분위기 적응에 필요한 절차라면 더더욱.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공모전 합격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세희 씨. 괜찮아?”

 

 50명의 합격자 내에서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대화를 많이 나눈 준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네. 아까 제가 멍 때리고 있을 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그녀에게 준후가 그러지 마라며 손 사레를 쳤다.

 

 “아니~. 그 정도로 뭘~. 그런데 아까 사장님이 부르실 때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고 있었던 거야?”

 

 세희는 그의 물음에 아까 봤던 영상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거 같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완고한 고집으로 인해 중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남자라고는 선생님들을 제외하고 접할 기회가 없었다.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그녀에게 하늘의 별 따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남자를 만날 기회 덕분에, 처음 보는 슈트 속에 감춰진 남자의 다부진 몸과 부드러운 중저음에 취했다고 어찌 직접 얘기할까.

 

 “그냥 잠시 멍 때리고 있었어요. 하하….”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재희 오빠]

 

 

 

 핸드폰 액정에 뜬 발신자가 재희 오빠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준후에게 양해를 구한 후 살며시 기획팀을 빠져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 세희! 잘 들어갔냐?”

 

 밝고 씩씩한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아니. 아직 회사인데 보내줄 생각을 안 하네. 사장님께서 잠깐 다녀가신 이후로는 완전 함흥차사야.”

 

 “사장님? 이야~ 우리 꼬맹이, 출근 도장 찍기 전에 사장님부터 만나 뵙고. 어때, 이 오빠가 말한 대로 잘 생겼지?”

 

 잘생겼냐고? 어우 진짜.

 

 세희는 아까 직원 회의실에서 마주해야 했던 차가운 지원의 눈빛이 떠올라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오빠.”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낮게 깔린 목소리.

 

 “응?”

 

 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사람 불안하게. 건너편에서 사람 좋게 웃고 있던 재희의 얼굴이 불안으로 굳어갔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다시피 해 온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설마….

 

 “오빠는 다 알고 있었지?”

 

 “ㅁ.. 뭘??”

 

 긴장한 나머지 말도 더듬는 그였다. 세희가 화가 나서 뚜껑 열리는 날에는 거의 반죽음과도 같은 날이다.

 

 “사장 성격 구린 거. 잘 생기면 뭐하느냐고! 성격이 더러운데. 그렇게 공모전에 참가하라고 꾀어댈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하는 건데. 이제 어떡하느냐고….”

 

 그녀가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부드럽고 반듯했던 말투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오래 알고 지내왔던 재희여서 편하게 생각하기에. 허물없이 투정을 부릴 수가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재희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고쳐 쥐었다.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다.

 

 “잠깐. 잠깐만. 세희야.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는 이유는 단 두 가지. 잠에 취해 있거나 몹시 화가 났을 때.

 

 지금의 상황은 후자에 속하는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한 그는 세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세희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해줘야 오빠가 알 거 아냐. 진짜 맹세컨대,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네 취업을 돕고자 했을 뿐이지 장난으로 널 놀릴 생각은 없었어. 진짜야. 응?”

 

 “몰라. 끊어. 나 미운털 박혀서 1년 뒤에 취직 못 하면 오빠 미워할 거야.”

 

 뚝-

 

 재희는 끊어진 핸드폰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웬만해서 화를 내지 않는 애가, 이렇게 그냥 끊어버리면 더 신경 쓰이잖아.

 

 그는 머리를 헝클었다. 미치겠다.

 

 

 

 

 

 ***

 

 

 

 

 

 책상에 앉아 마지막 결재 서류에 사인을 끝낸 지원은 손목에 둘러져 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시계가 퇴근할 시간이 조금 넘었음을 확인한 그의 얼굴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부드러운 미소가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아주 잠시.

 

 "장비서. 퇴근할 테니 차 대기 시켜."

 

 "알겠습니다."

 

 지원의 몸을 실은 날렵하게 빠진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고급 오피스텔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평소에 운전은 장 비서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퇴근할 때만큼은 직접 차를 몰고 가는 지원이었다. 그리고.

 

 아까 살짝 보였던 그 부드러운 미소는 이제 더 짙은 농도로 그의 얼굴에 퍼져나갔다.

 

 집에 무슨 꿀단지라도 숨겨놓은 걸까?

 

 

 

 띠. 띠. 띠.

 

 띠리릭~.

 

 

 

 현관문을 닫고 들어온 그는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로 손을 더듬어 거실의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들어온 거실을 차갑지만 아무 표정 없이 둘러본 그는 이윽고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차가운 표정을 얼굴에서 서서히 지워나갔다.

 

 차가운 표정을 지워낸 그의 얼굴에 자리한 것은, 귀여운 7살 소년이 지을법한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미소였다. 그러한 그의 미소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아니. 그 대상은….

 

 

 

 "야옹(왔냥)."

 

 고양이였다.

 

 지원은 싱긋 웃으며 고양이를 향해 팔을 벌리고 달려갔다.

 

 "우와앙~. 레온. 잘 지냈어? 나 없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어요?"

 

 그의 차가운 목소리마저 완전히 지워버린 채로.

 

 같은 사람이 맞는 걸까? 어느 모습이 진짜 모습인 걸까?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냐앙 (나에게 밥을 달라 주인아)."

 

 하얀색 고양이, 레온을 팔에 안은 지원은 고양이의 땡그란 눈을 바라보며 천사 미소를 띤 채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응? 오늘 뭐 했냐구?? 오늘 글쎄 어떤 여자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게 아저씨들 마음에 쏙 들어서 바로 스카우트 하자고 하지 뭐야.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원칙 깨기를 부탁하다니 너무 했어. 덕분에 울 레온 보려고 빨리 오지도 못하고. 내가 얼~마나 우리 레온이 보고 싶었는데에-."

 

 지원이 지을 수 있는 표정 중 가장 편안하고 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고양이에게 말을 걸며 볼을 비비고 있는 그의 집 거실에는, 얼음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는 녹아버리고 없었다.

 

 "냥 냥 냥~!!! (알았으니까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줄 테니 밥이나 먼저 내놔라. 주인아!)"

 

 다만.

 

 밥은 안 주고 애정 표현만 해대는 주인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하얀색 털의 터키쉬 앙고라만이 회사에서의 지원처럼 성질을 부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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