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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채운몽
작가 : 채헌
작품등록일 : 2017.6.19

조선 최초의 레즈비언으로 기록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세자빈 월, 기루 무사 소쌍을 만나 운명인 듯 우연인 듯 사랑에 빠진다. 아니라 해도, 아니 된다 해도 돌아설 수 없었던 그녀들의, 무지개빛 로맨스

 
28장. 아니 된다 하여도
작성일 : 17-07-05 13:14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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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이고, 시원해라.”

 

  왕이 눈을 감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소의가 무릎을 베고 누운 왕을 부채로 부쳐주고 있었다.

 

  “소첩의 부채질이 마음에 드시옵니까.”

 

  “부채질뿐이냐. 너의 어느 한 구석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왕이 김소의의 배에 얼굴을 부비더니 한숨을 쉬었다.

 

  “헌데 어찌 한숨을 쉬시옵니까. 또 정사 걱정을 하시는 것인지요. 소첩의 곁에서만큼은 정사에서 마음을 떼기로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김소의가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왕이 고개를 돌려 김소의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그러고 싶다만 그럴 수가 있어야지. 무슨 일이 해도 해도 줄지가 않는다. 왕의 일을 만기라 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게야.”

 

  “특별히 심려되는 일이라도 있으시옵니까.”

 

  “특별히 심려되는 일이 한두 가지겠느냐. 신하들은 하나같이 게을러 터져가지고 일 하나 시켜먹으려면 한참을 구슬러야 하고, 일 좀 한다 싶은 놈은 걸핏하면 사직상소를 올린다.

 

  거기다 맏형이란 작자는 허구헌 날 사고를 쳐서 매일같이 옥첩에서 빼라, 하삼도로 유배를 보내라 상소가 올라오게 만들고.

 

  형님 때문에 올라오는 장계와 상소만 없어도 내 일이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양녕을 생각하니 열이 뻗치는지 왕이 이마를 짚었다. 김소의가 부채질을 세게 하여 열을 식혀주었다.

 

  “그래도 전하 곁엔 든든한 세자저하가 계시지 않사옵니까.”

 

  “세자는 세자대로 걱정이다.”

 

  “세자께서 전하를 똑 빼닮아 구용을 갖추고, 조선 왕실을 번영케 할 간세지재라 숭앙 받는 것을 아시지 않사옵니까.

 

  권승휘가 회임을 하여 곧 후사도 나올 것인데 무슨 걱정이 있다 하십니까.”

 

  “날 닮은 건 좋다만 방에만 처박혀있는 것까지 날 닮을 건 뭐란 말이냐.

 

  나면서부터 궁에 있어 그런지, 궁 밖의 일은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사람을 다룰 때는 매운 구석도 있어야 하는 법인데 매사에 무르기만 하니, 아랫사람들이 우습게보지 않겠느냐.”

 

  “정이 많고 착하신 것이옵니다. 그런 성정이 백성들을 따숩게 끌어안지 않겠는지요.”

 

  “옥좌에 앉는 이는 절대 정이 많고 착해서는 아니 돼. 그리 해서는 제 옥좌는 물론이고, 다음의 옥좌도 담보할 수가 없음이야.”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실 것이옵니다. 세자저하께서 어떤 분인지 전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잘 아니 걱정이지. 이럴 때 보면 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을 하나 키우는 기분이다. 세자가 그리 암사내 같아서야 안심하고 옥좌를 물려줄 수 있겠느냐 말이다.”

 

  또 열이 뻗치는지 왕이 곤룡포 옷섶을 펄럭거렸다.

 

  “곧 아기씨께서 태어나시면 달라지실 겝니다. 사내란 아비가 되었을 때 다시 태어난다 하지 않사옵니까.”

 

  “그러면 좋겠다만 사람 성정이라는 것이 쉬 바뀌지 않으니 말이지.”

 

  왕이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혀를 찼다. 김소의가 눈을 곱게 흘기며 웃었다.

 

  “전하께서도 욕심을 좀 버리셔야 하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세상 모든 이가 전하만큼 잘날 수는 없사옵니다. 전하께서는 평범한 이들이 가진 능력의 곱절, 그 곱절의 곱절을 가지신 분임을 잊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능력이 부족하면 노력으로 채우면 될 것 아니냐.”

 

  “처음부터 백 보 앞에 나와 있는 이와 백 보 뒤에 서 있는 이의 노력이 어찌 같은 결실을 만들겠사옵니까.”

 

  왕이 마뜩찮은 얼굴로 끄응, 소리를 내었다. 김소의가 달래듯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아니 되는 것들이 많사옵니다. 소첩이 보기엔 전하의 눈높이가 너무 높으시옵니다.

 

  생각해보시오소서. 조선 하늘 아래 전하의 마음에 차는 인물이 하나라도 있으십니까. 기대치가 너무 높기에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마음에 차지 않으시는 것이옵니다.”

 

  “내 마음에 차는 이가 왜 없느냐. 너 있잖느냐.”

 

  왕이 투정부리듯 입을 내밀며 김소의의 허리를 안았다.

 

  “소첩이야말로 부족한 것투성이옵니다. 소첩을 보듯 신료들을, 저하를 보아주시옵소서.”

 

  왕이 대답 대신 벌러덩 드러누워 팔을 툭툭 두드렸다.

 

  “잔소리는 그쯤 하고, 이리 누워보거라.”

 

  김소의가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아직 인정도 치기 전이옵니다.”

 

  “눕기만 하거라. 내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김소의가 방문 밖에 선 상궁들을 의식하여 망설였다.

 

  “어허, 어서 누우라니까. 어명을 거스를 셈이냐.”

 

  왕의 채근에 할 수 없이 김소의가 왕의 팔을 베고 누웠다. 왕이 부드러운 손길로 김소의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너는 참으로 고운 여인이다. 얼굴도, 마음도 참으로 곱지. 내 꼭 너 같은 이를 세자빈으로 들였어야 하는 건데, 쯧쯧쯧쯧.”

 

  “지금 빈궁 마노라께서도 곱디고운 분이시옵니다. 어여삐 보아주소서.”

 

  “중전과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어여삐 보려 해도 어여삐 볼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 말이지. 세자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해 회임도 못 하는 걸 보거라.

 

  그러면 언행을 음전히 닦으며 후사를 넓히기 위해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인데도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고 사사건건 정사에만 참견을 하려 든다.

 

  그런데 내 어찌 빈궁을 어여삐 보겠느냐.”

 

  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번에 사가에 나간 것도 아비의 병 때문이라 했지만 실은 권승휘가 임신을 한 것이 약이 올라 배알이 뒤틀린 게지.”

 

  “전하, 어찌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애써 변명해줄 것 없다. 그 얕은 속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투처만큼이나 극악한 재앙이 없거늘, 쯧쯧.”

 

  한참 열을 올리던 왕이 김소의를 보며 표정을 풀었다.

 

  “그러고 보면 중전과 너는 참으로 대견하다. 서로 시기하거나 모함하는 일 한번 없이, 한 배에서 난 자매보다 더 돈독히 지내니 그 덕과 우애가 얼마나 아름답고 보기가 좋으냐.”

 

  “모두 중전마마께서 너그러우신 덕이지요.”

 

  왕이 고개를 저었다.

 

  “어디 그것이 오롯이 중전의 공이겠느냐. 나의 총애를 받는다 하여 기고만장해지지 않고, 중전을 날 대하듯 한결같이 우러르니 중전 역시 너를 아끼고 어여삐 여기는 것이 아니냐.”

 

  “과찬이시옵니다.”

 

  수줍게 고개를 숙이는 김소의를 왕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과찬이 아니다. 중전과 네가 한 마음이 되어 계명지계로 내외명부를 이끌어나가니 내 정사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으냐.

 

  내게 공이 있다면 그 절반은 너와 중전의 것이다. 이리 훌륭한 모습을 빈궁은 어찌 본받지 못할꼬.”

 

  왕이 금세 낯을 바꾸어 혀를 찼다. 그런 왕을 보는 김소의의 얼굴에 묘하게 쓸쓸한 미소가 내려앉았다.

 

 

  * * *

 

 

  “어떠신가.”

 

  봉여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의원에게 물었다. 의원이 월의 손목을 짚으며 말했다.

 

  “혹여 마노라께서 근간에 크게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셨습니까.”

 

  민씨가 봉여를 흘깃 보고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네만, 어찌 그러나.”

 

  “심장에 화기가 쌓여 기혈이 막혀있고, 기력이 많이 허하십니다.

 

  이는 근간에 일어난 병증이 아니라 오래도록 쌓인 것인 듯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큰 충격을 받아 기가 꽉 막히신 것이구요.

 

  이 정도면 평소에도 담궐두통과 심비통이 극심하고 현훈이 있으셨을 것인데 어찌 의원에게 보이지 않으셨습니까.”

 

  민씨가 석가이를 힐난하듯 보았다. 석가이가 눈썹을 아래로 내려뜨리며 손톱을 뜯었다.

 

  “우선 기혈을 보하는 침을 놓았으니 한결 나아지실 것입니다. 드리고 가는 약재를 정성껏 달여 조석으로 드시게 하십시오.”

 

  의원이 침통을 챙겨 나가자마자 민씨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석가이 너는 대체 빈궁을 어찌 뫼신 게야! 빈궁을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지근거리에서 뫼시라고 너를 입궁시킨 것이거늘, 어찌 이 지경이 되시도록 보고만 있었단 말이냐!”

 

  석가이가 바닥에 엎드려 손을 싹싹 비볐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마님.”

 

  “마노라께서 누워계신데 어찌하여 큰 소리를 내십니까, 부인.”

 

  봉여의 말에 민씨가 억지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 빈궁께서 깨어나시고 난 후 너의 죄를 물을 것이다. 자숙하고 있거라.”

 

  “예, 마님.”

 

  봉여와 민씨가 나가고 나서야 석가이의 고개가 들렸다. 석가이의 눈이 월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어째서 저를 이리 고생시키십니까. 이리 쓰러지실 만큼 그분을 좋아하셨던 겝니까. 저한테라도 말을 하시지. 혼자서 얼마나 맘을 앓으셨으면, 에휴. 인제 이 일을 어찌 하면 좋아요.”

 

  석가이가 한숨을 내쉬며 월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 * *

 

 

  “술 가져와, 술! 술을 달란 말이다!”

 

  소쌍이 빈 병을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소쌍이 너 미쳤냐?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것이 기루 술을 혼자 다 긁어먹고선, 뭔 술을 더 달래는 거야?”

 

  설매가 버럭 성을 내며 병을 빼앗았다. 소쌍이 설매를 보며 헤실거렸다.

 

  “헤헤, 술 없는 기루가 웬 말입니까? 안주 만들어달란 말은 안 할 테니 어서 술 좀 줍쇼 스승님.”

 

  “이것아, 술이고 안주고 니가 다 처먹어 오늘 등도 못 올리게 생겼다!”

 

  “에이, 거짓말.”

  소쌍이 설매의 살진 배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이거는 뭡니까. 여기다 육적이라도 숨기고 계신 거 아닙니까. 치사하게 스승님 혼자 먹으려고!

 

  두 근은 족히 되어 보이는데 나눠 먹읍시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게 식구 아닙니까, 예?”

 

  “이게 진짜 죽고 싶나. 정신 차려, 이것아!”

 

  설매가 소쌍의 뒤통수를 퍽 때렸다. 소쌍이 눈을 끔벅거리더니 또 실없이 웃었다.

 

  “아, 육적이 아니라 떡인가? 아항, 말랑말랑하고 따끈한 것이 떡이네, 떡!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백설긴가? 아니면 시루떡?”

 

  소쌍이 설매의 살진 배를 조물락조물락하더니 입을 우왕 벌렸다. 설매가 소쌍의 머리를 기겁하며 밀어냈다.

 

  “춘섬아, 여기 목침 갖고 오너라! 지랄병엔 목침이 약이랬다!”

 

  춘섬 대신 천향이 나타나 소쌍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소쌍에게서 겨우 벗어난 설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가버렸다.

 

  “힝, 떡 먹고 싶은데. 천향이 너 때문에 떡 사라졌잖아. 떡 내놔, 떡! 아님 술이라도 내놓든가!”

 

  소쌍이 아쉬운지 입맛을 짭짭 다셨다. 천향이 한숨을 쉬며 술병을 탁자 위에 턱 올려놓았다. 술을 본 소쌍이 금세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헤헤, 역시 우리 천향이밖에 없어. 잘 먹겠슙니다.”

 

  소쌍이 술병을 쥐려는데 천향이 잽싸게 낚아챘다. 소쌍이 원망스럽게 흘겨보자 천향이 냉랭한 표정으로 술을 잔에 따라주었다.

 

  “흥흥, 천향이가 따라주는 술은 첨 먹어보네?

 

  한양 양반들이 천향이 따라주는 술을 못 먹어 병이 났다든데, 나는 돈도 안 내고 먹어보네? 약 오르지, 양반님들아?”

 

  소쌍이 술을 꿀꺽꿀꺽 들이키고 빈 잔을 흔들었다. 천향이 인상을 쓰면서도 술을 따라주었다.

 

  “흥흥, 천향이가 따라주니까 더 맛있다. 역시 친구 하나는 잘 뒀어, 내가.”

 

  “죽고 싶냐? 내가 어째서 니 친구야?”

 

  “왜, 겨우 두 살 터울 가지고 새삼스레 언니 노릇하시게?”

 

  소쌍이 턱도 없다는 듯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펼쳤다.

 

  “우리 나이에 아래 위 다섯 살은 친구라고 봐야지. 어차피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안 그래, 친구?”

 

  천향이 소쌍의 펼친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힘을 주었다.

 

  “아야야, 손가락 부러지겠다!”

 

  소쌍이 질겁하여 손을 빼냈다.

 

  “에이, 진짜 힘 하나는 오지게 세 가지고! 대체 기둥서방을 왜 두는 거냐? 왈짜들 열이 와도 이겨먹겠구만.

 

  그냥 니가 행수도 하고, 기둥서방도 하고 혼자 다 해먹어라!”

 

  “안 그래도 그럴 참이다. 너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오면 쫓아낼 거야.”

 

  소쌍이 억울한 듯 따졌다.

 

  “야, 누가 들으면 내가 맨날 외박하고 술 퍼먹는 줄 알겠다. 딱 한 번이다, 한 번. 너무 팍팍하게 그러지 말어.

 

  사람이 살다보면 외박도 하고, 술도 먹을 수 있는 거지, 안 그르냐?”

 

  “어, 안 그래.”

 

  “치, 지는 맨날 밤마다 술 먹으면서.”

 

  천향이 눈을 치떴다.

 

  “왜,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너 설매 스승님한테 맨날 술 먹는다고 타박하면서 너도 맨날 술 먹잖아. 술 안 먹으면 잠도 못 자는 게.”

 

  “내가 술 안 먹으면 잠을 자는지, 못 자는지 니가 어떻게 알어?”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어디 있냐? 너랑 나랑 한 지붕 아래 산 지 십 년이다, 십 년.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어줍잖게 아는 척 하지 마. 니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으니까.”

 

  “예예, 어련하시겠슙니까요.”

 

  “이게 진짜!”

 

  천향이 소쌍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았다. 소쌍이 병을 잡자 천향이 술병마저 빼앗아버렸다.

 

  “아, 왜!”

 

  소쌍이 짜증을 내며 어린애처럼 발을 굴렀다.

 

  “난 술 좀 마시면 안 되냐?”

 

  “안 돼.”

 

  “왜 안 돼?”

 

  “안 되니까 안 돼.”

 

  “니들은 맨날 마시잖아!”

 

  “넌 안 돼.”

 

  소쌍이 주먹을 불끈 쥐고 탁자를 쿵쿵 내리쳤다.

 

  “에이 씨! 왜 안 되는데! 왜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난 안 돼?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큰 거 바랬어?

 

  그냥 딱 한 번, 딱 한 번만……, 술 좀 마시자는 건데 그거 하나도 못 봐주겠냐?”

 

  소쌍의 목소리가 물 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나는 왜 안 되는데……. 나는 안 되는 게 왜 이렇게 많은 건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왜 그런 거야, 어? 천향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너무 나쁘고 못난 사람이라 그런가? 평생에 처음, 정말 처음인데, 이런 거……. 왜 이것조차 안 되냐, 나는?”

 

  소쌍의 머리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탁자로 쿵 떨어졌다.

 

  “왜……, 안 돼. 너무 사랑하는데……, 너무 연모하는데……, 너무 보고 싶은데……, 왜…….”

 

  눈을 감고서도 주절거리는 소쌍의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천향이 그 눈물을 아프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만 안 되는 거 아냐, 바보야. 나도 안 돼. 너무 사랑하는데, 너무 연모하는데……, 나도 안 된다고, 이 먹퉁아.”

 

 

  * * *

 

 

  깊은 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쓴 풍도가 단숨에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기왓장이 살짝 어긋나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풍도가 얼른 몸을 낮추었다. 다행히 들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풍도가 화살을 꺼내 시위에 단단히 메겼다.

 

  피융!

 

  화살이 정확히 대들보의 가운데에 꽂혔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황희가 나왔다. 대들보에 꽂힌 화살을 발견한 황희가 흠칫 놀랐다.

 

  투서였다.

 

  “이 태평성대에 투서라니.”

 

  황희는 화살에 꽂힌 투서를 조심스럽게 펼쳐 들었다.

 

  “어, 어찌 이런 일이……!”

 

  투서를 든 황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봐라! 어서, 어서 입궐 준비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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