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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워스트셀러 - 외설작가 아가씨
작가 : 미르지기
작품등록일 : 2017.6.20

사릴 카리즈 공작 영애, 제국에 단 두 개 뿐인 위세 높은 공작가의 외동딸.

그런 그녀에겐 남들과 다른 비밀이 하나 있다. 그녀가 작가라는 것이었다.

사릴 카리즈는 야한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얼굴이 홧홧해질 정도로 달아오르는 문장과 전개. 그게 그녀의 자랑이자 특기였다.

 
7. 저는 당신의 애독자입니다 (1)
작성일 : 17-07-05 12:55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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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릴은 침묵을 싫어한다. 달리 말해 어색한 순간들이 싫다.

 

 예를 들어, 안테아가 선언한 이후의 침묵 같은 것. 그녀는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움직이지 않았고, 안테아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었다. 먼저 움직인 건 그녀였다.

 

 그녀는 손을 살짝 뻗어 책을 잡으려 했다. 책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묘하게 휘어 그 손길을 피했다.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 지금? 그녀는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제법 빠르게 손을 뻗어보았다. 안테아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그녀를 피했다. 장난치는 것 치고는 표정이 꽤나 진지해, 사릴은 이 인간이 진심인가 고민해야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숨 막히는 추격전이 일어났고, 사릴은 점점 더 빠르고 거칠게 소설 탈환을 시도했다. 이제는 저 책을 가지겠다는 마음보다는 호승심이 더 커졌다. 그녀는 점점 안테아를 몰아붙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 유명한 기사님이 자신한테 밀리는 건가?

 

 물론 진심으로 한다면, 안테아가 사릴을 제압하고 꼼짝 못하게 만드는 데엔 5초도 걸리지 않을 거였다. 사릴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머리로 이해해도 마음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안테아는 점차 뒤로 물러서, 벽에 기대어야 했다. 사릴은 웃었다.

 

 “더 물러날 구석도 없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격렬했던지, 사릴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러나 이제 이 장난도 끝이었다. 사릴이 배시시 웃자 안테아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사릴은 뭔가 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이, 이게 소설에서나 보던 벽치기라는 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소설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행하면서 박력을 행사한다면 지금 그들은 역으로 사릴이 끙끙대며 안테아를 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그만 내놔요.”

 

 사릴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안 이러면 이 남자가 도망칠 것 같아서. 자신의 야하디야한 소설을 들고. 그리고 언제든 유출될 수 있을 거니까.

 

 하지만 사릴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었다. 아니, 몰랐던 점이라고 할까. 이 안테아라는 잘생긴 기사가 어디까지 유치해질 수 있는지를. 안테아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책을 위로 쭉 뻗어 사릴이 도저히 닿지 않을 정도로 들어올렸다. 살벌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였다.

 

 야, 좀 웃어라.

 

 “너무한 거 아니에요?”

 “너무한 거 아닙니다.”

 

 안테아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지는 그녀였다. 안테아는 작게 말을 이어나갔다. 나직하고 속삭이는 그 말들이 사릴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이런 소설을 쓰신 것도 모자라서 그 인물의 성격은 ‘실존 인물’에서 따오고, 외부로 유출되서 위험에 빠지고. 이 사실을 공작님이 아시면 어떨 것 같습니까?”

 

 와, 협박하네. 사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안테아가 말했다.

 

 “이건 협박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아가씨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날카로운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가씨가 벤 경을 쉽게 처리하는 걸 보고 깨달았습니다.”

 

 저 말은, 내가 싫어졌다는 이야기인가? 고백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안테아는 담담하게 말을 마쳤다.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 같은 딱딱한 말투였다.

 

 “이건 이제 제 겁니다.”

 

 미친.

 

 “사릴?”

 

 그 때였다.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리즈 공작, 그녀의 아버지였다. 동시에 그녀는 시야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느꼈다고 생각할 때에 몸은 이미 살짝 들려서 방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뭔가 단단한 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러니까, 꼭 남자의 팔 같은 것이.

 

 “아, 아니!”

 “쉿.”

 

 대단한 속도였다. 사릴은 지금 이 순간, 안테아가 왜 그렇게 유명하고 유망한 기사인지 그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공작이 걸어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벽에 기대어 붙어 있는 그와 그녀의 모습이 이상하게 비춰진다고 판단하고 몸을 날려 문을 열었던 거였다.

 

 과연 그 속도는 상당했는지, 공작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지만.

 

 “대체 무슨 짓이죠!”

 “조용히 계세요.”

 

 안테아는 사릴의 허리를 안은 채로 속삭였다. 아까 벽을 칠 때도 가깝다 여겼던 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꼭 붙어버린 형국이었다. 사릴은 얼굴에서 열이 솟아올랐다. 발버둥치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안테아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릴.”

 

 이윽고 아버지가 방 앞에 당도했다. 노크소리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

 

 “괜한 오해 사고 싶지 않습니다. 아가씨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니지, 괜한 오해가 아니라 실제로 당신이 하는 말이랑 행동이 그러고 있잖아.

 아버지는 몇 번 더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방이 비었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테아는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은 모양새로 한참을 있었다. 사릴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팔로 세게 안테아를 가격했다. 그가 잠시 비틀거리는 틈을 타 그녀는 몸을 빼냈다.

 

 “무슨 생각이지.”

 

 몇 걸음 물러서서야 말이 나왔다. 사릴은 아직도 열이 오르는 걸 느끼면서 그를 쏘아보았다.

 

 “죄송합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물었어.”

 

 안테아는 침착했다. 사릴은 그게 너무, 못 견딜 정도로 화가 났다. 자신만 괜히 유난떠는 것 같았다. 저 남자가 당황했으면 좋겠다.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엄연히 당신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야. 당신이 모시는 공작의 딸이라고.”

 

 허리가 화끈거리는 것 같다. 물론 그가 너무 거세게 다뤄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안테아는 혹여나 사릴에게 충격이 갈까 섬세하고 부드럽게 붙잡았다. 사릴이 허리가 뜨거운 이유는 그와 맞닿았기 때문이었다. 불쾌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그래서

 

 “됐으니까, 그 책이나 내놓고 나가세요.”

 “그건 안 됩니다.”

 “끝까지 이럴래요?”

 “제가......”

 

 무슨 일이야 저건 또. 그녀는 안테아의 변화에 놀랐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그 표정이 삽시간에 허물어졌다. 머뭇거리면서, 약간 당황한 듯, 말하기 부끄러운 걸 뱉는 모양새로 그는 말했다.

 

 “말씀드렸습니다. 좋아한다고. 그래서 꼭 읽고 싶습니다.”

 

 난 이 남자를 도저히 모르겠다. 사릴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안테아는 사릴의 방을 나서며 책을 품 안에 잘 집어넣었다. 소설 쟁탈전에서 결국 승리를 쟁취한 것이었다.

 

 그도 당황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까 상황은 솔직히 말해 지나치게 급박한 순간이었다. 아가씨 본인은 알지 모르지만, 공작의 딸 사랑은 너무나도 유별났다. 딸 바보라는, 가볍고 친근감 있는 별명으로 유명한 카리즈 공작이지만 안테아는 그게 자칫하면 아주 무서운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벽까지 몰렸을 때, 사릴이 그에게 바짝 다가오기 전까지 안테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얼른 책을 가지고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사릴이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제로 그녀를 떼어내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건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래서 안테아는 마치 장난을 치는 것 같은 사릴에게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우연의 순간으로 공작이 나타났다. 안테아는 재빨리 자신과 아가씨의 상태를 살폈다. 위험하다. 그의 머리 한 구석에서 ‘딸 바보 공습 경고’가 울려 퍼졌다.

 

 사릴 아가씨의 몸을 건드린 건 무의식적인 생존 본능이었다. ‘감히 내 딸을 건드리는 널 죽여버린다!’......라고 하는 카리즈 공작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를 때는 이미 사릴을 방에 밀어 넣은 후였다. 그 후에야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예의와는 담 쌓은 것이며 더더욱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경이 한 짓을 이번만은 용서해줄게요.’

 

 사릴의 말이 떠올랐다. 안테아는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추궁당할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화가 많이 난 듯 반말을 썼다. 그건 카리즈 공작이 극도로 화났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생각보다 무서웠다.

 

 그래도, 결론이 잘 된 거면 잘 된 거겠지. 안테아는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갔다. 사실 생각해보면, 벤 경이 쫓겨난 건 어느 정도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안테아 자신이 이 외설의 애독자인 것은 사실이니까. 두근거리는 마음. 드디어 안테아는 그 첫 장을 열었다.

 

 그리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앤이 필사한 부분은 안테아가 읽었던 부분은 넘는 거였지만, 그게 끝이었다. 결국 다 완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었다.

 

 그는 아쉬운 마음에 책 표지를 어루만졌다. 만약 지금 이걸 읽는다면 분명 당장의 만족감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이 분량을 다 읽고 나면 또다시 궁금해지겠지.

 

 뒷이야기. 아직 읽지 않았지만 안테아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릴 카리즈. 세상에 둘도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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