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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실루엔노틀
작성일 : 17-07-04 20:2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7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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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저리 꺼져!”

 데비히츠는 하울릿의 머리를 뼈다귀 발로 걷어차 버렸다. 하울릿은 어떻게든 통로 안으로 들어오려고 버둥거렸지만 콧등이 다섯 번째로 내려찍히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내뺐다.

 책장이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잠시 만요! 아직 한 명이 안 왔어요!”

 주영은 주위에 돌덩어리가 없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그때 통로가 완전히 닫히기 직전, 작은 틈 사이로 오므로는 기합을 지르며 뛰어 들어왔다. 짧은 돌다리가 재수 없게 책장에 끼일 뻔했지만 그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굽혀서 피했다.

 오므로가 낙법 하듯이 바닥을 구르면서 완벽한 착지자세를 취한 동시에 쿵하고 통로가 닫혔다. 영원히 귓가에 울릴 것 같았던 굉음과 하울릿들의 포효 소리가 칼로 잘라낸 것처럼 뚝 끊겼다.

 “훗.”

 “하하, 하하하. 와, 정말 대단…….”

 마토는 오므로의 동작에 감탄해서 박수를 치다가 현우의 눈치를 보고 멈추었다.

 “여전히 기가 막힌 타이밍이야.”

 데비히츠가 싱긋 웃었다.

 “후후, 이게 바로 골덴 종족의 신념이지. 우린 타이밍이거든.”

 오므로는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현우의 표정과 달리 마토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결국 같이 가는 거지? 사람을…….”

 데비히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주영을 향했다. 그녀는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처럼 어깨를 잔뜩 움츠러들었다.

 “후, 들어온 이상 일단 들어가야지, 다시 게이트를 열수도 없으니……. 그래도 이번 임무는 조금 특별하니까 넬레 장관님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과연…….”

 데비히츠는 리온의 희망을 간단하게 날려버렸다. 그도 뒤늦게 걱정이 몰려왔는지 안타까운 눈길로 굳게 닫혀 있는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이봐, 친구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잖아? 일단 가보자고. 타이밍만 맞으면 잘 해결 될 거야.”

 오므로가 분위기를 바꾸려고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그놈의 타이밍 타령이냐면서 리온이 중얼거렸고, 데비히치는 작게 웃었다.

 “사람,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오므로라고 해. 몽덴 오므로.”

 오므로는 웃으면서 악수를 건넸다. 주영은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눈살을 찌푸리다가 무의식적으로 현우를 쳐다보았다.

 “아, 번이어가 없어서 못 듣는 구나. 잠깐만.”

 눈치 빠른 데비히츠가 로브 속을 뒤적였고, 리온은 놀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야, 너 번이어 여분을 갖고 다녀?”

 “천상 여자잖아, 내가. 얼마나 꼼꼼한데.”

 데비히츠는 자랑하듯이 말하면서 이어폰을 꺼내 주영의 귀에 직접 꽂아주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주영은 무섭게 생긴 해골이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아……. 네가 꽂아주겠어?”

 데비히츠가 무안하게 웃으면서 번이어를 현우에게 건넸다. 그는 처음 오므로가 자신에게 끼었던 것처럼, 주영의 귀에다가 이어폰을 꽂아주었다.

 “어때? 내 말 들려?”

 “아, 네.”

 주영은 데비히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밝게 웃었다.

 “미안해요. 조금……. 무서워서.”

 “아냐. 날 처음 보면 대부분 그래. 내 이름은 데비히츠야.”

 데비히츠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건넸다. 주영은 해골의 얼굴에서 순간 금발머리 외국 여자의 얼굴이 떠올라 어색하게 악수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주영이에요.”

 분위기가 너무 훈훈해서 현우와 마토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데비히츠가 처음 그들에게 대했던 것하고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하하, 팔이 무거워서 떨어지겠네. 어제 머리가 떨어진 것처럼 뚝 떨어지겠어. 뚝”

 오므로는 민망하지 않으려고 처음 악수를 건넸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앗, 미안해요.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고마워, 덕분에 팔 떨어질 뻔했는데. 하하! 몽덴 오므로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주영이 황급히 손을 잡자 오므로는 기운차게 악수했다. 모라이엠은 여전히 말이 없어서 리온이 자신의 이름과 함께 그녀까지 간략하게 소개했다.

 “후……. 가볼까? 잘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리온은 웃는 얼굴로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우중충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사내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데비히츠가 뜯어 말렸다.

 “내가 업고 갈게.”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사내를 자신의 등에 업었다. 리온이 고맙다는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현우는 걸어가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통로는 동굴 같았는데, 빛도 소리도 모든 것이 차단되어서 자연적인 느낌이 없었다. 빛이 없기 때문에 통로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오질 않았고, 걷고 있는데도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는 게 꺼림칙했다.

 그들은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유일하게 빛이 새어나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번에 추가 수당 나오려나?”

 오므로는 엉성하게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가져가며 물었다. 데비히츠가 등에 업은 사내를 한 번 추슬러 올리면서 말했다.

 “나와도 이번에 환영 복구하는 비용으로 다 나가지 않을까 싶은데. 하울릿들이 워낙 엉망으로 만들어서.”

 “쳇, 돈 벌러 왔다가 돈 쓰게 생겼네.”

 주영은 평소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그들의 대화 내용이 매우 궁금했지만 초면이라서 참았다. 데비히츠와 오므로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빛이 가깝게 다가와졌다.

 현우는 강렬한 빛에 손을 들어 올려서 막다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귓가에 리온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영한다. 그림자 도시에 온 것을.”

 

 * * *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와서 눈이 부셨다. 그래서 현우와 주영, 마토는 실루엔노틀의 첫인상을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기억해야 했다.

 바로 더위. 비닐하우스에 들어온 것 마냥 열기가 훅 전해졌다. 피부로 전해지는 건 완연한 봄 날씨였지만 겨울용 옷들을 겹겹이 껴입고 있던 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더위에 질린 그들의 앓는 소리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자 목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현우와 주영, 마토는 누구의 입이 더 큰지 경쟁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주영이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마토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되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대부분 “와아! 대단해! 멋진데!” 라는 뜻의 비슷한 단어들이 무한 반복되었다.

 오므로는 실루엔노틀을 처음 본 주영과 마토의 소감이 다소 진부하기는 했지만 그런 대로 마음에 들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직 현우가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현우는 눈앞에 펼쳐진 기묘한 풍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오므로가 말을 건네지 않았더라면 그는 끝까지 석상처럼 굳어있을 지도 몰랐다.

 “실루엔노틀을 처음 본 소감이 어때?”

 그는 오므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허탈하게 웃었다.

 “어떻게 생겨먹은 도시야?”

 오므로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낄낄거렸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푸르스름한 청색 어둠으로 물들어 있는 도시였다. 서너 명이 걸으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길가에는 신기하게 생긴 가로등이, 그 가로등 옆으로는 낮은 건물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었다. 바닥은 우둘투둘한 돌이 깔려 있는 돌바닥이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그저 한밤중의 도시에 불과했지만 시선을 조금 올려 수평선의 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곳에는 당연히 보여야 할 지평선은 없고 대신 도시가 보였다. 흰색 건물뿐만 아니라 하얀 생명체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는 걸로 봐서 주영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기한 건 그 흰색 도시가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접착제를 이용해 도시 모양의 모형을 벽에다가 붙여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곳의 돌아다니는 생명체들은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도시를 자연스럽게 걸어 다녔다.

 주영이 경탄어린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뒤쪽의 땅도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다.

 왼쪽은 깎아 지르는 듯한 협곡 사이로 작은 강이 흐르는 황량한 땅이었고, 오른쪽은 녹음이 짙은 녹색 나무들 사이로 강이 흐르는 숲이었다. 뒤쪽에는 무지개가 아름답게 핀 얼음 화산이 있었다.

 “와…….”

 그대로 목이 꺾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우는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고개를 너무 젖혀서 뒤로 넘어질 뻔한 걸 마토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부축했다.

 놀랍게도 하늘은 바다였다. 거꾸로 뒤집혀져 있는데도 떨어지지 않는 에메랄드빛 바다. 해안가에 파도가 부서지면서 야광이 반짝반짝 빛났다. 꼭 별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하늘 바다에서 갑자기 고래 비슷하게 생긴 해양 생물이 수면 위로 튀어나와 분수를 촤아악 뿜었다. 멀뚱히 서서 구경하던 현우의 시야에 물줄기가 점점 가까워졌다.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종족들은 익숙한 듯 재빨리 자리를 떴다.

 “꺄아아악!”

 “우와아앗!”

 “멍청아! 보고만 있지 말고 피해…….”

 심지어 주영이도 옆으로 몸을 날려서 피했는데, 현우는 떨어지는 물줄기를 고스란히 맞았다. 물이 떨어진다는 걸 진작 눈치 챈 마토는 눈치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주인과 다리가 붙어 있어서 피하지 못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그……. 이 정도면 안경을 맞추거나 병원에 가봐. 눈이나 머리, 둘 중 하나는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하니까.”

 현우는 마토의 빈정거림에도 기분이 상쾌했다. 땀이 날 정도로 더웠는데 물줄기 덕분에 더위가 싹 가셨다. 하지만 상쾌한 기분은 수분을 머금은 옷들이 맨살에 찰싹 달라붙어 오면서 오래가지 않아 찝찝함으로 바뀌었다.

 먼 곳에 떨어져 있던 일행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 정말 재수 없구나. 실루엔노틀에 넘어오자마자 후안의 숨비를 맞다니, 하하하!”

 특히 데비히츠의 게걸스러운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녀의 등에 업혀 있는 사내가 떨어질 뻔했고, 리온이 기겁을 하면서 사내를 붙잡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게?”

 주영은 친구가 홀딱 젖은 것보다 신기한 현상이 더 궁금했다.

 “수염고래 후안의 숨비야. 너희 리생계로 치자면 소나기라고 보면 돼.”

 리온이 웃으며 답해줬다.

 현우는 얼굴에 묻은 물기를 손으로 스윽 털어낸 뒤 겉옷들을 전부 벗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거꾸로 뒤집힌 바다는 아래로 쏟아지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는데, 고래가 뿜은 분수는 비처럼 내리다니.

 20년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였다.

 “신기하지? 내가 여태까지 계속 말한 실루엔노틀이라는 곳이 바로 여기야.”

 리온은 하늘 바다에서 후안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현우에게 다가와 설명을 이어갔다.

 “보시다시피 이 세계는 여섯 개의 땅이 주사위처럼 맞물려 있어.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의 이름은 그림자 도시. 모든 땅의 기준점이 되는 곳이지.”

 주영도 더워서 겉옷을 벗다가 리온의 주사위라는 말에 격한 공감을 했다. 적절한 비유였고 동시에 완벽한 비유였다.

 “저……. 그런데 실루엔노틀이 뭐예요?”

 주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희 식으로 해석하자면 그림자 세계? 환영의 세계쯤 될까?”

 “그림자 세계요?”

 “그래. 네 남자친구 같은 쉐도어들이 사는 곳이지.”

 “나, 남자친구 아니에요!”

 오므로의 장난을 주영은 정색으로 받아쳤다. 조금 전 헌책방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오므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리온과 주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남자친구 아냐?”

 오므로가 주영에게 물었다.

 “절대 아니에요!”

 “그럼 애인?”

 “그것도 아니에요!”

 “아하, 그럼 사귀는 사이구나?”

 “다 똑같은 말이잖아요!”

 주영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다. 현우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고, 마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세계보다 신기한 게 있다고 한다면 그건 현우의 머릿속일 거라고 마토는 생각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사이야, 너넨?”

 오므로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 말은 주영에게 비수와 같은 질문이었다. 그녀는 입장을 간단하면서도 날카롭게 정리하는, 정확하면서도 무성의하게 정리하는 듯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건…….”

 주영은 현우의 눈치를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는 말하는 게 뭐 어렵냐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친구지.”

 두 사람 사이를 나타내는 명쾌한 대답이었지만 주영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주영을 만난 지 몇 시간 안 된 데비히츠도 눈치 채고서 혀를 끌끌 찼다.

 “어쨌든 실루엔노틀은……. 그러니까 이곳 그림자 도시는 네 남자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처럼 그……. 쉐도어들이 사는 곳이야.”

 리온이 횡설수설 말하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주영은 애써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그녀도 이런 어색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쉐도어는 뭔데요?”

 “그림자의 정신이 깨어있는 종족을 말해. 현우와 나처럼”

 “그럼……. 그 쉐도어들이 사는 도시가 이곳이라고요?”

 “그래.”

 “어떻게 이런 세계가 있을 수가 있죠?”

 주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두 손을 자유롭게 벌리며 하늘에 거꾸로 흐르는 바다와 주위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도시들을 가리켰다. 그녀는 몽환적인 풍경에 감동을 받아서 이종족들의 조금 전 통로에서 말했던 추가 수당이나, 환영복구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음……. 걸어가면서 설명할까? 우리가 실루엔노틀에 왔다는 것을 신고해야 하거든.”

 리온이 데비히츠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보물단지를 내려놓듯이 등에 업은 사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잠자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사람을 바닥에 내려놓을 때는 얼굴이 눌리지 않도록 눕히는 게 정상인데, 데비히츠는 사내를 엎어뜨려놓았다.

 리온은 사내의 다리 부근에 다가가 섰다. 그리고 몇 번 호흡을 고른 뒤 앞으로 쓰러졌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은 채 그의 몸이 사내에게 정확히 포개졌다.

 “…….”

 현우와 주영은 리온이 무슨 행동을 한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한참동안 침묵이 이어져 좀이 쑤신 마토가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헉! 켁……. 콜록, 콜록!”

 깜짝 놀란 마토는 사례가 걸려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쾅쾅 때렸다.

 “갈까?”

 “리온...?”

 현우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므로와 데비히츠가 앞장섰고, 그 뒤로 리온과 주영이 나란히 걸어갔다. 현우도 자연스럽게 둘의 보폭을 맞추며 걸어갔고, 모라이엠은 맨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왔다. 현우의 한 손에 들려져 있는 겉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마토의 몸을 적셨다. 하지만 마토는 사례가 걸려 기침을 하느라고 무어라 말도 못하고 질질 끌려갔다.

 “너무 황당하네요.”

 현우가 운을 뗐다.

 “뭐가?”

 리온은 시치미를 뚝 뗐다.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요. 도대체 뭐예요?”

 “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루나틱이라고 하는 건데, 나와 그림자의 몸이 하나가 되는 능력이야. 그러면 루너하고 떨어져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마법이나 환영도 쓸 수 있지.”

 “그럼 여태까지 계속 들고 다녔던 몸이……. 리온의 몸이었어요?”

 “그래.”

 “그럼 지금의 모습이 진짜 리온의 모습이고요?”

 “그렇지. 어때? 금발머리 사내보다 더 멋있지 않아?”

 현우는 힐끔 리온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며칠 동안 감지 않았는지 머리는 떡이 지고 잔뜩 헝클어져 있었고, 턱수염과 콧수염이 제멋대로 자라나 있었다. 특히 퀭한 눈이 무척 피곤해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배우게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뭐, 다른 거 궁금한 거 없어?”

 “저 바다는 왜 안 떨어져요?”

 마토는 바닥에서 불쑥 일어나 하늘을 가리켰다. 현우가 기겁하며 그의 몸을 눌러 내렸다.

 “뭐하는 거야? 들키면 어쩌려고!”

 “뭘 들켜?”

 “장난해? 네 정체를 들키면 어찌…….”

 현우는 마토가 장난치는 줄 알고 멱살을 잡아 흔들다가 흠칫했다. 바로 앞에서 그림자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한 쉐도어가 지나갔다. 뒤에서 보면 발끝만 붙어있지, 남자 두 명이 걸어가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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