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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추격전
작성일 : 17-07-04 20:24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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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현우는 손을 뻗은 상태로 굳어버렸다. 자신이 왜 손을 뻗고 있는지 몰랐다. 이미 깨어 있던 의식이 다시 한 번 깨어난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아득했던 의식이 불쾌할 정도로 갑자기 돌아왔다.

 목덜미에 차가운 밤공기가 닿자 정신이 들었다. 뒤늦게 그는 자신이 치킨집 앞에서 문고리를 잡아당기려고 손을 뻗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현우는 손을 천천히 가슴 앞으로 가져왔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 주먹이 쥐었다 펴지는 것을 보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정신은 조금 어지러웠지만 신체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왜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멈추었는지, 그 이유를 떠올리려고 하면 뒤통수가 지끈거렸다.

 치킨집 안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주영의 모습이 현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불안에 사로잡힌 얼굴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그러던 도중, 어떤 힘에 이끌리듯이 그녀가 통유리창을 쳐다보았다. 현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럴 수가…….”

 마토는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주영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우린 방금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는 거지? 서, 설마 여기가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인가? 도저히 구분이 안 가. 그냥 현실이라고 해도 믿겠어.”

 “죽어? 우리가 죽었다고?”

 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토를 흘깃 쳐다보았다. 마토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기억 안나? 우리 방금 죽었잖아.”

 “죽어...?”

 “그래. 하울릿들이 우릴 덮쳤다고! 너도, 나도……. 주영이도 죽었는데…….”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떤 기억이 떠올랐는지 흥분해하며 말을 이었다.

 “아, 잠깐만. 맞아 분명 찬희가……. 아니 그건 찬희였지만 찬희가 아니었어……. 리온! 그래, 리온이 그랬지. 전부 환영이라고. 그러면 뭐야? 우린 죽은 게 아닌 건가, 모두 환영이니까? 설마 지금 이것도 환영인가?”

 마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횡설수설 말했다.

 “아!”

 현우가 탄성을 질렀다. 아지랑이 뒤에 가려져 있던 기억이 점점 선명해졌다. 희뿌연 먼지구름과 떨어지는 콘크리트 조각 사이로, 리온의 입술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뒤를 봐.’

 그는 몸을 홱 돌렸다.

 어둑어둑한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그 너머로 자동차에 비교해봤을 때 현저히 느린 사람들이 멈춘 것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캄캄한 골목길에 사람 형체의 실루엣이 보였다. 거리가 꽤 멀었지만 현우는 정확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실루엣의 시선이 느껴졌다.

 “우린 죽은 거야, 살아있는 거야? 당연히 살아있는 거겠지? 그래, 내가 쉽게 죽을 리가 없어…….”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마토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주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라? 주영이가 왜 저기에……. 으아아악!!!”

 갑자기 현우가 차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통유리창 너머를 가리키고 있던 마토의 몸이 확 끌려가졌다. 등가죽이 쓸리는 따가운 통증과 얼음장 같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마토는 낮게 비명을 지르며 고개만 빼꼼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마치 썰매에 있는 힘껏 뒤로 누운 채 경사가 가파른 눈썰매장을 내려가는 것처럼 시야가 좁고 덜덜 떨렸다.

 “어, 어딜 가는 거야!”

 마토의 목소리는 차량 경적 소리와 타이어 마찰 소리에 묻혀버렸다.

 운전자들이 현우 뒤쪽 바닥에 누워있는 그림자까지 신경 쓰면서 운전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바퀴는 마토를 밟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머리 위로 바퀴가 쌩하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들리자 마토는 머리가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현우는 출발했던 것만큼이나 갑자기 멈추었다. 그 때문에 현우의 옆 차선에 있던 마토는 안심하고 달려오는 차량의 바퀴에 깔릴 뻔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등 뒤로 거세게 부는 바람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섬뜩했다.

 “야, 이 자식아! 왜 갑자기…….”

 강한 불빛에 눈이 부셨다. 마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현우가 왜 멈추었는지 알 수 있었다. 멧돼지 같이 커다란 덤프트럭이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아니, 바로 앞에 있었다.

 “우와아아아악!”

 마토는 생애 마지막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목청껏 비명을 질렀다. 빠르게 속도를 줄이던 덤프트럭이 지척의 거리에서 간신히 멈추었다. 눈부신 전조등 사이로 무시무시하게 생긴 트럭의 범퍼가 보였다.

 현우는 달려오는 트럭을 맨손으로 막아보려는 듯한 자세로 굳어버렸다. 놀란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운전하던 사내는 깜짝 놀라 한차례 욕을 내뱉으려고 창문을 내리다가 얼어붙었다. 입을 크게 벌린 그림자가 바닥에서 일어나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후!”

 현우는 숨을 한 번 훅 내뱉고는 그대로 달려갔다. 차선을 넘고, 중앙차선을 넘어갔다. 위험천만한 무단횡단이 계속되었고, 경적소리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인도를 걸어가던 사람들의 시선도 하나 둘 현우를 향했다.

 기어코 맞은편 인도까지 건너간 현우는 성큼성큼 골목길에 들어갔다. 어둠속에서 흐릿하게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실루엣의 멱살을 확 잡아채 벽으로 밀어붙였다.

 “당신,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현우는 숨을 쉭쉭 내쉬었다.

 “환영을 겪는 건 처음이지?”

 실루엣이 말했다. 아는 목소리였다.

 “어라, 리온?”

 마토가 놀라며 물었다. 리온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많이 혼란스럽겠지. 쉐도어를 포함한 사람들은 오감 중 특별히 뛰어난 감각은 없지만 뚜렷이 모자란 감각도 없으니까. 그 어느 종족보다 환영에 걸리기 쉽고, 또 후유증도 크지.”

 “뭐라고?”

 현우는 말뜻을 이해할 수 없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마토도 묻고 싶은 점이 많았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서 잠자코 있었다.

 “자꾸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이유가 뭐야!”

 현우는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어 살짝 들어올렸다. 리온의 키가 훨씬 커서 어정쩡한 자세였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자네 혹시 치매가 있나?”

 “뭐?”

 “방금 전에 환영 안에서 말했을 텐데, 널 구하러 왔다고.”

 현우는 조금 전 환영에서 리온이 말한 게 떠올라 말문이 턱 막혔다.

 “다행이 아직까지는 힌트를 주면 기억이 떠오르나보군.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따라와라. 오늘은 어제처럼 여유롭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서울에 있는 하울릿들이 죄다 모여들고 있다.”

 그는 대답을 하지 않음으로서 무언의 항변을 했다. 도로에서 들려오는 차량의 소음이 골목길의 차가운 침묵을 대신해 가득 메웠다. 인도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골목길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동안 현우가 대답하지 않자 리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내가 보여준 환영들은 실제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동시에 이미 일어난 일이기도 해. 하울릿들은 호시탐탐 너의 그림자를 노리고 있어. 왜냐하면 넌 이 나라에 남은 그들의 마지막 먹잇감이니까. 그런데 왜 네가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냐고?”

 리온이 한 호흡을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건 순전히 나와 내 동료들이 너를 도와줬기 때문이야. 네가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목이 붙어 있던 것도, 지금 이렇게 내 멱살을 잡으며 화를 낼 수 있는 것도, 전부.”

 마토는 어제 새벽에 들렸던 정체불명의 소음이 생각났다. 뒤따라 그들이 집 주변에 있는 하울릿들을 상대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열 받은 표정의 해골이 앞장서서 흰색 창을 휘두르고 돌덩어리가 주먹을 날리며, 소녀는 괴상한 마법을 부리는 장면이.

 “너에겐 이제 실루엔노틀로 넘어가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현우는 이를 북북 갈면서도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리온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권유를 하거나 설득하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겁을 주려는 말투도 아니었다.

 최후통첩이었다.

 경적 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현우는 멱살을 잡은 채로, 리온은 멱살을 잡힌 채로 고개를 돌렸다. 주영이 현우와 똑같은 방법으로 차도를 건너오고 있었다. 맨손을 들어 올려 달려오는 차를 막으려는 자세도 똑같았다. 다른 것은 오로지 비명소리의 크기뿐이었다.

 “쟤가 왜 저기에…….”

 현우는 말끝을 흐렸다. 그때, 주영의 뒤로 치킨집을 나오는 사내 두 명이 보였다. 짙은 남색 코드를 입은 그들은 현대판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이런, 하울릿들이 눈치 챘어! 도망가야 해!”

 리온이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현우의 손을 거칠게 떼어냈다.

 “달려!”

 그는 현우의 팔을 잡아끌면서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를 신호 삼아 현우는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했다.

 골목길 안으로 들어갈수록 주위가 어두워져서 스스로 지옥에 뛰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사정없이 뺨을 때리고 지나갔고, 갑작스러운 뜀박질로 놀란 심장이 거세게 두방망이질 쳤다.

 “드디어 설득했군!”

 데비히츠가 어둠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바라에 현우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마토는 한밤중에 귀신을 본 사람처럼 비명을 질렀다.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았다. 허연 해골의 얼굴을 갑자기 마주하는 것은.

 “설득했다기 보다는 예상치 못한 일에 떠밀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군.”

 “무슨 일인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덜그럭거리는 소리 사이로 데비히츠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울릿들이 환영을 깨고 나와 버렸어.”

 “뭐? 깼다고?”

 “그래. 아주 죽을 맛이야.”

 리온은 달리면서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사그락사그락하고 나뭇잎 밟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현우는 흠칫했다. 어느새 모라이엠이 나타나 나란히 달리고 있는 것이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현우의 시선이 느껴졌을 텐데도 그녀는 공허한 얼굴로 앞만 쳐다보며 달려갔다.

 얼마 못가서 이종족들과 현우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자, 잠깐만!”

 현우는 겨우 말을 뱉고 걸음을 멈추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다리가 철근 같이 무거웠고, 정신이 여전히 어지러웠다. 현우가 멈추자 앞서가던 이종족들의 걸음도 스르르 멈추었다.

 “뭐야?”

 데비히츠가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우는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허리를 굽힌 채 헉헉거렸다.

 “체력이 아주 저질이군. 남자가 돼서 말이야.”

 “하아... 하아... 카악! 퉤! 젠장, 당신들은... 큭! 지치지도 않아?”

 이종족들은 말없이 눈길을 교환했다. 고작 이 정도 달린 것으로 어떻게 지칠 수 있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는 반응이었다. 마토도 몸이 추운 것을 빼고는 꽤 편했다. 그저 현우가 달려가는 대로 끌려가면 되는 것이므로.

 “콜록, 콜록! 카악! 퉤! 허억, 허억... 젠장... 웩!”

 현우는 급기야 벽을 붙잡고 토할 것처럼 헛구역질을 했다. 평소에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체력이 형편없었다.

 골목길에 달빛이 스며들어서 사리구별이 가능했다. 현우는 이제야 이종족들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몸이 시커먼 남자와 로브를 입은 해골, 연녹색 피부의 소녀. 문득 돌덩어리가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지만 숨이 거칠어서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어떡하지? 내가 업고 달릴까?”

 데비히츠는 전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현우는 힐끔 그녀를 쳐다보면서 자신이 해골에게 업혀가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봤다.

 “크헉!”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벽을 짚으며 무겁게 걸음을 떼었다. 평소 의견 일치가 전혀 안 되던 마토도 현우의 결정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봐. 무리하지 마.”

 리온은 당황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힘들면 데비히츠에게 업혀! 여자여도 듄 종족이어서 힘이 골덴 못지않아.”

 “업히느니 죽고 말지.”

 현우는 고집스럽게 거북이걸음을 옮기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이종족들이 서로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현우야!”

 주위가 고요해서 주영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곧이어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도 들렸다.

 “현우야!!”

 현우는 얼빠진 얼굴로 골목길 저 멀리서 다가오는 주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넘어질 듯 말 듯 휘청거리면서 달려왔다.

 현우가 다가가려고 하자 리온이 손을 들어서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뒤에 하울릿이 쫓아오고 있어!”

 말 끝나기 무섭게 맹수의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골목길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마치 리온의 말을 엿듣고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듯했다.

 잠시 뒤에 주영의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하울릿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흑표범으로 변한 상태였다. 대단히 질겨 보이는 검은색 근육질 몸이 달빛에 희끗희끗 비추었다.

 “이곳에서 발목 잡히면 그땐 진짜 죽어. 지금 당장 도망가야 해!”

 리온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모라이엠과 데비히츠도 별말 없이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현우는 망부석처럼 우두커니 서서 꼼짝도 않고 주영에게 시선을 두었다.

 주영은 등 뒤로 쫓아오는 하울릿을 쳐다보다가 발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짧은 비명소리는 이내 신음소리로 바뀌어 차가운 골목길에 나지막하게 울렸다.

 마토가 현우의 딱딱하게 굳은 어깨를 다급히 때렸다.

 “도, 도망가자. 야, 표현우! 도망가자고!”

 “눈앞에 주영이가 쓰러져 있는데 도망가자고?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하울릿들은 쉐도어의 그림자만 먹는 댔잖아!”

 “뭐라고?”

 흥분으로 귀가 먹어버린 현우에게 마토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여 말하는 일은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리온이 외쳤다.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와!”

 현우가 주춤거리자 그는 덧붙여 말했다.

 “하울릿들은 쉐도어의 그림자만 공격해! 그녀는 공격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현우는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하울릿의 눈빛은 도저히 주영을 그냥 지나칠 것 같지 않았다. 그대로 달려와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불현듯 조금 전 주영이 하울릿에게 물어뜯기는 장면이 아른거렸다. 하울릿은 쉐도어의 그림자만 공격한다고 했는데, 그녀는 분명 하울릿에게 공격당했다.

 리온이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하울릿의 갑작스런 변심? 그것도 아니면……. 주영이도 쉐도어일까?

 현우는 스스로 판단이 서질 않아서 다시 리온을 바라보았다. 버튼을 꾹 눌러서 tv의 볼륨을 줄이는 것처럼 주위의 소음이 스르르 사라져갔다. 반대로 나지막한 심장박동 소리가 점점 커졌다.

 리온은 손짓발짓 다해가며 온몸으로 위험을 알리고 있었고, 데비히치는 험악한 얼굴로 경고했다. 모라이엠의 얼굴은 둘보다 비교적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조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마침내 현우가 걸음을 떼었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더니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이종족들의 반대 방향, 주영이 있는 곳이었다.

 “크르르르!!”

 달려오는 현우를 보고 흥분한 하울릿들이 입을 쩍 벌리고서 포효했다. 녀석들의 입이 아닌 허공에서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드는 기괴한 울림이었다.

 “으아아악!! 안 돼!!”

 질질 끌려가는 마토의 절규 소리와

 “안 돼, 가지마!”

 리온의 애처로운 외침.

 “이런, 빌어먹을 자식!”

 데비히츠는 이를 악물고 현우를 향해 달려갔다. 뼈마디가 마구 부딪치면서 소름끼치는 소리를 퍼뜨렸다.

 “데, 데비히츠! 리 쉐도어를 죽이면 안 돼!”

 “그래, 일단 살린다! 그리고 내 손으로 죽이겠어!”

 그녀는 달려가면서 오른손을 등 뒤로 뻗어 기다란 흰색 창을 뽑았다.

 주영은 바닥에 엎어진 채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흑표범들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주영아!”

 “수그려!”

 데비히츠는 경고를 하기도 전에 이미 창을 휘둘렀다. 그저 현우가 초인적인 반응속도로 허리를 수그려 피하길 바랐다.

 현우는 앞에서 사나운 맹수가 입을 쩍 벌리고 있고, 등 뒤로는 창이 공기를 가르며 찔러 들어오는 살벌한 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머리끝이 쭈뼛 곤두서면서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크흡!”

 그 순간, 바닥에서 질질 끌려가던 마토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는 기합을 지르며 현우의 양발을 꽉 움켜잡았다. 현우는 팔을 마구 허우적거리며 급히 앞으로 넘어져갔다.

 현우의 등을 꿰뚫을 뻔했던 창은 간발의 차이로 현우의 옷과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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