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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날아라, 종이비행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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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성일 : 17-07-04 11:32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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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출줄 모르고 뒤엉켜댄 탓에 늦잠을 자버린 우리들.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있을 무렵에서야 뒤늦게 눈을 떴다.

 세희를 뒤에 태우곤 페달을 밟으며 느긋하게 시골길을 빠져나갔다. 이렇게 선선한 바람을 느끼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세희의 볼에, 나의 눈 밑에 각인된 숫자는 마침내 '0'으로 갱신되었다.

 푸른 녹음이 펼쳐진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린다.

 지난 저녁즈음에 들렸던 편의점이 보여 자전거를 세워둔 뒤, 도시락을 가져와 야외 테이블에서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입가심으로 시원한 컵커피를 마신 뒤에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적당하게 달린다.

 멀찍이 작은 산들로 둘러싸인 한적한 이차선 도로를 달리던 도중,

 "드디어 마지막 하루가 남았네."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바람을 거스르며 귓가에 들려왔다.

 "그러게."

 "사라지는 게 무서워?"

 "무섭진 않아. 내 옆엔 네가 있으니까."

 그래. 무섭지 않다.

 그저 함께할 시간이 이제는 하루 채 남아나질 않았다는 것이, 앞으로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 막연하게 다가올 뿐.

 내 말에 세희가 천천히 껴안더니 등에 얼굴을 묻었다.

 "나도 그래. ……그래서 너무 슬퍼."

 마지막 그 한마디를 끝으로 세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땀이 아닌 짜고 미적지근한 무언가가 내 등을 적셨다.

 자전거를 타며 달린 지 30분. 어쩌다 역에 도착하게 된 우리는 잠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역시 텐트같은 거라도 챙겨왔어야 했다. 마음내키는대로 떠나는 자유분방한 느낌은 꽤 마음에 들었지만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해 많이 피곤하다.

 집까지 가는 전철에 올라타자 붐비지는 않지만 자리는 만석이었다.

 그럼에도 노약자석은 텅텅 비어있어 우리는 그 곳에 앉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두들겨대기 바빴다.

 곧이어 전철이 다음역에 도착할 때, 우리와 또래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올라탔다.

 미인……이라고 보기엔 조금 어려운 외모들이었다.

 그들은 올라타는 순간 노골적으로 애정행각을 벌이더니 끝내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찔한 스킨십을 해댔다.

 그 누구도 그들을 제재하지 않았다. 그저 힐끔힐끔 쳐다보며 간혹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혀를 찰 뿐.

 누군가는 그 모습을 동영상 촬영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애정을 나누기 바빴다.

 성관계를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이전 단계의 고수위의 스킨십이었다.

 그들을 말없이 지켜보던 나는 민폐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엉뚱하게도 동경을 해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않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것이 왠지모르게 멋있게 느껴졌다.

 흘끗 바라본 세희의 표정에서도 불쾌감따윈 전혀 없었다.

 더이상 그들을 쳐다보는 건 그들만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 되기에, 그만 시선을 거두었다.

 갈아타야할 역에 도착한 우리는 전철에서 내려 다른 전철로 환승했다.

 방금 탔던 전철과는 달리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려야할 역까지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잠시 눈을 붙였다.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집.

 우리들의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를 반겨주는 목소리는 이젠 들리지 않는다.

 따로 샤워를 한 뒤엔 세희와 함께 누나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내 방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렇다고 애정행각을 하진 않았다.

 지난 밤에 제대로 잠을 못잔 상태로 먼 거리를 다녔던 탓에 피곤했다.

 정말로 손만을 잡은 채 우리는 눈을 감았다.

 허름하고도 아름다운 우리들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끝이났다.

 

 

 

 

 

 

 

 

 

 

 찾아온 다음 날 아침.

 우리에겐 앞으로 세시간 채 남질 않았다.

 그 사이에 우리는 저번에 들렀던 문구점에서 새로운 종이를 가져왔다.

 내 방으로 올라가 가위로 오려 적당한 크기를 만든 다음, 볼펜으로 두 사람의 소원을 적었다.

 "이거면 되겠지?"

 "좋아."

 뒤에서 세희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 후 우리의 소원이 적힌 종이비행기를 날리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작은 숲을 오른다. 등산을 하라고 만든 곳은 아니었기에 마땅히 길이 터져있진 않았지만 오르는대엔 문제가 없었다.

 우거진 푸른 잎사귀들로 가려진 하늘아래 솔방울들이 산길 곳곳에 떨어져있다.

 나무위에 앉은 참새들이 딱딱 끊긴 움직임으로 나뭇가지를 쪼거나 통통 움직인다.

 오르던 도중 길을 꺾자 드넓은 시내를 멀찍이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들어섰다.

 절벽의 바로 뒤엔 시원스럽게 솟아난 느티나무가 있어 등을 기대기에도 좋아보였다.

 "여기가 좋겠네."

 절벽으로 다가가 눈 앞의 뻥뚫린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기에도 너무 높지 않은 적당한 높이다.

 이제 이 곳이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소인 셈이다.

 넓은 시내를 내려다보는 그때, 옆에서 세희가 손을 잡아왔다.

 "가은.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러게. 무엇보다도 평생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너를 만났어."

 "서로 장난을 치다가 머리를 부딪쳤었지."

 그렇게 말하며 세희가 쿡쿡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만난 그 운명같은 순간도 상당히 우리다운 만남이었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옆에서 들려온 세희의 목소리는 어딘가 쓸쓸하게 잠겨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엔, 날 향한 두 눈엔 기대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분명 만날 수 있어.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까."

 그녀가 듣고싶었던 대답을 해주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싶은 대답을, 그리고 그 정답을 말한 것 뿐이다.

 그녀를 맞추기 위한 거짓따윈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나의 순수한 소망이다.

 나는 손에 들고있던 종이비행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종이비행기에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어."

 "풉……. 그게 뭐야. 어린애같아."

 세희가 작게 실소를 흘렸다.

 "맞아. 어린애가 할 법한 상상이지. 그래서 나는 상상한 것이고 말이야."

 "그럼 너와 함께 그 종이비행기에 타고싶은 나도 어린애겠네?"

 "그런거지. 실제로 우리는 그 시절과 전혀 달라진 게 없으니까."

 사실 달라진 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난을 치고 싶어하는 못말리는 점이라든가 서로를 원하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그 시절의 우리들과는 변하지 않았기에.

 나는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치 않는다.

 "이제부터 우리가 날릴 이 종이비행기는 바람따라 우리의 소원을 싣고 세상을 떠도는거야. 우리완 전혀 연관없는 회사원이 직장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다가 창문을 쳐다보는거지. 혹은 엄마손을 잡고서 등교를 하던 유치원생이 하늘을 올려다본다든가. 그리고 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백수가 쳐다본다든가, 애인이 오길 기다리는 기다리는 사람이 손목 시계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든가."

 세희가 내 말을 이으며 작게 웃었다.

 "그래. 그거야. 잘 알고있네. 그렇게 길을 지나가던 작가가 되고픈 누군가가 우리가 날린 종이비행기를 줍는거지.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거야. '이 종이비행기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쓰고싶다!'라고."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렇다면 그 사람이 쓴 이야기가 우연히 우리들의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겠네?"

 "맞아. 아주 우연히 말이야."

 말도 안되는, 이상한 가정이다.

 하지만 그런 이상한 가정도 수많은 가능성들 중 하나라면, 우리의 헛소리에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지 않을까?

 그때, 우리들의 몸이 반투명해지더니 자그마한 푸른 빛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한 걸음 다가가 그리고 서로의 두 눈을 마주보았다.

 "널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 네가 없었으면 언니가 떠나간 뒤로 또 혼자 남겨졌겠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가은아."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세희는 말했다.

 "나는…… 세희 널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사랑이라는 것이 만약 분홍색이라면, 지금 세계는 분홍색으로 가득 칠해져있다고 생각해."

 마침내 터져버릴 듯 고여있던 세희의 눈물이 무게를 버티지 못해 흘러내린다.

 고운 곡선을 타고, 초승달처럼 입가에 살포시 걸터앉은 작은 미소를 촉촉히 적셨다.

 "다시 만날 수 있어."

 "응…."

 북받쳐오르는 감정에 세희와 같이 흐느끼며 꼬옥 감싸안았다.

 살포시 눌려오는 가슴, 그녀의 아담한 체구, 부드러운 볼, 그리고 부드러운 입술과 미끌거리는 혀.

 다시 만날 그 날을 희망하며 언제까지나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전해져오는 감각을 내 안의 깊은 곳에 선명하게 새겼다.

 푸른 빛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들은 종이비행기의 꼬리를 함께 잡았다.

 드넓은 세계를 향하여. 마지막 힘을 짜내 이 종이비행기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종이비행기가 세상을 향해 날아갈 수 있도록, 우리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우리는 주문을 외운다.

 

 "날아라, 종이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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