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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감정조절장치
작가 : 오새롬
작품등록일 : 2017.6.7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스스로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기계를 얻게 된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어지는 사소한 인연들이 기계와 연관된 것만 같다.

등장인물들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음모와 배신,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감정조절장치 19화
작성일 : 17-07-04 09:18     조회 : 414     추천 : 0     분량 : 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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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도 저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 하셨잖아요.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신 거죠?”

  눈앞에 놓쳐버린 진실을 아저씨의 탓으로 돌려보지만 그 역시 부질없는 짓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모두에게 숨겨야만 하는 비밀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비밀로 인해 알아야만 하는 사실들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꼭 지켜야 할 비밀이란 게 정말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경비 일을 보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의심과 맞물려 도움을 준 아저씨이다. 찾아가야 할 모든 사람들에게는 어두운 진실과 무거운 비밀이 함께 공존했다. 자신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견뎌낼 수 있는 확신이 생기고 나서야 모든 실마리를 풀 수 있을 듯하다.

  허무한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아저씨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들이라고 정체를 속여 온 사람의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이 생기면 연락하길 바란단 말과 함께 아파트로 향한다. 미리 깔아놓은 이불 위에 자리를 잡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지금껏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던 사람이 없어 거짓말에 대한 경험조차 없던 것 같다.

  세상에 대해 알지 못했던 철부지 어린 아이가 이 집에 혼자 남아 어른들 앞에 한 마디의 거짓말도 하지 못했던 것이 한스럽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산이 단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면 사람들은 그를 믿었을까? 가지고 있는 재산을 1원도 줄 수 없다고 내쫓기 바빴던 지난날에 슬픔이 밀려온다.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을 평가하다 낙제라는 통보서를 주고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그 인생을 손가락질 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인생을 누구에게도 자랑거리라 판단 할 수 있는 확신도 없다.

  하루 종일 진실을 알 수 있던 기회를 놓아버린 순간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자신을 위로해주던 감정조절장치 역시 작업실에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이럴 때 거짓말처럼 나타나 그를 위로 해줄 사람이 있다면 아무런 말이라도 듣고 싶다. 며칠 간 아무도 없던 빈 집에 주인이 찾아오던 그날에는 그의 마음까지 텅 빈 채 저녁이 다가 오고 있었다.

  다음 날,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우울감에 사로 잡혀 오랫동안 구석에 숨겨 놓은 약들을 삼키려 주방으로 향한다. 기계와 함께 생활하던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쳐다 볼 일조차 없던 약을 먹자니 벌써부터 목이 꽉막혀왔다. 한 주먹 가득 쥔 약을 삼키고 어제부터 느낀 모든 불안감을 씻어 내린다. 작업실로 돌아가기 전 어제 맡겨 둔 모형을 찾기 위해 밖을 향했다.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의 표정을 보니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듯하다. 하루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외관은 사진과 다를 바 없이 나무의 선이 살아있는 오래 된 오디오 같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아파트로 향한다. 미처 채우지 못한 기계의 공백을 메우고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살아온 집을 만져본다. 겁쟁이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곁을 지켜준 이는 없었지만 남겨진 것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싸웠다. 남의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 만큼 정직한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더 이상 이 집에 머물렀다간 안 좋은 생각만 파리 떼처럼 들끓을 것 같아 서둘러 작업실로 떠난다.

  빛이라고는 일절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서 감정조절장치를 틀어놓고 작업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여유로웠다. 물론 분노나 슬픔에 대한 감정이 잠자고 있던 악마를 조금 씩 깨우긴 했지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몇 시간동안 써낸 글자들이 어느 정도 공백을 채우고 별 다른 오타는 없는지 천천히 훑어본다.

  책 속 아이는 어느 새 성숙한 인격이 되어 있었고 이미 많은 어른들에게 복수를 끝내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꿈속에 나타난 모습과 제법 닮아 보인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다칠 거라는 경고는 어느새 잊고 산지 오래였다. 진실을 알려준 다는 가해자 앞에 주눅이 들어 도망치 듯 떠나온 걸 보면 가장 먼저 다칠 사람은 자신인 것 같다.

  원고는 계획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굳이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면 자신을 찾는 사람이나 궁금해 하는 친구조차 없었다. 이곳에서 하루라도 더 오래 머물길 바라며 많이 지쳐있을 자신을 위해 감정을 바꿔 기계를 작동시킨다. 바닥이 좁아 따로 들여 놓지 못한 커다란 소파 대신 혼자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한 1인용 의자를 꺼냈다. 술에 취하 듯 몽롱한 상태를 즐기고 싶어 평소보다 약간은 강하게 버튼을 돌려놓는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찾아오는 기쁨과 즐거움은 마치 환각상태에 빠진 미치광이처럼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주었다. 겁에 질려 진실을 외면했던 사실도 잊은 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쾌락에 취해 깊숙한 잠에 빠져든다. 오랜 만에 꿈속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축 쳐진 그를 격려하고 응원해 주었다. 어떤 나쁜 짓도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인물도 보인다. 많은 생명체를 지나 낯익은 존재를 발견하고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얼마 전 그에게 찾아와 위험한 경고를 주고 간 어린아이였다.

  “오랜만이에요. 아저씨. 진실을 아는 게 겁이 나 복수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던데요. 아저씨는 겁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책 속 캐릭터는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한 그를 철저히 능욕하고 있었다. 어리고 순진한 말투로 그가 진실을 외면한 순간을 똑똑히 지켜보던 것만 같다. 분명 좋은 감정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순간에 또 다른 불쾌함을 느끼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되지 않았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 놀란 듯 가까이 다가와 어깨를 다독이고는 자신이 계획한 일들을 털어 놓는다.

  “저를 괴롭히던 모든 사람들의 진실을 알았어요. 이제 그들을 하나씩 없앨 생각이에요. 생각보다 진실은 그리 무섭지 않아요. 유치하고 답답한 비밀에 감춰져 있을 뿐이죠.”

  한동안 그를 위로하던 아이는 자신이 악마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남기고 또 다른 복수를 위해 사라지고 만다. 지옥과도 같던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꿈은 마치 현실과도 같이 생생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겁을 내고 있는 진실에 대해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가 피해 왔던 진실은 무섭거나 위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잠에 취했던 자신을 깨우고 마당에 나가보니 어느 덧 어둑해진 밤이 찾아왔다. 이 근처로 사람을 불러내기엔 위험할 것 같단 생각에 떠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파트로 이동한다. 가장 위험한 장소이자 모두에게 공개 된 곳이었기 때문에 진실과 관련 된 얘기는 이 공간에서 하고 싶었다. 진실을 말해주겠다는 사내의 말을 믿고 전화를 걸어본다. 자신이 던진 말처럼 연락을 피하지 않고 곧장 그가 있는 곳으로 출발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저씨에게도 연락을 취해보지만 아직 진실을 알기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맥주 몇 가지를 꺼내 테이블에 놓는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술을 나누는 자리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보였다. 처음엔 아저씨와 몹시 닮아있다고 생각했던 얼굴도 이제는 서서히 본연의 얼굴을 찾아가는 듯하다.

  “진실을 들으실 준비가 되신 건가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셨겠죠?” 처음부터 그를 속여 온 사내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도대체 자신의 무기가 무엇이기에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 앞에 이렇게 당차게 말할 수 있을까? 숨겨진 진실만큼 사내의 거침없는 말투가 심장을 조이는 것 같다. 이번에 도망친다면 영영 찾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릴 것 같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진실이 있다고 해도 거짓 속에 섞여있는 진실은 그저 같은 것일 뿐이죠. 당신이 저에게 어떤 말을 하더라도 들은 그대로를 믿겠습니다. 다만 저에게 진짜만을 이야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말 역시 부질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요.”

  오랜 시간이 걸려 마음을 다잡은 그는 누구보다 결의로 가득 찼다. 크게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고 지금껏 듣지 못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인다.

  “먼저 제가 아저씨의 아들이라고 속인 이유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그건 그저 당신에게 접근하기 위한 별거 아닌 방법 중에 하나였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속이게 된 이유가 그저 접근하기 위해서였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가 얼마나 바보 같은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는지 알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듣기에는 조금 거북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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