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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ope
작가 : 월훈
작품등록일 : 2017.7.2

달라진 세상, 마법세계로 간 두 사람.
마법세계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택받은 한 사람뿐이다!

 
1.달라진 세상(2)
작성일 : 17-07-04 03:08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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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름이 알려진 명문 체육고등학교답게 운동장크기의 큰 강당에서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마룻바닥 위에는 수백 개의 의자가 가지런히 정열 되어 있었다. 곧 새로운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에 설레어 웅성웅성 수다를 떠들던 학생들이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강단 위에는 ‘신입생의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팡파르가 터지는 그림이 그려진 플랜카드가 붙여져 신입생들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빈자리가 거의 안 보일 때쯤 큰 안경을 쓴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앞에 나갔다.

  아-아-이제 곧 교장선생님의 연설이 시작됩니다.

  들려오는 마이크 소리에 학생들은 서서히 조용해졌고, 교장선생님이 연설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지 않은 그는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심각하게 뚱뚱한 배를 부여잡고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랐다. 그 모습을 본 몇몇 학생들의 킥킥 숨죽이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비키와 다이안은 페인트칠을 다시 한 깔끔한 왼쪽 벽 쪽에 앉아 있었고, 다이안은 가만히 앉아있기 심심해 옆에 앉아 있는 비키의 발을 건들이며 장난을 쳤다. 그 때 비키의 뒤쪽에 앉은 여덟 명 정도 되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속삭였다.

  “어머, 어머, 진짜 다이안 레이몬드 선수야!”

  “이 학교 온다 하더니 정말 왔네. 저 미소 좀 봐……. 모델 같다, 정말.”

  “레이몬드랑 같은 반이 됐으면 좋겠어.”

  비키는 불안한 표정으로 여전히 반지를 돌렸다. 너무 신경을 쓴 탓에 이제 등 뒤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인 유명한 펜싱 선수 다이안을 원망스럽게 흘깃 보고 작은 체구를 더 작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옆에는 비키 호프 아니야? 저번에 최우수상 탄 선수.”

  “보던 대로 진짜 작다……. 우리랑 같은 학년 맞아?”

  “그러게. 어떻게 저렇게 작은데 항상 상을 탄데?”

  “레이몬드 옆에 앉아 있으니깐 더 비교되는 것 같다.”

  ‘언제나 그렇지, 뭐. 한두 번 이런 말 들어봐?’애써 괜찮은 척 생각을 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비키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그는 쓰레기통이 있다면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한시 바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선서. 벌써부터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고 쑥덕거리는 것 같았다. 비키는 이름이 알려진 청소년 펜싱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선서를 시키는 이 학교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옆에서 불안하게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그를 바라보던 다이안은 비키를 툭툭 건들이고 입모양으로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하고 말했다.

  비키는 자신에게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주는 다이안을 별 말 없이 바라보다 반지를 돌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물론 의식하지 않고도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다이안의 존재에 대해 원망하던 마음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이렇게 멋지고 성격 좋은 완벽한 친구가 자신과 친해졌는지(흔히 여자아이들이 말하는 ‘단짝’말이다.) 깊은 생각에 빠졌다.(아마 생각에 잠기는 것은 헬렌 엄마에게서 온 유전인 듯하다.) 같은 펜싱 선수라서?(음……,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굳이 자신과 친해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멋진 친구라서?(작은 키, 작은 체구, 보통의 흔한 외모, 매사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 친구로서는 최악의 조건이다.)

  비키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땀을 비오듯 흘리던 교장선생님이 연설을 마쳤다.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뚱뚱한 배를 부여잡고 힘겹게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때까지 다이안은 아무 반응 없는 비키에게 장난을 치는 것을 포기하고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에……, 다음은. 학생 대표로 청소년 펜싱 선수인 다이안 레이몬드 학생과 비키 호프 학생의 선서가 있겠습니다.”

  다이안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누구라도 빠져들 만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단정하게 교복을 정리하는 그의 완벽한 모습을 보며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은 이미 그와 사랑에 빠졌다. 몇몇 학생들은 그와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고 몇몇 학생들은 그가 자신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꿈꾸기도 했다.

  “뭐해? 어서 가자.”

  자신의 이름이 불린 줄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비키를 다이안이 툭툭 치며 말했다. 비키는 허둥지둥 일어서 다이안과 함께 강단 앞으로 걸어갔다. 황급히 가다 의자에 걸려 넘어질 뻔한 비키를 다이안이 단단하게 잡아주기도 했다. 비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학생들이 일순간 웃음이 터져 더욱 비키를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다이안 덕에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은 그는 눈치를 보며 일어났다. 그의 작은 모습에 다이안이 그의 어깨를 다정하게 몇 번 토닥여 주었다. 비키는 괜찮다는 말 대신 눈을 몇 번 굴렸고, 다이안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비키는 수많은 학생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아 슬슬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느 팔이 나갔는지, 어느 발이 나가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자기가 장난감 병정처럼 멍청하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둘은 강단 앞에 섰다. 강단에는 슈트를 빼 입은 건장한 교감선생님이 서 있었다.

  “선서- ”

  우렁찬 다이안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렸다. 다이안은 혼자 퍼지는 자신의 목소리에 무척 당황했다. 원래 비키도 같이 읽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키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혼자서 선서문을 낭독했다. 옆에 서 있는 비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귀에 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 자신만 바라보는 것 같은 수많은 시선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특히나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이 아픈 배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더욱 작아지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비키는 슬쩍 자신의 옆에서 혼자 선서를 낭독하는 제일 친한 친구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당당하고 활발한 10년 지기 친구. 어디서나 빛이 날 정도로 수려한 외모, 외향적이고 낯을 안 가리는 성격, 펜싱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뛰어난 운동 신경……. 그런 그가 너무 부러웠다. 작은 키와 몸, 말도 제대로 못하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 주근깨와 곱슬곱슬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멍청해 보이는 외모. 아무 것도 남들보다 특별할 것 없는 비키는 다이안과 하루 동안만 바꾸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서 끝나라……, 어서 끝나라……. 비키는 속으로 이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배에 통증은 더 커지고 있었다. 자신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그는 나중에 다이안에게 과자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읍-”

  배의 고통은 아픔 단계를 넘어섰다. 비키는 안간힘을 쓰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이제 다이안이 낭독을 멈추고 손을 내렸다. 비키와 다이안은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반쯤 돌아 섰다. 비키는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 모아 엉덩이에 힘을 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엉거주춤 뒤를 돌아 교감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저…….”

  비키의 중얼거림을 알아들은 다이안과 강단에 서있는 교감 선생님이 당황스러워 그를 쳐다보았다. 수군수군 자기들끼리 떠들던 학생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순간 조용해졌다. 비키는 이제 거의 반쯤 우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화장실이 어……. 어디에……. 있나요?”

 

 

  “하하하하하하!”

  다이안은 실성을 한 것처럼 웃었다. 카페테리아에 영혼이 사라진 것 같이 축 늘어져 있던 비키는 진심으로 다이안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생각만 말이다.

  “비키, 넌 이제 이 학교의 스타야, 스타. 선서 도중 화장실에 간 스타!”

  다이안이 쩌렁쩌렁하게 말했다. 카페테리아에 앉아 있던 거의 모든 학생이 그의 외침을 듣고 웃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비키는 자신의 엉덩이를 저주하며 다이안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했다. 아까의 상황은 처참했다. 선서 도중 화장실로 달려간 비키의 소식은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빠른 속도로 퍼져 갔고,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고 싶은 그의 마음과는 달리 그는 오늘 처음 온 학교에서 가장 큰 이슈거리였다. 지나가던 여학생들은 그를 보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렸고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면 “아, 네가 그 학생이니?”하며 머리를 헝클기도 했다. 지금 비키는 가장 쉬운 자살 방법을 생각해내려고 머리를 굴렸다.

  “괜찮아, 그건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일 뿐이…….”

  “조용히 해, 다이안.”

  비키는 멈추지 않는 다이안의 입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표정이 더 안 좋아지는 걸 보고 다이안은 입을 닫는 시늉을 했다. 오히려 그 행동이 비키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다. 다이안은 입술을 삐쭉 내미는 비키의 볼을 장난스럽게 꼬집었다. 비키는 그런 그의 손을 찰싹 때렸다. 그는 비키에게 맞은 손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펜싱 연습가야 하는데 갈 거야?”

  “지금 가고 싶은 기분 아니야.”

  일부러 비키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사실 지금 비키의 기분은 살면서 가장 짜증나는 순간 3위에 들 정도로 안 좋았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계속 배가 아팠고, 지금은 계속해서 뭔가 불안했다. 비키는 또 습관처럼 왼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돌렸다. 그 순간 반지에 박혀있던 투명한 돌이 반짝 빛나는 것 같아 그는 반지를 가만히 보았다. 반지는 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 있어?”

  비키의 이상한 모습에 다이안이 물었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자신이 아까 일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 비키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다이안은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났다.

  “가자!”

  다이안의 확고한 목소리에 비키는 고개를 들었다.

  “어딜?”

  “친구 좋은 게 뭐 있냐? 오늘 펜싱 연습은 나랑 둘이서 하자고.”

  다이안은 멋진 웃음을 지으며 비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키는 그런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이안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내가 특별히 나만의 아지트에 너를 초대할게.”

  특유의 장난스런 목소리로 다이안이 말했다. 엉덩이를 툭툭 털던 비키는 불안한 느낌을 지우려고 노력하며 친구를 따라 나섰다. 반지가 또 다시 반짝였던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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