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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국을 가리키는 새하얀 나침반
작가 : 소시지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은 망자가 범람하는 세계, [저승]
[구원(천국)]과 [심판(지옥)]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향을 걷는 자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19살 소녀, 한지예는 자신의 방에서 絞死━━목을 매달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죽지 않았어!”

자살이라는 대죄를 범하고만 한지예는 지옥을 심판받고야 말았다!
천국의 영원한 이별, 확정된 지옥, 그나마 살만한 저승라이프!
사신과 불가촉사망자들을 피해가는 파란만장한 사후세계 생존 판타지!

 
이 삶, 이후의 삶
작성일 : 17-07-03 23:36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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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검은 수면 아래에서 기포가 솟아오른다.

 야단스러운 물거품들의 등장이 잠잠했던 바다의 고요한 평온을 망쳐놓았다.

 검은 바다에 불현듯 출몰한 정체 모를 기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괴이하다시피 수가 늘어났으며 마치 바다속에 잠들어있는 해저화산이 폭발한 것만 같았다.

 보글보글 소리가 폭발음처럼 변질하여 다소 위협적인 모습이며, 이윽고 사람높이까지 솟아오른 기포의 기둥이 거대한 위용을 뽐냈다.

 검은 바다에 어울리지 않은 흰 거품들은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하지만 만물에는 수명이 있듯이 거대한 기포의 기둥은 점차 그 위용을 축소했다. 야단스러운 물거품이 사라져버린 검은 바다에서 작은 파문이 일렁였다.

 파문의 중심에서 짙은 그림자가 드러났다.

 머리와 팔다리.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다.

 “푸하!!!”

 검은 수면 위로 여자가 떠올랐다.

 빛이 차단된 심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막혀있던 숨이 트이자 지상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곧바로 바다에 빠졌다는 현실을 직면하고는 부지런히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서투른 수영솜씨였지만 쓸데없는 체력소비를 피했다. 머리와 가슴만 지상으로 드러낸 채 안정적인 자세로 헤엄쳐 몸을 부양했다.

 혹여나 붙잡을 것이 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위를 헤집었다.

 손가락 끝으로 무언가가 닿았다.

 한지예는 그곳으로 천천히 몸을 옮겼다. 바다라고 짐작된 이곳은 예상과도 다르게 뭍이 존재했다.

 사력을 쏟아내어 몸을 끌어올렸다. 허리까지 물 밖으로 건져 올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물기를 잔뜩 빨아들여 무게가 더해진 옷이 문제였다.

 체력은 모조리 소비한 상태였지만 숨은 잠재력까지 끄집어내어 온몸을 일으켰다. 사력이 담긴 기합까지 동반해야만 몸을 물 밖으로 건져낼 수가 있었다.

 해방감과 동시에 그곳은 분명 그리운 감촉이었다.

 안정적인 지면에서 기진맥진한 한지예는 대자로 뻗어 누웠다.

 가장먼저 행한 행동은 목구멍까지 침투한 바닷물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밖으로 게워낸 바닷물은 검은 물감을 탔는지 새까만 색이었다.

 자신의 목구멍을 의심한 그녀가 손가락을 넣어보지만, 헛수고라는 것을 곧바로 인지했다.

 아까의 바다를 뒤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바다라고 짐작할만한 거대한 대항도 물흐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새까만 색의 땅뿐이다.

 물론 자신의 주위도 모조리 새까만 땅이다. 온 주위가 텅 비고 아늑한 검은 광야였다.

 의심에 사로잡힌 한지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까의 바다가 존재했던 자리를 확인하였다.

 “어떻게 된 거야…….”

 딱딱한 감촉,

 바다가 아니었다.

 이리저리 더듬어보아도 바다는커녕 손바닥만 한 물웅덩이조차 없다. 아까의 허우적거림이 사실이라면 착각이 아닌 이상 바다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한지예는 바다를 찾아내기 위해 몇 번을 헤맸다. 불필요한 행동이었으나 피어나는 궁금증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바다를 찾아 헤매기를 와중에 손가락을 타고 내려온 물방울이 바닥으로 향해 떨어졌다.

 그 순간 물방울이 지면에 닿자 마치 수면 위에 떨어지는 것처럼 퐁당 소리를 내었다.

 한지예의 행동이 굳어버렸다. 고개를 내려 물방울이 떨어진 발밑을 보자말자 싸늘함을 느꼈다.

 발아래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을 발견하였다.

 물결파문이 일렁였다.

 한지예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분명 발아래가 아까처럼의 바다였다면 분명 지금쯤은 물에 빠지고도 남았을 터이다. 하지만 그녀는 물에 빠지기는커녕 정상적으로 두 발로 서있는 상태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허리를 굽혀 손가락으로 바닥을 찔러보았다.

 “여기도 딱딱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땅이 당연하다시피 딱딱할 뿐이다.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곳은 곧 바다이며, 혹은 딱딱하고 두 발을 받쳐주는 땅이기도 하다. 바닥이 온통 검은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바다와 땅의 개념이 공존하는 세계인가?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복잡해진 머릿속을 풀어내기 위해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러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옷도…… 모두 말렸네.”

 심지어 입은 옷마저 입던 모습 그대로 감쪽같이 말라버렸다.

 물에 빠질 당시만 하더라고 물에 흠뻑 젖어 무거울 정도였다. 지금은 평소처럼 옷의 무거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축축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모든 수분이 증발한 상태이다.

 “뭐, 그럭저럭 상관없나?”

 그나마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여자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엇보다 바닥이 튼튼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의 물속은 깜깜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은 심해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고, 미지근하고 짭조름한 바닷물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통을 조였다. 짧은 시간 생지옥을 경험한 그녀는 지금의 물 밖 세상이 천국처럼 아늑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 걸까.

 바다이며 동시에 땅인, 검은 바닥과 그리고 방대하다시피 넓은 새하얀 창공.

 검은색과 흰색만이 이루어진 이 세계에는 두 가지 색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개꿀잼 몰카인가?”

 자초지종 그녀는 적응력이 빠른 여자이다.

 의문투성이 세계를 단순한 영화세트장으로 단정해버린 것이다.

 분명 꿈이라면 언젠가 깰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몸 상태는 어때?”

 어디선가에서 목소리가 들여왔다.

 한지예는 낯선 인기척에 반응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텅 빈 공간이라고 생각한 검은 땅에 다른 이가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반가웠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여전히 허허벌판이다.

 “어디 계시죠?”

 “여기야.”

 목소리는 가까웠지만, 발원지를 알 수 없다.

 정체가 없는 소리에서 느껴지는 괴기함에 긴장할 지경이다.

 한지예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살며시 주위를 살폈다.

 풀 한 포기 없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검은 땅에는 아무것도 없다. 자연이나 사물, 인간의 피조물조차 없는 이 바닥에는 그저 정체 없는 목소리만 떠돌 뿐이다.

 “여기라면 도대체 어디시죠…….”

 한 발짝.

 발을 내딛자 발끝으로 무언가가 닿았다.

 폭신하고도 보들보들한 촉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감촉임이 틀림없다. 한지예는 눈높이를 낮춰 아래의 무언가를 확인했다.

 한지예의 시선이 그곳으로 고정되었다.

 “반가워!”

 무언가가 인사를 건네 왔다.

 한지예는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씰룩씰룩 거렸다.

 그것은 아기자기하고 흰털이 가득한, 귀여운 새끼염소다.

 “……어, 반가워…….”

 먹물을 뒤집어쓴 검은 황무지에서 유별나게 흰색을 간직한 생물에게 인사했다. 오히려 하늘의 색과 닮은 염소는 이곳이 자신의 집 마냥 새로운 손님을 반기는 안주인의 태도였다.

 “상태는 괜찮아?”

 한지예는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뭐, 그럭저럭…….”

 몸은 충분한 안정을 취한 상태였다.

 속의 답답함과 몸의 결림도 없다.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몸을 식혀주기까지 했다. 고요한 이 땅에서 충분함을 느꼈다.

 그 사이에서 한 가지 사실을 직시하고야 말았다.

 “말을 하잖아?!”

 염소가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상식 범주에서 말하는 염소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마지막 순간 떨어진 이곳은 인간의 상식과 동떨어진 공간임이 틀림없으나 곧바로 부정을 긍정으로 순응하기란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 좁은 창고에서 목을 매달고 운명을 맞이했지 않은가.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이는 광경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괴기한 세계이다.

 그녀는 이 세계를 부정하기 위해 볼을 꼬집어보았다.

 “우으으…….”

 왼쪽 뺨이 아프다. 아픔은 고스란히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고통이 스며든 부위를 만져보니 꼬집은 자국이 선명히 찍혔다.

 “깨질 않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온갖 자해방법을 강구해보지만, 염소는 그녀의 반응들이 당연하리라 생각하고 지겨운 하품을 늘어트렸다.

 “처음이라 이해하기 힘들 거야.”

 “뭐가?”

 “하지만 걱정 마. 너라면 금방 적응할 것 같거든.”

 “그러니깐 뭐가!”

 태평한 염소와 다르게 한지예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여기는 어디야?”

 한지예는 물었다.

 방면 염소는 쾌활한 목소리로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사후세계!”즉답에. 한지예는 몸이 굳었다.

 목을 맨 것도 현실이며, 죽은 뒤에 정신을 차린 것도 사실이다. 있는지도 없는지도 존재 여부가 엇갈리는 사후(死後)의 세계에서.

 그녀가 모든 것을 긍정하기에는 장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상태에서 염소는 한지예에게 다가왔다. 스타킹만 신겨진 그녀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기분은 어때?”

 “기분……?”

 잠시 고민을 끝마친 그녀가 입을 열었다.

 “1년 치 생리에 한 번에 터지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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