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열번째 도끼질(2)
작성일 : 17-07-03 19:37     조회 : 243     추천 : 1     분량 : 498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열번째 도끼질(2)

 

 사실과는 달랐으나, 라리마의 화를 돋구기에는 충분했다. 헤일린은 혼혈이었다. 라리마는 이제야 그녀가 받았을 천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왕실 무도회에 귀족영애인 그녀가 초대받지 못했다는 게,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백작의 미적지근한 태도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약혼조차 못 했다는 게 무슨 의민지 너도 알잖니. 차라리 혼혈 수집가에게라도 시집보내지, 뭐하는 건지."

 

 셀리가 누르락붉그락한 얼굴로 페리샤에게 화를 내려고 했다. 제 신분이 하녀임을 알지만 저건 참을 수 없었다. 셀리에게 헤일린은 주인 그 이상이었다.

 

 "셀리, 조금만 참거라."

 

 "하지만!"

 

 집사장이 셀리를 말리는 동안, 한 목소리가 그들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소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분노에 떠는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페리샤 언니는 아드리안님의 신부가 되겠다고 하셨지요?"

 

 "그랬지."

 

 "헤일린 언니의 말씀이 옳아요. 그 분의 격이 떨어질 거예요. 언니는 그 분의 신부가 되지 못할 거예요."

 

 "뭐? 네가 뭔데?"

 

 "저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라리마이기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가능했다. 페리헬 백작의 총애를 받는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했다. 페리샤는 라리마의 말을 듣고 기가 찬 듯 했다.

 

 "그건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란다, 라리마."

 

 "아뇨, 제가 결정해요."

 

 "건방지게! 어디 네 마음대로 해보렴!"

 

 셀리가 집사장의 뒤에 숨었다. 페리샤는 복도를 소리나도록 걸었다. 라리마는 하녀에게 문을 닫아달라고 말한 뒤,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다. 집사장과 셀리는 집사장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래, 무슨 일이니."

 

 "헤일린 아가씨께서 지에노 산 별장을 청소해달라 요청하셨습니다. 탄일제가 끝날 때까지 머무신다고 하셨어요."

 

 "지에노 산이라면, 네 어머니가 잠든 곳이구나."

 

 "예,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 내가 배려해주지 못했구나."

 

 "아닙니다. 대신 집사장님께서 잘해주셨잖아요. 어머니께서 충분히 고마워하고 계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집사장은 제 손을 바라보았다. 손의 주름이 늘어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집사장은 셀리가 많이 자랐다는 걸 알았다. 새삼스레,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는 사실이었다.

 

 "헤일린 아가씨께서 머물던 곳은 알고 있으니 미리 준비해두마."

 

 "아,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셀리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난감한 부탁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집사장은 셀리의 단순함은 좋아했지만, 저런 장난스러움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아가씨, 짐은 미리 다 보냈으니 이만 가시지요."

 

 "그래, 가자."

 

 헤일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라리마는 헤일린이 왜 제뉴어리를 도왔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동류. 둘은 서로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은 그들의 유대감을 크게 만들었겠지. 라리마에게는 평생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라리마는 처음으로 깊은 소외감을 느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벽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 지금 언니는 어디 계신 걸까? 조금만 곁을 허용해준다면 좋을텐데. 15살 소녀에게는 너무나 큰 벽처럼 느껴졌다.

 

 "아가씨."

 

 "페리샤 아가씨가 아무래도,"

 

 "셀리."

 

 "네, 아가씨."

 

 "페리샤니, 라리마니 그 애들은 말하지 말아줘. 그 애들은 날 피곤하게 만들어."

 

 헤일린의 명령 아닌 명령에 셀리는 입을 다물었다. 별장은 이전에 머물렀던 구조 그대로였다. 목재로 만들어진 작은 집은 그녀를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아가씨, 이왕이면 다른 별장으로 하시지 그랬어요? 더 좋은 곳도 있었는데."

 

 "여기면 돼."

 

 당시 그녀는 좋은 물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별장도 그 중 하나였다. 그래도 그녀는 만족했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으니까. 왕국은 가을 때 사교활동이 왕성했는데, 그녀는 가을 한 계절을 아예 이곳에서 보냈다. 이곳은 그녀의 도피처였었다. 셀리는 욕심이 없는 헤일린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랴. 셀리는 세상을 초월한 듯 보이기도 하는 그런 점 때문에 숨어있는 추종자가 많은 거라고 생각했다.

 

 "짐을 정리하겠습니다, 아가씨. 곧 식사 준비를 할 테니 멀리 가지는 마셔요."

 

 "알았단다."

 

 헤일린은 이 별장의 풍경을 좋아했다. 작지만 2층도 있어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주 넓었다. 나름 섬세한 나무계단과 단풍, 폭포수가 보여서 헤일린은 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눈에 하나하나 아로새기려고 했다. 이 경관 가운데, 나무들이 손잡는 곳이 있었다. 헤일린의 진짜 도피처였다. 헤일린은 저택에서처럼 조용히 책을 읽었다. 셀리는 식사준비를 하거나 청소를 했다. 작은 집이라 청소할 것도 많이 없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했다. 단촐한 정원마저 손대는 것을 보고, 헤일린은 셀리는 주인을 잘못 만났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거기 가시게요, 아가씨?"

 

 "응, 적당히 하고 너도 쉬렴."

 

 "예, 아가씨!"

 

 며칠 동안 낮은 절벽 근처로 가는 걸 확인한 셀리가 그녀 몰래 씨익 웃었다. 헤일린은 셀리가 활발하다는 건 알지만 장난스럽다는 건 잊곤 했다.

 

 "제국의 기사라도 왔나, 꽤 시끄럽군."

 

 제국에서는 기사들이 훈련을 산에서 자주했다. 자주 이용되는 곳은 공터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헤일린은 다시 책에 집중했다. 셀리는 책을 읽고 있을 그녀를 생각했다. 셀리는 그녀가 좋은 현모양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잘 보호해줄 남편감을 만나면, 그녀가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아이는 그녀를 닮았으면 좋겠다.

 

 '셀리, 네가 그 분의 엄마가 되어주렴. 넌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라고 했었지? 그걸 그 분에게 해주지 않을래? 그 분께는 아무것도 없거든.'

 

 어머니의 부탁이었다. 그 후부턴 오로지 헤일린만을 생각했다. 그녀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했다. 그래서 그녀를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페리헬 가 저택을 떠나지 않았던 게 생계 때문뿐만은 아니었다. 아가씨는 반드시 행복해지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불행하니까. 셀리는 어머니의 무덤에 국화를 놓고 오면서도 그 생각을 했었다.

 

 "아, 행복해."

 

 따사로운 햇볕, 나무들에 둘러싸인 이곳은 완전무결했다. 적당한 그늘이 책의 일부를 가렸지만 그마저도 평온했다. 풀의 싱그러운 향기, 맑은 공기, 나뭇잎끼리 서로 부딪치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낙엽 떨어지는 소리치고 강세가 분명했다. 헤일린은 그 소리가 멈추자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

 

 "안녕, 헬린."

 

 땀에 젖은 리첸이 서있었다. 리첸은 훈련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마까지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드디어 헤일린을 만났다.

 

 "여긴 어떻게……."

 

 "어떤 일을 할 땐, 그 주변도 살피라고 했어."

 

 동문서답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리첸의 대답을 따져물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리첸은 숨이 찬 건지 헤일린의 곁에 털썩 앉아버렸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둘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리첸은 헤일린에게서 물을 받아마셨다. 정갈한 생김새치고 리첸은 스스럼이 없었다. 처음엔 그렇게 차가워보이더니, 이렇게 털털하리라고 누가 알았을까. 헤일린은 작게 웃었다.

 

 "너 말이야.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말하면 되지 뭘 그렇게 꼬아서 말했냐?"

 

 "그러게요."

 

 "괜히 사람 신경쓰이게 말이야. 너 때문에 내가 이 산을 다 뒤졌거든?"

 

 "네, 미안해요."

 

 헤일린은 얌전히 그의 말에 수긍했다. 리첸은 헤일린의 얼굴도 잊어버릴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흐트러진 치마와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분위기는 맑고 묘했다. 옷은 흐트러지지 않은 것마냥 단정해보이기까지 했다. 리첸은 이 침묵이 좋았다. 대화를 나눌 때도 그렇지만, 헤일린은 조용한 구석이 있었다. 말재주가 없다기보단, 신뢰를 주는 침묵에 가까웠다. 리첸은 그래서 헤일린이 좋았다. 그녀는 함부로 비판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다.

 

 "여긴 내 도피처랍니다. 혼혈이라서 괴롭힘을 당했었는데, 매년 가을이면 여기서 살았죠. 나무들이 손을 잡고 있는 곳이라, 여기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나무들이 날 보이지 않게 해줄 거라고요."

 

 "……"

 

 "누구나 숨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리첸 경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만든 내가 싫어서 숨고 싶었어요. 또 다시 리첸 경을 다치게 만들까봐 불안했어요."

 

 기실, 그녀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 속의 심술쟁이는 그녀에게 거리를 두라고 명령했다. 인간관계에 미숙한 건 심술쟁이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리첸은 솔직한 그녀의 말에 울컥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다소 거칠긴 했지만, 위로해주려는 몸짓이었다. 헤일린도, 리첸도 미소지었다.

 

 "그러지마."

 

 "리첸 경."

 

 "널 돕고 싶어. 헤일린. 난 네 친구가 되고 싶어."

 

 스승과 동료는 있었으나 친구는 없었다. 리나와 아드리안도 저를 친구라고 생각해줄까? 베니슬린 교수가 옆에 있었다면 상담이라도 할 수 있는데 그는 지금 곁에 없었다. 그래도 그가 뭐라고 할지 알 것 같았다.

 

 "영광입니다, 리첸 경."

 

 리첸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리첸은 이제 그만 딱딱한 호칭은 그만두라며 떼썼다. 헤일린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마하드리첸 베네딕트. 원래라면 베네딕트 경이라고 불러야할 것을, 애칭까지 부르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리첸'이라고만 부르기에 그게 이름인 줄 알았다. 본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실례였는지 알았는데, 리첸은 그냥 부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이제 가봐야 해. 훈련한다고 온 거니까."

 

 기사단장의 직함을 괜히 달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근엄해진 표정으로 복장을 점검했다. 그를 배웅하고 며칠 후, 그녀는 선물을 받았다. 저택을 벗어나면서 선물이나 편지를 받을 일은 없었기에, 보낸 이가 누군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리첸 경께서 보내신 거네."

 

 "정말요?"

 

 보라색 드레스였다. 흰 레이스 장갑까지 있었다. 왕실의 파티에서는 얇은 장갑을 끼는 게 관습이었다. 헤일린은 설마 싶었다.

 

 "그거, 왕실 무도회 초대장이잖아요!"

 

 페리샤가 저를 놀리려고 보여줬던 왕실 무도회 초대장이었다. 네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지마. 기다릴게. 리첸은 얇은 종이에 그렇게 적어보냈다. 이 사람은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헤일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준비된 의상을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9 닫힌 총대 2017 / 8 / 19 244 0 3712   
38 사랑하기 때문에 2017 / 8 / 15 261 0 4493   
37 화려한 결혼식 2017 / 8 / 12 268 0 5160   
36 짐승들의 서열 2017 / 8 / 9 246 0 6263   
35 사냥개들 2017 / 7 / 26 252 0 5905   
34 분열 2017 / 7 / 25 256 0 6124   
33 불안한 밤공기 2017 / 7 / 24 249 0 6444   
32 방랑하는 수레국화 2017 / 7 / 23 255 0 6288   
31 계륵의 꼬리 2017 / 7 / 19 251 1 4864   
30 인정의 대가 2017 / 7 / 18 266 1 4559   
29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온다(2) 2017 / 7 / 17 254 1 4869   
28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온다 2017 / 7 / 17 249 1 3658   
27 붉은 사냥개 (1) 2017 / 7 / 16 276 1 6415   
26 연보라 2017 / 7 / 15 267 1 4907   
25 청개구리 소녀의 잠 2017 / 7 / 13 246 1 5628   
24 이상향 2017 / 7 / 12 262 1 5131   
23 Gloomy day 2017 / 7 / 11 244 1 5194   
22 Stop being bossy?(2) 2017 / 7 / 10 258 1 4848   
21 Stop being bossy? 2017 / 7 / 9 296 1 3952   
20 된바람 2017 / 7 / 8 234 1 4950   
19 2장. 사냥개와 도마뱀 # Unicorn 2017 / 7 / 8 275 1 7607   
18 공자도 제 사는 골에 먼저 비오라고 했다(2) 2017 / 7 / 5 261 1 6709   
17 공자도 제 사는 골에 먼저 비오라고 했다 2017 / 7 / 4 256 1 6285   
16 열번째 도끼질(2) 2017 / 7 / 3 244 1 4988   
15 열번째 도끼질 2017 / 7 / 1 256 1 6371   
14 상처입은 짐승(2) 2017 / 6 / 29 247 1 6735   
13 상처입은 짐승 2017 / 6 / 28 281 1 5981   
12 다가오는 그림자 2017 / 6 / 26 259 1 3182   
11 돈의 쓰임새 2017 / 6 / 25 249 1 4414   
10 10. Wine day(2) 2017 / 6 / 24 248 1 588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