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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 번만 울면 되나요?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이란 건 찾아볼수 없는 과거의 삶.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버림을 받은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의 거래.

 
#12.
작성일 : 17-07-03 17:42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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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 반장과 이 형사의 이야기를 들은 뒤 승혁은 곧장 경찰서를 뛰어나와 무작정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리고 발이 이끄는 곳에 도착해 보니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대진 그룹이의 높디높은 건물의 앞이었다.

 

 무의식 속에서도 찾아온 대진 그룹. 애써 속에 깊숙이 감추고 속이려 해도 걸어온 곳은 여기였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엔 그 자식이 호의호식하며 잘 지내고 있겠지? 눈앞에 맴도는 그놈의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반드시 네놈은 내 손에 잡는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으로 형과 같은 꼴을 만들어 주겠어. 오래전부터 다짐해 온 복수심은 가면 갈수록 커다란 돌덩이가 되어 가슴속에 짓누른 지 오래였다.

 

 이글거리는 살기 어린 눈을 한 승혁은 한동안 거대한 건물을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뛰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그동안 참은 날에 비하면 고작 며칠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가득 차오른 복수심을 억지로 속에 다시 감추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걷고 또 걷다 보니 날은 저물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갑자기 외톨이가 된 느낌. 가슴속에 있는 응어리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잠시 동안만이라도 쉬고 싶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의 복수심과 택무에 대한 배신감이 뱅뱅 맴돌아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 순간 떠오른 한 사람. 형,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우리 형.

 이름만 들어도 가슴에 사무치는 우리 형.

 우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우기더니 병신같이 돌덩이가 되어버린 바보 같은 우리 형…….

 유일한 혈육인 형이 너무나 보고 싶지만, 세상 누구보다 커 보였던 형의 모습은 이젠 앙상하게 뼈밖에 남지 않은 사지와 백지장보다 더 하얗게 변해 버렸다.

 

 더 이상 병실이 아닌 곳에서 형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은 예전과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형과 마주 보며 장난치고 이야기하던 게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처럼 그때의 느낌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형의 멍한 눈동자가 내 마음을 더욱 짓누르는 것 같아, 지금은 도저히 형을 볼 용기가 생겨나지 않았다. 그렇게 승혁은 형이 있는 병원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5일 후, 글로벌 호텔에서 치러지는 대진 그룹 창사 10주년을 기념하는 고위층들이 모두 모이는 명목상의 파티.

 

 외적으로는 대진 그룹의 명성을 떨치는 것이겠지만, 내적으로는 은밀히 추진되는 마약 밀매의 거래 현장. 현진우 중심으로 모여든 현 정치인들과 대한민국 거대 조폭 조직 용현파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비밀조직까지 모두가 모인다는 정보가 있었다. 목적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자 개인의 이익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추악질 나는 존속들의 모임인 셈이었다.

 

 그 구린내 진동하는 소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우선 초청장이 필요할 테지. 뭐 그런 초청장 위조야 뒷골목 녀석들을 굴려서 맡기면 될 테지만, 문제는 이런 사소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무데뽀로 밀고 들어간다고 치더라도 녀석들이 경비를 허술하게 할리는 없고, 내가 관여하는 걸 전혀 모르는 경찰들도 잠입수사를 할 건 뻔한 일.

 

 그러니 이것저것 따져보고 의심을 받을만한 건 모두 배제해야 했다. 혼자서 배회하는 것만큼 멍청하고 아둔한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누군가 옆에서 같이 보조를 맞춰줄 인물이 필요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누군가가 날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 모든 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더도 말고 그저 옆에만 있어주면 그 정도면 족한 것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고민하고 있을 때, 때마침 나타난 인물이 바로…… 정혜나.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혜나가 서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왜? 무슨 일 있어 보이냐?”

 

 “눈이 그렇게 말하네요.”

 

 “…….”

 

 “아니면 말고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올리며 말을 잇는 혜나의 모습이 왠지 신비롭게 보였다.

 

 “누가 입원했어요?”

 

 “응?”

 

 “아니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병원 앞에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으니깐 그러죠.”

 

 “…….”

 

 “정말 그런가 보네요. 부정을 하지 않는 걸 보니.”

 

 “네가 봐도 그래 보이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입원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찌푸리고 있으면 아픈 사람도 맘 안 편해요. 없는 병도 생긴단 말 몰라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당신 그렇게 심각한 표정 정말 안 어울려요.”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쓸쓸한 눈으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문득 상념에 잠겼다. 이렇게 남을 위한 말을 하는 건 몇 년 만일까? 기억도 나지 않는 것 보니 정말로 오래된 듯했다.

 

 “큭, 그래?”

 

 “네. 어울리지 않아요.”

 

 “그랬구나. 그랬어…….”

 

 승혁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길 시작했다.

 

 “그동안 난 어떤 얼굴을 하며 살고 있었던 걸까? 바보같이 천방지축으로 모든 일을 그냥 대충대충 웃어넘기는 얼굴? 참 미친놈같이 살았네.”

 

 “…….”

 

 어색한 위로의 말이 승혁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던 탓일까? 점차 고개를 떨구던 승혁은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또다시 천천히 입을 열뿐.

 

 “내가 저번에 말했던가 형이 있다고. 우리 형이 여길 심하게 다쳤거든. 아주 많이…… 그래서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있어. 해준 것도 없는데. 고생만 하다가 말이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을 잊는 승혁.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내보이는 듯 굉장히 불안하면서도 눈망울이 참으로 씁쓸하게 비춰 보였다.

 

 “우리 형 진짜 바보같이 착했거든. 남의 말이라면 뭐든지 믿어줬어. 근데 그런 형이 꼼짝없이 누워만 있게 만든 그 새낀 무진장 잘 먹고 잘 사는 거 있지? 웃기지 않아?”

 

 “…….”

 

 “내가 왜 형사가 된 줄 알아? 그 새끼 잡으려고 됐어. 내 손으로 잡아서 형과 똑같이 만들어 주기 위해서.”

 

 점점 살벌하게 변해가는 승혁의 모습에 혜나는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 남자…… 같은 슬픔을 가지고 있었구나.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어!

 

 “복수는 참 슬픈 거예요…….”

 

 “하. 뭐야? 너도 똑같이 그만두라고 할 거면…….”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당신을 지탱해 줄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 마음마저 없으면 당신 무너질 거잖아요.”

 

 “……!”

 

 “나 알아요. 그런 마음 알고 있어서 당신한테 어쭙잖은 위로나 충고해줄 수 없어요.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나 또한 그래서 도망친 거니까. 그를 죽이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그냥 도망친 바보니까.

 

 밤바람이 혜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서서히 보이는 얼굴.

 

 달빛이 비쳐서 그런지 몰라도 혜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 같아 보였고,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가 점점 번지는 것 같았다.

 

 바람소리가 그들 주위에 맴돌 듯 스치자 온 세상의 시간이 멈춘 듯 승혁의 눈엔 쓸쓸히 웃는 혜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정혜나.”

 

 “…….”

 

 승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혜나는 그의 얼굴을 무심코 쳐다보았고, 뚫어질 듯 자신을 바라보는 승혁의 눈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승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나 너랑 키스하고 싶다.”

 

 “……읍!”

 

 대꾸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파고들어온 승혁의 입술을 혜나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싫어요!”

 

 “아. 제발, 진짜 부탁한다니깐!”

 

 “싫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응?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푸른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날씨 좋은 날. 한적한 병원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상응하는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원에 있는 환자와 의사, 간호사 그밖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집중해 있는 줄도 모른 채,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며 병원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는 한 여자와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뒤를 쫓는 한 남자.

 

 그 둘의 모습이 마치 양다리를 걸친 남자가 여자에게 들켜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 같은 장면이라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기에 신성한 병원에서,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남녀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야! 정혜나!”

 

 “…….”

 

 “혜나야~”

 

 “…….”

 

 “야! 설마 아직까지 삐쳐 있는 거냐?”

 

 덕진이 있는 병실까지 따라올 작정인지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며 말을 붙이는 승혁 때문에 혜나는 그냥 무시하는 길을 선택했다.

 

 제풀에 못 이겨 꺾이길 바라면서! 하지만 생각보다 끈질긴 승혁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담고 말았다. 자신의 뺨에 새빨갛게 새겨진 손자국을 생각했다면 말이다.

 

 “지금 뭐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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