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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즈나엘
작가 : 레이나비
작품등록일 : 2017.7.2

나이 서른에도 차원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려지는 것도 아니고 더하기 열살이라고?

거기다 노처녀인 내가 유부녀에 애가 셋이라고?
누구야,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이?

 
4화
작성일 : 17-07-03 16:43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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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테사 부인,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간도 딱 맞고, 역시 테사 부인의 손 맛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저희 집 식구들도 너무 맛있다고 꼭 감사 인사전해달래요. 호호호”

 

  다소 과장된 칭찬과 몸짓. 하이톤의 웃음소리. 나는 제법 아줌마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뭘 또 이런 걸 가져왔어. 이즈 양, 맛있게 잘 먹었으면 됐는데”

 “별 것 아니에요. 저번 주에 만들어 둔 건데, 지금 딱 맛있게 잘 익었어요.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드셔보세요.”

 “이즈 양 음식솜씨야 내가 잘 알지! 고마워, 잘 먹을게.”

 

 테사 부인은 호탕한성격의 다소 풍만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었다. 마을에서 부부가 함께 과일가게를 운영하는데 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과일을 살 때는 꼭 이 곳을 이용했다. 처음에 그녀를 부르기 위해 호칭을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원래의 나와는 나이차가 있지만 이즈나엘과 그녀는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이모님’도 아니고, ‘부인’이 그나마 제일 나은 것 같아서 불렀는데, 처음엔 그녀가 낯간지럽다고 질색을 했었다. 사실 나는 그녀가 날 부르는 ‘이즈양’이라는 호칭이 더 간지럽다. 마치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이왕 온 거 좀 놀다가. 어차피 지금은 손님도 없어. 심심했었는데 마침 잘됐네.”

 “그래도 돼요? 그럼 잠시만”

 

 그녀는 내 좋은 수다친구였다. 그녀와 떠들고 있자면 세상 모든 심각한 일 따위 전부다 웃어넘길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집 양반이 그날 술이 떡이 되어서는 지나가던 개보고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왈왈왈왈왈왈! 왈왈! 왈왈왈!!”

 

 그렇게 그녀가 양손을 앞에 모으고 개 짓는 시늉을 하자마자 나는 빵 터져 버렸다.

 얼마나 웃었는지 입 근육이 아파올 정도였다.

 

 “거기서 끝이 아냐, 그 양반 덕에 개가 놀랐는지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이번엔 고양이를 만났는데, 그 양반이 그 잽싼 걸 어떻게 재주 좋게 잡아서는”

 “잡아서는?”

 “캬오오오오오오옹!!!!”

 “아하하하하하하하”

 “덕분에 우리 집 양반 지금 얼굴에 붕대감고 있어. 아무튼 내가 못살아. 저런 걸 데리고 사는 내가 장하다. 장해.”

 

 너무 웃어서 아픈 배를 쥐고 숨을 골랐다. 아직도 머리 속에는 그녀가 흉내 낸 장면들이 반복 되서 떠올랐다.

  술이라, 그러고 보면 나도 술을 참 좋아했는데, 여기 와서는 먹어볼 기회가 없었네.

 나름 회사에서는 주량으로 따지면 top 3안에 들었었는데 말이지.

 

 “뭐여, 무슨 이야길 하길래 그렇게 웃음꽃이 피었대?”

 “참말로, 시장에 테사 네 목소리 밖에 안 들리더라. 캬오오오!!”

 

 뒤에서 나타난 헤일리 부인이 양손을 고양이처럼 둥굴게 말고는 테사부인이 낸 고양이 소리를 흉내 냈다.

 

 “주디스 부인, 헤일리 부인. 안녕하세요”

 “옴마~ 이쁜이 와있었네~”

 

  주디스 부인과 헤일리 부인, 테사 부인까지 이 시장 3대 실세가 모두 모였다.

 주디스 부인은 정육점을, 헤일리 부인은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테사 부인까지 셋이서 모이면 무적의 시장 3대장이 완성 되는 것이다.

  나는 그녀들이 좋았고, 그녀들도 나를 좋아해 주었다. 나이를 먹으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딱 촉이 오는 사람이 있다. ‘아, 이 사람은 나와 잘 맞겠구나.’ 라는 감이 오는. 내게는 그녀들이 딱 그런 사람이었다.

 

 “이쁜이는 좀 많이 먹어야 겠어, 빼짝 말라가고는 어떻게 아를 셋이나 낳았나몰라.”

 

 음, 제가 낳은 건 아니라서요. 속은 아직도 처녀랍니다.

 

 “오홍홍, 바깥 양반이 재주가 좋겠지.”

 “우리 집 양반은 이제 영- 실없어져서 말이지. 부러워라”

 

 얼굴이 달아오르는 쪽은 나다. 그녀들은 내 반응을 즐기듯 가끔 수위 높은 발언으로 나를 놀려댔다. 알 거 다 아는 어른이더라도 노골적으로 말해 올 때는 조금 부끄럽다.

 

 

 손님이 오는 소리에 테사 부인이 나갔다. 혹시나 장사에 방해가 될까 싶어 우리는 목소리를 줄였다.

 

 “그래서, 유진은 집에서 여전해?”

 “네, 어쩐지 절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거 참, 이상하네. 우리 아들 말로는 학교에서 아주 난 놈이라던데,”

 

  그녀의 아이들은 유진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 처음에 유진이랑 서먹할 땐 아들이 소심한 성격 같아서 고민이라고 상담했었는데, 그녀는 내게 다른 말을 해주었다. 유진은 소심한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모아 영웅놀이도 할 만큼 활달한 아이라고 했다.

 

 “십 년 만에 만난 엄마한테 낯가리는 걸 수도 있지. 천천히 기다려봐. 이즈양”

 “아, 그거 말인데요. 혹시 제가 왜 10년 전에 쓰러졌는지 알고 계세요?”

 

  그녀들은 내가 10년 만에 깨어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쩌면 한 영지의 사람이니까 10년 전에 이 몸이 왜 쓰러졌는지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쩐지 에일한테 묻기에는 그 아내 바라기 사람한테 안 좋은 추억을 들추게 하는 것 같아서 그 동안 물어보지 못했다.

  둘은 서로 마주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우리도 자세히는 몰라. 10년 전이면, 좋기만 하던 영주님이 갑자기 폭상 망해버렸고, 우린 이즈양이 쓰러졌다는 건 나중에야 들었지. 그 전에는 솔직히 친하지도 않았고, 잘 몰랐으니까. 그냥 원래 그 뭐야, 성녀 후보생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그 가문에 시집 왔다고는 들었지만.”

 “네? 성녀 후보생?”

 “그래, 이즈양은 기억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그 때 한참 음유시인들도 와서 사랑을 선택한 성녀님이라며 떠들다 가고 그랬으니까. 유명했지 그때. 마을도 괜히 기자들 때문에 시끌시끌했고,”

 

 적당히 지병이 있었거나, 불의의 사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의 말을 들어버렸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들의 말로 추측을 해보자면 가문이 몰락한 것도 10년 전이었다. 이즈나엘이 쓰러진 시기도 10년 전이었고 두 사건이 서로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

 

  집으로 돌아와 그녀들의 말을 한참 생각했다.

 성녀후보생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 나라의 성녀는 타고난 성력으로 결정된다. 성력은 신이 주시는 힘으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어야하며 여자아이들만 가질 수 있는 힘이었기에 딸을 낳으면 신전에 데려가 성력의 유무를 검사받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이상의 성력이 확인 되면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되고 신전에서는 부모에게 돈을 준다. 가난한 부모에게는 신께서 주신 자식을 신께 돌려드린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분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즈나엘에게 부모가 없는 건 그 때문이었나. 성녀, 성녀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봐요, 이즈나엘. 나를 데려온 게 혹시 당신이에요?”

 

 대답이 돌아올 리 없지. 뭔가 촉이 안 좋은 게, 10년 전 사건에 대해 잘 알려줄 수 사람이 필요하다. 우선, 서재로 가보자, 뭔가 기사 같은 게 남아있을 지도 몰라.

  생각보다 이 저택의 서재는 관리가 잘 되어있다. 이 저택에서 가장 멀쩡한 곳을 뽑으라면 단연 서재를 꼽을 정도로 말이다.

  손가락으로 책장을 도르르 훑었다.

 [제국 역사서 상권], [궁정 예법], [마수 제압 법], [성력의 이해]

 제목만 읽어도 과연 판타지구나 싶었다. 보통 이런 서재에는 비밀 공간 같은 게 숨겨져 있지 않나. 특정한 책을 뽑으면 숨겨져 있던 방이 나타난다거나.

  호기심에 책들을 고르다가 문득 손이 멈춰진 곳에 있는 책을 한 권 뽑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몇 권의 책을 더 뽑아 보다가 어쩐지 바보짓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뒀다.

 

  하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진 않겠지. 그만하고 기사나 찾자. 분명 어딘가 스크랩 한 게 있을 거 같은데. 아, 이건가.

  팔랑팔랑 종이를 넘겨 10년 전 기록을 찾았다. 아, 무슨 사건 사고가 10년 전에 이렇게 많았어, 대체 뭘 봐야 하는 거야. 그때 특히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단조로운 기사들 속에서 드물게 화려하게 장식된 테두리를 보니 그 해의 핫이슈였던 것 같다.

 

 [왕족 메티스 사망. 사인은 독살. 범인은 누구인가.]

 

 궁중 암투에 관한 건가.

 

 [7월 23일. 고든 왕의 배다른 동생이었던 메티스가 사망하였다. 메티스는 현 왕과는 달리 난폭한 성정으로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샀던 자였으나 돌연 사망소식으로 국민들에게 그 소식을 전해왔다. .....중략..... 해서 자연사가 아닌 독으로 인한 중독사로 밝혀졌는데, 범인이 누군지는 궁에서 침묵 중이다. 어쩌면 아직 붙잡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중략.....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초라한 죽음이었다. -기자 모리스]

 

 와, 왕실의 기사를 이렇게 편협적으로 써도 되는 건가. 대체 메티스라는 사람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으면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이라고 쓸 수 있는 걸까. 이 기자 아직 살아있나 몰라.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아, 도련님. 오셨어요. 기사를 좀 찾아보고 있었어요.”

 “기사 입니까.”

 “네에.”

 

  말꼬리를 늘리며 그를 쳐다보지 않고 계속 기사들을 읽어보았다. 단탈리온 가에 대한 뭔가 기사가 있을 법도 한데... 너무 많아서 찾기가 힘들다.

 

 “어떤 기사를 찾고 있는 겁니까.”

 

  평소엔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이 드문 사람이 자꾸 말을 걸자 신경 쓰인다. 잠시 고민했다. 이걸 그냥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되는 걸까. 당시 백작이었던 본인에게 말이다. 그는 제일 간단하고 빠르게 알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색인이었다.

 

 “도련님. 혹시 10년 전 제가 쓰러졌던 것과 이 가문이 몰락이 관련이 있나요?”

 

  도련님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그는 나를 만난 첫 날을 제외하고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표정관리라도 하나 싶었는데, 그동안 지켜본 결과 그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기본적으로 담담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게 그런 불편한 마음을 품은 거였다.

 

 “설마 이제 와서 기억이 돌아오기라도 했습니까.”

 

  그답지 않게 말이 길다. 목소리가 다소 격양된 게 느껴진다. 역시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른 척 넘어가기엔 내가 탐탁지 않다. 나는 이 이즈나엘이란 여자가 대체 어떤 여자인지 알아야겠다.

 

 “그건 아니지만, 도련님께선 제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 것 같네요.”

 

 

 **

 5.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길 천천히 기다렸다. 탁자 위의 허브티가 먹기 좋게 식었을 때쯤 그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 형님께서는 당신이 이 사실을 모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았어요. 아무 말도 해주질 않으니까. 저 역시 이 집의 상태에 대해 더 묻지 않은 건 그만한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런데 그 사연에 제가 끼여 있다면 더 이상 방관자로만 있을 순 없죠.”

 

 “...당신이 보고 있던 그 기사의 범인이 당신입니다.”

 

 풉. 깜짝 놀라서 마시던 허브티를 그대로 뿜어버렸다. 뭐, 무슨 스케일이 이래. 이즈나엘이 왕족 살해범이었다고? 아까 내가 그 기사로 본 범인이 나야?

 

 “왜요?”

 “그가 당신을 덮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가관이구만. 아까 본 기사가 떠올랐다. 분명 ‘난폭한 성정’이라고 그랬던가. 망나니였구만, 그 인간. 그런데 여기서 의문은 남자가 덮치는데 어떻게 여자가 그에게 독을 먹일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독이라는 건 향수마냥 항상 챙겨 다니는 필수품목이 아니다. 계획적인 살해가 아니라면 독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거기다 이즈나엘의 몸은 가녀린 여자의 몸 그대로였다. 엄청난 힘이라도 숨겨져 있냐고 물어온다면 솔직히 이 몸을 지내는 동안 가구 위치를 바꾸는 것도 엄청난 중노동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평범하다는 말이다. 남자를 이길 수 있을 만한 힘이 없다.

 

 “그런데 왜 제가 쓰러 진거죠?”

 

 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망설이고 있다.

 

 “메티스는 당신을 방으로 불러들였고, 당신을 덮치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가지고 있던 독으로 그를 먹여 독살 시킨 뒤, 전 성녀후보자로서 생명을 해한 죄책감에 자신 역시 그 독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여기까지가 저희 쪽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또 저 말이 나왔다. 성녀후보자. 그럼 이 몸은 성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는 그가 어떤 짓을 했든 우선 왕족이었고, 우리 가문은 그 죄를 물어 몰락합니다. 사실상 왕족시해의 죄는 사형이었으나, 그가 하려고 했던 짓도 있고, 당신도 의식불명이었으니 왕실에서는 저희 가문의 권력을 빼앗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되었습니다.”

 

  과연 일이 그렇게 된 거 였군. 이 사건은 아무리 봐도 찝찝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왕실에서는 이 사건을 빨리 덮어두길 원했다. 뭔가가 더 있는 게 분명했다.

 

 “도련님이 아는 저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었나요.”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이 집이 이렇게 된 건 나 때문이었네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처음에 나를 그토록 불편해 했었던 건가. 그나마 사건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자가 깨어났는데 기억을 하지 못해서.

  반쯤 열린 창문으로 토도독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허브티가 식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에단의 앞에 놓인 티는 여전히 처음 그대로였고, 내 손안의 컵은 이미 비어 버린 지 오래였다.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원래 이 저택의 모습을. 귀족이었으니 시중을 드는 메이드들이 있었을 것이다. 책에서만 보았던 집사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낡은 카펫대신 화려한 색감의 붉은 카펫이 깔려있고, 복도에는 고급스런 화분에 꽂힌 꽃들이 계절마다 종류를 바꿔가며 있었을 것이다. 정원에는 텃밭대신 예쁜 조경들이 장식되어 있었을 테고, 후원의 커다란 나무는 파란 잎들이 무성했을 것이다. 분수대에서는 물이 흘러나오고 이 저택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로 분주했을 것이다.

  아아, 그래. 그랬을 지도 모른다.

 

 “사실은 형님의 부탁을 거절하고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드린 이유는 당신이 기억을 되찾길 바라는 제 마음도 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일단은 다른 사람이라서 말이죠. 입이 쓰다.

 

 “도련님과는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 것 같네요.”

 “그건...”

 “좀 더 빨리, 물어볼걸 그랬네요. 제가 너무, 제 일에 무관심 했네요. 에일은 제가 알지 못하길 원하는 것 같으니, 저도 이 이야기를 도련님한테 들은 건 비밀로 할게요. 그러니 도련님께서도 모른 척 하세요.”

 

 

 

 

 **

 

 

  종이에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써내려갔다.

 이즈나엘. 전 성녀 후보자. 그러나 에일과의 결혼으로 자격을 잃고, 평범한 여자로 결혼생활을 지냄.

  10년 전, 메티스에게 덮쳐질 뻔하고 그에게 독약을 먹여 죽임. 그리고 죄책감에 자신도 자살기도. 가문은 왕족 시해죄로 몰락하고 그대로 10년이 흐르고 서른의 내가 이즈나엘의 몸에 들어와 깨어났다.

 

 톡톡톡.

 

 펜 끝으로 종이를 두드렸다. 까만 점이 종이에 그대로 박힌다.

 이즈나엘은 대체 어떤 여자 였을까. 이 세계에 내가 불려온 이유는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걸까.

 

 펜 끝으로 종이를 두드렸다. 까만 점이 종이에 그대로 박힌다.

 이즈나엘은 대체 어떤 여자 였을까. 이 세계에 내가 불려온 이유는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걸까.

  원래 내 세계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사고 같은 게 아니라 평범하게 친구의 결혼식장을 다녀와서 방에 누워 잤었다.

 

 그게 전부다. 아무리 이즈나엘과의 접점을 찾아보려고 해도 마땅한 게 없었다.

 우선 이즈나엘이 어떤 여자인지부터 알아보는 것부터 해야 하나.

 나중에 에일한테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그러고보니 비가 아까부터 그칠 생각을 안 한다. 단순한 봄비라 금방 그칠 줄 알았더니 그 굵기가 심해지더니 아직까지 내리고 있었다. 학교에 있을 유진이 생각났다.

 

  우산. 안 챙겨 갔을 텐데.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우습게도 이 저택의 홀에는 비가 샌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이미 도련님이 비가 새는 곳에 맞춰 그릇을 놓아두었다. 운치가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볼품없는 광경이다. 그래도 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제법 맑다.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터라 그릇을 받쳐 두더라도 바깥으로 튀는 양도 적지 않다. 중간 중간 닦아 주지 않으면 누군가 미끄러져 부상자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역시 빨리 수리해야겠지.

 

 저택은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건물하나 없는 판판한 길을 따라 노래 두곡정도를 속으로 부르다보면 금방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건물들이 보이면 하얀 돌바닥을 따라 걷는다. 한 때 단탈리온 가의 영지였던 이 마을은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파스텔 톤의 오밀조밀한 건물. 그 사이의 좁고 넓은 골목들. 마을 하천이 보이는 다리를 건너 광장이 보이면 노부부가 운영하는 가정식을 파는 파란 문의 건물이 보인다. 그 골목을 따라 걸어가면 .... 보이는 카페에서 좌측으로 꺾어서 얼마 안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왜 안보이지.

 

  큰일이다. 길 잃어버렸다.

 

  사실 학교는 처음 찾아가 보는 거라 길을 잘 모른다. 난리 났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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