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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0
작성일 : 17-07-03 15:38     조회 : 293     추천 : 3     분량 : 7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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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생겼음을 막 깨달은 참이었다.

 신원불명의 남자는 기웅의 총에 손목을 맞은 것이 확실하다. 기웅의 어깨 총상은 포커스가 쏜 것이다.

 그런데 포커스의 총은 자신이 압수해서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포커스가 기웅을 쏜 이후에 총을 빼앗았다는 건데, 도대체 언제.

 놈의 총질을 피해 5미터를 가로질러 제압하고 총기 압수, 그게 말이 될까.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졌을 리도 없지만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총이 언제 바지 주머니에 들어갔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났다. 언제 기웅에게 응급지혈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기억에 문제가 있다. 이 정도로 까맣게 기억이 끊길 정도로 뇌에 문제가 생겼다면 통증이라도 동반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병원이라면 끔찍하지만 의료팀을 한 번 만나봐야 하는 걸까.

 수호는 문득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이우의 감긴 눈을 잠시 보다가 인상을 굳히며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정말 몸에 문제가 생긴 걸까. 만약에 뇌나 정신에 병이 생긴 거라면.

 수호의 인상이 더 구겨졌다.

 그럴 리가 없다. 아무 증상도 없이 그런 병이 생겼을 리가 없다. 그럼 이게 도대체 뭘까. 포커스에게 집중하고 있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을까.

 오늘 기웅의 사고 순간. 약에 취했던 이우와 키스하던 중간. 도로공사현장에서 원인모를 부상을 당했던 순간. 남태령 집에 처음 갔던 밤 이우가 갑자기 키스하던 순간. 이우에게 도둑키스하고 도망치던 중에 돼지포커스 쫓다가 넘어졌던 순간.

 수호는 문득 멍해졌다.

 이우. 기웅이 쓰러지던 순간, 총성이 귀를 때리던 찰나, 이우의 향기를 느꼈음을 깨달았다.

 호텔방으로 와있던 이우의 향기를. 직선거리로도 어림잡아 육칠백 미터는 될 거리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수호는 이우를 돌아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바로 이 향기, 이우의 향기. 분명히 느꼈다.

 기억이 끊어지던 순간마다 왜 이우의 향기를 느낀 걸까. 이게 도대체 뭘까. 너무 좋아해서 생기는 일종의 정신병일까. 상사병 같은?

 아니면 호르몬?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위험을 느낄 때마다 그 사람의 향취가 엔도르핀이나 다이돌핀처럼 분비되는 걸까.

 수호의 입에서 한숨이 터졌다. 이 무슨 망상의 향연일까. 기웅은 어쩌고 있으려나, 수술은 들어갔으려나.

 “형.”

 수호가 시선을 돌렸다. 이우는 수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걱정되죠?”

 수호는 몸을 돌려 누워 이우를 당겨 안고 머리에 코를 박았다. 깊은 호흡으로 향기를 들이마시다가 문득 어리둥절해졌다.

 “응?”

 고개를 뒤로 빼서 이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뭐가? 뭐가 걱정이 돼?”

 잠시 조용하던 이우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되는 일 있어요? 왜 그렇게 한숨만 쉬고, 잠도 못 들고.”

 “아.”

 문득 미안해진 수호는 싱겁게 웃으며 대꾸했다.

 “형 보러 와봐야 재미도 없지?”

 “재미로 온 거 아니에요.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어서 온 거지.”

 수호의 입에 웃음이 떴다.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

 웃음 끝에 수호는 불쑥 치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기웅이 형이 좀 다쳤어.”

 “좀 어떻대요? 심각한 거예요?”

 이우를 멀뚱하게 고쳐보던 수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너 이럴 때 보면 꼭 기웅이 형 같애? 무슨 사람이 놀라는 법이 없어?”

 “아…. 아닌데. 놀랐는데.”

 “심각한지는 아직 모르는데. 근데 뭐, 초기 지혈 잘 돼서 생명은 지장 없을 거고. 응급헬기 탔다니까 병원 들어갔을 거야 아마. 내일 올라가 봐야지.”

 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생명은 지장 없다. 어쩌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걸까.

 “어떻게 된 건지 안 궁금해?”

 “아…, 궁금해야 돼요?”

 수호는 얼떨떨해서 눈을 깜빡였다.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사람이 다쳤다고 그러면 왜 다쳤냐 어딜 다쳤냐, 뭐 그런 거 물어보지 않나?”

 “국가기밀이라면서요. 형 콩밥 먹기 싫다며.”

 이우는 말끝에 웃음을 흘렸다. 멀뚱멀뚱 이우를 쳐다보던 수호는 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기웅의 부상이 별거 아니어야 할 텐데. 자신의 기억상실도 별거 아니어야 할 텐데.

 “생명 지장 없다면서요. 수술 잘 되면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요 형.”

 고개를 끄덕인 수호는 마르는 입을 다시며 말했다.

 “근데 나 요새 좀 이상해.”

 이우는 수호의 심각한 표정에 시선을 집중했다.

 “나 요즘 들어서.”

 잠시 뜸을 들이던 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요즘 들어서 기억력이 나빠져.”

 “기억력이요?”

 “응, 뭔가, 꼭 홀린 것처럼. 부분적으로 까맣게 기억이 안 나는 일이 자꾸 생긴다?”

 이우는 숨을 가만히 죽이고 수호의 표정을 살폈다.

 “병원을 좀, 가봐야 될까?”

 “병원을 왜요. 저도 가끔 그래요. 뭐 자꾸 깜빡하고.”

 “근데 그게, 그런 수준이 아니라, 예를 들면.”

 수호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쩝 다셨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갑자기 이우의 향기만 킁킁 맡은 기억이 나고 다른 상황은 기억이 안 난다니. 진짜 중증 정신병자에 초특급 변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증상일까.

 심각해진 수호의 얼굴을 물끄러미 살피던 이우는 이유 모호한 한숨을 흘렸다. 수호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다행인 건지 서운한 건지, 제 기분을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걱정 마요 형. 병원 갈 일 절대 아닐 거니까.”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형 진짜 좀 심각해.”

 “제가 딱 보면 알아요.”

 수호의 심란한 표정에 이우의 웃음이 샜다. 수호의 가슴에 머리를 들이박아 웃음을 숨기고는 소곤거렸다.

 “제 말만 믿어요. 형 기억력 정상. 지극히 정상.”

 수호는 이우의 몸을 당겨 꽉 끌어안고 말했다.

 “형 정신에 막 이상 생기고 그럼 너 형 버릴 거지?”

 “아니요.”

 “진짜다? 약속했다 너? 형 정신병자 돼도 니가 형 책임지기다?”

 “대신 형은 좀 사나우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청테이프로 감아둘 거예요.”

 “뭐어?”

 수호가 몸을 뒤로 빼며 이우의 얼굴을 째려보았다. 이우는 웃음을 참으며 수호의 품 안으로 얼굴을 다시 숨겼다.

 

 *

 수호는 병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어깻죽지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몸을 훑어보며 다가갔다.

 기웅의 감긴 눈과 낮은 호흡을 물끄러미 살펴보던 수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기막힌 인간, 이게 무슨 야단일까. 말도 없이 이우를 불러 내려서 놀라게 하더니 한 시간 뒤엔 총에 맞아서 더 놀라게 하고.

 생각할수록 기가 차는 기분에 수호는 헛웃음만 자꾸 흘렸다.

 “왜 실실 쪼개냐.”

 눈을 감은 채 말을 뗀 기웅의 입가에 웃음이 떴다.

 “형 안 죽어서 쪼개지.”

 기웅이 픽 웃으며 눈을 떴다.

 핏기 없는 얼굴을 내려다보던 수호는 어깨 붕대로 시선을 돌렸다. 심장을 뚫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생각만 해도 심장이 내려앉았다.

 “포커스나 쏘시던가, 왜 엉뚱한 놈 손모가지를 날리고 그래?”

 기웅은 비실비실 웃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쫄랑인 다친 데 없어?”

 “나야 스크래치 하나 없지. 원래 총알도 튕기잖아.”

 기웅이 기운 없이 낄낄거렸다.

 “야, 웃기지 마. 형 힘들다.”

 붕대 탓에 상의를 못 걸친 몸 위로 수호가 이불을 끌어올려 덮었다.

 “더워 인마.”

 “아픈 사람이 왜 더워. 피 쏟았으면 추워야지.”

 “남해 가서 하도 뜨거웠더니 지금도 덥다 야.”

 “고맙다 형.”

 뜬금없는 소리에 기웅이 수호를 고쳐보았다.

 “뭐가 또? 고양이 불러줬다고 여태 그러냐?”

 수호는 피식 웃었다.

 “아니. 안 죽어서 고마워.”

 기웅은 무덤덤한 얼굴로 수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내 킁, 웃음을 터뜨리고는 대꾸했다.

 “그렇게 고마우면 뽀뽀라도 찐하게 한 번 해주든가.”

 수호가 헛웃음을 웃었다. 그럼 그렇지. 진지함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지.

 “으이구, 내가 오늘 이 원수 갚고 말아야지.”

 수호는 기웅의 얼굴 위로 고개를 숙였다. 기웅의 코끝에 수호의 숨결이 닿았다.

 입술을 최대한 쭉 빼문 수호가 기웅의 입에 입술 끝을 슬쩍 댔다. 바로 고개를 드는 순간 뒷덜미를 붙들렸다.

 수호는 코앞의 얼굴에 얼떨떨하게 시선을 모았다. 기웅의 낮게 깔린 시선이 수호의 입술에 세워졌다.

 뒷덜미가 당겨지자 수호는 엉겁결에 눈을 꽉 감았다. 입술이 맞붙었다.

 혀끝이 입술 사이를 파고들자 수호는 급하게 팔을 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인상을 구기며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에이 씨, 이 변태가 진짜.”

 기웅은 팔을 들어 눈가를 덮으며 낄낄대기 시작했다.

 “아, 완전. 우리 쫄랑이.”

 약이 올라 기웅을 노려보던 수호는 움찔 놀랐다.

 기웅의 눈가를 덮은 오른팔로 붉은 혈액이 흘렀다. 손을 급하게 뻗느라 빠진 링거 호스에서 손등의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아, 나 진짜. 이게 뭐야!”

 짜증을 버럭 부린 수호는 손등에 매달린 호스 끝을 잡아 올렸다.

 기웅이 팔을 돌려 제 손등을 슬쩍 쳐다보았다. 너무 웃었는지 기웅의 벌건 눈가에 눈물까지 고여 있었다.

 기웅은 눈가를 문지르며 연신 낄낄거렸다.

 “바늘 좀 빼 봐. 아, 웃겨.”

 “웃겨? 피 한 말 쏟은 거로는 모자라? 진짜 가지가지 한다.”

 호스 끝을 꺾어 접은 수호는 기웅의 팔에 붙은 반창고를 떼어 감았다.

 “잠깐 있어 봐. 간호사 불러올게.”

 “야야, 그러지 말고 잠깐 빼 봐. 또 끼우면 돼.”

 “아 뭘 또 끼워! 자꾸 찔러야 봐야 아프기밖에 더 해?”

 “잠깐 빼 봐라 글쎄. 할 얘기도 있고.”

 수호는 인상을 바짝 구기며 기웅을 노려보았다.

 “에에? 형 팔 하나 못 쓴다고 지금 약 올리냐? 빨리 못 빼?”

 수호는 이를 앙다물었다. 손등의 바늘을 콱 잡아 빼고 반창고를 떼어 주사 구멍을 막았다. 반창고 위를 엄지로 죽어라 눌렀다.

 “아, 야야!”

 버럭 소리를 지른 기웅이 이마를 급하게 잡아 쥐었다.

 “아 씨, 핑 도네. 에이 씨, 야! 환자한테 이러기 있냐?”

 “무슨 환자가 이래? 나이롱이야 뭐야.”

 눈을 부라리던 수호는 이불을 다시 끌어올려 덮어주며 물었다.

 “뭔데? 할 얘기 있다며?”

 “아,”

 기웅은 고개를 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의자 없어? 갖다가 좀 앉아 봐.”

 “뭔데, 길어? 밖에 이우 기다려.”

 기웅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고양이가 여길 왔어?”

 “남해에서 여기로 바로 온 거야. 이우가 형부터 보고 가라고 하도 그래서. 이우 그냥 올라오라고 할까? 형 상태 보고 괜찮으면 부르겠다고 했는데.”

 “아, 그랬어? 아….”

 기웅은 이마를 긁적였다. 치밀한 놈이 이우한테는 점점 허술해지기만 하니, 총 맞은 얘기까지 다 했으려나. 직업 털어놓은 것도 모자라서.

 “그냥 다음에. 내일 같이 와.”

 “내일은 무슨. 쉬는 날 나더러 여길 또 오라고?”

 기웅이 수호를 노려보았다.

 “양심이 있긴 어디 있냐 니가.”

 “뭐?”

 “아, 됐어 인마. 또 오기만 해봐라 그냥. 확 내쫓아 버릴 거니까.”

 “허이구 퍽이나. 심심한데 왜 안 오냐고 전화통에 불이나 지르겠지.”

 수호의 기세등등한 대꾸에 기웅이 피식 웃었다.

 “가 얼른. 고양이 기다린다며.”

 “응? 할 말 있다며?”

 잠시 대답을 늦추던 기웅이 수호를 째려보며 말했다.

 “고양이한테 우리 무슨 장사하는지 털었냐 너?”

 수호의 말문이 막혔다. 아, 이 귀신같은 인간.

 수호를 빤히 쏘아보던 기웅이 픽 웃고 말을 이었다.

 “애인 목 빠지겠다. 얼른 가.”

 수호는 눈치를 슬슬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듯 병실 입구로 향하다가 기웅을 슬쩍 돌아보았다. 시선이 맞자 싱겁게 웃으며 말했다.

 “의사들 말은 좀 들어라 형. 제발.”

 

 

 슬리퍼를 발끝에 걸치던 수호가 문득 움직임을 세웠다. 숨을 죽이고 집 안을 향해 눈동자를 굴렸다.

 현관으로 뒤따라 들어오던 이우도 엉겁결에 걸음을 멈췄다. 안을 노려보고 있는 수호의 얼굴을 살피며 소곤거렸다.

 “왜요?”

 수호는 검지를 세워 입 앞에 붙여 보이고는 이우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가만히. 잠깐 정원에 나가있어.”

 수호는 슬리퍼를 조용히 벗었다. 눈을 치켜뜬 채 한 발짝씩 조용히 떼며 거실로 들어섰다.

 어리둥절하던 이우는 자리에 굳어선 채 수호의 뒤통수를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거실을 둘러본 수호는 숨을 죽이고 주방을 힐끗거렸다. 주방과 연결된 발코니 문을 살며시 열었다.

 다시 나와 조용히 침실로 들어갔다. 욕실을 거쳐 드레스룸을 확인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침실 밖으로 나와 서재로 향했다.

 아래층에 이어 비어있는 위층까지 샅샅이 확인한 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상하다. 분명히, 낯선 냄새. 흡연자. 남자. 여러 명.

 “왜요? 뭔데요?”

 “응? 아니 그냥. 집 비운 사이에 혹시 도둑 들었나 하고. 뭐 없어진 거 있는지 한 번 봐.”

 이우는 불안하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호를 흘겨보았다.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요. 어유, 참.”

 수호가 이우를 당겨 안으며 웃었다.

 “형이 너 다칠까 봐 노이로제 오나 보다.”

 수호는 가만히 심호흡을 했다. 이우의 향기로 숨을 쉬며 괜히 긴장했던 속을 달랬다.

 

 

 주치의가 링거액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진통제에요. 아시죠?”

 “네.”

 “통증이 심하실 텐데, 힘드실 때마다 한두 번씩 누르세요. 괜히 참지 마시고.”

 기웅은 링거액을 힐끗 쳐다보고는 웃으며 대꾸했다.

 “안 참아요 저.”

 “이거 한 번도 안 쓰신다고 그러던데요. 아픈 거 참지 마시고 그냥 누르세요. 중독성 있는 약 아니니까.”

 의료진이 병실을 빠져나갔다. 닫히는 병실 문을 잠시 쳐다보던 기웅은 천장으로 시선을 올렸다.

 물끄러미 천장을 보던 기웅의 손이 습관대로 이마를 향했다. 이마를 긁적이던 손을 내려 입술을 가만히 만졌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빈 병실에 혼자 누워 연신 킬킬거렸다.

 웃음이 잦아들자 기웅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네, 저예요. 현이우 집은 눈에 안 띄게 확실히 하신 거죠? 네. 아니요, 오지 마세요. 여기 특범국에서 드나들어서 서로 불편해요. 네, 괜찮대요. 네. 아 그리고, 이번 도브는요? 잘 나갔어요?”

 기웅은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강 실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네, 인턴으로 올려주시고 이름은 허진태로 하겠습니다. 네. 네. 전영인 계속 밟아주시고요. 네. 고마워요.”

 기웅은 끊어진 전화를 가슴 위로 얹고 천장을 보았다.

 노바디. 현이우. 잠수도 타지 않고 현이우 주변을 배회하던 포커스들. 이유는 십억.

 노바디와 현이우의 연결고리는, 덫을 놓는 자. 수호에 대해 캐물은 자.

 기웅은 핸드폰을 세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울리기 무섭게 연결됐다.

 -네 지부장님.-

 기웅은 빙글 웃었다.

 “이렇게 한가해서야 어디 먹고 사시겠어요?”

 -예? 아, 지금 잠깐 저 혼자라.-

 벽이 비어있는 공간인 듯 허진태의 목소리가 울렸다.

 “남해 건은 알고 계세요?”

 -아, 네. 털렸다고.-

 “뭐 하는 놈들이에요?”

 -여기 한 명이 적출 담당 만나러 갔다가 그런 거 같던데요.-

 기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쟁이였구나, 수호의 목숨을 가지고 건방지게 농담 따먹던 놈.

 “조준점이 괜찮았네요.”

 -예?-

 “저 한 가지만 봐주세요. 적지 마시고 외우세요. 백 번을 다시 물어보셔도 되니까 적지는 마세요.”

 -아, 예.-

 “전영인. 한국 나이 삽십육 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임시 거주 중. 기억하시겠어요?”

 -전영인. 서른여섯. 나이지리아.-

 “네 맞아요. 그쪽에 그런 이름 있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언제까지….-

 “빠를수록 좋겠지만, 더디더라도 노출 없이요.”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기웅은 전화를 끊어들었다. 문득 인상을 찡그리며 붕대가 감겨있는 어깨를 슬쩍 쳐다보았다. 천장으로 시선을 올렸다가는 무덤덤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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