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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채운몽
작가 : 채헌
작품등록일 : 2017.6.19

조선 최초의 레즈비언으로 기록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세자빈 월, 기루 무사 소쌍을 만나 운명인 듯 우연인 듯 사랑에 빠진다. 아니라 해도, 아니 된다 해도 돌아설 수 없었던 그녀들의, 무지개빛 로맨스

 
21장. 악야惡夜
작성일 : 17-07-03 14:3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6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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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무로 얼기설기 골격을 얽어놓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어설피 지은 집이지만 집집마다 따순 김이 오르고 마당에는 살진 닭들이 모래를 쪼며 구구댄다.

 

  “소쌍아, 소쌍아, 밥 먹어.”

 

  공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아홉 살의 소쌍이 빼꼼 고개를 뺀다. 친구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하고는 높다랗게 쌓인 짚단 뒤로 몸을 숨긴다. 잠시 후 어머니가 나타난다.

 

  “얘들아, 소쌍이 못 봤니?”

 

  아이들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어머니가 요놈들 봐라 하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곱게 흘겨본다.

 

  “정말 못 봤어? 아줌마한테 거짓말하면 대장군 아저씨한테 일러 혼내줄 거야.”

 

  그래도 의리 있는 녀석들은 말을 않는다. 어머니가 요리조리 두리번거리며 소쌍을 찾는다. 아이들이 웃음을 참으며 어머니를 졸졸 쫓는다.

 

  “우리 소쌍이, 여기 있었네!”

 

  일부러 시간을 끌며 소쌍을 찾는 시늉을 하던 어머니가 짚단 사이로 얼굴을 쑥 들이민다. 놀래킬 준비를 하고 있던 소쌍이 되려 놀라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이들이 와그르르 웃어댄다.

 

  “어서 가자. 아버지 기다리신다.”

 

  어머니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소쌍의 풀어진 앞섶을 단정히 여며준다. 가슴에 새긴 문신이 보이지 않는지 거듭 확인하고서야 어머니가 일어선다.

 

  “예, 어머니.”

 

  매일같이 보지만 헤어질 때마다 아쉬운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돌아선다. 어머니의 손을 잡은 소쌍은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 어머니 손을 잡고 발랄하게 깡총거린다.

 

  “어머니, 어머니, 저 오늘 달리기 시합에서 일등 했어요.”

 

  “와, 정말이니?”

 

  “네. 윤보다, 진오보다 빨리 뛰었어요. 근데 진오 녀석이 진 게 분했는지, 자꾸 다시 하자는 거예요. 다섯 번이나 뛰었는데 제가 다 이겼어요.”

 

  “우리 소쌍이 정말 대단하구나.”

 

  “내일은 저랑 진오 편으로 나눠서 가마놀이를 할 거에요. 진오 녀석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겠어요.”

 

  소쌍이 재잘거리는 것을 흐뭇하게 들으며 걷던 어머니가 멈춰 섰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소쌍이 고개를 든다. 어머니의 얼굴이 가맣게 굳어 있다.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가니 저 아래로 군사들이 개미떼처럼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하나같이 번쩍이는 창과 검을 들고 있다.

 

  “어머니, 저 사람들 뭐예요?”

 

  어머니가 무릎을 구부려 소쌍과 눈을 맞추고는 빠르게 말한다.

 

  “소쌍아, 엄마 말 잘 들어. 지금부터 숨바꼭질을 할 거야. 아까 소쌍이가 숨어있었던 짚단 기억나지? 엄마가 다시 갈 때까지 그 사이에 숨어있어. 뒤에 숨으면 아까 엄마한테처럼 금방 들킬 테니까 짚단과 짚단 사이로. 엄마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저 아저씨들이……, 술래에요?”

 

  어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런데 저 아저씨들은 아주 심술궂은 사람들이라서 잡히면 아주 짓궂은 벌을 줄 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들키면 안 돼. 엄마가 찾으러 갈 때까지 절대로 나오지 마. 소쌍인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지?”

 

  어머니가 말하는 숨바꼭질이 여느 때의 숨바꼭질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지만 소쌍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떨리는 눈을 감추려는 듯 소쌍을 꼭 끌어안는다. 어머니의 품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어서 가, 소쌍아. 뒤돌아보지 말고. 얼른.”

 

  어머니가 소쌍의 등을 떠민다. 소쌍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돌아선다. 소쌍이 공터로 뛰어가는 것을 확인한 어머니가 종루로 올라가 종을 친다. 비상시에 울리기로 되어있는 종이다.

 

  쨍그랑, 쨍그랑.

 

  종이 울리자 집집마다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 나온다. 무기래 봤자 녹슬고 부러진 검과 간짓대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빛만은 잘 벼려진 칼처럼 형형하다.

 

  “이방원이 군사들을 보냈어요.”

 

  “지난번에 수백 명을 수장시킨 걸로도 모자라 기어이 우리까지 죽이겠다는 것인가!”

 

  각진 얼굴에 털이 덥수룩해 털보 아저씨라 불리는 사내가 발을 쿵 구른다.

 

  “말로는 화해다, 포용이다 잘만 떠들어놓고 숨어사는 우리까지 몰살시키려 하다니.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 같으니!”

 

  주걱턱 사내가 이를 으드득 문다.

 

  “어차피 처음부터 저들은 우리를 모두 죽일 셈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민심을 고려해 적당한 때를 노리고 있었던 것뿐이지요.”

 

  어머니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차분하게 말한다.

 

  “수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가 무거운 목소리로 묻는다.

 

  “오백은 족히 되어보였습니다.”

 

  “오백이요? 우리가 노인 아이까지 합쳐봐야 백이 못 되는데, 우리를 잡겠다고 군사를 오백이나 보냈단 말입니까?”

 

  “그러게 내 뭐라 그랬습니까! 애초부터 반역죄인의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들이 화해니 포용이니 나불거릴 때 반격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 많은 이들이 차가운 바다에 수장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털보 아저씨가 콧김을 뿜는다.

 

  “지금 우리가 다 죽게 된 마당에 지나간 얘기는 왜 자꾸 꺼내시오?”

 

  주걱턱 사내가 염소수염을 쌜룩이며 핀잔을 준다.

 

  “왕족들의 처참한 죽음이 지나간 얘기라구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통탄할 현재입니다. 혀를 물고 죽어도 분이 가시지 않는 현재란 말입니다!”

 

  털보 아저씨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눈을 부릅뜬다.

 

  “그리 통탄스러우면 그때 경복궁으로 쳐들어가지 그랬습니까? 자기도 살고 싶어 여기까지 숨어들어 놓고선 되도 않게 웬 훈장질이람.”

 

  “말씀을 삼가세요! 왕실의 일원으로서 체모를 지키란 말입니다.”

 

  “왕실의 일원은 개뿔, 서열 낮다고 걸핏하면 무시나 당했는데 그깟 왕족 허울 때문에 개죽음을 당해야 하다니, 왕씨 피 한 방울 받은 게 내 평생의 한이외다!”

 

  “이 사람이!”

 

  털보 아저씨가 주걱턱 사내의 멱살을 잡는다. 주걱턱 사내도 지지 않고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만들 하세요!”

 

  아버지의 호통에 사람들이 일순 입을 다문다. 엉겨 붙었던 이들도 억지로 떨어진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본다.

 

  “싸워야지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싸워야지요. 어차피 우리가 죽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싸움입니다.”

 

  아버지의 말에 다들 절망적인 표정이 된다.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던 사실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의 눈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까짓 거, 싸웁시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난 저 중에 한 놈이라도 죽이고 죽겠소이다. 그래야 내 조상들 볼 낯이 서지 않겠소!”

 

  털보 아저씨가 창날이 삼분의 일쯤 날아간 창을 흔든다. 몇몇이 동조하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을 둘러보던 아버지가 천천히 입을 뗀다.

 

  “몸을 피하실 분들은 지금 가십시오. 여인과 아이들도 도망치라 하십시오.”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돌린다. 한 사람이 아쉬운 마당에 도망을 가라니.

 

  “여보…….”

 

  아버지는 말을 바꿀 마음이 없다. 일군의 사람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집으로 들어가 싸둔 짐 보따리를 가지고 나온다. 죄스러운 마음에 인사도 못 하고 달아나는 사람들을 보며 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뗀다.

 

  “여기 남은 우리들은……,”

 

  아버지가 목을 가다듬는다.

 

  “저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버텨줍시다. 저들이 살면 내가 사는 것이고, 내가 살면 저들도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려 왕족의 위엄과 명예가 아니라, 핏줄 나눈 이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싸웁시다.”

 

  “그럽시다! 싸웁시다! 조선에 빌붙은 놈들에게 고려 왕실의 본때를 보여줍시다! 고려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줍시다!”

 

  털보 아저씨의 외침에 사람들도 동조하며 함성을 내지른다. 피울음이 담긴 함성이었다. 그것 말고는 선택할 것이 없는, 앞서도 물러서도 죽음밖에 없는 이들의 결기고 울분이었다.

 

  “부인도 소쌍을 데리고 얼른 피하시오.”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저는 당신과 함께 있겠습니다.”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부인만은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당신도 살고, 저도 살 것입니다. 소쌍이와 함께 세 식구 오붓하게 살자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살아남으십시오. 반드시 살아남으시란 말입니다.”

 

  어머니의 고집에 아버지가 고개를 떨군다.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리 하겠소. 내 반드시 당신과 소쌍이 곁으로 돌아오리다.”

 

  아버지, 아니 됩니다. 저들과 싸우셔서는 아니 됩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어머니의 눈을 속이고 종루 뒤 오동나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쌍이 힘껏 외친다. 하지만 깊은 물속에 잠긴 것처럼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소쌍의 절규를 듣지 못하는 아버지는 반닫이 맨 아래 숨겨두었던 검을 꺼낸다. 삼족오가 새겨진 금빛 자루가 눈이 부시다.

 

  어머니는 여인들을 모아 종루 위로 오른다. 종루에는 이럴 때를 대비한 돌무더기가 어른 키만큼 쌓여있다.

 

 

 

  조선군들이 몰려오자 여인들이 돌을 던진다. 갑자기 쏟아지는 돌 세례에 조선군들이 픽픽 쓰러진다.

 

  조선군이 당황한 사이, 사내들이 군사들에게 달려든다. 맨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버지다. 아버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선군 서넛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진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응원하듯 돌팔매질을 한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조선군이 주춤한다.

 

  하지만 수적인 열세는 결기만으로 만회하기는 어렵다. 조선군들이 둥그렇게 에워싸듯 다가온다. 뒤로 밀려나던 아버지와 사람들은 결국 완전히 포위된다. 끝까지 맞서 싸워보지만 역부족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아버지와 털보 아저씨, 그리고 부상을 입은 중노인 서넛뿐이다.

 

  번쩍거리는 은갑을 입은 장군이 큰소리로 외쳤다.

 

  “반역자 왕순은 나와 오라를 받으라!”

 

  아버지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반역을 꾀한 바가 없다. 그저 일가들과 조용히 숨어 살기를 바랐을 뿐이다. 전왕 이방원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더는 왕족들을 해치지 않겠노라 약조하였고, 지금의 왕 이도 역시 그 약조를 지키겠다 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게냐?”

 

  “나라를 망국의 지경에 빠뜨린 죄인 주제에 어디 감히 지엄하신 상감마마를 함부로 입에 담는가!”

 

  “너희들의 왕이지, 우리의 왕은 아니다.”

 

  “뭣이라?”

 

  “내 말이 틀렸는가. 제 백성을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왕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는가. 왕씨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백의 생명을 수장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무려 다섯 배도 넘는 군사를 보내 남은 이들을 도륙하려 하는 것을 왕이라 불러야 하냔 말일세.”

 

  “저, 저 자가……!”

 

  장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런 자를 왕으로 보지 않는 것이 반역이라면 내 반역자가 맞네. 허나……, 이들은 아니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따라온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니 나를 죽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놓아주게.”

 

  “하하, 대단한 결기로구만. 고려 사람들이 그만한 용기로 똘똘 뭉쳤더라면 고려도 그리 허망하게 망하진 않았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네 쯧쯧.”

 

  “약조해주시오.”

 

  장군이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지. 순순히 나온다면 저 사람들은 살려주겠다.”

 

  털보 아저씨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젓는다.

 

  “형님…….”

 

  털보 아저씨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내와 아이를 부탁하네.”

 

  아버지는 그 손을 꼭 한 번 마주잡고는 반듯이 검을 내려놓는다. 몇 겹의 올무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지의 몸에 감긴다. 군사들이 올무를 잡아당기자 아버지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장군이 조소를 머금고 아버지에게 다가온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갑옷에 붙은 은조각들이 기분 나쁘게 절그럭거린다. 아버지가 자세를 가다듬고 장군을 본다.

 

  “내 망국의 왕족이나 한평생 구차함 없이 살았다. 이제 너희들의 나라를 떠나 나의 나라로 가겠다. 나의 선조들과 나의 백성들이 있는 곳으로!”

 

  장군을 보며 말하고 있지만 어머니와 소쌍에게 남기는 유언이다.

 

  “나라를 망하게 한 벌이라 생각하라!”

 

  장군이 기다란 검을 휘두른다. 태산 같고 바위 같던 아버지의 몸이 힘없이 무너진다.

 

  아버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쌍이 연신 뒤를 돌아보며 공터로 달려간다. 아버지가 쓰러지자 장군이 턱짓으로 나머지 사내들과 종루 위를 가리킨다.

 

  “모조리 없애버려!”

 

  군사들이 사내들을 단숨에 해치우고, 종루로 우르르 달려간다. 지아비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본 여인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돌을 던진다.

 

  얼마 가지 않아 모아둔 돌이 바닥난다. 몇몇 여인들은 종루 아래로 제 몸을 던지거나 혀를 깨물어 스스로 목숨을 거둔다. 군사들이 종루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다.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도망친다. 짚단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쌍이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요!

 

  짚단 앞에 다다른 어머니의 몸이 풀썩 꺾인다. 어머니의 등에 화살이 꽂혀 있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의 눈이 고통과 안타까움으로 크게 벌어졌다. 소쌍이 당장 달려 나오려 몸을 뒤챈다. 어머니가 티나지 않게 고개를 젓는다.

 

  소쌍아, 살아야 한다. 너만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몸은 조선에 살지만 네가 고려의 핏줄임을……, 절대로 잊지 말거라.

 

  어머니의 눈이 간절히 말한다. 다시 화살이 날아든다. 어머니의 몸이 또 한 번 꺾인다. 빛을 잃어갈 때까지 어머니의 눈은 소쌍을 향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어머니는 소쌍을 안심시키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잠시 후 어머니의 고개가 떨어진다.

 

  “어머니, 어머니……!”

 

  군사들은 시체들을 산처럼 쌓아놓고 마을에 불을 지른다. 방금 전까지 밥을 짓고 이야기를 나누고 뛰어놀았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들의 생이 깃든 마을도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짓깨문 입술 사이로 숨죽인 울음소리가 비어져 나온다.

 

  그때 미처 울지 못했던 울음이 절규처럼, 신음처럼 동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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