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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영마기
작가 : 시선
작품등록일 : 2017.7.3

영웅英雄과 마왕魔王의 기로岐路에서.

어둠이 그에게 속삭였다.
#기억과 감정에 속박된 불쌍한 아이야. 혈육의 꼭두각시가 되어 노예가 된 줄도 모르는 아이야. 그림자로 된 다리를 건너 어둠의 계단을 타고 올라, 내게 오거라. 나만이 너의 구원救援이니.

 
루엘 드라쿨
작성일 : 17-07-03 14:27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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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칼 드라쿨은 루엘이 다시 수련을 시작한 날 이후로 더 이상 자식을 낳지 않았다. 그래서 형제들의 수는 24명.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드라쿨 가문의 시간도 함께 흘러갔다. 장남 탄 드라쿨은 25세가 되었으며 막내인 룬 드라쿨은 16세가 되는 해다.

 

 연무장엔 어김없이 드라쿨 가문의 형제들이 모여 함께 수련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어렸을 때에는 대련보다는 기초적인 체력훈련과 반복숙달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다르다.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사고가 가능한 나이가 되었으니 육체적인 훈련보다는 내력을 쌓고 초식을 이해하는 등의 연마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고 육체적인 훈련을 소홀히 하진 않았다. 강철처럼 단련된 육체라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약해지기 마련이니 오전 시간은 항상 육체 단련에 힘을 쏟고 있었다.

 

 계절은 겨울. 하늘에서 눈이 쏟아진다. 평소보다 굵고 많은 것이 폭설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하지만 수련은 계속된다. 칼 드라쿨은 막내가 15살이 되자마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개인수련실을 만들었다. 형제 모두가 동양에서는 일류무인, 이곳에서 노멀나이트 급의 실력을 달성한 지금. 단체 훈련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엘은 그런 수련실을 두고도 야외에 나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젠 목검이 아니라 진검이다. 한겨울의 냉기와 시야를 가득 매울 정도로 내리는 눈 때문에 수련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루엘은 이 눈들을 보며 뭔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삼재三才.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

 

 동양에서는 삼재에 대한 모든 것을 무학에 대한 기초로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이것보다도 훌륭하고 다양한 내공심법이 무수히 많았으며 삼재심법은 저작거리의 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는 흔한 물건이었으며 이를 통한 수련법이 무척이나 단조롭기 때문이다. 십十자로 베고 일점一點으로 찌르는 세 동작으로 이루어진 삼재검법과 평생을 수련해도 뚜렷한 양의 내공, 이곳 말로는 마나를 얻을 수 없는 심법.

 

 때문에 동양에서는 천대받는 것이다.

 

 하지만 칼 드라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들이 설명대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우연히 만난 초고수超高手가 인식을 완벽하게 바꿔버렸다. 당시에 오러나이트보다 한 단계 아래이며 노멀나이트보다 한 단계 위인 하이나이트였던 칼 드라쿨은 그에게 철저하게 짓밟혔다. 농락당했다. 왠만한 무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자결을 하거나 분노에 이성을 잃고 주화입마走火入魔 빠졌을 상황이지만 그는 상인이기도 했다. 철저하게 실리實利 생각한 칼 드라쿨은 초고수에게 머리를 숙여 가르침을 청했다.

 

 깔끔한 승복承服에 초고수는 칼 드라쿨에게 하나의 검을 보여주니 그것이 바로 삼재였다. 칼 드라쿨은 그 자리에서 똑똑히 보았다. 고작 종베기에 불과한 동작이 세상을 가르는 것을. 사람과 땅과 하늘이 하나로 이어졌으며 자연은 물론이고 시공간이 그에게 굴복하는 것 같았다.

 

 '진정한 삼재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調和가 아닌 동화同化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말을 하고 사라졌고, 이후 칼 드라쿨은 삼재에 심취하여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오러나이트가 되었다. 오로지 삼재로 오러나이트가 된 칼 드라쿨은 동양에서도 알지 못하는 삼재의 참뜻을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전했으며, 놀랍게도 그것을 가장 깊게 깨달을 사람은 루엘 드라쿨이었다.

 

 서열 1위. 지난 8년 동안 루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동급의 기사라면 셋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루엘이 지금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검劍은 도구. 누구라도 잡은 손을 가지고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휘두르는 건 무엇일까. 검일까? 아니다. 나 자신이다. 검은 나의 뜻이며 그것은 곧 나다. 그러니 검과 내가 다를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 순간만큼은 검과 나는 다를 바가 없구나.'

 

 스물네 명의 자식들에게 개인적으로 가르칠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칼 드라쿨은 매번 다른 주제로 한 달에 한 번씩 그들에게 말을 설파說破하고 대결을 해주고 있었다. 깨달음의 단초는 거기서 얻었다.

 

 -스스로를 부정하고自否 멀리서 통찰하여遠察 본질을 심회하라本懷.

 

 그들의 아버지이자 태양. 신이나 마찬가지인 아버지가 던져준 화두話頭. 평소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받아들이거나 깊게 고민하겠지만 형제들은 그러지 못했다.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부정하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존재 의미는 칼 드라쿨이며 그가 없이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루엘도 마찬가지였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후로 더욱더 칼 드라쿨의 광신도狂信徒가 되어버린 루엘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는 칼 드라쿨 자체인데 스스로를 부정하라는 것은 칼 드라쿨을 부정하라는 것이나 같은 소리. 때문에 루엘은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심마心魔에 빠지기도 했다.

 

 살아남기 위해 루엘은 생각의 방향을 바꿨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목적을 부정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이제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그런 아들이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 중에 제일이니 아버지의 가장 소중한 자식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나씩 비워갔다.

 

 비우고 비우다보니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신. 그런데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라니. 신의 아들이라는 것과 똑같은 말이 아닌가. 너무 과분하다. 아버지라는 위대한 존재 아래에 나 같이 모자란 자식이라니.

 

 루엘은 혈연적 혹은 일상적으로 얽힌 칼 드라쿨과의 모든 인과因果를 부정하고 오롯하게 자신을 도구로 취급했다. 자신은 검. 아버지의 검.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닌 도구로 생각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과 검은 다르지 않다. 둘 모두 도구.

 

 동양 무인들이 이 깨달음을 듣는다면 실소를 터트릴 일이지만. 놀랍게도 이런 종류의 생각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검과 자신의 구분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신검합일身劍合一이 되었으며 소주천小周天만 할 수 있었던 마력회로들이 확장하기 시작했다. 뚫려 있던 길을 더 넓어지고, 막혀 있던 길은 강제로 뚫는다. 기맥氣脈이 확장과 강화를 반복하며 단련되자 순식간에 대주천大周天을 이룬다. 고작해야 인체의 30%도 안 되는 기맥을 활용하던 것이 순식간에 70% 이상을 활용하게 되며 감각이 극적으로 발달했다.

 

 떨어지는 눈꽃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왔으며 안력眼力 또한 강해져 단순히 눈이 아니라 입자의 구성으로 보게 된다. 홀린 듯이 검을 휘두르자 검과 루엘이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으며 반경 10m의 떨어지는 눈이 모두 베어진다.

 

 그때였다. 루엘이 자신의 뒷목을 향해 날아오는 물체를 기감氣感으로 포착했다. 대주천을 이루자 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것을 운용하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주변의 흐름을 읽게 된 것이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더라면 절명했을 정도로 날카롭고 빠른, 은밀한 공격.

 

 루엘은 허공에 떠있던 자세로 내력으로 허공을 때려 몸을 강제로 틀었다. 반동력으로 몸을 회전시켰고 검을 휘둘러 동전을 쳐냈다. 공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동전은 미끼였다는 듯이 측면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 루엘의 품을 파고들었다. 무척이나 빠른 공격이었지만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림자의 정체를 파악한 루엘은 반격하기 보다는 곧바로 몸을 숙였다. 피하는 동작이 아닌 부복俯伏의 행위. 그러자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 있던 칼 드라쿨의 손끝이 루엘의 미간 직전에서 멈췄다.

 

 "어째서 반격하지 않았느냐?"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하이나이트 정도 되는 강자라면 자신의 신념信念 혹은 자아自我가 뚜렷하며 웬만한 정신적 공격에 면역이 생기며 절정 이전에 입었던 정신적 타격 역시 수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루엘은 세뇌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세뇌를 스스로 강화시켜 하이나이트가 된 셈이니. 칼 드라쿨의 입장에서는 그의 말 한마디에 뭐든지 할 수 있는 광신도를 얻은 격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실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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