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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영마기
작가 : 시선
작품등록일 : 2017.7.3

영웅英雄과 마왕魔王의 기로岐路에서.

어둠이 그에게 속삭였다.
#기억과 감정에 속박된 불쌍한 아이야. 혈육의 꼭두각시가 되어 노예가 된 줄도 모르는 아이야. 그림자로 된 다리를 건너 어둠의 계단을 타고 올라, 내게 오거라. 나만이 너의 구원救援이니.

 
루엘 드라쿨
작성일 : 17-07-03 14:21     조회 : 379     추천 : 0     분량 : 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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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라!"

 

 한 남자의 목소리에 쓰러진 소년은, 척 보기에도 매우 위태로운 소년은 안간 힘을 다해 일어났다. 옷 사이로 빠져나온 피부엔 멍 자국이 가득했고 온몸이 먼지투성이다. 목검을 쥔 손아귀엔 굳은 살이 가득했으나 힘이 빠져 손이 떨리고 있었으며 그것은 다리도 마찬가지다. 무리를 해서인지 머리에 열이 있었으며 그 탓에 어지럽기까지 한 상태.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는 순간이 진짜 지는 거다."

 

 소년의 맞은 편에는 그와 닮은, 그와 비슷한 체격의 소년이 한 명 더 있었다. 겨우 서있는 소년과 정반대로 매우 멀쩡한 모습. 비정한 표정에 언뜻 보면 상대방을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귓가에 박히는 아버지 칼 드라쿨의 음성과 이복형제이자 동생인 칸 드라쿨의 모습을 보며 소년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소년의 이름은 루엘 드라쿨. 왕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상인商人이자 왕국의 열 번째 오러나이트인 칼 드라쿨 백작의 열한 번째 아들이다.

 

 루엘은 이를 악물고 칸에게 달려들었다. 칸은 강하다. 스물 네 명의 형제들 중에서도 삼 위 안에 드는 실력자. 그에 비해 루엘 자신은 최하위권. 언제가부터 점점 더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 아니 실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이 강해지는 것이겠지. 평균 12세인 형제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는 반면에 루엘은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서열 12위에서 점점 더 떨어졌고. 이제는 아버지의 심기를 건들이기에 이르렀다.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진 세뇌에 가까운 교육 덕분에 루엘에게 아버지는 신이나 마찬가지다. 루엘은 자신의 신에게 실망감을 안기기 싫었다.

 

 "으아아!"

 

 아쉽게도 분노와 절박함이 힘이 되는 세계가 아니었다. 발악과도 같은 휘두름은 타인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뻔하고 느린 공격이었다. 가볍게 옆으로 피한 칸이 목검도 사용하지 않고 반대편 손으로 루엘의 목을 친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루엘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실망이구나."

 

 *

 

 병석에서 깨어난 루엘은 폐인과 같았다. 어떤 일에도 의욕이 없었으며 거기에 식욕 또한 없었기에 날이 갈수록 체중을 줄어들고 무공 또한 연마하지 않으니 실력은 당연하게도 줄어들 수밖에. 다른 형제들은 물론이고 가문의 모든 이가 루엘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루엘이 거의 죽기 직전에 몰렸을 때. 칼 드라쿨이 찾아왔다.

 

 "더 실망스럽구나."

 

 위로의 한마디가 아닌 독설. 하지만 루엘은 거기에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 그저 이대로 시간이 지나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고작 12살짜리가 품기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생각. 하지만 칼 드라쿨은 자비로운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잔혹하고 냉정했다. 자식을 도구로 여길 만큼.

 

 "가문의 제 1 규율이 무엇이더냐?"

 

 포기하는 순간 진짜 지는 것이다. 루엘은 그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만 뻐끔거리는 것에 루엘의 상태를 파악한 칼 드라쿨이 이어서 말했다.

 

 "그래. 포기하는 순간 지는 거다. 그러니까 넌 패배자다. 포기했으니까."

 

 아아, 아버지. 제발 그만 죽여주세요. 죄송합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루엘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침 한 방울이 없어 입이 바짝 마른 상태였음에도 그것을 압도하는 절망과 슬픔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침상에서 내려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약해진 육체는 그 약간의 충격만으로 멍이 들고 뼈에 금이 갈 정도였지만 그 고통을 참아가며 다시 움직인다. 사죄의 의미를 담은 루엘의 인사. 왠지 그 순간 그의 몸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놀랍게도 목소리가 나온다. 온몸에 활력이 넘치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활력감이 온몸에 깃든 것이다. 하지만 루엘도, 바라보고 있는 칼 드라쿨 역시 알고 있었다. 회광반조回光返照의 현상이라는 걸. 루엘은 진심으로 칼 드라쿨에게 사죄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에게, 그의 신에게 더없는 기쁨이 되고 싶었지만. 그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에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큰 실망감을 느꼈으며.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망이구나."

 

 *

 

 루엘이 눈을 떴다. 해가 화창한 것이 따뜻한 공기와 바람으로 전해져 기분을 좋게 만든다. 창가에서 나비가 날아들어 그의 주변을 맴돌기도 하였으며, 무엇보다 세상 모든게 찬란한 빛으로 된 것만 같았다. 대체 무엇일까. 이곳은 천국인 걸까. 놀랍도록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그는 침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저 멀리 기압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의 형제들이 언제나와 같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삼재검법三才劍法.

 

 루엘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칼 드라쿨이 동양에 거래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구해온 무공의 이름이다. 칼 드라쿨의 아들은 빠짐없이 8살 때부터 삼재심법三才沈法, 삼재기법三才氣法, 삼재권법三才拳法,삼재검법을 익히게 된다. 그 전까지는 육체의 성장을 최대한 촉진시키고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한 영약을 밥처럼 먹게 되고, 무공에 대한 기초지식과 동양에서 구해온 병법서를 함께 배운다. 8세가 되는 순간부터 다른 형제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대결을 하게 되고 순위를 매긴다.

 

 같은 검법. 심법. 권법. 기법. 모든 것이 같기 때문에 노력과 재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때문에 더없이 잔혹한 일.

 

 루엘은 형제들을 보며 깨달았다.

 

 "내가 살아있는 거구나."

 

 선명한 정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려준다. 너무나 일상스러운 풍경이라 어색함도 없는 것들.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14살에 불과한 어린아이지만 귀족가의 특성상, 그것도 칼 드라쿨의 아들인 루엘은 보통 아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다. 아는 것도 많다. 그는 의식을 잃기 전에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영양실조인 상태로 2주가 넘는 시간을 보냈으며 마지막 하루는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

 

 그 상태에서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했고 결국엔 회광반조라는 서책에서 배운 현상까지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런데 살아있다.

 

 "아버지 때문이구나. 아버지가 나를 살려주셨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루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오러나이트. 인간을 넘어선 초인이니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떤 방법으로 살려주신 것이 분명하다. 역시 사랑하는 아버지. 나의 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만 할까. 역시 할 수 있는 것은 수련, 또 수련이다. 이전보다 강해져서. 이전보다 노력하여. 더 이상 포기라는 단어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강해진다는 일념一念으로 정진하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몸은 정상, 아니 그 이상의 상태였다. 전신에 활력이 넘쳐났다.

 

 병실에서 벗어난 루엘이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의 등장에 다른 형제들은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라면 관심조차 주지 않았겠지만. 루엘이 죽은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형제들 사이에서도 루엘은 약자. 그것도 시간이 흐를 수록 약해지는 멍청한 놈.

 

 관심을 끄고 각자 수련에 들어갔고, 루엘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수련을 하자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그들은 연무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인들이 음식을 가지고 연무장으로 들어온다. 모두가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음식들이며 보양保養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비싸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것들이다. 게다가 거기에는 가문에서 만든 영약이 들어있다. 삼재기법으로 한 달을 수련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양의 내력이 담긴 영약. 칼 드라쿨은 비싼 돈을 내고 동양에서 영양제조법을 얻어냈고 매일 같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모하며 그것들을 만든다.

 

 거기에 여름에는 구하기 힘든 얼음을 마법사까지 동원하여 산더미처럼 제공했으니 최상의 수련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하인들이 들어와 음식과 얼음물을 놓자 형제들은 몸에 물을 끼얹고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백작가의 자식들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소탈한, 나쁜 의미로 격식 없는 식사였지만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칼 드라쿨이 식사시간에 맞춰 그들 앞에 나타났다. 식사를 멈추려고 하는 형제들에게 손짓으로 계속하라 명령한 그가 잠깐이지만 루엘에게 시선을 멈췄다 다시 돌린다.

 

 "등고자비(登高自卑)라 했다. 높은 곳에 이르려면 낮은 곳부터 출발하기 마련. 지금 흘리는 피와 땀이 훗날 너희들의 힘일 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경험으로 여겨라."

 

 루엘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패배한 경험까지 모두 흡수해, 아버지를 위해 쓸 것이다. 루엘은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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