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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6화. 인류학과 시간여행의 상관성
작성일 : 17-07-03 12:58     조회 : 298     추천 : 1     분량 : 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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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씨, 아씨. 눈 좀 떠보십시오.”

 

 쉴 새 없이 몸이 흔들렸다. 옥봉은 힘겹게 눈을 떴다.

 

 “아씨. 대낮에 왜 이리 길게 주무십니까?”

 

 정순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타박을 했다. 옥봉은 부리나케 몸을 일으켰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아씨, 왜 그러세요?”

 “여기, 여기가 어디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둑섬에서 함께 지낸 뒤로 시종일관 옥봉에게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던 정순은 그녀의 어리둥절한 태도에 걱정이 앞섰다.

 

 “아씨, 꿈을 꾸셨습니까?”

 “아, 아니다. 이곳이로구나. 다시 이곳에 왔구나.”

 “아씨, 밖에 누가 왔나 보십시오.”

 

 열린 문 틈새로 바람에 살랑거리는 도포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이 보시게. 날세.”

 

 방으로 들어서는 이는 꿈에 그리던 조원이었다. 정순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옥봉은 눈 앞에 일어난 일이 여전히 꿈만 같았다.

 

 “나리, 여긴 어떻게......”

 

 어찌된 일인지 조원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옥봉이 그의 팔에 닿으려 안간힘을 쓸수록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커져만 갔다.

 

 “나리, 나리, 제발......”

 “옥봉씨! 옥봉씨!”

 

 옥봉은 누군가의 격한 손아귀를 느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연거푸 고막을 강타했다.

 

 “옥봉씨, 왜 그래요? 눈 좀 떠봐요!”

 

 눈을 뜨면 눈앞에 정순이 있겠지. 역시 조원을 본 것은 꿈속의 일이었던 게지. 스치는 생각들이 괴로워 옥봉은 서둘러 눈을 떴다. 예상은 빗나갔다. 그녀의 눈앞에는 신영이 있었다.

 

 “옥봉씨, 나쁜 꿈 꿨어요?”

 

 신영이 옥봉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베게 양 옆의 모서리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누군가를 계속 부르면서 울더라구요. 한참 흔들어도 깨지 않길래 걱정했어요.”

 “미안합니다.”

 “나쁜 꿈이었어요?”

 “꿈에선 제가 다시 조선에 있었어요. 둑섬의 집이랑, 몸종이랑, 그리고......”

 

 옥봉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어짜피 꿈속의 일이지 않던가.

 

 “여기에 오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단 거죠?”

 “네. 너무 생생해서 틀림없이 다시 조선으로 되돌아간 거라 생각했어요.”

 “꿈이긴 하지만 시간여행을 또한번 한 셈이네요.”

 “꿈이 실제로도 일어날까요? 언젠가는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꿈에서 조원을 만난 것이 옥봉의 마음을 뒤흔든 것일까. 그가 없는 조선이라면 차라리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나 봐요. 꿈도 꾸고 눈물까지 흘리는 걸 보면요.”

 

 ***

 

 “신후야, 조만간 시간 좀 낼래?”

 “왜? 스케줄 생겼어?”

 

 지범이 예정에 없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낼 때는 무언가 껄끄러운 상황에 처한 경우이다. 뮤지션으로서의 경력이 쌓여갈수록 자꾸만 원치 않는 일에 연루되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뭔지 몰라도 안 할래.”

 “뭔 줄 알고 안 하겠다는 거야?”

 “뭔지 모르지만 형이 말하려는 거 안 할래.”

 

 지범은 연거푸 마른 기침을 해대더니 신후에게 은밀한 미소를 보냈다.

 

 “내 얘기 들으면 거절 못 할 텐데?”

 “뭔데. 일단 들어는 볼게.”

 “민주희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어. 너랑 식사 한번 하고 싶다고.”

 “민주희?”

 

 지난 겨울 인기리에 종영한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 민주희. 신후는 그녀와 드라마 OST를 함께 불렀었다.

 

 “겨울에 너랑 녹음하면서 완전히 반했나 보더라. 몇 번이나 연락 왔었는데 앨범 때문에 예민한 거 같아서 너한텐 말 안 했어.”

 “나 지금도 예민한데?”

 “이제 막바지라 괜찮잖아. 활동 시작하기 전에 긴장도 좀 풀고.”

 

 신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관심도 없는 낯선 여자를 만나 긴장을 풀라는 게 과연 적절한 조언일까.

 

 “형, 제발.”

 “임마, 꼭 사적인 감정 때문만은 아니구.”

 “그거 말고 뭐 있어?”

 “이번 타이틀곡 뮤비 말야. 자기가 하고 싶다더래.”

 

 이번 앨범은 어느 때보다 뮤직비디오에 공을 들여야만 했다. 절절한 멜로드라마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민주희가 출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었다. 신후도 외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정말? 회사끼리 얘긴 된 거구?”

 “대충은 얘기됐나봐. 무엇보다 민주희가 강력히 원한다니까 뭐. 네 노래라면 정규랑 미니 앨범부터 싱글, OST까지 죄다 섭렵했다더라. 완전 광팬이래.”

 “그래? 뭘 그렇게까지.”

 

 신후는 앨범 작업의 마무리가 잘될 것 같다는 예감에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민주희의 사심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그 부분은 슬쩍 무시하면 될 것 같았다.

 

 “형, 민주희랑 약속 잡자.”

 

 ***

 

 “밤에 잠깐 들르려고 했는데. 왜 밖에서 보재?”

 

 신영이 작업실 앞까지 신후를 찾아왔다.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온 신영은 진중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밖에서 만나자는 말을 했다.

 

 “옥봉씨한테 무슨 일 있어?”

 “아침에 일이 좀 있었어.”

 “뭔데?”

 

 그녀가 서두를 떼자마자 신후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옥봉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전전긍긍하는 신후의 모습을 보자 신영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옥봉씨가 아침에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면서 울더라구. 조선으로 돌아가는 꿈이었다는데 실제라고 믿을 만큼 생생했대. 온종일 말 한마디 없이 우울해 하는 거 같아.”

 “꿈?”

 “꿈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냐고 묻더라. 많이 그리운가 봐.”

 “그렇겠지. 낯선 이곳이 뭐가 좋겠어.”

 

 신후는 마음 한켠이 서늘해져 왔다. 별일 아니라는 듯 환히 웃는 옥봉을 보며 안심하고 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힘든 나날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모습 보면서 나도 덜컥 겁이 나더라구.”

 “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우리가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옥봉씨랑 계속 같이 지내는 게 맞을까?”

 

 뚝섬에서 옥봉을 만난 이래 신후 역시 눈 뜰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였다.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와 같이 지내도 되는 것일까. 그녀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누나, 미안해. 나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한테 미안할 건 없고. 너도 나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잖아.”

 “일단 내가 옥봉씨랑 얘기해 볼게.”

 “그래. 나도 학교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알아봐야겠어.”

 

 ***

 

 “오랜만이에요, 오빠.”

 

 민주희가 환히 웃으며 신후를 반겼다. 그도 반갑다는 눈짓을 보냈다.

 

 “우리가 부른 노래가 아직도 챠트 상위권에 있더라구요.”

 “그러게요. 드라마가 워낙 잘 된 덕이죠.”

 “어머, 오빠. 우리 그때 말 놓기로 했었는데.”

 “그래, 요? 그랬나?”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후로 신후에게 각별한 애정이나 은근한 사심을 전하는 여자들이 제법 많았다. 두 살 연상의 탑 여배우, 삼촌팬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멤버, 신후의 노래가 삽입된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 데뷔를 준비 중인 아이돌 연습생, 외모가 돋보이는 스포츠 스타, 뉴욕 출신의 모델 등등. 하지만 신후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어쩜 그렇게 연락이 안 돼요?”

 “연락했었어?”

 “너무해요.”

 

 주희는 비음 섞인 말투로 연거푸 눈을 찡긋거렸다. 주문한 핸드드립 커피가 나오자 신후는 재빨리 입으로 가져갔다. 소기의 ‘목적’ 때문에 나온 자리지만 영 불편하고 머쓱했다.

 

 “앨범 작업 중엔 사람들이랑 잘 안 만나거든.”

 “하긴 오빠가 노래 만들고 편곡하고 부르기까지 하니 얼마나 정신 없겠어요. 이해해요.”

 

 이해한다는 그녀의 말이 어쩐지 덧없이 느껴졌다. 그 순간, 산다는 건 본디 힘든 것이라던 옥봉의 한숨이 떠올랐다.

 

 “오빠, 뮤비 얘기 들었죠?”

 “응. 근데 너 괜찮겠어? 우린 신인배우나 모델을 쓸까 했거든.”

 “데뷔하고 드라마랑 영화만 해봐서 뮤비도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더구나 오빠 노래면 언제든 오케이죠.”

 

 사심이든 아니든 가볍게 생각하자. 신후로서는 앨범 작업을 완벽하게 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넌 잘 지냈고?”

 “그럼요. 이번에 새로 영화 들어가요. 다음 주에 크랭크인 하는데 몰입이 너무 안 돼서 걱정이에요.”

 “어떤 영화길래?”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 영화요.”

 

 시간여행. 신후의 눈이 반짝였다.

 

 “시간여행이란 게 현실보단 판타지에 가깝다 보니 영 몰입이 안 되더라구요.”

 “어떤 스토린데?”

 

 신후가 호기심을 보이자 그녀는 반색을 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고려시대 공주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얘기에요.”

 “공주가 어떻게 과거로 가?”

 “현실과 과거에서 공주가 여러 번 사랑을 하는데, 사랑이 어긋날 때마다 시간여행을 하게 돼요. 마지막엔 남자 주인공이랑 사랑을 이루면서 끝나요. 더 이상 과거로 가지 않고 현실에 안착한다는 암시죠.”

 

 사랑이 어긋나면 시간을 거스른다? 사랑을 이루면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게 된다? 신후의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오빠, 이런 영화 좋아하나 보다.”

 “최근 들어 시간여행에 관심이 좀 생겨서.”

 “전공이 인류학이랬죠. 학교에서도 유명한 장학생이라면서요? 시간여행이 인류의 기원이랑 연관되는 일인가?”

 “인류의 기원?”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인류학과 시간여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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