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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정리
작성일 : 17-07-03 00:49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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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로엘은 다소 당황했지만 차분히 답을 하며 그들의 속도에 맞춰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엔 기억나는 것이 미미했다. 로엘은 대개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질문공세가 시들해져 갈수록 로엘의 고개 또한 시들해져 아래로 푸욱 꺼졌다.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정도면……증언은 오늘까지만 해도 되겠는데요?”

  로토가 약간 허망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로엘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땅바닥만 바라보았다. 증언을 안 하면 어떻게 하겠냐느니 자신만만하게 말을 내뱉었던 것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고개를 들면 보스쿤이 비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군.”

  “……죄송해요, 보스쿤 씨.”

  로엘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비난을 각오하고 꺼낸 말이었으나 보스쿤의 말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뭐가 죄송하다는 거지? 네 증언은 어차피 부수적인 것에 불과해.”

  “네?”

  “증언이 꼭 필요했다면 거기 있던 움꽃 종족들을 전부 처리하진 않았을 거다. 어떻게든 한두 명 정돈 살렸겠지. 굳이 그러지 않았다는 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그랬다는 말씀이시죠?”

  “……맞긴 하다만. 발랄하게 말하니 부정하고 싶군. 이 얘기가 그렇게 표정이 풀어질 만한 얘기였나?”

  대체 얘는 왜 이렇게 쾌활한 거지? 지금 하는 얘기가 그리 밝은 주제 같지는 않은데.

  보스쿤은 마치 로토가 여장한 모습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로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만 해도 시들은 콩나물 같던 애가 방긋방긋 웃고 있으니 난감했다. 꼭 도움이 돼야 했던 것은 아님에 로엘이 위로 받았음을 그가 알 턱이 없었다. 보스쿤이 똥 씹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자 로토가 질문을 이어갔다.

  “로엘. 그럼 이번이 마지막 질문이야. 이것만 답하고 나면 보내줄게. 그곳에서 지낼 때,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 외에 다른 복장의 사람을 본 적이 있어? 뭐……화려한 옷을 입었다든가, 돈을 몸에 처바른 것 같았다든가?”

  로토는 어느새 말을 놓고 있었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로엘은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다른 복장…….”

  무언가 생각날 듯 말 듯 간질거렸다. 로엘은 그 간질거리는 것의 끝을 잡아내려고 더듬더듬 안간힘을 쓰다가 이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흰 가면을 쓴 사람을 본 적 있어요. 흰 가운의 사람들은 흰 마스크를 썼는데……그 사람은 좀 달랐어요. 동그란 스마일 가면을 써서 눈도 아예 안 보였어요.”

  “……더 자세히 묘사해줄 수 있어?”

  보스쿤과 로토의 눈이 빛났다. 로엘의 말을 듣자마자 생각난 것은 ‘귀신 가면’이었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인물일 가능성도 있었다. 로토의 반응에 지금 말한 것이 꽤 중요함을 로엘도 직감했지만, 아무리 기억 속을 뒤적여 봐도 더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흰 가면이 유독 눈에 띄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음, 그게, 죄송해요. 그 이상 기억나는 건 없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흰 가운의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혹시 기억해?”

  “아마도……남자였던 것 같아요. 목소리나 체형이……. 확실하진 않아요. 그게, 그 때 워낙 지쳐있었고, 몇 년 전이었고…….”

  “아냐, 아냐! 충분히 애써줬어, 잘했어.”

  “네…….”

  “좋아, 나중에 더 물어볼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이정도? 아, 미미 씨 말씀으론 이제 퇴원해도 된다더라. 내일 오후쯤 이스타르가 기초수련부 여자 기숙사로 데려다줄 거야. 잘할 수 있지, 로엘?”

  “기숙사요?”

  “내가 말 안 해줬었어? 혹시 기숙사가 뭔지 모르는 건가. 리반챠 조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조직 내 기숙사에서 지내야 돼. 그러니까 그 뭐냐, 몇 명씩 묶어서 한 방을 쓴다는 얘기지. 따로 주거지를 마련해서 출퇴근을 할 수도 있지만……그건 나처럼 능력 있고, 신뢰 높은 조직원이나 가능하다는 말씀!”

  “…….”

  “반응 좀 해주라.”

  “와아.”

  “……됐어. 말하자면,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불만스러워도 로엘은 말단 중의 말단이니까 참아.”

  “괜찮아요, 저는 잘 곳을 마련해주셔서 오히려 좋은 걸요. 어제 보스쿤 씨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전 돈도 없고 뭣도 없잖아요.”

  “……푸하하하, 형! 얘가 은근히 형 멕이는데?”

  멕이다니? 뭔진 모르겠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로엘는 로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뭘 멕인다는 말인가?

  로엘이 의아해하든 말든 로토는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보스쿤을 향해 삿대질을 해댔다. 놀리는 모양새였다. 저러다 또 맞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초 만에 두꺼운 책이 로토의 뒤통수를 후렸다. 로토는 꽥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사람 하나를 죽일 뻔해놓고 보스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스타르를 불렀다.

  “이스타르! 로엘 데려가.”

  방 안에 보스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스타르는 1초도 안 돼서 냉큼 들어오더니 로엘의 휠체어를 끌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방을 나가버렸다. 로엘은 어, 어, 거리며 무기력하게 복도 저 너머로 끌려갔다. 보스쿤 씨에게 인사도 못했다는 둥 궁금한 게 있다는 둥 로엘의 꿍얼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리다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후……. 일어나라, 로토.”

  “못 일어나. 로토 죽었어.”

  “……그럼 지금 말한 건 유령인가? 퇴마 의식을 해야겠군. 여기……아주 질 좋은 만년필이 있어. 가장 아끼던 건 어제 박살났지만, 두 번째로 아끼는 건 아직 살아있지. 이걸 오늘 박살내볼까 싶은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까불었습니다, 일어났습니다.”

  로토는 얼얼한 뒤통수를 손바닥을 짚으며 후다닥 일어났다. 머리가 순간 띵 했지만 견딜만했다. 대체 뭘 던진 거지? 로토는 원망스런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책의 두께를 보고 살아있는 게 기적임을 실감했다.

  “……살인 미수자 같으니라고.”

  “닥치고 책 주워와.”

  “넵.”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로토는 눈물을 삼키며 책을 주웠다. 뭔가 <세계 역사서>같은 것에 얻어맞았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똑똑한 것 같지만 사실은 바보여서 짜증나는 녀석과 내 천재성이 매일 아수라장>같은 괴상한 제목이었기에 더 서글펐다. 뭣 때문에 이런 책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물어보기가 두려웠다. 그걸 몰라서 묻냐는 눈빛이 쏘아질 것만 같았다.

  “로토, 방금 전 로엘이 말한 가면 쓴 사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확실하진 않지만 ‘귀신 가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지.”

  “더 지껄여봐.”

  “……네 생각을 좀 더 말해주겠니? 하고 친절하게 말해주면.”

  “원한다면야 바라는 대로 해줘야지. 자, 우리 로토 씨. 네 생각을 좀 더 지껄여주겠니?”

  로토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똑똑한 것 같지만 사실은 바보여서 짜증나는 녀석과 내 천재성이 매일 아수라장>의 표지가 살짝 뜯겨나갔다. 로토 본인도 세간에서 한 깐죽거림을 자랑하는데 보스쿤 앞에선 어찌 이리도 작아지는지.

  “……일단, 로엘의 기억이 모두 정확하다는 것과 사실이라는 가정을 두고 말할게. 아르모니 기사단은 황실 제 1 기사단이잖아? 그럼 황제가 직접 움꽃 종족 채집을…….”

  “포획.”

  “응? 아, 움꽃 종족 포획.”

  “로엘이 리반챠에 입단한 이상 말을 조심하도록.”

  “알았어, 알았어. 이건 내가 잘못했네. 음, 황제가 직접 움꽃 종족 채집을 지시했단 얘기로 직결돼. 아르모니 기사단은 오직 황제만이 명령을 내릴 수 있으니까. 벵가티보 황제 집권 시기인지 코르타 황제 집권 시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로엘이 날짜는 자세히 알지 못하니 확인해볼 수도 없고 말이야.”

  “그 실험실 자료 날짜는 엉망이라 쓸 수 없었고.”

  “맞아, 형도 확인해서 알겠지만 뒤죽박죽이었지. 정보부 쪽에선 암호화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해석 중이야. 에일 말로는 조만간 결과가 나올 거래.”

  “잘됐군.”

  “그리고 어느 때이든 결국 ‘황실’이 관련되어 있다는 건 변치 않지. 실험실이 10년 이상 건재했다는 건 지금 정권도 관여했다는 말이잖아? 그런데 로엘이 실험실에서 본 가면 사나이가 ‘귀신 가면’이라면……귀신 가면은 황실 사람이라는 얘기가 되지.”

  “속단하긴 이르지만 마음에 드는 결론이군. 황실에서 보낸 새끼라면, 목적이야 뻔하니까. 목적이 뻔하면…….”

  보스쿤은 로토가 건넨 그 이상한 제목의 두꺼운 책을 받아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쪽 벽 책장의 3번째 줄 5번째 빈칸에 책을 꽂아 넣자 덜컹, 책장이 밑으로 꺼지면서 비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로토가 야호, 외치자 비밀 공간 저 반대편에서 ‘호랑나비!’라는 이상한 구호와 함께 빛이 나는 민들레 씨들이 폴폴 날아왔다. 까맣던 공간이 순식간에 환히 밝혀졌다. 수정 동굴 같은 통로에서 파랗고 보랏빛 나는 민들레 씨들이 빛을 내니 꽤 장관이었다.

  몇 번을 봐도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로토는 귀족식 인사를 흉내 냈다. 그의 우아한 손짓은 동굴 안쪽을 가리켰다.

  “……행동도 뻔하지! 그럼, 오늘도 잘 다녀오시길 우리 두목님.”

  “너도 오늘 영지에 가봐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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