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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질문
작성일 : 17-07-03 00:46     조회 : 313     추천 : 1     분량 : 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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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로토. 내가 직접 제 1 지부에 가봐야겠다.”

  “더럽게 안 지워지네, 이런 보스쿤 파테라 같은……. 응? 뭐라고? 제 1 지부에, 형이?”

  “그래. 일주일 내로 여기서 할 일 다 해치우고……. 짐 대충 챙겨서 가봐야겠어.”

  “내가 가볼게. 뭣 하러 형이 거기까지 가? 난 좀 반대야. 이게 만약 귀신 가면의 계획이면 어쩌려고? 제 1 지부를 습격해서 형을 끌어들인 다음, 여기, 이 본거지를 치려는 작정이면?”

  “네 직감이 그렇게 말하나?”

  “……그건 아니지만. 일리는 있지 않아?”

  “나름.”

  “그렇지, 나름!”

  로토는 과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을쩍 걸레를 내려놓았다. 보스쿤은 생각에 빠져 로토의 행동을 못 본 듯 했다. 이참에 로토는 물 든 양동이를 슥슥 밀어 잉크 얼룩이 진 곳을 덮었다. 눈 가리고 아웅 격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잠시 쉬고 싶었다. 겸사겸사 보스쿤이 얼룩을 잊어버리면 더 좋고 말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가봐야겠어. 빌어먹을 새끼가 자료실 하나를 박살냈잖아. 자료실이 목적이라면……또 습격할 가능성이 있지. 그래, 거기서 만나게 된다면 좋겠군. 잡아서 가면과 함께 얼굴을 뜯어버리게.”

  “에헤이, 뒷배가 누군지 정돈 캐낼 수 있게 성히 남겨줘.”

  “봐서. 그리고 여긴 제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 해도 찾기 힘들 거다. 설령 찾아낸다 해도 못 와. 알잖아.”

  “응……. 오는 길에 괴물들이 득실득실 하니까. 조직원이 아닌 이상 비밀 통로를 몰라서 괴물들한테 꽥! 한입 머랭 쿠키가 되어 사르르 사라지겠지? 그런데 이번 일을 봐서 알겠지만 정보가 새나가는 것 같아.”

  “첩자가 있을 거란 말이군.”

  “형도 짐작하고 있었잖아?”

  “맞아. 그걸 확인해보기 위해서 가보겠단 거다. 되도록……짐작에서 끝나길 바랄 뿐이지만. 정말 첩자가 있을 경우는 최악 중 최악악악이니까.”

  “그 정도야?”

  “……당연한 걸 묻다니, 우리 쓰레기 로토 씨가 아니라 첩자가 변장한 건가?”

  “아, 제발 그렇게 무서운 말 좀 하지 마. 날 진짜로 고문할 것 같다고.”

  “네놈이나 이끼에 낀 코딱지 같은 소리 지껄이지 마. 말할 것도 없이 그 정도지. 첩자란 건 벌레 마냥 새끼를 치기 마련이니까. 한 마리가 보이면 안 보이는 곳엔 수 십, 수 백 마리가 있어. 바퀴벌레처럼.”

  이끼에 낀 코딱지라니! 로토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보스쿤의 과격한 언사는 일상이었지만 오늘따라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귀신 가면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하더라도 그걸 왜 자신에게 푼단 말인가? 그러나 로토는 불만족스러운 속내와 달리, 싹싹 두 손바닥을 빠르게 비비며 아부를 떨었다.

  “으, 그렇게 표현하니까 징그럽다. 하지만 옳은 말씀이십니다, 헤헤.”

  살아남고자 하는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일주일 내로 이쪽 일은 정리하고 가볼 테니 그렇게 알아. 네놈 보내면 갔다 와서 체력이 고갈됐네 어쨌네 하면서 골골 댈 것 같으니까 기각이다.”

  “네에. 근데 첩자가 최악의 경우면, 그나마 나은 경우는 어떤 걸 생각하는 거야? 혹시 엘자의 영역?”

  “그래, 귀신 가면이 너처럼 엘자의 영역이 직감에 있거나, 혹은 탐지 같은 것에 있다거나. 그렇다면 제 1 지부를 찾아낸 것도 얼추 말이 되지. 이 경우도 짜증나긴 하지만 첩자보단 나아.”

  “듣고 보니 그러네.”

  “……이제 다 쉬었나? 시간 끄는 꼴이 눈에 훤했다만, 일주일 동안 부려먹을 거 생각해서 좀 봐줬다. 휴식 시간 끝났으니 마저 닦아라.”

  보스쿤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시선이 얼룩 위를 수줍게 덮고 있는 물 양동이에 닿았다. 같잖다는 눈빛이 떨어졌다. 로토의 입이 떡 벌어졌다.

  “헉. 이런 악덕 상사 같으니……. 봐줄 거면 계속 봐줘! 곧 이스타르가 로엘도 데려올 텐데……. 그때도 바닥에서 꿈실꿈실 걸레질이나 하란 말이야? 이거 안 지워진다고!”

  “그럼 방 바꾸는 거에 동의하든가.”

  “우리 개발부 애들이 엄청 항의할 텐데…….”

  “싫으면 바닥이나 닦아.”

  “아, 진짜. 알았어! 전체적으로 바꾸지는 말고, 내 방이랑 형 방만 바꿔! 근데 어차피 일주일 뒤에 제 1 지부로 갈 거잖아. 굳이 바꿔야겠어?”

  “기분의 문제다.”

  “……그렇구나, 기분의 문제구나…….”

  보스쿤은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뻔뻔한 표정이었다. 로토는 허탈해서 잠시 멍을 때렸다. 기분의 문제라니? 역시 세상은 권력이 최고다. 보스쿤은 이 조직 내 최고 권력자로서의 힘을 너무 여기저기 잘 써먹었다. 명색이 간부인 로토마저 까라면 까야 될 정도로. 로토는 다시금 인생의 명 진리를 깨닫고 터덜터덜 걸레와 양동이를 치웠다. 그래도 걸레질에서 해방됐다는 사실이 조금 위로가 되었다.

  똑똑, 똑. 경쾌하고 힘 있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방을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타이밍이라 로토의 등짝에 식은땀이 살짝 솟았다. 하마터면 이스타르와 로엘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뻔했다. 일의 원흉인 보스쿤은 정작 아무렇지도 않게 서류를 챙겨들고 앉아있었다. 로토는 왠지 억울해졌다.

  “파테라 씨, 로토 씨. 로엘을 데려왔습니다.”

  “잠시만요, 이스타르 씨! 제가 열어드릴게요!”

  로토는 보스쿤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린 뒤 맞을세라 호다닥 문을 열었다. 보스쿤은 움찔, 로토를 향해 책을 던질까 고민하다가 관두었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거니와, 일주일 동안 혹사시킬 걸 생각하면 주먹 감자 정도는 먹어줄 수 있었다.

  보스쿤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로토는 안 맞았다는 사실에 마냥 싱글벙글했다. 그가 문을 열고 몸을 비키자 이스타르가 휠체어를 밀며 방으로 들어왔다. 로엘은 휠체어에 앉은 채 예쁘게 미소 지으며 로토와 보스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언뜻 보기에도 로엘의 혈색은 어제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목소리에서도 활기가 넘쳤다. 이스타르는 휠체어를 보스쿤의 책상 가까이 댄 후 절도 있게 허리를 숙였다. 보스쿤은 대충 인사를 받은 뒤 서있으란 듯 그녀에게 손짓했다. 이에 이스타르는 휠체어 옆에 서서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고 보니 둘은 구면이군.”

  보스쿤의 말에 이스타르는 고개를 끄덕였고 로엘은 갸웃거렸다. 로엘은 힐끗 로토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뭔가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로토는 어제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어깨를 으쓱 해보일 뿐이었다. 로엘의 궁금증을 해결해준 것은 오히려 보스쿤이었다.

  “로엘, 이스타르는……그 때 지하실에 함께 있었던 부하다. 행동부의 동작팀을 맡고 있는 부교관이지. 주로 너처럼 어린 조직원들의 체력 단련 및 실전 훈련을 담당해주고 있다.”

  “그…….”

  지하실에 있던 부하는 한 둘이 아니었지만 로엘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처음에 로엘을 발견했던 복면 여자. 로엘의 손을 떼어내려 했고 급기야 칼을 꺼내들기까지 한 그녀가 바로 이스타르였다. 로엘의 미묘한 반응에 이스타르는 혼자 안절부절 하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로엘 양. 그 날 일은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심하게 대응했습니다. 파테라 씨께서 명령하신 건 속전속결로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그만…….”

  “네? 아, 아뇨! 괜찮아요. 보스쿤 씨가 명령하셔서 그런 거잖아요!”

  로엘의 말 한 마디에 보스쿤 파테라는 천하의 나쁜 놈이 되었다.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라는 건가? 노리고 저러는 건가? 보스쿤이 움찔하며 로엘을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티 없이 맑을 뿐이었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파테라 씨를……이름으로 부르는 겁니까?”

  “아, 안 되는 건가요? 간부쯤은 돼야 가능한 거예요?”

  ―로토 씨는 형이라든가, 보스쿤 씨라든가 편하게 부르던데 간부라서 그랬던 건가.

  로엘은 이것저것 가정해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보니 로토를 제외한 인물들이 모두 보스쿤을 ‘파테라 씨’라고 깍듯이 불렀던 것도 같았다.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뒷목이 뻣뻣해졌다.

  “무슨 말씀이신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파테라 씨가 지적하지 않으시니 아무래도 상관없을 듯합니다. 다만, 제 경우엔 무조건 ‘부교관 님’이라고 불러주셔야 합니다. 경칭을 받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가르치는 입장이라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서, 불리는 호칭을 통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이스타르의 미소는 포근하기만 했다. 딱히 실수한 건 아니었구나, 로엘은 눈에 띄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부교관 님!”

  “바람직하군요.”

  보스쿤과 로토는 어쩐지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서로 얼굴을 익히게 해주려 한 것이었으나 다리 역할 없이도 둘은 잘만 얘기를 나누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보스쿤과 로토를 잊고 얘기를 이어나갈 것만 같았다.

  “이스타르, 문 밖에서 대기해.”

  보스쿤은 더 참지 못하고 이스타르를 쫓아냈다. 로토가 옆에서 치졸하다느니 속닥였다가 보스쿤이 가리킨 잉크 자국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알겠습니다. 로엘 양, 그럼 잠시 뒤에 다시 뵙죠.”

  “네, 부교관 님.”

  이스타르는 예의 그 충성스러운 모습으로 명을 받들어 빠르게 나갔다. 로엘이 그녀의 절도 있는 모습에 감탄하려는 찰나, 보스쿤과 로토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시작했다. 실험실에 붙잡히기 전 상황을 자세히 말해봐라, 날짜는 알고 있나, 갑옷 입은 사람들 혹은 실험실 사람들 중 얼굴이 기억나는 사람은 있나, 실험실에서 주로 무슨 얘기들이 오갔나, 이외에도 많은 질문들이 빠르게 쏟아졌다. 어찌나 이것저것 쉬지 않고 묻는지 모양새가 퍽 심술 맞아 보였다.

  뭐지, 왜 이렇게 화풀이 당하는 기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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