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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열번째 금요일 : 제3자
작성일 : 17-07-02 23:58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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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특별한 순간이 지나간 후 차가운 강바람은 곧 제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몇 마디 더 시덥잖은 대화를 나눈 후 우리는 남은 맥주를 원샷하고 뚝섬역으로 향했다. 아까 햇볕 속에서 봤던 것처럼 건이의 표정은 정말 편안해 보였다. 핸드폰은 아예 백팩 안으로 집어 넣어 버렸다. 어딘가에 얽매여 있지 않은 여유로운 표정은, 처음 보는 건이의 모습이었다.

 

 건이가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말했지만 나는 한사코 거절했다. 오늘 더 이상 시간을 같이 보내면 내가 건이에게 무슨 말을 건네게 될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뚝섬역에서 나와 건이의 집 방향은 정 반대였다. 개찰구에서 헤어져 각자 2호선의 투명한 플랫폼 반대편에 섰다. 건이가 먼저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보이더니 입모양으로 도착하면 전화해, 라고 말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쪽으로 먼저 지하철이 다가왔다. 건이의 모습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나는 서둘러 지하철에 올라 반대편 창가로 향했다. 혹시나 건이가 사라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건이는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지하철이 서서히 출발했다. 건이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순식간에 건이는 사라지고 아까 함께 바라보았던 한강이 먹물처럼 눈을 감싸왔다.

 

 "덕분에 집에 잘 도착했어. 너는?"

 "나도! 오늘 진짜 잘 놀았다, 안영아. 나 서울숲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가봐."

 "그럼 다행이고. 다음에는 너가 좋은 데 데리고 가줘. 맛있는 것도 사주면 더 좋고."

 "그래. 다음엔 오빠가 밥 한 번 사준다."

 "오빠는 무슨…"

 "안영아."

 "응?"

 "오늘 정말 고마워."

 "아니, 뭘…같이 가줘서 나도 고맙지."

 "잘자, 안영아. 주말 잘 보내."

 "응, 건이 너도."

 

 수현이 셋이서 꼭 놀러 가자고 말했지만, 그 날은 금방 오지 않았다. 건이는 저녁마다 동네에서 수현을 만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나는 학교에서 수현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의외로 연애에 깊게 빠지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페이스북에 수현과 그 남자친구가 번갈아 가며 그날의 데이트 사진을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연애를 하지 않는 나와 건이도 수현만큼이나 바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축제부터 시작해 새내기라면 응당해야 할 각종 동아리, 학회 활동들이 물 밀듯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건이는 수현이 아닌 다른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듯했다. 중간에 누가 부르는 사람없이 마음 편하게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건이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도 건이나 수현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역시 캠퍼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건이였다. 학교에 입학한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이제 과 내에서도 친한 친구나 무리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형성이 되어 있었다. 건이와 나는 서로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한 친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의 눈치를 볼 필요도, 민망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어색한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둘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마치 오랫동안 그렇게 해 온 것처럼 편안했다. 말없는 침묵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보낼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도, 건이도 괜찮을까?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난지 2주 정도가 지나서야 수현과 셋이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수현이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거의 매일 같이 만났던 터라 고작 2주의 시간도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다시 만난 수현은 볼이 발그레하고 눈이 초롱초롱한 것이 더 예뻐진 것처럼 느껴졌다. 연애를 하면 원래 다 그런걸까 궁금해졌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 친구는 물론이고 입학하고 와서 만나 친분을 쌓은 친구들까지 수현을 제외하고는 워낙 연애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내게 새로운 생명체 같았다. 그러나 건이는 사랑에 빠진 수현이든 그렇지 않은 수현이든 익숙한 모양이었다. 내가 신기한 마음으로 수현에게 새로 시작한 연애에 대해 이것저것 물을 때에도 건이는 대화를 듣고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긴 해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저녁마다 만난다는데 너무 많이 들은 이야기여서 그렇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나 내가 한가지 염려했던 점은 수현의 남자친구가 건이의 존재를 용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었다. 대학교에 들어와 건이와 수현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내가 느끼기에도 둘의 관계는 친구라기엔 어딘가 특별한 점이 많았다. 가끔은 가족같기도 또는 연인같기도 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나야 그들의 친구이니 꼭 그 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은 입장이었지만, 아마 수현의 남자친구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특히 수현은 저녁 때마다 건이를 불러냈다. 내가 어쩌다 저녁에 건이에게 연락을 할 일이 생기면 항상 수현과 함께 있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싶었지만 내가 참견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나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사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자 수현의 남자친구가 그들 사이의 이상함을 눈치챈 듯 했다. 수현이 내게 건이와 함께 자신의 남자친구를 만나달라는 이야기를 건넸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나랑 건이 관계를 조금 오해하는 것 같아. 몇 번 설명은 했는데 계속 찜찜한 가봐. 너는 아닌 거 알지, 안영아? 나 좀 도와주라. 미안해."

 금요일 점심시간, 수현은 나만 따로 카페에 불렀다. 수현은 내가 감탄했던 사랑에 빠진 사람 특유의 그 반짝거림을 잃고 어쩐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하소연했다. 사실 나는 수현의 남자친구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갔지만, 수현이 울먹울먹한 얼굴로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남들 사이에 끼는 일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냥 나가서 평범하게 밥만 먹고 오자, 그렇게 생각했다.

 

 "수현이가 나도 같이 가서 밥 먹고 오자는데, 너는 괜찮아?"

 수현을 만난 후, 도서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이에게 돌아가 수현의 말을 전했다. 건이한테도 물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수현은 건이는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나는 더 마음에 걸렸다. 건이라고 괜찮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라지만 건이에게도 어려운 부탁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건이는 나의 물음에 조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하다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어딘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까지 건이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봐온 건이는 너무 착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보다는 남을 위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재차 묻는다면 대답은 하겠지만 억지로 하는 행동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같이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그렇게 셋이 보는 것보다는 분위기메이커 한 명이 같이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누가 분위기메이커야?"

 건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기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 때 즈음부터 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는데, 건이의 미소를 보면 안심을 하게 되는 버릇이었다. 나도 건이가 웃는 것을 보고 함께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성희를 만나 이 이야기를 전하자 오히려 성희가 길길이 날뛰었다.

 "야, 내가 너 친한 친구라서 이런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 건이랑 같이 보는 거야 그럴 수 있긴 한데 거기에 너를 왜 끼어? 그러다 둘이 헤어지기라도 하면 너도 기분 안 좋을 거 아니야. 건이랑 오해를 푸는 자리에 왜 너를 데려가?"

 "그래도 내가 걔네 둘이랑 그나마 친한 애라서 그런 것 같아. 그 남자친구가 뭐 막 화내고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셋만 보면 좀 그렇잖아."

 "막 화내고 그럴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지. 야, 나는 좀 걱정된다. 안 가면 안돼?"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미 간다고 말했거든. 가서 밥 먹고 잘 이야기하다 오면 되지. 너무 걱정하지마."

 성희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간다고 결정한 일을 무를 수는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런 자리에 건이를 혼자 보낸다는 사실이 나의 결정을 확고하게 했다. 성희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영화관에서 동윤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었을 때 건이가 도와주었던 것처럼 건이를 위해 이번 한번은 내가 나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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