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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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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성일 : 17-07-02 16:40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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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모든 걸 쏟아버리고난 뒤 찾아온 텅 빈 허무함을 느끼며, 소파에 앉은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있었다.

 그러던 와중 세희가 고개를 돌려 날 빤히 쳐다본다.

 그저 쳐다보는 것 뿐인지 그게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아무 말 없이 날 응시하던 세희가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

 세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놓고 신발장으로 향하더니 철컥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금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세희의 시각을 가득 채우는 것은 내 왼쪽 눈 밑의 '3'이라는 숫자였겠지.

 누나가 사라진 것처럼, 나와 세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며칠밖에 남질 않았다.

 잠시 혼자있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지금은 혼자있게 내버려두자.

 그렇게 5분정도를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는 그때. 역시 곁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시골 정류장에 있을 것이다. 현관을 나서 세희를 찾아보았지만 세희는 마당에도, 시골 정류장에도 없었다.

 보통 생각에 잠기는 일이 있다면 나나 세희는 이 곳 정류장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이 곳 외엔 그럴싸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였다.

 "좀 더 멀리간 걸까……."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때였다. 문득 내 뇌리에 한가지 가능성이 스쳐지나갔다.

 세희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가 갈 법한 곳은 찾아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좀 더 멀리 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떠오르겠지만, 다름아닌 유령이라는 입장에서 한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설마……."

 그 가능성을 떠올리자 점점 불안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손가락 사이에 쥐고있던 담배를 떨어뜨린 나는 왔던 길을 다시 한 번 살펴보거나 가능성은 적지만 세희가 갈 법한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집으로 돌아가 세희의 이름을 부르며 노크를 해보고 문을 열어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집을 나와 울창한 나무들을 가로지르며 인적이 없는 산을 오른다.

 연거푸 이름을 외쳐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시 한 번 시골 정류장을 찾아가보아도 세희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세희……."

 허탈한 심정으로 땅을 내려다보는 그 순간이었다.

 눈 앞에 새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연기가 모두 걷혀질 때,

 누군가가 날 내려다보고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세희였다. 눈 앞엔 세희가 따스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나 여깄어. 어디안가."

 입이 벌어진다. 아름다운 미소에 부드럽게 올라가는 세희의 볼.

 그곳엔 방금 전까지 있었던 '13'이라는 숫자 대신 고작 '3'이라는 숫자만이 새겨져있었다.

 "너……."

 벌떡 일어서 세희의 볼을 어루만졌다.

 크게 흔들리는 내 눈빛을 진정시키려하는 듯, 세희는 짧게 한 보폭 다가오더니 포근하게 내 품에 안겨들며 살포시 날 올려다보았다.

 "다시는 널 잃기 싫어. 홀로 남겨질바엔……. 그럴바엔 차라리 함께 하고싶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상냥한 미소가, 그 감미로운 목소리가 마음과 눈가를 촉촉히 적셔온다.

 손을 뻗어 품에 안긴 세희를 꼬옥 감싸안았다.

 

 

 

 오전 5시. 어젯 밤엔 피곤해 일찍 잠에든 탓인지 그만큼 일찍 일어나버렸다.

 한참 아침해가 떠오르는 중인 시간이다.

 검푸른 색이 깔려진 하늘아래 참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거리며 발을 통통 구른다.

 오늘은 함께 모교였던 초등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감상하기로 했다.

 일찍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았다.

 검푸른 하늘아래 논밭에 둘러싸인 이차선 도로 한 가운대를 발을 맞추며 걷는다.

 풀벌레 울음소리와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 모를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그때였다.

 "가은. 저것좀 봐. 새벽인데도 별치곤 되게 밝다."

 세희의 검지가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엔 세희의 말대로 희미하게 빛나는 다른 별들 사이에 유독 하나의 별만이 보석처럼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저건 샛별이라는 거야. 다른 말로는 금성이라고 해. 여름날 새벽에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어."

 "어린 시절에 항상 저 별만 빛났던게 궁금했었거든. 그렇구나. 저게 금성이었구나."

 세희가 작게 눈웃음을 짓더니, 이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떨어져있을 때, 같은 시간에 저 금성을 올려다보았을지도 몰라."

 "그러게."

 나도 밤이되면 자주 저 별을 올려다보았다.

 세희의 말대로 서로 떨어져있을지언정 우리는 같은 시간에 샛별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낭만적인 기분이 들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는 옆에서 같이 바라볼 수 있어."

 옆에서 들려온 세희의 한마디는 천천히 움직이던 내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기울인 세희를 끌어당긴 나는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이런것도 할 수 있지."

 입술을 떼며 부드러운 미소로 달콤하게 속삭였다.

 얼굴이 달아오른 세희는 수줍어하며 팔짱을 껴왔다.

 그리곤 어떠한 말도 없이 그저 내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으며 걷는 세희였다.

 

 

 

 중간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수업도중에 교실을 들어갔다.

 지금은 수학시간인지 칠판엔 간단한 수학기호들과 숫자들이 가득하다.

 "이 문제 풀어볼 사람?"

 20대 후반. 끽해야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교사가 친근한 인상으로 질문을 던지자 여러 녀석들이 손을 들어댔다.

 그러고보니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손을 든 시절이.

 손을 든 많은 아이들중에서 구릿빛 피부의 통통한 남자애가 뽑혔다.

 분필이 익숙하지 않은 지 약간의 어설픈 손짓으로 문제를 풀고 들어가지만 적은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지금에와선 저런 문제들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지만 아직 이런 애들에겐 적당한 수준인가보다.

 일부 녀석들은 틀린 답을 적어댔다며 수군거린다.

 그럼에도 교사는 그 학생이 쪽팔리지 않도록 아깝다며 짤막하게 탄식하더니 풀어볼 사람은 다시 한 번 손을 들어보라며 말했다.

 이어 우리의 바로 앞. 그러니까 교실의 한 가운대의 맨 뒷자리에 있던 남자애가 손을 들었다.

 교사는 그 아이의 눈을 쳐다보더니 가볍게 미소지으며 이름을 불렀다.

 "그럼 성훈이가 한 번 풀어볼까?"

 수줍은 남자애여서 그런지 고개를 끄덕이곤 칠판앞으로 나갔다.

 이어 능숙하게 문제를 풀더니 "정답!"이라는 교사의 말과 함께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잘했다며 사탕 하나를 건내받은 성훈이라는 남자애는 자리로 돌아갔다.

 "……너 먹어."

 그러더니 옆에 있는 짝궁에게 사탕을 건내주는 것이다.

 "고마워."

 사탕을 받은 귀여운 여자애가 작게 웃자 얼굴이 빨개지는 남자애.

 너무나도 순수한 남자아이의 모습에 그만 우리들은 쿡쿡 웃어버렸다.

 수업이 끝나 과목과 함께 교사가 바뀌니 녀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지우개를 뜯어서 몰래 던지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태연한 척을 하는 것이다.

 분명 마음에 드는 교사에겐 잘보이고 싶어 집중을 했던 것이겠지.

 아까전의 교사도 수업도중 집중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지금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지 녀석들은 마음껏 장난을 쳐대기 바빴다.

 또다시 지우개를 뜯더니 대각선에 있는 남자애에게 던졌고, 날아가던 지우개는 뒷머리에 박혔다.

 그 순간 지켜보던 우리들까지 웃음이 짤막하게 터져나왔다.

 하지만 남자애는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교과서에 졸라맨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쿡쿡웃는 녀석들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희가 내 어깨에 기대왔다.

 "꼭 어린시절의 우리들을 바라보는 것 같아."

 "그러게. 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들은 저것보다 더했을거야."

 지우개 던지기정도는 우리가 쳤던 장난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장난이었다.

 슬리퍼에 바퀴벌레를 집어넣는다든가 의자에 풀을 발라놓는다든가 리코더를 구정물에 담궈놓는다든가.

 그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아직은 멀었다는 증거다.

 라며 장난스런 텃세를 부리는 그때.

 새삼스레 이제와서? 라고 반론을 가질 수 있을법한, 긴 시간 잊고지내던 것을 깨달았다.

 "그래 맞아……. 그 시절의 우리들은 저것보다 더 했어."

 스스로가 내뱉은 그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이며 나는 이어 말했다.

 "나는 상당히 장난치는 걸 좋아했어. 그 시절 너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때부터 나는 너와 함께 장난을 치고다녔어.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널 닮아간다. 그 소리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원래부터 나는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었던거야."

 "다 알고있는 당연한 사실인 걸."

 어깨에 기댄 세희가 옆에서 날 올려다보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몸을 틀어 세희의 갸느다란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남은 시간…… 그때처럼 다시 장난을 쳐보자."

 "누구에게?"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어오는 세희.

 나 또한 분명 엄청나게 재밌을 거라는 듯한 눈빛으로 마주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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