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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1-10화. 고발
작성일 : 17-07-02 14:34     조회 : 413     추천 : 1     분량 : 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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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는 거대한 붉은 벽이 되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생각하자, 지금은 '어떻게 알았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지'가 우선이다. 여기서 내 정체를 밝혀야 할까? 아니다, 고작 학교 땡땡이다. 힘들게 무리수를 던질 필요 없다. 너무 길게 생각하면 아빠는 내 말을 또 거짓말로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짧고 강렬한 무언가가, 무언가가... 아!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당당히 어깨를 펴 떳떳함을 과시했다.

 "미안해, 아빠! 사실 나 애인이 생겼어!"

 무리수다. 좀 더 그럴싸한 변명을 왜 내뱉지 못한 거야! 아빠는 잠시 영혼이 가출했는지 눈에 초점이 풀렸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입에서 침이 살짝 흘러나왔다. 어지간히 충격적인 모양이다. 이윽고 아빠는 흐르는 침을 손으로 훔치더니 다시 다리를 폈다. 헛기침을 내더니 망설이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크흠, 큼. 요즘에는, 정말 빠르구나."

 "어, 음. 나도 벌써 밝히고 싶지 않았어. 우리 얼마 되지 않았거든."

 아빠는 다시 냉장고에서 블루베리 주스를 꺼내 남김없이 마셨다. 주스는 변기처럼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그래서, 데이트했어. 학교 안 가고."

 식탁 위에 빈 병을 탁하고 올린 아빠는 동그랗게 눈을 떴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지금 물어보면 예의가 아니겠지?"

 "어, 응. 아까 말했다시피 얼마 안 됐어. 나중에 알려줄게. 단,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줘."

 나는 새끼손가락을 세워 아빠에게 내밀었다. 내 손가락을 본 아빠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두꺼운 나무뿌리 손가락이 가는 뿌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내게 윙크를 보냈다.

 "그래, 알았어."

 나는 '고마워'하며 아빠 품에 안겼다. 다시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었다.

 

 '손님-001'이 입장하였습니다. 비밀 대화방에 초대가 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ARACHNE : 제 메신저 첫 손님으로 온 걸 환영해요.

 손님-001 : 그냥 컴퓨터 중독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네.

 ARACHNE : 중독자라뇨, 전문가입니다, 전문가. 다른 유명 메신저를 믿어야 말이죠. 맨날 터지는 게 사생활 유출이잖아요.

 손님-001 : 그러네, 역시 쓸모있는 조력자야.

 ARACHNE : 그런가요 ㅎㅎㅎㅎ 그나저나 UT에 살고 계시군요. 어쩐지 뭐 이리 빨리 북으로 왔나 했더니 UTX 탔었나 봐요?

 손님-001 : 응, 나 ULT에서 살아.

 ARACHNE : L이면 Light? 광주군요?

 손님-001 : 뭐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우선 '폴에이트'부터 이야기 해줘.

 대화는 잠시 멈춰지더니 이윽고 한 인터넷 기사를 캡쳐한 사진이 올라왔다.

 ARACHNE : '8'을 쓰러뜨리면 ∞(뫼비우스) 문양이 되죠. 그래서 '폴에이트'라고 불러요. 9년 전에 올라온 이 기사는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한 단체가 과학 기술로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구원하겠다는 내용이죠. 이 기사에도 직접적으로 '폴에이트'라고 적혀 있어요. 그리고 COMEST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생을 위해 과학 윤리를 전면적으로 위배했다'라고 뒤에 적혀 있죠. 며칠 뒤에 이 기사는 지워졌고, 기자는 행방불명 됐어요.

 손님-001 : 그런데 이 폴에이트와 네 아버지의 죽음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ARACHNE : 이건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아라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지 대화를 멈췄다. 잠시 창밖을 보니 인조태양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띠링' 다시 아라에게 메시지가 왔다.

 ARACHNE : 제가 12살, 그러니까 지금 씨 나이 때 아버지의 통화를 엿들은 적이 있어요. COMEST 수사부에서 일하셨던 아버지는 거실에서 자기 동료로 추정되는 사람과 전화 중이었지요. 그 내용은 '생명윤리'였어요. 인간의 죽음을 막으려는 것은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지름길이라고 아버지가 말했죠.

 손님-001 : 그 통화만 가지고 죽음과 폴에이트의 연관성을 제시하는 거야?

 ARACHNE : 왜냐하면 통화 후 이틀 뒤에 아버지가 죽었어요.

 너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원인과 결과라고 말하기에 건너뛴 근거들이 너무 많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손님-001 :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ARACHNE : 네. 아버지는 지금 사는 이 집 철문 앞에서 쓰러져 있었어요. 최초 발견자는 저였죠. 이미 쓰러진 지 2시간이나 지났더군요. 친구집에 놀러가려고 문을 열었더니 피 한 방울 없이 바닥에 누워있었어요. 어린 나이에 죽은 줄도 모르고 아버지를 깨우려다가...

 아라는 잠시 타이핑을 멈췄다. 비극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라 잠시 절제력을 잃은 것 같다.

 ARACHNE : 죄송해요, 중요한 건 이게 아니죠.

 손님-001 : 괜찮아, 침착하게 계속 말해봐.

 ARACHNE : 이상한 건 아버지의 사인이었어요. '급성 뇌졸중'이라더군요. 그동안 어딘가 아파한 적이 없는 사람이, 뇌졸중이라니. 늘 건강한 사람한테 말이 안 되는 죽음이에요.

 손님-001 : 어머니는? 어떤 반응이었어?

 ARACHNE : 그 사람 어머니라고 하지 마세요.

 갑자기 차가운 문장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아라의 반응에 잠시 당황해 어떻게 답할지 망설였다.

 ARACHNE : 그 여자는, 조사에서 그가 뇌졸중을 앓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곧장 아버지는 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됐죠. 그가 수사했던 모든 기록은 깡그리 사라졌어요, 전부. 이게 다 그 여자 때문에...

 손님-001 : 그래서 너는 아버지의 죽음이 통화 내용과 무언가 연관이 있다. 당시에 나온 기사가 '폴에이트' 프로젝트 고발 기사였으며, 며칠 후 증발. 이 계획을 주도하는 자가 범인으로 추측되며, 나도 그자에게 이용당했다? 이거지?

 ARACHNE : 네, 맞아요.

 나는 잠시 채팅을 멈추고 방안을 서성였다. 말이 안 돼, 내 기억은 2002년부터 시작됐고, 아라 아버지 '김지학'이 죽은 건 2355년이다. 만약 프로젝트가 실존한다고 해도 353년의 저장된 기억을 설명할 수 없다.

 손님-001 : 그럼 앞으로 계획은?

 ARACHNE : 우선 지하실에 설치한 대형 서버기를 이용해 사건 관련 키워드를 토대로 자료를 수집할 생각이에요. 능력만 된다면 COMEST 웹 기록실도 손을 볼 거고요. 아직 남한테 들키지 않을 해킹 능력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나는 '해킹'이라는 말에 섬찟했다. 알 수 없는 한기가 나에게 어슬렁거리고, 조금씩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바짝 세워진 것 같아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문득 뒷목이 서늘해 고개를 휙 돌렸다.

  방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내가 방문을 닫았었나? 여기저기를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며 조심스레 걷다가 문을 발칵 열었다. 아무도 없다.

 아빠는 어디갔지?

 아빠는, 아빠는 어떻게 알았지? 나는 다시 방문을 닫고 아라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손님-001 : 긴급상황, 메신저랑 관련 기록 전부 다 지워. 새 서버로 메신저를 만들 것, 이상.

 '손님-001'이 채팅방에서 나갔습니다.

 메신저 화면이 사라지고 다시 츄카 얼굴이 나타났다. 한결같은 츄카의 표정을 보아도 신경이 가라앉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뜨고 있는 츄카. 번뜩 며칠 전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츄카 아니지? 너 아니지? 내 이동 경로를 남한테 말한 거 아니지?"

 "아닙니다."

 츄카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휴대용 스캐너가!

 "지금 님, 모모와의 교신이 끊겼습니다. 다시 재동기화 요청합니까?"

 나는 츄카의 덤덤한 말을 듣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루, 나루가 전부 듣고 있었다.

 "어, 언제부터 모든 내용이 모모한테 전달됐어?"

 "메일 정리 후 방금 교신이 끊기기 전까지입니다."

 츄카의 말을 듣자 온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찢어진 틈 사이로 뜨거운 분노가 용암처럼 차올라 바닥에 흘러 넘쳤다.

 "츄카, 다시 재동기화 요청해!"

 "거부되었습니다."

 "나루, 한나루한테 전화해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가슴이 싱크홀처럼 무너져 내렸다. 활짝 웃던 나루와 울면서 달리는 나루가 섞여 내 머릿속을 뒤집었다. 나는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 비틀거리며 벽에 기댔다. 식은땀이 벽지를 더럽히는 것만 같다.

 "아윽, 아. 츄카, 집 앞에 자가 비행 택시 하나 불러줘."

 츄카는 '알겠습니다' 하며, 1분 후 도착 예정이라고 알려줬다. 걷는 모습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현관문으로 이동했다. 나루, 너 정말, 어떻게 나한테.

 "또 북한에 가려는 거니!"

 거칠고 날선 목소리가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빠는 짙은 눈썹을 대각선으로 세웠다.

 "지금아, 도대체 왜 그러니? 또 그 애인한테 가는 거야?"

 나는 파리를 쫓아내듯 손을 휘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아빠. 부탁이야."

 아빠는 내 손목을 잡고 거실로 끌고 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아빠의 완력은 가녀린 여자아이 몸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제발 그냥 놔두라고! 이거 놓지 못해! 당신이 뭔데! 내가 어디를 가든 무슨 상관이야!"

 "아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분노를 참지 못한 아빠는 힌두어로 욕설을 섞어 말했다. 그 후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눈을 크게 뜨며 손에 힘을 풀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매서운 눈으로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는 애써 분노를 감춘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지금아. 그게 아니라, 아빠는."

 나는 아빠를 무시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이동 캡슐에 탔다. 뒤늦게 잡으려 했던 아빠는 문 앞에서 나를 놓쳤다. 문이 닫힌 뒤에도 아빠의 절규가 이동 캡슐에서 들렸다.

 

 바깥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봄비라고 하기에 너무 많은 비가 하늘에서 내렸다. 발바닥이 까매진 줄도 모르고 나루의 집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야, 한나루! 모모! 이 문 빨리 열어!"

 분노로 가득 찬 충돌 소리, 깨질듯한 초인종 소리, 나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집 앞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10분 동안 처절하게 불러보았지만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점점 몸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문 앞에서 주저앉고 보니 바닥이 축축했다. 젖은 빗물은, 내 몸이 들어 갈만한, 바닥이 막힌 늪을 만들었다.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 왜 그랬던 거야."

 은은히 이곳을 비추는 주홍빛이 차갑게 나를 비추었다. 그 빛도 너무 싫어 나는 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고 비명을 질렀다. 내 눈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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