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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 된 일상에 판타지 뿌리기
작가 : KiKuKo
작품등록일 : 2017.6.24

계한고등학교의 여름방학동안 평범하게 보내던 주혁필의 일상에 판타지가 뿌려진다.

 
03. 호
작성일 : 17-07-02 00:48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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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야~ 깨끗하다.”

 월량이 깨끗해진 집안을 보며 뿌듯한 표정으로 감탄한다. 그를 보니 그가 말한 ‘누나’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월량씨.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예, 말해 보세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나를 죽이려는 사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월량씨의 ‘누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월량이 미소를 더 환하게 지으며 생각에 잠기듯 말을 꺼낸다.

  “예쁘고 착하고 재밌고 섹드립도 찰지게 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강하고 섹드립치고 장난도 많이 쳐요.”

 ‘섹드립’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들어갔습니다만? 두 번 들어 갈 만큼 그 부분이 그렇게 중요한 부분입니까? 아무쪼록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섹드립을 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강조 될 만큼은 아니다. 다행이다, 낯이 익어보이던 건 ‘닮아서’인 것 같다. 나는 일단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그 생각을 하니 가로등위에 실루엣한테서 흘러 내려온 하얀 꼬리가 떠오른다.

  “월량씨, 누나분이 혹시 코스프레 좋아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웃고 있던 월량의 미소가 점점 사라진다. 불안한 듯 진지해지는 그의 표정 때문인지 괜히 긴장된다.

  “가로등위의 실루엣한테서 하얀 꼬리가 흘러 나왔었더라고요. 그래서...”

  “꼬리 얘기는 안 했잖아요!”

 월량의 표정이 배신감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꼬리 때문인가? 아, 설마 누나가 높은 곳 올라가서 ‘코스프레’하는 게 취미셨나? ‘쪽팔려서 죽을 것 같다’의 의미였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월량이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간다. 너무 놀라서 뛰쳐나가는 월량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별일 없을 거라 믿고 넘기기로 한다.

 

  어느덧 자정을 넘은 시각, 재권이한테 그나마 고르고 고른 음악 5곡을 보내며 몇 개 골라주라고 하고 잠시 쉬는 타임으로 게임을 켠다.

  “간만에 한 판 해볼까?”

 게임이 로딩하는 동안 팔을 앞으로 뻗어 기지개를 쭈욱 피고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로그인을 하기 위에 키보드 자판을 누른다. 그 순간 밖에서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울려 집안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뭐, 뭐야?!!”

 곧이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아니라고 했잖아!!”

 영은 누나의 목소리다. 영은 누나가 소리 지르는 걸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처음에 의심했지만 특유의 목소리 때문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창밖을 통해서 무슨 상황인지 보았다. 집의 벽에서 빛이 밝게 나오고 있고 그 앞에 검은 로브를 둘러쓴 사람 셋이 서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영은 누나가 보인다. 그리고 처음 보는 화난 누나의 모습. 비록 누나가 보이는 거리가 멀지만 누나의 분노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누나 앞에 서있는 세 로브의 사람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는다. 누나의 앞에 있던 가운데 남자가 로브의 모자를 벗으며 누나에게 다가간다. 로브를 벗은 사람은 다름이 아닌 우리 집을 헤집고 간 월량이다. 월량이 말했던 누나가 영은 누나인가? 아니겠지. 그가 말했던 누나의 인상하고 너무 매치가 안 된다. 그렇다면 둘이 무슨 관계인거지? 의심스럽지만 처음 보는 투 샷에 조용히 관람하기로 한다.

 

  “너희 진짜 왜 그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사람은 착각하는 동물이라고! 착각으로 여길 수 있다니까!”

  “알아요, 아는데! 꼬리가 보인건 사실이잖아요. 누나는 백호(白狐)라 다른 동물로 착각하기 어려워요. 이대로 방치했다간 누나의 정체가 탄로 나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그러니까 누나가 죽든 본 사람을 죽이든 해야 돼요. 근데 저는 누나 죽이기 싫어요! 그러니까 누나 제발...”

 월량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영은 누나에게 다가간다. 영은 누나가 싫다는 소리를 지른다. 그러더니 월량이 로브에 달린 모자를 다시 쓰며 뭐라고 중얼거린다.

  “하아... 누나, 안되겠네요. 정말 무력이라도 사용해서라도 처리해야겠어요.”

 월량의 양옆에 있던 검은 로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영은 누나의 퇴로를 차단해버린다. 그리고 가운데 있던 검은 로브가 우리 집 방향으로 걸어온다. 뭔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 나는 현관문으로 뛰어가 문을 잠갔다. 잠시후 잠긴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다, 이건 두드리는 게 아니라 부수려는 거다.

  쾅, 쾅, 콰앙!

 문손잡이 부분이 떨어지고 부속품들이 나와 바닥을 나뒹군다. 한 번 더 ‘쾅!’하는 굉음을 내면서 문이 뜯겨져 내 앞으로 떨어진다. 현관 앞에 서있는 검은 로브를 쓴 월량의 눈빛이 낮에 보았던 눈빛과 완전히 다르다.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했다.

  “혁필군, 미안합니다.”

 나는 그의 힘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인지,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순간 그가 검을 무서워한다는 생각이 나 시라사야 검이 있는 방향으로 냅다 달렸다. 검을 잡으려 할 때 무거운 무언가가 나를 눌렀다. 한손은 머리를 누르고 한손은 내 등을, 두 다리가 쓰러진 나의 팔을 붙잡고 있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 보니 로브가 벗겨진 체 나를 누르고 있다. 그리고 눌러진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을 때 경악했다. 나를 누르고 있는 자는 영락없는 월량. 그의 모습은 낮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진녹색이던 머리칼이 녹색으로 바꾸어있고 머리위에 여우의 귀가 나있으며 그의 등 뒤에는 털 뭉치의 무언가가 보인다. 그의 겉모습으로 보아 그는 여우 요괴인 것 같다. 그렇다는 건...

  “제가 당신한테 이 모습을 보인다는 건, 당신을 죽이겠다는 의미입니다. 부디 누나를 위해서 죽어주세요.”

 월량이 나의 심장에 위치한 방향으로 오른손을 치켜든다. 그의 오른손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눈에 선명하게 비춰진다. 결국 이러게 허무하게 영문도 모른 체로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주마등이 스쳐 지나간다. 영은 누나랑 처음 만났던 기억, 누나가 날 보며 응원해줬던 기억, 누나의 미소를 본 기억, 누나가 검무 연습할 때 칭찬 해줬던 기억...

  “멈춰! 걔 죽이면 니 후장에 오이 100개 쳐 박을 거야!”

 순간적으로 그 말을 상상해버려서 소름이 돋아 눈을 떴다. 우와, 듣기만 해도 아프다. 눈동자를 위로 올려 보았을 때 월량 역시 소름이 돋았는지 행동이 멈춰있다. 익숙한 목소리가 계속 이상한 말을 하며 걸어오는 게 느껴진다.

  “네 J.J 뜯어서 개 사료와 함께 갈아서 개한테 쳐먹이기 전에 비켜라. 아주 Secks를 안하니까 발정 났지? 아주 그냥 풀발氣를 해버렸어! 너 오늘 뒤졌다.”

 우와, 미친... 이것이 진정 누나란 말인가...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의 등이 가벼워졌다. 일어나서 검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가 집고서 뒤돌아보았다. 얼굴은 하영은 누나가 맞다. 그러데 검은 머리였던 누나의 머리칼이 은발로 바뀌어있고 머리 위에 여우귀가 달려 있다. 손에는 털장갑을 낀 것 같은 털과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다. 누나의 등 뒤에 하얀 꼬리가 여러 개가 보인다. 하나, 두울, 셋, 넷... 심지어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는 건 누나는 구미호였던 것이었다.

  “다 조까!! 고작 꼬리하나 봤다고 죽어야해? 에라이, 니미 뽕이다!”

 속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자신의 뒤로 숨기고 날아간 월량을 향해 바라본다.

  “혁필아, 누나 지금 엄청 꼴릿하지?”

 나는 누나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누나가 치는 섹드립과 욕설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처음 본 모습이 혼란스러워서 무섭다. 월량이 얼굴에 묻은 피를 닫으려 일어난다.

  “누나, 결국 본 모습을 보이고 말았네요. 그럼 저 녀석을 죽여야 할 명분이 뚜렷해져요.”

 월량이 누나를 향해 달려온다. 월량이 내지른 주먹을 누나는 가볍게 아래로 피해서 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넘어진 월량이 누나를 향해 외친다.

  “누나, 정말 이대로 포기할거에요? 이제 3일 남았는데? 이제 362일 했는데 아깝지 않아요?! 고작 저 자식 때문에 임무를 완수 못하실 거냐고요. 누나는 인간이 되고 싶어했잖아요! 저 자식만 죽이면 노카운트가 되어 임무를 완수 할 수 있는데!!”

 누나는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는 월량을 향해 말한다.

  “3일! 그래, 나 3일 남은 상태에서 혁필이한테 보였어. 그건 나의 잘못이지 이 녀석의 잘못이 아니잖아? 난 잘못에 대한 처벌은 다 받을 수 있지만 얘를 죽이려한다면 내가 널 죽일거야. 이 임무를 포기하면 피를 안 봐도 되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를 죽여야 피를 안 볼 수 있나?”

 누나의 눈빛이 깨진 거울조각을 통해서 보인다. 누나의 저 살인적인 미소는 처음 보았다. 이것이 진정 내가 좋아하던 하영은 누나가 맞는 것인가 내 정신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누나가 나를 한번 보고 씨익 웃으며 넘어져있는 월량에게 말한다.

  “나 오늘부로 이 임무 포기한다. 대신 조건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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