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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2. 추락 03
작성일 : 17-07-01 23:51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8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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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이 되자 리오넬은 이리스를 데리고 마탑으로 갔다.

 어비스시커마탑은 심연의 탐색자라는 이름답게 흑마법을 연구해서 흑마법사들에 대비한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실은 그것이 대놓고 흑마법을 연구하기 위한 명분이라는 것이고 실제는 학문으로서 흑마법을 연구하고 싶은 철없는 마법사 무리가 세운 마탑이라는 것이다.

 뭐 그런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블랙밸런스의 흑마법사들이 이리스를 노리는 이상 그녀의 팔을 교체하려면 이들만큼 적절한 자들이 없다.

 “오! 내 친구 리오넬 오랜만이야! 어제 한 이야기는 사실이겠지?”

 “그래 티르 전부터 그거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어비스시커에서는 대놓고 흑마법을 연구하는 만큼 제약도 많았다. 매달 신전과 마법협회에서 연구 내역을 보고해야 했으며 마족과의 계약, 인체개조나 죽은 자의 영혼을 이용하는 상급 언데드 소환마법, 허가받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저주마법 등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리오넬이 제의한 신체 연결마법, 라이프체인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불법이긴 하지만 들키지 않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티르는 호기심으로 눈동자를 반짝이며 손을 싹싹 비볐다. 리오넬은 품에서 반투명한 회색 보석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소울하트라는 건데 이걸로 마족을 불러서 '팔'을 달라고 하면 해 그리고 그 팔을 이것과 교체하면 돼”

 “팔을 달라고 한다고? 이걸로?”

 흑마법사들과 계약을 해서 중간계에 강림하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신을 입게 되지만 마계에 존재하는 마족은 순수한 마기의 덩어리이다. 그렇기에 팔을 떼어준다고 해도 마기만 충분하다면 신체를 다시 복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래 뵈도 블러드스톤의 대용품이야 나중에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줄게”

 “이게?”

 그는 다소 의아한 얼굴로 투명한 보석을 보았다. 원래 마족과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생생한 제물나 생명의 힘을 응축시킨 블러드스톤이 필요하다. 나오는 마족의 능력도 제물의 가치에 따라 달라졌고 눈앞의 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유리알 같은 보석으로는 고블린이나 하나 재대로 부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뭐 알겠어. 언제 네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누굴 불러줄까?”

 “웨어울프!”

 리오넬은 티르가 말을 걸자마자 바로 대답했다.

 “어...그래 웨어울프란 말이지......”

 “흠흠 아 은에 내성이 없는 하급만 아니면 돼”

 “뭐 가끔 있긴 있지. 귀나 꼬리가 달린 수인이 취향인 그런......”

 “인간이랑 비슷한 것 중엔 제일 강한편이니까”

 “뭐 그건 그렇지”

 웨어울프는 수인족과 비슷하게 생긴 마족이다. 하지만 수인들과 달리 물어서 동족을 늘리는 감염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수인과 달리 태양아래서는 짐승의 모습으로 변신을 하지 못하거나 은에 취약한 등 여러 약점이 있었다.

 “그럼 어디 비밀실험을 시작해볼까?”

 티르는 리오넬이 가져온 소울하트를 중앙에 두고 동물의 피로 마법진을 그렸다.

 “잠깐! 거기 그 부분에서 그렇게 하면 다른 녀석이 나올 수도 있단 말이야 여기서는 이렇게......”

 리오넬은 티르가 그리고 있는 마법진에 간섭해서 이곳저곳을 수정했다.

 “너 진짜 흑마법사 아니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 거야?”

 “알다시피 난 아델린학파의 마법을 배우고 있다고 흑마법은 황실 서고에 있어서 잠깐 봐 두었을 뿐이야”

 “그래~그래 또 황실서고라 이거지”

 저놈의 황실서고에는 흑마법에 관한 책이 수십 권쯤 있는 모양이지만 일개 마법사인 그가 황실서고 직접 가볼 수도 없는 일이어서 답답할 노릇이다.

 “오너라! 붉은 달 아래서 포효하는 짐승이여 그대의 발톱을 피로 적셔라!”

 마법진이 붉게 물들더니 흰 털을 가진 웨어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반신은 안개처럼 흐렸고 상반신만 구현되어 있어서 제물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를 부른 이가 누구인가?”

 “오 됐다! 됐다.”

 “네가 나를 부른 자인가? 너의 제물은 나를 소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계약을 통해 힘을 빌려줄 정도는 되겠군.”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촐랑거리는 계약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퍽이나 불만스러워 보였다. 리오넬은 찬찬히 그녀를 품평했다.

 “저 정도 기세면 중상급 정도이려나? 제법인데”

 그가 허리를 콕콕 찌르자 티르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차! 저는 당신의 왼팔을 원합니다.”

 “팔을? 요즘 신체를 요구하는 인간들이 많다고 하던데 네놈도 그 ‘영생의 신도’인지 뭔지 하는 것들이냐? 아니...거기까지는 내 알바는 아니지 여기 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신의 팔을 쭉 찢어서 툭 던져놓고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자 소울하트도 바스라지면서 가루가 되었다.

 “오 정말 성공했잖아! 이제 이걸 연결하면 되려나?”

 “우선 연결되어 있는 팔을 분리해야해”

 라이프체인 시술은 간단했다. 이리스의 팔에 연결된 마법을 해제하자 그녀의 왼팔은 인형의 팔처럼 분리되었다. 붉은빛깔이 감도는 고깃덩어리와 박동하는 혈관, 새하얀 뼈가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피는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그 위치에 절단면이 드러나지 않아 마치 인형의 것 같은 웨어울프의 팔을 연결하고 다시 마법을 걸어서 신경을 연결했다.

 “이리스 한번 움직여볼래?”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움직여보았다. 웨어울프의 왼팔은 눈처럼 새하얀 색이지만 따로 긴 손톱이 있거나 털이 나있지 않아서 평범한 여성의 팔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 강력한 어둠의 마나나 신성력에 노출된다면 금새 짐승의 팔을 드러내리라

 “그런데 흔적은 어떻게 처리할거야?”

 “이렇게 가리면 돼”

 그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그녀의 왼쪽어께에 그려진 검은 사슬이 눈 녹듯 사라졌다.

 “어, 어라?”

 “마법을 조금 개량해서 감췄어 사제들도 눈치체지 못할걸?”

 “너......진짜 흑마법사 아니지? 사실 마왕의 계약자라든가......”

 “글쎄다?”

 “그렇게 말하지 마라 진짜 불안하니까”

 티르는 정색하면서 바로보자 리오넬은 실실 웃으면서 얼버무렸고 세 사람의 비밀실험은 이렇게 끝났다.

 

 왼팔의 교체작업이 끝나자 리오넬은 정말로 그녀에게 방치해두고 혼자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에게 있던 용무는 그것으로 끝이었던 것처럼

 이리스는 2층에 있는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무엇이 하고 싶은 지도 전혀 모르겠어서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

 끼익

 커튼이 처져 있어서 어둠으로 덮인 방에 문이 열리고 빛이 스며들어왔다. 이 저택의 메이드다. 릴리라고 했던가?

 “저기 그......이리스? 필요한 거 있니?”

 이리스는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그래......”

 리오넬이 고용인이라고는 했지만 ‘집안일을 교육시켜라’던가 ‘앞으로 여기를 담당하게 해라’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고 당분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그녀에게 ‘새 길을 열어준’ 주인인 만큼 그 말을 거역할 생각은 없지만 이리스를 계속 저렇게 두는 게 옳은 일인가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릴리는 그녀를 관찰하기로 했다.

 이리스 관찰 1주일 차

 대부분의 시간은 잠거나,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린 체 보낸다. 용무가 없으면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리스 관찰 2주일 차

 1주일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청소를 핑계로 커튼을 걷어보았지만 별로 햇빛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나가는 순간 꼭 커튼을 친다.

  이리스 관찰 3주일 차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일어나!”

 릴리는 대뜸 이리스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고 커튼을 열어젖혔다. 오랜만에 햇빛이 들어오자 이리스는 눈이 부셔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

 “우울한척 해도 소용없어! 매일 이렇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구!”

 릴리는 그녀를 욕실로 데려가서 박박 씻겼다. 얼마나 나태하게 시간을 보냈는지 피부와 머리카락에는 기름기가 반들반들했다.

 “깨끗하게 씻으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

 “우으......”

 이리스가 계속 이런 상태인데도 그녀의 주인인 리오넬은 이런저런 일을 핑계로 좀처럼 집에 와서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간혹 집에 오래 있게 되더라도 지하 공방에 틀어박혀서 보석을 깎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뿐이다. 마치 그녀를 외면하는 것처럼......이럴거면 데려오질 말았어야지!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오스왈드님도 항상 바쁘게 일하시는데 고용인인 이리스가 이렇게 무전취식 하는 건 옳지 않아!”

 이리스는 릴리의 시선을 외면하며 작게 말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일해야 해!”

 그녀는 이리스에게 여분의 제복을 입혔다. 생각보다 그녀와 이리스의 체격차이가 커서 밑단이 조금 작아보였다.

 “음......요리는 손을 많이 타니까......청소부터 해보자”

 평소에는 먼지 모으기 마법과 광택내기 마법으로 해결하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먼지떨이를 꺼내서 꼼꼼하게 청소했다. 평소에 마법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황실의 메이드인만큼 그녀의 솜씨는 세심했다.

 “자! 한번 해봐!”

 릴리는 그대로 먼지떨이를 이리스에게 넘겼다. 이리스는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고는......

 톡 톡

 먼지떨이로 그릇을 두드리는 것처럼 청소하기 시작했다.

 ‘뭐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니까’

 자세는 못마땅하기 그지없지만 그녀가 일을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다.

 “잘했어 아직 이 집의 구조도 잘 모르지? 오늘은 그것부터 시작하자”

 릴리는 그녀를 데리고 집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이쪽은 식당, 혹시 요리 할 수 있어?”

 “못 해”

 “요리는 전부 내가 해결하니까 네가 이쪽으로 올 일은 없을 거야 옆쪽에 저건 식재료창고 배고프다고 해서 멋대로 꺼내먹으면 안 돼~”

 릴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미리 만들어 놓은 치즈케이크를 이리스에게 건네주었다. 간식시간이 끝나고 나서는 지하의 작업실로 안내했다.

 “이쪽은 오스왈드님의 공방이야 주로 보석의 원석을 가공하시거나 아티펙트를 제작하시는 데...함부로 만지면 안 돼!”

 콰지지직

 릴리가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이리스는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사파이어를 손으로 만졌다. 사파이어에서는 싸늘한 한기가 새어나오는 가 싶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손을 얼음으로 덮었다.

 “꺄악! 빨리 신전에...어라?”

 이리스가 가볍게 손을 털자 얼음조각이 부스스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그녀의 손가락은 얼어붙어서 떨어지거나 하는 일 없이 매우 멀쩡했다. 그녀는 사파이어를 원래 위치에 돌려놓았다.

 “미안해”

 “아냐 다음에는 조심해......이리스는 생각보다 튼튼하구나”

 일종의 마법저항력이라도 있는 건가? 자신 말고도 새로운 고용인을 왜 고용하나 싶었는데 아마 실험조수라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마지막은 3층의 서고였다.

 “이쪽은 서고야 오스왈드님이 여행을 갔다 오실 때마다 이상한 책들을 구해 오시는데 이쪽은 가능하면 정리하지 마. 전에 쓰레기처럼 보이는 걸 치웠다가 혼난 적이 있거든”

 마법서를 비롯한 이런저런 책들이 제법 많이 있었지만 서고에는 아직 빈자리가 많았다. 그리고 책상위에도 종이 쪼가리와 책들이 한가득 있었다.

 “왜 그래?”

 서고를 둘러보던 그녀의 시선은 책상위에 놓인 펼쳐진 책에 딱 하고 멈춰버렸다.

 “이 책은......”

 “어? 그 이상한 글자로 쓰인 책? 그건 네가 올 때쯤에 가져오신 책 같은데”

 푸른색으로 염색된 가죽커버, 사전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두께에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오래된 고어......그 책의 옆에는 비슷한 두께의 사전과 번역된 글자가 적힌 빳빳한 백지가 보였다.

 

 5월 18일 오늘은 실험에 실패했다. 아이언나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나코어의 출력을 조금 더 높일 필요가...

 ......

 인스턴트 아머를 만들었다. 사실은 아이언나이트 전용 갑주의 견본품이지만 적당히 개조해서 이리스한테 주니 좋아했다. 미안하지만 좋아했으니까 괜찮겠지?

 이리스는 그 책을 덮어서 조심스럽게 품으로 끌어들였다.

 “이리스?”

 이 글자를 어찌 잊을까? 새어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기 괜찮아? 왜 갑자기 우는 거야?”

 이리스는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이거 엄마가 쓴 책이야”

 그녀가 했던 말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울리는 것 같았다.

 ‘두고 봐 언젠가는 이리스도 깜짝 놀랄 발명품을 만들어 낼 테니까’

 그래 아이언나이트라는 것은 정말 깜짝 놀랄만한 발명품이었다. 그녀는 노스가드에 반역죄를 뒤집어씌운 반란군의 수장도 인정할 만큼 대단한 마법공학자였다.

 ‘이거 하나만 알아둬 이 세상에는 즐거운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이리스도 어른이 되면......아차! 성인식 지났으니 이미 어른인가? 여하튼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이 세상에는 즐거운 일이, 행복한 일이 많으니까, 꾹 참고 이겨내야 해. 만약 무지 힘든 일이 있으면 전부 포기하고 도망쳐도 돼 이리스한테는 그만큼 긴 시간이 주어질 테니까’

 왜 그녀는 그때 마야가 했던 그 말들을 전부 잊어버리고 지냈던 걸까? 마야는 절대 그녀가 복수를 하길 바라질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힘든 일이 있으면 포기해도 됐고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았었고 아직도 많이 있다.

 “저, 저기 진짜 괜찮아?”

 “흑...흑 흐아아아...으아아앙”

 “그래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

 이리스가 서럽게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자 릴리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그녀가 생각한 방법은 이리스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자신의 작은 몸으로 꼭 껴안아 주는 것 이었다.

 

 그날 저녁 리오넬은 3층의 서재에 연구 중이던 책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릴리 서재의 책상에 있던 책 못 봤어? 그 이상한 글자로 써진 책 말이야”

 “이리스가 가져갔어요. 손님방에 가보세요”

 “이리스가?”

 그는 의아해 하면서도 그녀가 있는 손님방에 갔다.

 “이리스?”

 “어......그러니까 리오넬”

 뭐랄까 처음 보았던 그녀가 날선 칼날과 같았다면 얼마 전까지의 그녀는 타버리고 남은 재 같았다. 반면 지금의 그녀는 왠지 호칭부터 많이 둥글어진 기분이다.

 “아이언 나이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거지?”

 “어?”

 이리스는 마야가 썼던 일기를 번역하고 있었다. 그녀가 중간 작업물을 건네주자 리오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거......네가 한 거야?”

 “복잡한 내용까지는 어렵지만 글자는 읽을 수 있어”

 당장은 책을 확인하느라 못 봤지만 이제야 그녀의 얼굴이,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생기가 없이 오래된 유리알처럼 탁하게 흐려졌던 며칠 전과 달리 금색의 달 룬처럼 선명하게 빛나는 그것은 자신에 대한 호감을 담고 있었다.

 “왜 그래?”

 “크흡.....아무것도 아니야”

 분명 겉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녀가 주는 느낌이 달라졌다. 마치 종이로 만들어진 꽃이 생명을 얻어서 다시 피어난 것처럼

 “괘, 괜찮은 거 맞지?”

 “으, 응 물론”

 용인인 이리스는 그녀의 어머니이자 마찬가지로 용인인 마야의 외모를 쏙 빼닮았다. 마야는 자신이 너무 주목받는 게 싫어서 자신의 모습을 왜곡시키는 주술까지 쓰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주술을 사용하는 법도 몰랐다.

 “저, 저기 일단......그 나머지 부분도 번역 부탁할게”

 “으응”

 마치 첫사랑을 나누는 연인처럼 풋풋한 냄새가 묻어나고 있었다. 리오넬은 조금 고민하는 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저기 말이야......만약 나리아가 살아있다면 어떻게 할래?”

 “나리아가?”

 “조금 고민했는데 역시 너에게까지 감추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리아가 살아있다고?”

 “그래. 지금 당장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살아있어.”

 “그럴 리가......억지로 희망을 주지 않아도 돼.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아는 그 때 죽었을 테니까”

 

 이리스는 리오넬의 말을 믿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진짜 살아있었더라면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분명 노스가드로 돌아왔어야 했다. 성을 되찾고 네 달이나 지났을 때도 이리스는 그녀를 본적이 없다.

 리오넬은 그녀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이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살아있어. 그녀는 몇 십 년 후에 널 죽이러 이 땅에 오거든”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나리아가 날 죽이러 온다고?”

 “난 신주를 통해서 미래를 보았어.”

 “미래를......알고 있다고?”

 

 신주는 신의 힘이 담신 구슬, 적합자를 만나면 도구의 형상으로 변해서 그에 맞는 능력을 부여해준다.

 옛날에는 여러 영웅들이 신주의 주인으로 선택받아 각자의 영웅담을 남겼지만 대마법사 로저스가 신계와 마계, 용계와 중간계의 연결을 차단하는 결계를 만든 이후에 신주에 대한 기록은 신창의 기사 멜리사 화이트홀이 사용하던 리페의 신주 플로렌스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당시에 있던 큰 전쟁에서 역할을 마치고 소멸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금 신주의 소유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초침과 분침이 없고 오직 시침뿐인 시계 아니 시계라고 보기엔 시간을 볼 수 없으니 장식품에 가까웠다.

 “정확히는 내가 한 번 죽었을 때까지의 미래지만 네가 궁금해 하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시간회귀, 정확히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보는 능력, 그것은 리오넬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자 그가 가지고 있는 리슈테의 신주 ‘열 두 번의 기회’의 힘이었다.

 “그걸로 날 찾았던 거야?”

 “아니 모든 걸 알 수는 없고 널 만난 건 우연이야. 아스티아에는 다른 일로 갔던 것뿐이거든 그래 말로 하는 것 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낮겠지”

 그는 이미 많은 기회를 사용했다. 자기 자신에게 한번, 처음 사용법을 알아차렸을 때 릴리에게 한번 그리고 ‘사일런트 아케인’에 들어가기 위해서, 주변인을 설득하느라 네 번 앞으로 남은 기회는 여섯 번이지만 지금 그녀에게 쓰는 게 아깝지는 않았다.

 “자! 집중하도록 해”

 회중시계를 닮은 모양새의 신주가 금빛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자, 잠깐! 마음의 준비가...”

 달칵

 이리스가 마음의 준비를 할 세도 없이 6시에 고정되어있던 리오넬의 회중시계가 커다란 금속음과 함께 7시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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