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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계획
작성일 : 17-07-01 23:20     조회 : 270     추천 : 1     분량 : 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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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보스쿤과 로토의 예상대로 A.F 22W 아니, 로엘은 이곳에 남고 싶어 했다. 조금만 똑똑해도 이곳에 남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정도로 강하게 의지를 보일 줄은 몰랐기에 놀랍긴 했다. 의외라면 의외고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탁할 정도로 그녀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테니까.

  이 나라에서 움꽃 종족은 인간이 아니라 꽃으로 규정된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꽃에서 파생된 인외 종족이기 때문이었다. 움꽃 종족이 발견된 ‘시엔트로’는 엘자가 가득 찬 곳이었다. 오랜 세월 엘자의 영향을 받은 ‘꽃’이 자아를 갖추고 ‘인간’이 되었다―이것이 현재 정설로 전해지는 움꽃 종족의 기원이다.

  고로, 채집이 합법이었다. 만약 로엘이 리반챠에 남지 않고 끝끝내 나갔더라면 인간들에게 잡혀 푸줏간 고기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체액은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향기롭고 달콤한 ‘꿀’이니까. 눈물이든 핏물이든 짜내고 짜내면 극상의 꿀이 나온다. 로엘이 있던 곳에서 실험 끝에 죽은 움꽃 종족들은 대개 꿀이 되어 시중으로 팔려나갔다. 그것도 굉장히 비싼 가격으로.

  더욱이 움꽃 종족은 극히 아름다운 외향을 지녀 변태 상류층들의 수집욕을 불태웠다. 암시장에서 그들의 눈은 보석처럼 거래되었으며, 따로 머리만 잘라 파는 경우도 있었다. 몸 전체를 박제한 상품은 엄청난 고가품이라 돈으로 항문을 닦는 상류층들이 주로 구매했다. 그들은 우아한 척 부채를 흔들고 차를 마시며 그 박제품을 감상했을 것이다. 그마저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려 암거래에 도가 튼 자들이나 얻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움꽃 종족은 정말 말 그대로 ‘움직이는 꽃’이었다. 몸에서는 향기가 나고, 숨은 산소처럼 달콤하고, 외향은 아름답다. 그리고 체액은 달콤하다. 실험실이 박살나서 움꽃 종족은 더 희귀해졌을 터이다.

  상황이 이러니 어찌 로엘을 아무렇게나 내보낼 수 있을까. 살려낸 만큼 책임을 지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 희소성과 종족적 특성만으로도 데리고 있을 가치는 충분했다.

  즉, 보스쿤이 로엘을 구한 순간 그녀가 리반챠에 들어오는 건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무사히 회복되어 살아나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것이 본인 의지에 의해서인지 타의에 의해서인지가 갈릴 뿐이었다. 보스쿤은 가급적 전자이길 바랐기에 로토와 함께 작전을 짰다. 로엘이 리반챠에 들어오고 싶어 하게끔 작게, 작게 떡밥을 던져 유인했다.

  그녀가 원해서 조직에 넣어준 것처럼 상황이 조장되도록.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사실 작전 자체의 치밀함보단 로엘이 움꽃 종족이라는 것의 영향력이 크긴 했지만 말이다. 그들의 특성상 타인에게 악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이토록 용이할 줄은 몰랐다.

  “후…….”

  보스쿤은 버릇처럼 만년필을 찾다가 아차, 싶었다. 만년필은 아까 성질내며 책상에 박아버리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니 만년필을 박아 넣은 이유도 로엘 때문이었다.

  의도하긴 했지만 병아리처럼 뺙뺙거리며 조직에 넣어달라는 모습을 보니 압박감을 주고 싶었다. 구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환상 같은 걸 갖고 있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 환상을 박살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애꿎은 만년필만 망가졌지 로엘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 또랑또랑한 노란색 눈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보스쿤은 책상에서 만년필을 빼내며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로엘이 제법 쓸 만한 조직원이 되는 순간, 이 날을 후회할 만큼 굴려주겠다고. 일이 이렇게 된 거 써먹을 대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당사자인 로엘은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태평히 단잠을 자고 있었다. 로토와 미미의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배시시 미소 짓고 고른 숨까지 내뱉으며.

  그렇게, 달콤하게.

 

 

  오늘, 로토의 세상은 평화로웠다.

  ……오후에 보스쿤의 방에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놈의 천재적인 직감은 이럴 때 발휘되지 않고 뭐하는지. 로토는 자신의 능력을 원망하며 보스쿤을 노려보았다. 보스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지를 들어 까닥거렸다. 그의 검지 끝이 로토와 바닥을 번갈아 가리켰다. 로토는 처량한 모습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유모가 봤더라면 대경실색할 일이었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곳에 유모는 없었다.

  로토는 소매를 걷고 걸레 쪼가리를 잡아들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귀하게 자란 자신이 어쩌다 손에 물을 묻힐 판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고 보스쿤을 바라보았다.

  “봐주면 안 될까, 형?”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강아지 같은 인상이 빛을 발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더라면 냉큼 고개를 끄덕였을 만큼 애처로워보였다. 그러나 보스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쓱, 로토를 한 번 쳐다보더니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닥치고 닦아.”

  “……아니, 상식적으로 이걸 던진 사람이 닦아야지 왜 맞은 사람이……. 그리고 하루가 지났는데……이게 닦이겠냐고! 여태 안 닦고 왜……내가 오니까 시키는 거야?”

  로토는 구시렁거리면서도 걸레로 박박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바닥엔 검은 자국이 흉측하게 퍼져있었다. 어제 보스쿤이 던진 잉크병에서 터져 나온 잉크 자국이었다. 이미 나뭇결 사이로 색이 스며들어 걸레질을 해도 닦이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게……로엘을 데려다주고 바로 오면 좋았잖아. 네가 오늘 와서 일이 이렇게 된 거다. 아니면 애초에 맞을 짓을 하지 말던가.”

  보스쿤은 로토가 가져온 보고서를 느긋하게 읽으며 얄밉게 말했다. 로토는 참지 못하고 걸레를 구석에 던지며 성질을 부렸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 거였잖아! 이스타르 통해서 미리 얘기까지 했는데 뭐가 불만이야? 그리고 맞을 짓 한 건 인정하는데……그럼 그냥 주먹으로 때리든가! 왜 애꿎은 잉크병을 던져서 이 사단을 만들어? 엉? 안 지워지잖아!”

  “……그래? 그 얘기는 당장 주먹으로 때려달란 소리로 들리는군. 아니면 네놈의 손바닥과 걸레를 바느질해서 붙여줄까?”

  “…….”

  로토는 비척비척 구석에 가서 걸레를 주워왔다. 그리곤 헤헤 웃으며 다시 열심히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맞긴 싫은 모양이었다. 이젠 애처로움을 넘어서 비굴해보일 지경이었다. 보스쿤은 쯧 혀를 한 번 차곤 보고서를 마저 읽었다. 로토가 바닥에 대고 헛수고를 하는 동안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엘자력 1140년, 4월 세계수 20. 리반챠 제 1 지부에서 등장한 ‘귀신 가면’……인명 피해 없음, 자료실 한 곳 파괴……‘귀신 가면’에 대해 얻은 것 없음. 목적불명.」

  “…….”

  보스쿤은 보고서를 꾸깃꾸깃 구겨서 책상 서랍에 처박아버렸다. 그는 사실 ‘귀신 가면’으로 인해 난 짜증을 로토에게 푸는 중이었다.

  몸놀림이 귀신 같이 날래고 하얀 가면을 써서 일명 ‘귀신 가면’이라 불리는 존재.

  약 3년 전 뜬금없이 나타나 리반챠의 일을 훼방 놓더니 급기야 지부까지 습격했다. 어제 로토가 오지 못한 것도 귀신 가면 때문이었다. 제 1 지부가 습격당했다는 급한 전보가 들어와 그가 사태 파악에 나서야 했다.

  당장 진행시키고 싶었던 ‘움꽃 실험실’ 얘기도 미룬 것인데 성과는 제로. 그들 리반챠는 귀신 가면에 관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잃은 것만 있을 뿐이었다. 뒷조사를 해봐도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가 보스쿤의 신경을 긁어댔다.

  더군다나 제 1 지부의 위치는 기밀 중의 기밀이었다. 조직 내 가장 중요한 자료들을 모아두고, 다른 조직과의 거래를 위한 물건들을 보관해두는 곳이니 당연했다. 심지어 황실의 눈이 닿지 않도록 수도에서도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곳이 습격당했으니 미치고 팔짝 뛴 후에 백덤블링을 하고 햇님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땅바닥에 처박혀도 모자랐다. 귀신 가면이 어떻게 위치를 알아낸 것인지 즉시 명확한 조사가 필요했다.

  문제는 인력난.

  리반챠는 이곳 라가르토 섬의 뒷골목 세계에 등장한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조직이었다. 라가르토 섬은 ‘섬’이라기엔 애매해 보일 정도로 땅덩어리가 넓었다. ‘대륙’이라 칭하자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넓디넓고 산맥도 많으며, 비밀스런 뱃길이나 육로가 발에 치일 정도로 널려 범죄 조직이 판을 쳤다. 라가르토 섬의 유일무이한 권력 ‘코르존 황국’도 이 뒷세계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세계에 반짝, 하고 등장해서 번쩍, 하고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리반챠였다. 보스쿤은 자신의 신체 능력과 압도적인 조직 장악력,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 등을 한껏 이용해 리반챠를 단숨에 성장시켰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력난은 심해져만 갔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능력 있고 신뢰할만한 인물들로만 구성하려고 하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약 8년 전부터는 조직 내에서 직접 조직원을 교육 및 육성했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로토. 내가 직접 제 1 지부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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