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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설득
작성일 : 17-07-01 23:11     조회 : 296     추천 : 1     분량 : 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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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게 다인가?”

  “네.”

  “……간단하고 명료하군.”

  보스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만년필만 굴려댔다. 불편한 침묵 속에 A.F 22W는 점점 불안해졌다. 로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그는 뭘 끄적이고 있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답답해질 무렵 보스쿤이 입을 열었다.

  “감사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나쁘지 않군. 좋아. 부탁까진 안 되지만 질문 정돈 받아주지.”

  “……!! 감사해요! 혹시…….”

  “잠깐. 이쪽 질문부터 받아.”

  “……네.”

  A.F 22W는 감정이란 게 이토록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기뻤다가, 우울했다가, 또 기뻤다가, 바로 우울해졌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자 로토가 옆에서 키득거렸다. 그 바람에 로토의 인상은 다시 ‘이상한 사람’으로 변경되었다. A.F 22W가 째려보자 로토는 웃음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었다.

  “큼큼, 귀여워서 웃은 거니까 표정 풀어요. 무명 씨. 갑옷 입은 사람들 기억한다고 했죠? 그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묘사할 수 있겠어요? 최대한 자세하게. 어떻게 서있었는지, 뭘 했는지, 무슨 색 갑옷을 입었는지 같은 거.”

  “음……. 푸른색 바탕에 은색으로 글자가 수놓아진 깃발을 들고 있었어요. 갑옷도 은색……. 엄청 빛났어요, 눈이 따가울 만큼. 그리고 황제 폐하 성명이란 걸 발표했어요.”

  로토는 A.F 22W의 말을 빠르게 받아 적었다. 생각보다 적는 양이 많았다. 아마 들은 것 외에 무언가 더 덧붙이는 것 같았다.

  “이것까진 바라지 않지만……깃발에 수놓아진 글자 형태 기억나요? 글자를 보여주면 알아볼 수 있겠어요?”

  “네. 알아볼 수 있고, 쓸 수도 있어요. 저 글자 읽고 쓸 줄 알아요. 깃발에…….”

  “오오, 글자를 배웠군요. 움꽃 종족이 글자를 알고 있다는 얘긴 정보에 없어서 몰랐어요. 미안해요. 깃발에?”

  “……아르모니라고 적혀 있었어요.”

  A.F 22W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이 불확실해서가 아니었다. 환청이 들렸을 때 ‘아르모니’라는 단어도 들렸던 것 같아서였다. 무슨 단어인지 몰라 뭐지 싶기만 했는데 그 깃발에서 본 단어였나.

  “장담해요? 정말 그 글자였어요? 기억에 오류가 있을 확률은?”

  “확실해요. 왜인지 낯익어서 몇 번이나 되새겼었거든요. 숲에서의 일은 거의 잊었지만……. 아르모니.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나요.”

  로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시 그 실험실의 뒷배는 황실이었어. 그것도 그냥 황실이 아니라 황제가 직접 그 실험실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커. 파란색 바탕의 깃발에 아르모니. 오직 황제의 명령에만 따르는 황실 제 1 기사단이잖아! 그런데 자료에는 어쩜 그렇게 황실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지? 여우같은 것들.”

  “흥분 가라앉혀, 쓰레기 씨. 기억이 잘못됐을 경우도 가정해야 해.”

  “파란색 깃발에 은색 갑옷만으로도 충분하다, 뭐.”

  로토는 어느새 ‘쓰레기’라는 새 호칭에 적응해 있었다. 딴지를 걸 법도 한데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에 오히려 A.F 22W가 당황했다.

  “……갑옷 입은 사람들을 봤을 때가 언제쯤인지 기억나나?”

  이번엔 보스쿤이 질문을 던졌다. 기억의 정확성을 따져보기 위함인 듯 했다. A.F 22W는 자신감이 붙어서 냉큼 대답했다.

  “10년 전쯤이요.”

  “……뭐?”

  “10년 전이요. 제가 지하실로 끌려가기 전까지 같이 있던 동료가 그랬어요. 잡혀온 지 10년 정도 됐다고. 지하실에선 해가 지고 뜨는 걸 알 수 없었지만,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매일 1일째, 2일째, 이러면서 확인하러 왔었어요. 그게 대략 26일? 27일? 정도니까…….”

  “…….”

  보스쿤과 로토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실험실의 자료가 10년 치 정도 되긴 했다. 하지만 A.F 22W가 어려 보였기에 10년 동안 잡혀있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10년 전이라니. 보스쿤과 로토가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너, 몇 살이야.”

  “열다섯이에요.”

  그렇다면 5살 때부터 실험실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A.F 22W는 아무리 쳐줘도 12살 정도로 보였다. 실험실에서 자라는 바람에 신장이 평균만큼 크지 못한 듯 했다. 덩치도 15살이라기엔 지극히 왜소했다.

  “로토. 쟤 오늘은 이만 보내.”

  “……응.”

  A.F 22W는 당황해서 어, 어 소리만 내며 휠체어를 꼬옥 잡았다. 왜 갑자기 보내려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만 정리하지 말고 알려주면 좋으련만. 답답해서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질문을 해볼 만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보스쿤은 피곤하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로토도 이마를 짚으려다 아까 부은 곳에 손을 대곤 꽥 소리를 질렀다. 그 바보 같은 모습에 A.F 22W는 당황했던 것도 잊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야야……. 뭐야, 무명 씨는 제가 아파하는 게 웃겨요?”

  “앗, 그게 아니구요. 로토 씨 표정이 웃겼어요. 죄송해요.”

  “차라리 아파하는 게 웃겼다고 하지, 표정이 웃겼다니? 잘생긴 얼굴로 이상한 표정 지어봤자 잘생겼겠죠! 웃길 리가 없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보스쿤 냉큼 말을 잘랐다.

  “웃기던데.”

  “……씨잉. 여기저기 내 편은 없어. 에일한테 가서 이를 거야! 에일만은 내 편이 되어줄 거라고.”

  “그건 네 희망 사항이지. 그녀는 너를 피하는 것 같던데? 닥치고 애나 데려가. 상황 설명 해주고……. 더 들을 증언이 없을 때까지 매일 오후 3시마다 증언을 듣는 걸로 해.”

  “그게 좋겠다. 무명 씨의 건강 문제도 있고, 쓸 만한 증언이 나오면 우리끼리 따로 얘기하기도 해야 하니까.”

  그들의 대화를 통해 A.F 22W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가 무슨 실수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둘이 할 얘기가 있어 내보내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얌전히 물러나기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쿤은 분명 A.F 22W의 질문을 받아준다고 했다. 본인들 질문부터 받으라고 했지만 며칠이 걸릴 거라곤 말하지 않았었다. 오늘 내로 끝날 줄 알았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A.F 22W는 다가오는 로토를 퍽 밀쳐내고 벌떡 일어섰다. 갑자기 일어난 탓에 눈앞이 노래졌다.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로토를 밀치려고 급격히 힘을 쓴 탓도 있는 것 같았다.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지만 A.F 22W는 애써 티내지 않으며 당차게 말했다.

  “제 질문 받아준다고 하셨잖아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옆에서 로토가 동네북 취급하지 말라며 꿍얼거렸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보스쿤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A.F 22W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손끝에서 만년필이 딱딱 소리를 내며 책상에 부딪혔다.

  “글쎄. 그건 네가 증언할게 얼마나 남았냐에 따라 다르지.”

  “부당해요.”

  “어느 부분이?”

  “저는 오늘 내로 증언도 끝내고, 제가 궁금한 것도 해소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오늘 제 질문도 들어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증언을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로토 녀석이 너무 순하게 나와서 네가 착각을 한 모양인데……. 안 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 무언가를 잃어야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안 취하는 편이 나아. 그럼, 회복이고 뭐고 넌 즉시 여기서 쫓겨나겠지.”

  “그건…….”

  A.F 22W의 말문이 턱 막혔다. 때를 놓치지 않고 보스쿤이 말을 이었다.

  “네 증언이 정 필요하다면 나는 너를 협박할거야. 봐, 지금도 다리를 떨잖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진 않은 상태에서 돈도 없고 뭣도 없는 주제에 쫓겨났으면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머리를 좀만 굴리면 알 수 있을 텐데? 이 협박이 통했을까, 안 통했을까.”

  “…….”

  “나를 성인군자라고 착각하지 마. 난 너를 살리지 않고 죽이려 했어.”

  “하지만 결국 살려줬잖아요? 그 협박, 통했을 거예요. 왜냐면……. 전, 저는…이곳에 남아있고 싶으니까요. 다른 곳에 보내지 말아주세요. 저를 받아주시면 안 되나요? 이게 제가 하려던 질문이었어요. 갈 곳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왠지 로토 씨 말씀대로 제가 보스쿤 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곳에 있고 싶어요.”

  그 말에 로토가 화색을 띠었다. 그는 뭐라 입을 열고 싶어 했지만 분위기상 나서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보스쿤은 비웃음을 띤 채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겼다. 결 좋은 금발이 그의 손길 따라 사륵 흘러내렸다. 그 틈에 A.F 22W가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빠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에 멈칫하고 말았다.

  보스쿤의 만년필이 어느새 책상에 반쯤 꽂혀 있었다.

  “조직원으로서 말인가? 너도 로토 녀석도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는군. 나한테 도움이 되느냐는 내가 판단해. 부탁에 가까운 것 같지만 형태는 나름 질문이니 넘어가주지. 설마 복수할 힘을 키우려고 여기 남겠다는 건가? 그런 거라면…….”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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