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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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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시에스타
작성일 : 17-07-01 17:11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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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람들을 스치며 무단으로 요금 단말기를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우리를 탓할 수 없다는 것에 비행청소년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안내 음성이 울리고 곧이어 옆 방면으로 가는 전철이 멀리서 다가온다.

 신기하게도 세희의 말대로 수많은 사람들과 겹치며 지하철을 탈 수가 있었다.

 우리가 타는 전철은 1호선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출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전철 안의 좌석은 만석이었으며 자리가 생겨도 곧바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정면으로 통과한 유령이다.

 그렇기에 자리가 꽉차있어도 굳이 다리아프게 서있을 필요는 없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과 바로 자신의 자리에서 타인의 소리가 들려오는 기이한 현상만 감수한다면 어디든지 앉을 수 있다.

 우리가 내릴 역은 이십 분 정도 거리로 그 사이에 우린 다소곳이 겹쳐앉거나 대담하게 의자에 눕기도 했다.

 출입문에서 내린 뒤엔 역 안의 편의점에서 사이다를 슬쩍하고 역을 나갔다.

 순간 공기가 후덥지근해졌지만 바로 근처에 위치한 대형백화점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공기가 우릴 맞이해주었다.

 1층의 코너들을 둘러본 결과 화장품 가게와 유아용 의상들이 전부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이번엔 화장품 코너와 함께 보석점이 있었다.

 스킨이나 로션같은 건 어차피 누나가 쓰고있는 게 있어 불합격.

 자연스레 우리가 향한 곳은 보석점이었다.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급스럽고 연한 조명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점원들도 전부 통일화된 정장과 짙은 화장, 사무적인 헤어스타일이었다.

 세희와 손을 잡고 느긋하게 걸으며 쭈욱 둘러보았다.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박힌 목걸이와 팔찌, 반지같은 것들이 진열대에 늘어져 있다.

 싼 건 만 원대부터 시작해 비싼 건 몇 십이나 몇 백까지. 각각이 천지차별의 가격을 뽐내고 있었다.

 이 코너에 있는 손님들 중에서 남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젊은 여자라든가 마담같은 느낌의 중년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평소에 이런 보석들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예쁜 모양의 것들을 보고있자니 한 번 껴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여기서 선물을 고르는 건 어떨까?"

 옆에서 목걸이를 둘러보던 세희가 말을 걸어왔다.

 "그게 좋겠다. 목걸이라면 즉석에서 효과를 발휘할테니."

 마저 하나하나 둘러보며 디자인을 고르는 그때,

 "저건 어때?"

 세희가 날 톡톡 건드리더니 검지를 뻗었다.

 묘하게 구매충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선명한 금빛을 발산하는 금목걸이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네잎클로버의 모양으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물론 정말 다이아몬드일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금은 진짜인지 24K의 순금 목걸이라고 쓰여있었다.

 가격은 269,000원.

 우리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쁘네. 그럼 이걸로 하자. 그런데……."

 카운터 안쪽에서 빼내는 형식이라 우리가 찜한 것을 가져오기 위해선 안으로 들어가야했다.

 우리의 말이 들리지 않는 이상 직접 안 쪽에서 꺼내올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서 빼내올 수밖에 없겠네."

 세희가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이끌고 카운터로 들어갔다.

 그 다음, 진열대를 열어 안 쪽에서 조심스레 우리가 찜했던 금목걸이를 꺼냈다.

 "돈은 여기다 두고 갈게요."

 세희는 케이스가 있었던 자리에 27만원을 올려두고 빨간색 져지 주머니에 케이스를 넣어 보관했다.

 "모처럼 여기까지 온 거 구경좀 하다가 갈까?"

 코너를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앞에두고 세희가 말을 걸어왔다.

 "좀 더 구경하고 가자."

 "4층에 게임센터가 있거든. 거기 가볼래?"

 "그래. 가보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향하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속에 숨어있던 잡다한 전자음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층의 게임센터에 도착하자 어두운 공간에 게임기의 네온사인이 요란하게 번쩍번쩍 빛을 낸다.

 두더지 잡기에서 펀치머신, 레이싱 카의 운전석으로 디자인 된 레이싱 게임과 슈팅, 리듬, 코인 노래방 등등.

 거대한 게임센터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 기계들이 있었다.

 평상시의 톤으로 말하면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목소리와 전자음들에 묻힐 것 같았다.

 지폐 교환기에 다가간 우리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오천 원을 열 개의 오백 원으로 바꿨다.

 어디 재밌는 게 없나 둘러보던 도중 사람이 많이 뭉쳐있는 곳을 발견했다.

 무슨 소란이길래 저렇게 구경이 난걸까.

 호기심에 걸음을 옮기자 그곳엔 훤칠한 키완 반대로 삐쩍마른 체구의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청바지와 검은색 반팔티 그리고 검은색 마스크.

 대체적으로 거무칙칙한 인상의 남자는 혼자서 2인용으로 열 개의 패드를 현란한 스텝으로 밟으며 가뿐히 올콤보를 넣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면 간혹 오락실엔 저런 사람들이 한 명쯤은 있었다.

 밥먹고 게임만 한 게 아니냐는 흔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초고난이도를 수월하게 클리어하는 고수가 말이다.

 저정도 실력이 되려면 얼마정도를 투자해야할까? 십 만원? 이십만 원? 감이 안잡힌다.

 발바닥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쉴틈없이 몰아붙이는 스텝과 정확한 판정에 이어지는 콤보는 감탄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어 곡이 끝나고 SSS랭크라는 최상위 판정을 받는 그때 주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쳐댔다.

 그들 사이에 나와 세희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그가 발판에서 내려오자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입구에 펀치머신이 있던데. 그거 해볼래?"

 "펀치머신이라. 오랜만에 해보네."

 세희의 말대로 입구쪽의 펀치머신으로 걸어갔다.

 500원에 2회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동전을 넣자 경쾌한 소리를 내더니 누워있던 펀치머신이 때려달라며 튀어나왔다.

 손가락을 뿌드득거리던 세희가 한가지 제안을 해왔다.

 "참, 내기 해볼래? 진 사람은 점수가 더 높은 사람의 소원 들어주기."

 "……내가 아무리 비실해보여도 일단은 남자니까 내가 이길텐데."

 "네가 비실한 것도 그렇지만 이래봬도 나 꽤 힘이 세거든."

 그래서 할거야 안할거야?라고, 세희가 자신만만하게 다시 한 번 제안을 걸어왔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여자를 깔보려는 게 아니다. 애초에 나와 마찬가지로 세희 또한 근육질이 아닌 여리여리한 소녀이기에 이때만큼은 성별의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뭐 어찌됐든 나야 잘됐다. 조금은 야한 걸 소원으로 써야지.

 그렇게 멋대로 승패를 확정하는 그때였다.

 세희가 도약밟기를 하더니 풀스윙을 하는 그 순간, 그런 남자같이 박력있는 모습에 순간 심장이 쿵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흡사 대포라도 쏜 것같이 쾅!하는 소리가 거대하게 울려퍼졌다.

 200점, 300점, 400점, 500점…….

 띠리리소리를 내며 점수가 빠르게 올라간다.

 점점 소리와 속도가 느려지더니 멈춘 점수는 880점으로 최고점수였던 877점을 갱신한 수치였다.

 신기록 달성이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된다. 참고로 몇 달전에 내가 저 펀치 머신을 쳤을 땐 800점 초반이 나왔었다.

 나처럼 비실비실한 소녀인 주제에 어떻게 저런 괴력을 낼 수 있는걸까.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내 모습에 세희가 승리는 확정이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였다.

 "안치고 뭐해? 자신만만한 유가은씨."

 "윽……."

 젠장. 이렇게 된 이상 혼신의 힘을 다해 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나보다 낮게 나올 줄 알았는데 신기록 갱신이라니.

 예상을 빗나가도 너무 빗나가버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펀치머신의 앞에 섰다.

 그 다음, 세희와 마찬가지로 잠시 뒤로 물러나 도약밟기를 하며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세희와 비슷하게 소리는 요란하게 울려퍼졌지만 확실히 세희가 냈던 소리보단 작게 들렸다.

 점점 빠르게 올라가는 점수는 844점에서 멈췄다.

 "크윽……."

 내가 이길게 분명하다며 큰소리 떵떵 치다가 한심한 점수를 받아버렸다.

 확하고 귓불이 달아오르는게 몸소 느껴진다.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숙이자 옆에선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때, 펀치머신에서 팅!하는 소리가 나더니 누웠던 펀치쿠션이 다시 한 번 튀어나왔다.

 "아~. 그러고보니 기록 갱신이라 한 번 더 칠 수 있었지~."

 일부러 조롱하는 세희의 짓궃음에 나는 찍소리도 못한 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멈출 줄 모르는 귀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세희가 배를 잡고 껄껄대고 있을 무렵이었다.

 통 큰 반바지와 배가 불룩 튀어나온 반팔셔츠.

 30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가 두 명의 일행과 함께 우리의 근처를 지나가더니 이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슬금슬금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오 이게 웬 떡이냐.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봐. 여기 누가 돈넣고 안치고 갔다."

 우리를 무시한 채 일행을 불러세운 남자는 이 다음 재밌는 짓을 벌여주었다.

 왼 손으로 오른 손목을 지탱하더니 펀치머신을 향해 거하게 휘둘러버린 것이다.

 거대한 파찰음과 울려퍼진다.

 전자음과 함께 서서히 점수가 올라가고 멈춘 수치는 835.

 심지어 나보다 낮은 점수다.

 "에이. 기록갱신할 줄 알았는데."

 남자는 아쉬워하는 기색으로 탄식을 흘리더니 일행과 함께 걸음을 뗐다.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마치 생각없이 뻐끔거리는 금붕어처럼 우리는 서로를 멀뚱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서로 짧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드레날린이 급속도로 분비되어 온 몸에 퍼져나간다.

 이내 우리의 표정은 점점 변해가더니, 마침내 하지 않고선 못배기겠다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짓궃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펀치를 가로챈 남자를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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