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9
작성일 : 17-07-01 14:01     조회 : 288     추천 : 3     분량 : 711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

 찰나에 총을 뽑으며 돌아선 기웅이 포커스의 이마 중앙을 정조준했다. 총을 먼저 뽑아 든 건 창고에서 나온 포커스였지만 두 개의 총구가 동시에 마주 겨눠졌다.

 두 사람의 간격은 5미터 내외에 불과했다.

 포커스의 얼굴을 빤히 뜯어보던 기웅이 웃으며 무전 마이크를 눌렀다.

 “삼 팀, 포커스 면상 이백 퍼센트 확인. 작업팀 요청.”

 -확인. 작업팀 오 분 내 도착.-

 수호는 기웅의 느긋한 무전을 듣고 나서야 한숨을 내리쉬며 놀란 속을 눌렀다. 기웅이 포커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웃음을 섞어 말했다.

 “누가 영업 중에 고함치냐. 영업 광고하시냐? 으이구.”

 수호는 빈 허벅지를 괜히 더듬으며 기웅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쫄랑이는 가서 고양이랑 놀아. 준비물도 없이 괜히 알짱거리지 말고.”

 “알면 좀 가져다주지. 하여간.”

 애먼 기웅에게 짜증을 부린 수호는 포커스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팽팽한 긴장 가운데 수호가 기웅과 간격을 벌리고 섰다.

 총구의 타깃이 둘로 늘어난 포커스는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총을 좌우로 번갈아 겨눴다.

 “아저씨! 나 팔 아파요.”

 기웅이 짜증을 섞어 말을 걸었다.

 “이 대 일인데 그만하고 쉽시다, 피차 피곤한데.”

 말을 잇는 기웅을 노려보던 포커스는 문득 수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내 눈을 크게 떴다.

 포커스가 얼굴을 뻔히 뜯어보자 수호는 바지 주머니에 괜히 손을 넣었다. 총이 있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까 싶었다.

 마주 보던 포커스의 눈동자가 창고 쪽으로 힐끗 돌아갔다. 순간 수호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창고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가 수호에게 총을 겨눴다.

 “친구가 계셨네.”

 기웅의 덤덤한 목소리에 포커스는 기웅에게 총구를 바짝 겨누며 속닥거렸다.

 “총 내려!”

 수호는 치미는 짜증에 이를 악물었다. 왜 하필 총도 없는 퇴근 후에 나타나는 걸까. 이십사 시간 총을 몸에 붙이고 살라는 말인가.

 이우와의 금쪽같은 데이트 중에 이게 무슨 지랄인가.

 수호는 짜증을 누르며 자신을 겨누고 선 남자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반질반질한 얼굴, 단정한 옷차림. 자료로 본 적 없는 낯선 얼굴. 둘 중 누가 위일까.

 남자는 수호와 시선이 맞자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총 안 보여? 손들어 새끼야.”

 남자가 기웅을 쳐다보며 윽박지르는 말을 이었다.

 “너도! 총 안 내려? 이 새끼 쏜다?”

 수호는 인상을 구기며 두 손을 천천히 들었다. 쏘지도 못하고 소란만 피우는 걸로 봐서는 둘 다 잔챙이. 작업팀 도착 삼 분 내지 오 분 이내.

 자존심 좀 상하고 오 분만 잘 버티면 이우에게 돌아갈 수 있다. 객실은 잘 찾아갔으려나. 장거리 이동해서 피곤할 텐데, 좀 누웠으려나. 배는 안 고프려나.

 기웅은 제 앞의 포커스를 조준한 채 시선은 수호 앞의 남자에게 두고 있었다. 수호를 겨눈 남자는 기웅에게 이를 드러내며 협박을 이었다.

 “이 새끼 그냥 죽여? 빨리 총 안 내려?”

 기웅의 고개가 갸웃 꺾였다. 번질거리는 눈동자로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기웅과 눈싸움을 하던 남자는 총을 든 팔을 바짝 뻗었다.

 “씨발, 너 때문에 이 새끼 죽는 꼴”

 탕-! 총성이 터졌다.

 

 필드를 가로지르던 다리가 우뚝 세워졌다. 총성이 귀를 때리자마자 눈을 질끈 감은 이우는 뛰는 심장을 붙들고 스톱워치를 눌렀다. 떨리는 다리에 힘을 넣으며 정신없이 내달렸다.

 창고 주변의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죽을힘을 다해 뛰던 다리가 떨려왔다.

 막 넘어지는 형체 하나, 아니 둘. 엉거주춤 서 있는 남자 둘. 총 네 명.

 넘어지던 남자 중 하나가 누군지 깨달은 이우의 뜀박질이 저절로 멈춰졌다. 기웅의 왼쪽 어깨를 관통한 총알이 혈액과 붉은 살점을 사방으로 튕겨내며 허공에 떠 있었다.

 기웅의 총구가 수호의 맞은편을 향하고 있었다.

 이우는 수호에게 뛰었다. 수호는 상체를 뒤로 물리며 왼팔로 얼굴 앞을 가린 채 서 있었다. 기웅이 있는 왼쪽으로 놀란 눈을 돌리던 찰나였다.

 이우는 수호의 얼굴과 몸을 급하게 살폈다. 셔츠를 걷어 올려 가슴과 목덜미를 살폈다.

 등과 허벅지를 떨리는 손으로 더듬으며 살피던 이우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뛰는 심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바짝 말라버린 입술을 깨물어 적시며 기웅을 돌아보았다.

 기웅은 뒤로 뺀 다리 하나로 무게중심을 받친 채였지만 총알의 타격력에 중심을 잃은 듯 뒤로 막 넘어가고 있었다.

 기웅과 마주 선 남자가 총을 쏘았음이 분명했다. 남자는 두 손으로 쥔 총을 뻗어 들고 있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서 있는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놀랐는지 입까지 헤벌린 채 눈동자를 옆의 남자에게로 막 돌리고 있었다.

 옆의 남자는 오른팔을 가슴께로 접으며 쓰러지던 중이었다. 쓰러지는 남자에게 다가가던 이우는 우뚝 멈춰 섰다.

 남자의 오른팔 끝에 손이 없었다. 너덜너덜하게 터져나간 팔목 주변 허공으로 혈액과 살점의 파편들이 흩어져 떠 있었다. 잘린 팔의 단면으로 혈액이 느릿하게 고여 들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이우의 입이 벌어졌다. 고개를 돌려 창고 쪽을 쳐다보았다.

 창고 벽에 막 부딪힌 붉은 물체가 다시 허공으로 튀어 오르기 직전에 멈춰있었다.

 손이었다. 사방으로 찢어 터진 손목과 손등 사이에서 느릿한 피를 흩날리는 손은 여태 총을 꽉 쥐고 있었다.

 이우는 떨리는 고개를 돌렸다. 기웅의 총구가 잘린 손을 향해 겨눠져있었다.

 손이 잘린 남자를 노려보는 기웅은 웃는 듯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가 있었다. 어깨를 총알이 관통한 직후였음에도 총을 쥔 팔을 막대기처럼 꼿꼿이 편 채 쓰러지고 있었다.

 잠깐 얼이 나가있던 이우는 퍼뜩 정신을 다잡았다. 기웅을 쏜 남자에게 뛰어가 총을 빼앗았다. 수호에게 뛰어가 바지 주머니에 총을 구겨 넣었다.

 잘려 나간 손아귀의 총 앞으로 다가갔지만 도저히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정이 안 되는 심장박동을 누르며 기웅을 돌아보았다. 괜찮을까. 조직이 다쳤으면 장애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혹시 과다출혈이 될까.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태롭게 될까.

 이우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빠른 판단이 되지 않았다. 이미 몸을 관통한 총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혼자 호텔로 들어가지는 않을 텐데. 수호의 곁을 지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누구도 다치지 않았을 텐데.

 입술을 씹던 이우는 스톱워치를 확인했다. 사 분여 남은 시간.

 초조함을 누르며 기웅의 어깨에 집중했다. 기웅의 생명 보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위는 어둡고 마음은 조급했다.

 기웅을 붙들어 천천히 눕혔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몸이 서서히 풀어졌다. 손에 쥐어진 총을 빼내 기웅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티셔츠의 네크라인을 잡아 늘여 총상을 살폈다. 쇄골 아래 어깻죽지가 관통되어 터져있었다. 느리게 밀려나오는 혈액에 가려져 총상 부위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쏟아질 혈액이 이미 본 듯 눈앞에 선했다.

 초조하게 총상을 확인하던 이우는 다급하게 셔츠를 벗었다. 길게 펼쳐 기웅의 어깻죽지를 감싸 동여맸다. 할 수 있는 최대한 힘을 주어 동여매면서도 지혈이 될 것 같지 않은 기분에 주위로 다급한 시선을 둘렀다. 기웅의 벨트가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풀어낸 벨트를 셔츠 위로 둘렀다. 총상 부위를 힘껏 잡아당겨 채웠다. 스톱워치를 확인했다. 이 분 삼십 초.

 벌떡 일어서서 기웅을 내려다본 이우는 문득 수호를 돌아보았다. 흰 셔츠를 가려주던 일이 떠올랐다.

 망설임을 느꼈다. 수호가 옷을 알아보게 되면.

 이우는 입술을 질겅거렸다. 기웅의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일까. 지금이라도 다시 셔츠를 빼내야 할까. 빼면 출혈이 심해질까. 시간이 될까.

 스톱워치를 다시 보았다. 일 분 오십 초.

 기웅의 부릅뜬 눈에 시선을 세운 이우는 풀쩍 쪼그리고 앉아 눈꺼풀을 쓸어내려 감겼다. 뜨겁게 느껴지는 눈꺼풀 위에 잠시 손바닥을 얹고 있다가 입술을 꾹 물었다.

 벌떡 일어나 호텔을 향해 뛰었다. 수호가 알게 된다면.

 이우는 잡념이 흐르는 머리를 세차게 내저으며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탕!

 -슉!

 갑작스러운 총성에 수호의 팔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을 질끈 감았던 수호는 총성이 터진 기웅 쪽을 돌아보았다. 바닥에 누워있는 형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형!”

 고함을 지르면서도 시선은 저절로 전방으로 돌아갔다. 어디서 어디로 총알이 오갔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 정신이 멍하게 비워졌다.

 맞은편 남자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포커스가 맨주먹을 허공에 내민 채 넋을 놓고 있었다.

 잠깐 얼이 빠졌던 수호는 두 남자에게 시선을 묶은 채 기웅 쪽으로 몇 발짝 옆걸음을 뗐다.

 걸음걸이가 불편했다. 묵직한 바지를 더듬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마자 멍해졌다.

 수호는 다급하게 총을 바로 쥐며 포커스와 넘어진 남자에게 번갈아 겨누었다.

 포커스가 넋이 나간 채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수호는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일어서!”

 남자는 웅크린 몸으로 바닥을 뒹굴며 의미 없는 비명만 질러댔다.

 “손들고 일어나, 이 새끼야!”

 수호가 다시 고함을 쳤다. 두 손을 치켜들고 벌벌 떨던 포커스가 바닥의 남자를 힐끗 보았다. 바닥을 뒹구는 제 동료를 쳐다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 침이 흘렀다.

 두 남자를 번갈아 겨누며 수호의 속이 타들어갔다.

 고개를 숙여 기웅을 확인하고 싶었다. 두 놈 모두에게 분명 총이 있었다. 이 대 일 대치 상황.

 수호는 없는 정신을 모아 제 손에 들린 총을 보았다. 낯설었다.

 소음방지기가 달린 무소음 권총. 포커스들이나 가지고 다닐 법한 밀매용 모델.

 얼떨떨해진 수호는 두 남자에게 시선을 꽂았다. 앞의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웅크린 몸을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어디서 뿜어져 나왔는지 모를 혈액이 남자 주변의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수호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되짚었다. 기웅이 저놈을 쏜 걸까. 왜 갑자기 저 놈을.

 쓰러진 기웅 생각에 수호는 문득 불안해졌다. 괜찮은 걸까. 괜찮겠지. 저도 모르게 기웅을 힐끗 돌아본 수호는 급하게 시선을 다시 앞으로 꽂았다.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며 목청껏 소리쳤다.

 “형! 일어나 봐!”

 기웅은 대답이 없었다. 수호는 기웅 쪽으로 게걸음을 옮기며 목청을 더 높였다.

 “형! 왜 또 장난이야! 형!”

 조용했다.

 수호는 불현듯 이를 악물었다. 갑작스러운 분노가 들끓었다. 둘 중 한 놈. 누구일까. 어느 놈이 기웅에게 총을 쏘았을까. 둘 다 그냥 죽여 버릴까.

 -작업팀 골프장 입구 도착.-

 무전 소리가 흐트러지던 이성을 깨웠다. 수호는 뛰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누르고 마이크를 눌렀다.

 “의료팀 요청. 강 대리 총기 저격당했습니다.”

 -뭐!-

 “포커스 일행 일인. 현재 저와 이 대 일 총기 대치 중. 해성고 인접 창고 앞.”

 -알았어. 의료팀 바로 띄운다. 작업팀은 일 분.-

 수호는 포커스를 노려보았다. 포커스는 두 손을 치켜든 채 벌벌 떨고만 있었다. 기웅에게 총까지 쏜 작자들이 왜 갑자기 저러고만 있는 걸까.

 바닥을 구르던 남자의 움직임이 문득 늘어졌다. 피에 절여져 널브러진 몸이 발작하듯 떨렸다. 수호는 쓰러진 남자를 노려보았다. 저 피는 뭘까. 기웅은 괜찮은 걸까. 설마.

 수호의 고개가 내저어졌다. 죽었을 리 없다. 절대 그건 아니다. 기웅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런 잔챙이 포커스 한 마리 잡다가 쉽게 목숨을 잃을 사람이 아니다.

 수호는 자꾸 급해지는 심장을 내리누르며 겨누고 있는 조준점에 집중했다. 피가 날 지경으로 아랫입술을 물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눈가가 뜨거워졌다.

 

 세면대에 쏟아지는 물줄기에 씻긴 혈액이 휘돌아 하수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직도 떨리는 손을 마주 비비며 이우는 한동안 혈흔을 닦아냈다. 티셔츠만 덜렁 입은 상체를 훑어보았다. 팔을 들어 여기저기 돌려보며 혈흔을 찾다가 아예 옷을 벗어버리고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수호를 확실하게 살폈던 것일까, 꼼꼼하게 보았던 것이 맞을까.

 뒤늦게 불안해진 이우는 떨리는 다리를 가누며 서둘러 몸을 씻었다.

 

 총구를 세운 작업팀들이 옆을 지나치는 찰나 수호는 기웅의 앞으로 내달려 주저앉았다.

 코끝 호흡에 귀를 댔다. 희미했다.

 심장 위에 귀를 붙였다. 뛴다. 급하게.

 수호는 떨리는 고개를 세우고 기웅의 목덜미 맥박을 짚었다. 어깨에 저절로 눈이 갔다.

 어깨에 휘둘러진 천이 붉은 피에 푹 절어있었다. 주먹만 한 은색 해골이 훈장처럼 어깨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해골 버클, 기웅의 벨트. 어리둥절해진 수호의 뒤로 한 팀장과 동식이 뛰어왔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한 팀장이 다급하게 주저앉으며 물었다. 수호의 대답이 떨어지기 전에 기웅의 심장에 귀를 대고 박동을 확인했다.

 수호는 기웅의 팔에 둘러진 천과 벨트를 얼떨떨하게 쳐다보았다. 멍한 눈을 껌뻑이며 기웅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기웅의 부리부리한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 팀장입니다. 의료팀 얼마나 걸립니까?”

 -일이 분, 다 들어갔다.-

 김 실장의 대답을 들은 한 팀장은 차분하게 기웅을 살폈다. 손목의 맥을 짚었다. 눈꺼풀을 뒤집어 안구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혈액이 흥건한 셔츠와 묶인 벨트를 조심스럽게 더듬어보고는 수호를 돌아보며 웃었다.

 “쫄랑이가 주인 살렸나 보네.”

 “손 짤렸어요! 손!”

 동식이 소리쳤다. 한 팀장이 동식을 돌아보며 일어섰다.

 동식은 땅바닥에 떨어진 핏덩이를 보고 있었다. 총을 쥐고 있던 손아귀가 느슨하게 풀어진 상태였다. 손의 주인은 작업팀의 총구에 둘러싸여 바닥에 늘어져있었다. 전신으로 경련이 일고 있었다.

 동식은 입을 떡 벌리고 수호를 돌아보았다.

 “대박, 김 대리님이 맞추셨어요? 딱 손목을?”

 “손모가지 날아간 각도 좀 봐라 인마. 김 대리가 아니고 강 대리지.”

 한 팀장의 대꾸였다.

 떨어진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수호는 얼떨떨하게 기웅을 고쳐보았다.

 자기 앞에 있는 포커스나 맞출 것이지 왜 갑자기 엉뚱한 놈을, 그것도 손모가지를 조준했을까. 나중에 나타난 남자가 더 위험인물이었을까.

 한 팀장이 기웅을 돌아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주인은 개 살리고, 개는 주인 살리고. 찰떡궁합이다 진짜.”

 “에?”

 수호가 얼떨떨하게 한 팀장을 돌아보는 사이 의료팀이 뛰어 들어왔다.

 들것에 감기는 기웅을 수호가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객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우는 벌떡 일어섰다. 부리나케 뛰쳐나가 문을 열었다.

 수호는 웃는 얼굴이었다.

 “형. 괜찮아요?”

 이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호의 목덜미와 가슴을 더듬어보았다. 무탈함을 알았음에도 손끝이 떨렸다.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

 수호는 대답 대신 이우를 가만히 당겨 안았다. 두 팔에 힘을 넣으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여태 거칠게 뛰던 심장이 이우의 향기에 서서히 잦아들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2 { 더 포저 에피소드 Ⅱ} 시간사용 매뉴얼 ... 4(… (2) 2017 / 7 / 24 325 3 8151   
51 { 더 포저 에피소드 Ⅱ} 시간사용 매뉴얼 ... 3 (1) 2017 / 7 / 23 327 2 6674   
50 { 더 포저 에피소드 Ⅱ} 시간사용 매뉴얼 ... 2 2017 / 7 / 22 291 3 5939   
49 { 더 포저 에피소드 Ⅱ} 시간사용 매뉴얼 ... 1 2017 / 7 / 21 281 3 8180   
48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3 (완결 (1) 2017 / 7 / 20 302 2 7056   
47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2 2017 / 7 / 18 266 3 8260   
46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1 2017 / 7 / 17 292 3 8040   
45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0 2017 / 7 / 16 302 3 8144   
44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9 2017 / 7 / 15 285 3 6849   
43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8 2017 / 7 / 14 277 2 6128   
42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7 2017 / 7 / 13 299 3 8739   
41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6 2017 / 7 / 12 313 3 5606   
40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5 2017 / 7 / 11 300 3 5872   
39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4 2017 / 7 / 10 273 3 6854   
38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3 2017 / 7 / 7 284 3 7879   
37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2 2017 / 7 / 6 299 3 8033   
36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 2017 / 7 / 5 290 3 6492   
3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1 (완결) 2017 / 7 / 4 296 3 8147   
34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0 2017 / 7 / 3 289 3 7334   
33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9 2017 / 7 / 1 289 3 7110   
32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8 2017 / 6 / 30 292 3 6328   
31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7 2017 / 6 / 29 275 3 6536   
30 { 더 포저 시즌Ⅲ} 그들의 포커스 ... 6 2017 / 6 / 28 291 3 6688   
29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5 2017 / 6 / 26 329 3 4873   
28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4 2017 / 6 / 25 279 4 5613   
27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3 2017 / 6 / 24 280 4 5819   
26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2 (2) 2017 / 6 / 23 337 5 5239   
2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 (2) 2017 / 6 / 22 405 5 5234   
24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9(완결) (2) 2017 / 6 / 21 324 5 6978   
23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1) 2017 / 6 / 20 299 5 800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