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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1-9화. 녹색지대
작성일 : 17-07-01 10:23     조회 : 397     추천 : 1     분량 : 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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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그는 소형 냉장고를 열어 무언가를 만지더니 '덜 차갑다'는 말과 함께 도로 닫았다.

 "그러니까 전생에 지금 씨가 우리 아버지의 스승이었다, 이거죠?"

 나는 지하실에 즐비한 기계들을 둘러보며 그의 말을 들었다.

 "그렇지, 김지학이 내 클래스 학생이었어. 지구영재개발원 내에서도 꽤 영특한 아이였지."

 그런데 이런 아들을 낳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라는 말은 생략했다.

 "생각해보니 다시 말을 높이네? 이제 나를 믿는 거야?"

 그는 안경을 매만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그렇죠. 저보다 오래 사, 사셨으니까. 제가 예의를 지키는 게 맞죠."

 그의 수긍을 듣자 왠지 모르게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간만에 애 취급에 벗어나서 그런 걸까.

 "그런데 왜 지구영재개발원에서 일했어요? 다른, 더 좋은 일도 많았을 텐데."

 "왜냐하면 나와 같은 아이를 찾기 위해 그랬어. 오랜 경험을 통해 지식과 학습력을 쌓은 어린이라면 쉽게 영재가 될 수 있으니까. 적어도 한 명쯤 나 같은 사람이 있을 줄 알았지, 결국 없었지만."

 그는 말끝이 어두워진 내 목소리를 듣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가만히 서 있던 그는 고개를 돌려 냉장고를 힐끔 보더니 다시 의자에 앉았다.

 "맥주 드실래요? 대동강 맥주 많이 샀어요."

 "미성년자한테 음주를 권해? 역시 너 쓰레기구나!"

 그는 또다시 손사래 치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너무 치, 침울해 보여서, 게다가, 저보다 더 오래..."

 나는 그의 모습, 이 상황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크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하실이 떠나가라 할 정도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를 부여잡고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려다 눈물도 몇 방울 찔끔 흘렸다.

 "어휴, 제가 죄송합니다. 네, 제가 나쁜 놈이죠."

 "크흡, 크. 그러고 보니 아직 네 이름도 모르네. 자기소개는 언제 할거야."

 "아, 그러네요. 저는 '김아라'라고 해요. 성별은 남성, 나이는 21살이에요."

 나는 그의 소개가 웃겨 또다시 크게 웃었다.

 "네가 크흡 크, 남자인 걸 누가 몰라."

 "그러는 지금 씨도 보이시 숏컷이라서 남자 같아 보이거든요. 전 처음에 어여쁜 소년인 줄 알았어요."

 "아니, 나는 나고, 너는 너지. 아, 진짜 아라 너 재밌다."

 "전 재미없어요."

 아라를 보며 한참 웃고 있던 그때, 내 등에 무언가 찰싹 달라붙었다. 웃다가 깜짝 놀란 나는 '으악' 하고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곧장 몸을 돌려 아라에게 손가락으로 등을 가리켰다.

 "야, 이게 뭐야! 얼른 떼!"

 "클루! 왜 여기 있어. 어서 주인님한테 오렴."

 그는 내 등에 붙은 클루인지 글루인지를 떼어냈다. 뒤돌아보니 클루는 외계에서 발견한 반려생명체 '미랭이'였다.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는 머그컵보다 작고, 외눈박이이며, 몸을 다채로운 문양과 색깔로 바꿀 수 있다. 클루는 여러 색으로 뒤바뀌며 아라 품에 안겼다. 아라는 '미미'거리며 울어대는 클루가 사랑스러운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뭐야, 너 미랭이도, 헤흡! 키워?"

 웃다가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절로 나왔다. 그는 계속 '미미'하며 울어대는 클루를 땅에 내려놓았다. 클루는 내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어디론가 휙 하고 가버렸다.

 "클루가 지금 씨를 안 좋아하나 봐요."

 "나도 고양이 종류라면 질색이야."

 아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고양이를 싫어하다니,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 중에 좋은 사람 없어요."

 "그 입 그만 나불대시지."

 나는 등을 다시 손으로 만진 후 숨을 가다듬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게 떠들려고 만난 게 아니잖아. 폴에이트, 너희 아버지, 할 이야기가 무척 많아."

 그는 그 말을 듣자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턱을 매만졌다.

 "그 이야기는 우리 웹 채팅으로 하면 안 될까요? 지금 말로 다 하기에 정리하기 힘들어서..."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슬슬 UTX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채팅에서 보자. 다음에 만날 때 그 지저분한 머리, 수염 좀 정리하고. 그리고 목욕도 꼭 해."

 그는 자기 수염을 가리듯이 만지더니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그의 인사를 받고, 허둥지둥 지하에서 나와 아라의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곱상한 그녀의 조용한 인사도 참으로 단정하게 느껴졌다.

 

 집을 나와 갔던 길을 되돌아갔다. 길 구경 없이 곧장 UFT에 들어가 가드 휴머노이드에게 신원 조회를 받고, UTX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안내 휴머노이드가 지문 인식기를 내밀자 검지를 올리고 'ULT행 가장 빠른 거!'라고 말했다. 지문 인식기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승차권을 뽑아 5분 뒤에 올 UTX를 기다렸다. UFT는 입주자가 많지 않은지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몇 시간 전에 도착했던 내 발자국만 그대로 바닥에 남아 있었다. 광주로 돌아가는 동안 아무도 UTX에 올라타지 않았다. 나는 김아라의 아버지, 김지학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하며 바깥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하얀빛이 유성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평소 학교에서 오는 것보다 20분 정도 늦게 왔다. 다행히 집에 아무도 없어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백팩을 방에 놔두고 곧장 PC를 켰다.

 "츄카! 북한에서 왔던 메일 보낸 사람을 'Know-Kim'으로 저장해줘."

 "저장되었습니다."

 "좋아, 노우킴한테 집에 도착했으니 채팅을 하자고 메일로 보내줘."

 "보냈습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풀린다. 단 한 번의 적신호를 받지 않고 도로 위를 질주하는 느낌이다. 부디 그 괴짜가 허언증 환자가 아니었으면 한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다 꿈이라면? 헛된 망상조차도 우스울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났다.

 "지금 님, 노우킴에게 답장이 왔습니다."

 좋아, 좋아. 아주 발, 아니 손 빠른 파트너로군.

 "벌써 도착하셨습니까? 와우, 밑에 첨부된 메신저 파일을 설치하고 손님으로 접속하시면 돼요. 제가 만든 서버 내 메신저이니 보안은 걱정 마세요."

 지하실에 있던 커다란 기계들은 자체 서버 구축용인 듯 싶다.

 "츄카, 해당 첨부파일 다운로드 후 자동 설치를 해줘."

 "예, 15초 정도 소요됩니다."

 아라한테 대동강 맥주를 받아왔어야 했다. 나는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에 방을 나가 거실에서 무반주로 몸을 들썩들썩했다. 현관문에 아빠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우, 우리 딸, 좋은 일 있어?"

 부끄러움과 뻘쭘함이 내게 핵폭탄으로 떨어졌다. 나는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바보 같은 자세로 몸이 굳어 버렸다. 터진 폭탄이 내뿜은 빛과 함께 사라지고 싶었다.

 "아, 아으, 몸이 너무 건강해져서! 학교에 다녀오니 더 건강해졌어!"

 아빠는 '그렇구나'라는 말을 하더니 구두를 벗고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블루베리 주스를 꺼내 통으로 마셨다.

 "컵에 따라 마셔야지, 그렇게 마시다 질질 새."

 아빠는 주스를 마신 후 남은 숨을 뱉었다. 뚜껑을 닫으며 나를 보았다.

 "지금아, 오늘 보충수업 받았지?"

 엄마가 아빠에게 내 외출을 말한 듯싶다. 나는 얼굴이 살짝 움찔했으나 곧장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응, 융복합 학문 관련 내용이었거든. 내가 그쪽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일찍 보충수업을 받았어."

 아빠는 또다시 '그렇구나'라는 말과 함께 남은 주스를 냉장고에 넣었다.

 "아빠가 일찍 퇴근한 게 궁금하지는 않아?"

 생각해보니 예정보다 한참 일찍 집에 들어왔다. 난생처음 듣는 아빠의 조기 퇴근 질문에 이번에는 난감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어, 어, 그러게. 오늘 나 보려고 일찍 왔구나? 그치?"

 나는 애써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맞아, 지금이가 보고 싶어서 일찍 왔어."

 아빠는 다리를 살짝 구부려 몸을 낮췄다. 큰 키를 줄여 나와 시선을 맞췄다. 아무래도 어제 내 기절을 보고 많이 걱정되어서 조기 퇴근을 한 것 같다.

 "아빠, 그렇게 많이 걱정했구나? 이제 괜찮아, 멀쩡해!"

 아빠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날 지긋이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서늘한 직감이 찾아왔다. 내가 틀렸다는 직감이 내 숨을 멎게 했다.

 "어디 갔었어?"

 "어? 어, 어디라니?"

 아빠는 내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원하는 답을 찾으려는 것만 같았다.

 "학교 갔잖아, 학교. 보충수업이라고 방금 아빠가 말했잖아."

 "다 들었어, 학교 안 간 거."

 둔탁한 아빠의 목소리가 붉은빛을 쏘았다. 적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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