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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13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5)
작성일 : 17-06-30 22:59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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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5)

 

 

  사무실의 분위기는 유달리 엄숙했다. 마우스 클릭 소리와 타자 소리만이 넓은 사무실의 침묵을 뚫고 있었다. 직원들은 그렇게 일하는 척을 했지만 사실 모든 관심사는 김부장에게 쏠려 있었다. 김부장은 당장이라도 터지기 일보 직전, 이었다. 소임은 초조한 듯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얘는 왜 안 오는 거야.”

  소임은 연신 시계를 확인하며 혼잣말을 했다. 시간은 어느 덧 10시를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초췌한 모습의 준이 들어왔다. 큰 키에 덩치가 큰 느낌은 아니지만 단단하게 다부진 몸, 언제나 깔끔한 슈트 차림에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는 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앞머리를 살짝 올린 깔끔한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던 준이었지만, 급하게 준비를 하고 뛰어왔는지 머리는 이제 막 물이 다 마른 듯 했다.

  ‘아무리 급해도 머리는 감고 왔나 보지, 임준답네.’

  소임은 준의 깔끔하게 매만진 머리 스타일이 아닌 머리를 감고 손을 대지 않은 채로 건조시킨 그대로의 머리 스타일을 더 좋아했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흐트러진 준의 모습이 새삼 멋있어 보이는 소임이었다.

  아, 이게 아니지.

  준은 그대로 곧장 걸어가 김부장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곧장이라도 머리에서 불이 날 것 같은 김부장은 준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뒤,

  “사직서 내러 온 거면 그것만 내고 당장 나가!”

  하고 고함을 쳤다.

  ‘어쩌다 임준이 저런 꼴을……’

  소임은 괜히 가슴이 아파왔다.

  김부장은 그 말을 시작으로 준을 탈탈탈탈탈, 털어대기 시작했다. 임대리 답지 않게 왜 이러냐, 오냐오냐 해주니까 회사가 만만하냐, 처음과는 달리 헤이해졌다는 둥, 김부장은 온갖 잔소리를 했고 준은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그 잔소리와 모욕들을 다 받아내야 했다. 어제 말한 보고서를 가져오라는 말로 준을 자리에 되돌려 보냈고, 바로 보고서를 올린 준은 화가 채 가시지 않은 김부장에게 보고서로 2차 털림을 받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자리로 돌아가세요!”

  일하는 척 했지만 온 신경이 김부장과 준에게 쏠려있던 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 준에게 시선을 돌렸고, 소임 역시 파티션 너머로 준을 쳐다봤다. 순전히 궁금증 때문이었는데 그때, 분명 준은 자리로 돌아가면서 소임을 바라봤다. 준과 소임은 시선을 마주쳤다. 소임은 화들짝 놀라며 파티션 안으로 몸을 숨겼다.

  ‘분명히 날 본 것 같은데?’

  소임은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리로 돌아가며 자신을 바라보던 준의 눈빛. 그 눈빛은 뭐였을까. 그냥 시선을 돌리다 소임을 한 번 봤던 것일 수도 있고,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무표정한 눈빛이었을 수도 있고, 김부장에 대한 분노의 눈빛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임이 느끼기에 그 눈빛은 원망의 눈빛이었다.

  ‘왜? 왜 나를 원망?’

  원망, 이라는 단어와 함께 지난밤의 일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소임이었다. 진기와 소임이 집 앞에서 굿바이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집으로 돌아오던 준과 마주쳤다. 그리고 준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맥주 몇 병이 비쳤었다.

  ‘술도 못 마시는 애가 맥주는 웬?’

  아마도 그 맥주를 마시고 술에 취했을 것이다. 소주 1잔이 주량인 준은 맥주를 한 병, 두 병, 마셨을 것이고 주량을 넘게 들이부은 알코올 때문에 숙취가 생겼을 것이고, 그 때문에 오늘 아침 대왕 지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술을 왜 마셨겠는가? 소임 때문에 아니겠는가? 심란한 마음에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간 것이고 돌아오는 길에 소임과 함께 있는 진기를 보고 더욱 울적해진 준은 주량을 조절하지 못한 게 아니겠는가?

  소임은 고개를 파묻고 좌절했다. 자신 때문에 준이 힘들어 하고, 그 때문에 주량을 넘은 술을 마시고, 하지도 않던 지각을, 그러니까 입사 이래 첫 지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동태를 살펴보기 위해, 혹은 미안한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준의 자리를 쳐다보던 소임은 얼굴이 굳어졌다. 유희가 준의 자리에 다가가 이래저래 말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때문은 개뿔. 지 여친이랑 싸웠겠지. 내가 미쳤지, 미쳤어.’

  준의 옆에 있는 유희를 보며 소임은 현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맞다, 준에게는 현재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였다는 말이다.

  “차대리, 결재서류 올리세요.”

  김부장이 말을 걸었지만,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있던 소임은 듣지 못했다. 명령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김부장은 다시 소임을 불렀다.

  “차대리?”

  “……”

  “차소임 대리!”

  “……? 네?”

  “정신 안 차려요? 오늘 아침부터 다들 왜 이래!”

  김부장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소임은 잔뜩 주눅이 들어 결재서류를 들고 김부장에게 걸어갔다.

 

 

 *

 

 

  사실, 소임의 망상은 진실이었다.

  자리에 돌아오던 준은 분명 소임을 바라봤다. 그 눈빛 또한 원망의 눈빛이 맞았다. 하지만 소임 역시 자신을 쳐다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준은, 소임과 눈이 마주쳤을 때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그리고,

  마음이 몹시도 아팠다.

  ‘이번엔, 정말 너무 했어, 차소임.’

  그리고 다시 소임이 원망스러워지는 준이었다. 하지만, 소임의 생각대로 소임 때문에 지각을 해서 원망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밤, 집 앞에서 마주친 소임과 진기.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 관계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던 준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만 그 정도는, 소임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준이었다. 다만,

  ‘벚꽃은 아니지.’

  벚꽃은 아니었다. 진기와 함께 있는 소임의 한 손에 들려있던 벚꽃. 그러니까, 그 벚꽃은 정말 아니었다. 그러는 게 아니었다. 소임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벚꽃은 너와 나에게 중요한 의미였는데……’

  이제 준과 소임은 연인이 아니니까, 헤어진, 이별한 남남이니까. 그 따위의 벚꽃의 의미 따위, 라고 생각해버릴 소임일지는 모르지만 준은 아니었다. 물론 소임 또한 사실 그런 마음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 진기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갔다는 건 준에게 크나큰 충격이었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그러니까 3년 전, 이맘때쯤 준과 소임은 일명 ‘썸’ 이라는 것을 타고 있었다.

  “소임씨. 이번 주말에 벚꽃 축제가 열린대요. 벚꽃, 좋아해요?”

  퇴근을 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준이 소임에게 물었다. 원래는 집이 같은 방향, 하물며 그것도 같은 빌라, 위아래 층이라는 것을 몰랐던 두 사람이, 어느 덧 함께 퇴근을 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가 되어버렸던 시절이었다. 아직은 어색한 듯 서로 존댓말을 쓰고 있던 사이기도 했다.

  “아…… 네, 좋아해요.”

  소임은 고민 끝에 그렇게 대답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일단, 소임은 벚꽃 축제, 갈대 축제, 불꽃 축제 등, 축제라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고, 붐비고, 부대껴야 하고, 화장실이 이용이 까다롭고. 온통 불편한 것들 천지였다. 그래서 사실 벚꽃 축제를 가 본적이 없던 소임이었다.

  그리고 꽃, 이라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꽃다발이라는 것을 남자에게 받아본 적 없는 소임이었고, 꽃은 어떠한 기념일에, 그것도 가족들끼리나 주고받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니요, 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왠지 준이 주말에 함께 벚꽃 축제를 보러 가자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준과 썸을 타던 소임이었기 때문에 준과의 데이트란 설레는 것이고, 나는 벚꽃도 별로고 축제도 별로지만 당신이 좋으니까 억지로 따라갈게요,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이번 주말에 우리 벚꽃 축제 갈래요?”

  “네, 좋아요.”

  소임은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벌써부터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 많은 사람들 하며, 이동은 불편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준 역시 머리가 아득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벚꽃 축제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건 준도 같았으니까. 오늘 밤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검색해 보고, 주변 지리를 알아보고, 근처 맛집도 알아보고 해야겠지.

  그래도 준은 설레었다. 소임과 벚꽃 축제라니. 너무나 낭만적이었고, 준의 취미인 혼자서 술 마시면서 로맨틱코미디 영화보기. 그런 영화들에서 보던 로맨틱한 일이 자신과 소임에게도 일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왠지 소임은 벚꽃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소임의 작은 오른쪽 귀 위에 벚꽃을 하나 꽂아서 사진을 찍어 간직하고 싶은 마음 역시 컸다. 아름다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차마 하지 않았다. 아직은 너무, 부끄러웠다.

  시간을 더딘 듯 느릿느릿한 듯 하게, 그러나 쏜살같이 흘렀다. 그리고 벚꽃 축제가 열리는 주말 아침이 다가왔다. 준은 분주했다.

  “하…… 어떡하지.”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마음에 안 들어도 너무 안 들었다. 소임과의 데이트를 위해 어제 퇴근 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는데, 너무 많이 쳐버렸다. 어떻게 머리를 매만져도 찐따 같은 머리 모양새만 나왔다. 준은 시간을 확인하며 재빨리 욕실로 들어가 머리를 다시 감았다. 평소 앞머리를 올리는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는 준이지만, 머리가 너무 짧아 그냥 드라이기로 다듬으면서 말리는 게 가장 깔끔했다.

  “아! 아, 이게 뭐야!”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서둘러서 옷을 입으려던 준은 탁자 위에 커피가 있는 줄 모르고 움직이다가 오늘 입으려던 남방에 커피를 쏟아 버렸다. 가장 아끼는 남방이었다. 색도, 디자인도 가장 마음에 드는 남방이었고, 어젯밤 깔끔하게 다려놓기까지 했다. 이 남방에 맞춰서 코디도 다 해 논 거였는데.

  준은 서둘러서 옷장을 뒤졌다. 전부 유행이 지나버린 남방이거나, 퀘퀘 묵은 냄새가 나거나, 했다. 시간은 지체 없이 흘러만 갔다. 모르겠다, 싶어서 가장 무난한 흰색 남방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무슨 일 생겼나.”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나온 준이었는데, 소임이 보이질 않았다. 걱정이 돼서 전화를 걸어보니 금방 나가겠다, 했다. 10분 정도를 더 기다리니 소임이 나왔다.

  소임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준과 같다. 소임 역시 머리를 감고 나왔는데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유지하고 싶어 에센스를 바르다가 머리카락이 다 떡져 버려 머리를 한 번 더 감고, 입으려고 했던 옷을 옷걸이에서 빼내다가 옷을 찢어버려 옷을 다시 골랐다.

  그렇게 사이좋게 약속에 늦은 준과 소임은 느긋하게 준의 차를 타고 벚꽃 축제를 향해 달렸다.

  “차가 많이 막히네요.”

  “오늘이 벚꽃 축제 피크인가 봐요, 사람들이 전부 이쪽으로 몰렸나 봐요.”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차가 벌써 막혔다. 막혀도 너무 막혀서 앞을 뚫고 도저히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벚꽃의 나뭇가지도 구경하지 못한 채 준과 소임은 차를 타고 2시간을 지체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초행길이었던 준은 길을 잘못들어 돌고 돌아버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시간이 너무 지났네요. 근처에서 밥부터 먹을까요?”

  생각보다 시간 지연이 너무 심해져서 준은 일단 밥을 먹자 했고, 소임 역시 동의했다. 준은 맛집을 알아온 곳이 있다며 그 곳으로 가자고 했다. 맛집을 찾는 데에만 30분. 그렇게 해서 찾은 맛집 앞에는 기나긴 줄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한 시간 조금 넘게 기다려야 된다고 하는데, 다른 곳으로 갈까요?”

  “아, 아니예요. 준씨가 어렵게 알아온 곳인데, 기다렸다가 들어가요.”

  그렇게 두 사람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긴 줄을 기다렸다. 그때 나눴던 대화는 정말 소소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는 뜻 깊은 대화였다. 하지만 그 날 들어갔던 맛집에서의 음식은, 별로였다.

  준과 소임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차에 올랐다. 이제 정체가 좀 풀렸을테니 다시 목적지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니 사람들은 더 몰려들었고, 여전히 길을 잘못 드는 준 덕분에 두 사람은 해가 다 지도록 벚꽃 근처에는 가지 못했다. 준은 일단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차가 많이 막히네요. 미안해요, 소임씨. 힘들겠지만 조금 걸어봐요.”

  평소 바지 차림에 단화, 이렇게 간단하게만 옷을 입던 소임은 데이트를 맞이하여 입지 않던 원피스와 구두를 신고 왔었다. 평소와는 다른 옷차림에 준은 한 번 더 설렜지만,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하염없이 걷기에는 소임의 발이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소임은 괜찮다고 했다. 준이 애쓰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차를 내리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손끝이 살짝살짝 스치며, 그렇게 걷고 있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소임은 사실 조금 많이 지쳐있었다.

  “어, 저기 인가 봐요.”

  준이 가르킨 곳에는 사람들의 무리가 많았고, 벚꽃 길이 행진해 있었다. 데이트의 끝 무렵이 되어서야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에 도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곳에는 벚꽃보다도 사람이 더 많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걸어서 앞으로 가기에도 힘겨울 지경이었다.

  “소임씨. 저, 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요?”

  준은 용기를 냈다. 그리고 벚꽃 나무에서 벚꽃 한 가지를 꺾어, 소임의 오른쪽 귀 위에 걸었다. 갑작스러운 준의 스킨십에 소임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자, 여기 서 있어봐요.”

  벚꽃 나무 앞에 소임을 세워 둔 준은 뒤로 좀 물러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소임의 사진을 찍었다. 소임은 부끄러워 얼굴에 붉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소임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찾기 어려운 사진이었지만, 준은 만족스러웠다. 역시, 소임은 벚꽃과 잘 어울렸다.

  “소임씨, 벚꽃과 잘 어울리네요. 귀 위에 이렇게 벚꽃 꽂은 사진, 찍고 싶었어요.”

  준은 고백에 가까운 말을 용기내어 내뱉었다. 소임 역시 그런 준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어,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사진을 찍은 뒤,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은 준은 그 손을 그대로, 소임의 손을 잡았다. 손 끝이 살짝 살짝 스치기만 했던, 소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붙어서 걸었다. 아름다운 벚꽃 길을 걸었다.

  “소임씨.”

  “네?”

  “우리,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 볼까요?”

  그날, 준은 고백을 했다.

  “네…… 좋아요.”

  그리고 소임은 그 고백을 받아들였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지금껏 가볍게 누군가를 만나고, 그저 그런 연애를 경험했던 준과 소임이었다. 진지하게 가까운 사이가 되는 연애, 보통이 아닌 연애를 하는 것.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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