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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
작성일 : 17-06-30 20:04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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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등이 뜨거워진 아키아는 다시 찾아온 악몽의 안개를 느꼈다. 예전이라면 괴물들의 공격에 쉽사리 이성을 잃고 날뛰었을 아키아는 차분한 눈으로 전투를 관조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라도 되는 것처럼. 아키아의 움직임에는 전혀 전투의 흥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악몽과 주기적으로 싸우던 아키아는 자신이 싸우는 행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2일마다 밥 먹듯이 싸우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악몽이 기다려지는 만큼 정말로 전투의 흥분도가 없진 않았다. 정신은 차분히 가라앉히고 가슴으로 느낄 뿐이었다.

 휘마렌으로 정신을 고정하여 광증을 막았다. 객관적인 시야 속에 우윳빛으로 빛나는 칼의 움직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몸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빛나는 우윳빛 칼은 효율적인 궤적을 그리기 위해 집중하는데 도움을 줬다.

 전후좌우의 괴물들 사이에서 종횡무진하며 괴물들을 베어가던 아키아는 어느새 안개가 사라지고 둥지의 모습이 보이자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어디에 짱 박혀 있나 찾아다녔는데 이런데 있었군?”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소파에 나른하게 누운 아이카가 아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시감을 느낀 아키아는 말했다.

 “나 예전에 이 장면을 본 적이 있던 거 같은데?”

 “장난칠 시간 없어. 넌 너무 오랜 시간을 육체와 멀리 떨어졌어. 왜 드림월드를 헤맸는지 잊었나? 드림 월드와 현실간의 시간 괴리로 현실의 몸뚱이가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정신만 따로 떨어진 시간이 길어지면 정신이 육체로 찾아들어가지 못해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나도 이곳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알아? 빠져나가지 못해서 갇혀 있던 거지. 그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상처 치료법을 찾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나가?”

 아이카는 한숨을 쉬었다.

 “하긴 내가 너를 너무 과대평가한 면이 없지 않지. 타임 라커에서 빠져나가는 건 내가 도와주지. 카르곤에 의한 상처도 이곳 타임라커라면······. 내가 해결해 주지.”

 아키아는 아이카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여기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지? 그리고 날 도와준다고 해도 네가 얻는 이득은 없을 텐데?”

 “드림 월드에서 의심하는 법을 배웠나본데, 그렇게 피곤하게 살지 않아도 돼. 열심히 믿어주는 신뢰에 뒤통수를 치는 새끼들은 처참하게 발라버리면 되니까.”

 한동안 아키아는 아이카와 눈싸움을 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아키아만 눈싸움을 하였다. 소파에 더욱 늘어져 쿠션 사이에 얼굴이 파묻힌 아이카는 발만 까닥이며 아키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좋아. 대신 말락과 아델리아도 이 빌어먹을 장소에서 데리고 나가줘.”

 “그건 어려워.”

 아키아는 도발했다.

 “너라도 못해? 그렇게 어려워?”

 “음······. 그럼. 이렇게 하자. 과거로 보내줄 테니 니가 알아서 해결해.”

 아이카는 빠르게 손뼉을 두 번 쳤다.

 손뼉 소리에 맞춰 육신으로 돌아가길 기다렸던 아키아는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한마디 말을 했다.

 “아무 일도 일어어나아아지이이이······.”

 늘어지는 목소리를 듣는 아키아는 이리저리 휘어지는 신체도 발견했다. 휘어지고 늘어지던 신체는 회오리치며, 허공에 찍혀있는 하나의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키아를 빨아들인 점은 점점 작아지더니 자취를 감췄다.

 

 ***

 

 “서둘러! 아키아!”

 아키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바탕 깊은 꿈을 꾼 느낌이었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를 닦은 아키아는 자신을 부른 하스론을 바라봤다.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점멸하며 곧 하스론에 대해 떠올랐다.

  하스론은 어깨에 한가득 짐을 들고 아키아를 재촉했다.

 “곧 포르들이 들이닥칠 거야. 빨리 출발해야 해.”

 “어? 어.”

 포르? 두통과 함께 포르가 무엇인지 떠올랐다.

 1m 내외의 크기를 지닌 쥐를 닮은 몬스터. 포르가 무서운 이유는 이들이 한두 개체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으면 백, 많으면 천 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은 한 개체로서의 힘은 약했다. 하지만 무리의 특성상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지체하다가는 잡아먹히기 일쑤였다.

 “포르 따위 그냥 퍽퍽 치면 깔끔하게 청소되지 않나? 아. 청소하기 더러워서 그런가?”

 “너 머리 다쳤냐?”

 하스론은 아키아의 머리에서 나는 피를 바라봤다. 찬장 밑에 떨어져 있는 철편(鐵篇)으로 시선이 옮겨간 하스론이 말했다.

 “저거에 집착하지 말라니까. 말을 안 들어요.”

 “저건?”

 “이거 들고 못 도망가니까 이건 여기에 숨겨놓자.”

 하스론은 나무 바닥 한쪽을 뜯어내어 철편을 넣었다.

 "깔끔하지? 이제 튀자."

 하스론에게 휘말린 아키아는 정신없이 뛰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데자뷰?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명확히 떠올랐다. 드림 월드에서의 행적과 타임 라커에서 3년. 말락과 아델리아. 끝까지 원기가 움직이지 않아 이론으로만 배운 원기 마법과 정신 마법 휘마렌.

 ‘휘마렌! 지금 휘마렌을 쓸 수 있을까?’

 아키아는 정신에 회오리를 만들었다. 회오리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다. 다만 속도가 느렸다. 정신에 과부하가 걸리며 느낌이었다. 아키아는 간신히 한줄기의 정신에너지를 뽑아내 신체를 강화했다. 한결 가벼워진 신체로 인해 기억을 가다듬을 여유가 생겨났다.

 이것은 타임 워프가 분명하다. 과거로 돌려보낸다더니 정말로? 타임라커를 이용해서?

 등 뒤에서 기습한 포르를 살짝 옆으로 이동해 피한 아키아는 생각을 거듭했다. 뇌리에 돌아다니는 정신에너지가 생각을 도왔다.

 매개체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이정도 규모의 마법이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반이 되는 존재의. 아이카. 그는 누구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복잡한 머릿속에 말락의 말이 떠올랐다.

 -네 길이 막혀 있다고 생각되면, 네 존재 이유를 생각해봐.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럼 그것부터 찾아가는 게 네 길이겠지. 막힌 길은 자세히 보면 열려있다. 네 존재가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야.

 타임라커에서 한 수련의 영향이었을까? 말락의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 순간 정신에너지에 의해 뇌리에서 불꽃이 튀었다. 막혀있던 기억의 문 중 하나가 정신에너지에 의해 뚫린다. 정신이 맑아지며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신디바이저(synthevisor). 세상의 모든 생각을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헬멧. 아키아와 하스론이 나고 자란 도시 네바론의 주민들이 정체불명의 원인으로 인해 깨어나지 않는 잠을 자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아키아 일행이 마지막 동아줄로 잡은 물건이었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기억이기도 했다.

 “하스론. 하이베롱 마을에 신디바이저가 있다는 정보가 확실하겠지?”

 “쯧쯧. 철편에 신경 쓰더니, 이제 정신까지 가출했구나? 그 정보를 누가 가르쳐줬는지 잊었어?”

 그들은 신디바이저를 찾아 하이베롱 마을 방향으로 뛰었다. 뒤따라오던 포르들은 아키아의 칼질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언제 실력이 늘은 거야? 이젠 나랑 비등하게 싸우겠는데?”

 “옛날부터 너보다는 내 실력이 뛰어났어. 그보다 뒤.”

 아키아는 하스론의 뒤에서 다가오는 카르곤의 등장을 알려줬다. 카르곤의 점액에 미라가 된 동족을 보고, 혼비백산하며 포르들을 물러났다. 그 모습을 힐끔 본 아키아는 단검을 고쳐 잡았다.

 “카르곤은 불로 태우지 않는 이상 상대할 방법이 없어. 포르로 신경이 쏠려 있을 때 얼른 도망치자.”

 “아니, 나에겐 카르곤을 상대할 방법이 있어.”

 옷깃을 잡아채던 하스론은 단검에 정신을 집중하는 아키아를 보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키아는 정신에너지에 과부하를 걸었다. 불안정하게 크기만 키운 에너지를 뇌리에서 도는 회오리에 보탰다. 회오리는 불안정한 에너지를 단단하게 결속시켰다. 느슨하게 풀어진 톱니바퀴처럼 계속 헛돌던 회오리는 그 힘으로 제

  위치를 찾아갔다. 3년이란 기간의 공백에서 발생한 정신과 육체의 괴리가 사라져가며, 회오리의 회전에 힘이 실렸다.

 정신에 가득 찬 회오리는 육체에 충만한 활력을 전해줬다. 육체에 가득 차고도 넘친 정신에너지는 단검으로 들어갔다. 단검에서 뿌연 빛이 일어나 어둑해지던 세상을 밝혔다.

 우윳빛 단검을 든 아키아는 카르곤을 향해 다가갔다. 카르곤은 아키아의 냄새를 맡고 신체를 위협적으로 펼쳤다. 방사형으로 몸을 퍼트려 아키아를 덮치려는 속셈이었다.

 덮쳐오는 카르곤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우윳빛으로 빛나는 단검을 카르곤의 거죽에 꽂았다. 카르곤은 고음의 괴성을 내질렀다. 희미하게 타는 냄새와 함께.

 카르곤의 등 뒤로 돌아간 아키아는 위치가 변하는 심장을 찾기 위해 단검을 연속적으로 꽂아 넣었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아물던 상처가 찔러 넣은 단검의 모양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헤집어 놓은 구멍을 통해 심장의 위치를 확인한 아키아는 단검에 둘러싸인 빛을 키웠다. 이제는 밝게 타오르는 빛이 카르곤을 갈랐다.

 심장과 함께 양단되어 죽은 카르곤을 보는 하스론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헐. 이걸 죽였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너가 내가 아는 아키아가 맞냐?”

 “숨겼던 거 아냐.”

 아키아는 말을 아꼈다. 미래에서 얻은 힘이라고. 타임 워프에 대해 말한다?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게 더 나았다. 허무맹랑한 말을 해봤자 믿기 힘들 것이다.

 잠깐 할 말을 고르던 아키아는 대신 타임라커에서의 경험을 현실의 경험과 뒤섞어 이야기 했다.

 “옛날에 자칭 소드마스터라고 말하던 할배 기억나?”

 “기억나지. 그 할배한테 검술을 배웠으니까.”

 “그 할배랑 같이 다니던 할아버지는?”

 “같이 다니던? 혼자 다니지 않으셨어?”

 “아니, 같이 다니던 할아버지가 계셨어. 모습을 항상 감추시던 분이라 너는 기억하지 못할 거야. 난 우연한 기회에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수 배운 게 있었어.”

 사실 정신마법의 기초정도를 알려주긴 했었다. 잠깐 배운 터라 바로 까먹긴 했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하스론은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아키아를 묘하게 바라봤다.

 “뭐야? 믿지 못하는 거야? 넌 그 대단한 검술을 배웠으면서 난 아무 것도 안 배웠을 줄 알았냐?”

 “아냐. 믿어. 근데 내가 배운 검술이 대단한지는 어떻게 알았어?”

 “아······. 본의 아니게 검술을 배우는 걸 본적이 있었어.”

 타임 워프 전의 과거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하지 못한 아키아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뭐, 그 할배가 매번 너른 평지에서 날 가르쳤으니 봤을 수도 있었겠지.”

 다행히 이해하고 넘어간 하스론으로 인해 식은땀을 닦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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