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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9화. 애교 부리지 마
작성일 : 17-06-30 19:19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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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 아저씨?"

 화난것같기도 울것같기도 한 복잡 미묘한 잭슨의 표정. 사실 화내야 할 사람은 나인것 같은데. 아까 너 때문에 그 자식들한테 제대로 반격도 못하구 기분만 더러워졌단 말이예요.

 잭슨이 주라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어.. 아저씨가 구해준거예요? 와아~"

 "...너는, 진짜."

 "아저씨? 울지 마요. 나 괜찮아요"

 "안 울어."

 

 울것 같은 표정의 잭슨이 고개를 휙 돌렸지만 주라가 양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고 자신을 향하게 했다. 그녀는 활짝 웃더니 잭슨에게 조잘거렸다.

 "이, 이러지 마.."

 "사실 나 아까 엄청 큰일날 뻔 했거든요!"

 "....."

 "근데 딱 아저씨 생각이 먼저 나더라구요."

 아까의 일을 떠올린 잭슨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주라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주자, 그녀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꼬마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며 풍선을 건네줬다.

 

 "고맙습니다!..누나, 괜찮아요?"

 "응 괜찮아. 잘가! 조심히 놀고~"

 "네!"

 

  머리를 두어번 쓸어주자 꼬마의 얼굴이 붉어졌고 머뭇거리다가 꼬마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앗..?"

 "바이바이!"

 

 꼬마가 어딘가로 달려가는데 주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잭슨은 화가 나서 그녀의 얼굴을 미쳐 보지 못했다.

 

 '하! 요샌 꼬마들도 응큼하다니까!'

 

 주라에게 시선을 돌리니 그녀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응? 뭐라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주라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있자 주라의 얼굴이 붉어진다.

 

 "으아!? 아, 아니요~ 아 그게...그, 그게. 옷이 찢어져서요!"

 "어?"

 

 주라가 손으로 가리고 있는 부분을 슬쩍 보여주는데, 니트의 실밥이 나뭇가지에 걸린 모양인지 다 뜯어져있었다. 다행인 것은 가슴 밑 부분까지만 뜯어져서 중요한 부분은 가린 느낌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다.

 

 "에이~ 찡그리지 말구요."

 

 내 소매 끝을 잡으며 주라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화가 났던 마음이 조금 수드러드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옷 사주세요!"

 "....그래. 알았다."

 

 코트를 벗어 주라의 어깨에 걸쳐주자 신난다는 듯 높게 뛰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한다.

 

 "거봐, 뛰지 마."

 "으으.. 앗"

 

 뛰지 못하게 어깨동무하듯 어깨에 팔을 올리고 꾸욱 눌렀는데, 마음 한 쪽 구석이 조금 간지러웠다.

 

 

 -----

 

 

 '캬하, 유럽 쪽 남자는 씀씀이가 얼마나 좋으려나~ 아이 신나!'

 

 마치 꽃뱀이나 할 것 같은 대사를 떠올리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내가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지만 본부에서 쓰질 못 하게 하잖아! 하루 한도를 겨우 십만원으로 정하다니! 에걔~. 요새 고등학생도 통이 얼마나 큰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게 옥살이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카드 사용내역까지 철저하게 감시하면 어쩌자는 거야?

 

  후후후후훗, 뭐부터 살까? 옆을 슬쩍 보니 옷부터 사야할 것 같긴 하다. 내 옷이 찢어져서 그런지 빨강이 눈에서 레이저 나오고있어. 옷가게를 그렇게 죽일 듯이 보고있으면 어떡하니?

  원래대로라면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와야 하는 여직원들이 빨강이 너한테 쫄아서 다들 구석에 짱박혀 계시잖아.

 '......'

 

 고등학생들이랑 일 년 지내다 보니 생각까지 고등학생 화 되고있어. 큰일이야, 고쳐야 해.

 

  옷가게를 쭈욱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마네킹에 입혀져 있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가리켰다.

 

 "이거."

 "에이! 아저씨, 지금 십일 월 말이예요 블라우스 입으면 추워 죽어요!"

 "아, 그...그래?"

 "아저씨 취향 말구, 일단 따뜻한거!"

 "...그래."

 

 하.. 이 사람 여자한테 한 번도 선물해본 적 없나봐. 자기 취향만 고려하고있어. 아하~ 저런 취향이셨어? 샤랄라한 꽃무늬 블라우스라, 뭐... 여성스러운 여자분께서 저런거 입고 옆에 서 있으면 잘 어울리긴 하겠네!

 

 그런데, 어라...?

 

  어째선지 직원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우리를 보며 수군거리고있다. 미남 미녀가 지나가서 그런가? 하긴, 우리 빨강이가 외국인에 배우 뺨치는 조각미남같으니까. 나야 뭐 완전 동안이라 꽃같은 소녀처럼 보일테고.

 

 ...아니, 이 눈초리는 그게 아닌데?

 

 설마....? 내가 아까부터 불렀던 '아저씨'라는 호칭 때문에?! 어..하하하하. 아니 호칭이 쪼까 거시기 하긴 하지, 원조교제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테고.

  그의 팔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자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본다. 키가 너무 커서 한 쪽 어깨를 잡아당겼고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기우뚱하게 섰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아저씨, 지금 우리 원조교제하는 줄 알고서 다들 쑥덕거리고있어요.'

 '원조..뭐?'

 

 아 맞다 우리 레드, 외국인이였지, 일단은.

 

 '돈 많은 아저씨가 용돈 주고 어린 애들이랑 사귀는거요.'

 "뭐어?!"

 '아이 참, 쉬잇!'

 

  니 연기 잘 하는 것 같더만 갑자기 왜 그러냐 빨강아? 평정심을 유지해 빨리!

 

 그의 어깨를 다시 끌어내리고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아~ 오늘만 아저씨 말고 다른 호칭으로 부를게요.'

 '뭐라고?'

 '음.. 어떻게 하면 되더라.'

 

  혜나가 이제껏 나에게 보여줬던 애교들을 떠올렸다. 나는 일부러 그에게 팔짱을 끼며 능청스럽게 다정한 연인처럼 굴기 시작했다.

 

 "오빵~ 저거 사죠, 응? 저 빨간 니트 엄청 이쁘다 구치~?"

 "뭐, 뭐하는..."

 "이쁜 니트 내가 입으면 더 이쁠꼬야. 그치~?"

 "........"

 "근데 빨간 니트랑은 이 가방이 안 어울리네? 아이보리색 백팩이 어울릴까 핑크가 어울릴까아? 오빠는 뭐가 좋아아~?"

 

  그 순간 빨강이가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왠지 모르게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내가 너무 심했나? 하긴 처음에 내가 혜나 애교 들었을 때에도 적응이 안되서 혼났지. 근데 이 아자씨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단 말이지. 은근히 놀려먹는 재미도 있고.'

 

  왜 그런가 싶어서 얼굴을 바로 밑으로 들이밀자, 빨강이가 볼도 빨개진 채 혼이 나가있었다.

 

 "어라? 이거 몇~개?"

 

 그의 눈 앞에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다. 얼굴은 왜 빨갛지?

  에이, 설마. 설마... 애교에 넘어간거야? 이봐, 당신 외국인이잖아? 일반적으로 외국 남자들이 한국 여자의 애교는 징그러워하거나 싫어한다고 들었거든? 왜 얼굴 빨개졌어?!

 

 한참동안 옆에서 팔을 꾹꾹 찔러도 돌아올 생각을 안 하자 앞에 있던 매장 의자에 그를 앉혔다.

 

 "자! 나 맘에 드는 옷 고를 테니까 그 때까지 기다려요?"

 

 대답없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매장 안을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오 예뻐! 이것도 예뻐! 오오! 좋아 이것도!

 그새 열 벌은 되어보이는 옷들을 골랐고 뒤따라 오는 직원들이 낑낑거리며 그걸 들고있다. 뭐 저 아저씨 소원이라니까 원피스 함 입어줄까? 아, 맞아 나 이제 대학생 신분이니까 클럽이라도 가게, 청순하면서도 섹시해 보이는 하얀색 원피스..! 좋오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빼꼼 내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빨강이가 얼굴을 찌푸리고있다.

 

 "너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

 "에이~ 나 이제 새내기인데 새내기가 입을 옷 필요하지 않겠어요?"

 "뭐어?"

 

 커튼을 촤악 걷고 기가 찬다는 듯한 얼굴을 한 빨강이 앞에 걸어갔다.

 

 "봐봐요! 예쁘죠? 이쁘죠? 사랑스럽죠?!"

 "....어어.."

 "막, 남자들이 내 핸드폰 번호 따고 그럴 것 같죠?"

 

 반쯤 넋이 나간 잭슨을 보고 주라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잭슨이 남자 얘기에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너! 그거 사지마! 너무 짧아! 너 어디 클럽 가?! 내가 너랑 같이 살 때 만큼은 절대 금지야!"

 "에에~ 왜요~ 오빠아아아~~ 사주세요~"

 

  하아, 한숨을 쉰 잭슨. 애교를 보니 또 사르르 녹는 것 같고. 이 애가 쇼핑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면 지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신의 금색 카드를 줘버렸다.

  두 사람이 같이 동거하고있다는 말에 매장 안에 있던 직원들이 또 한 번 놀랐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하아, 몰라. 그냥 사고 싶은 만큼 사!"

 "아싸아!!!"

 

  와, 골드 카드야 미쳤다! 역시 유럽 남자는 스케일이 다르구나~! 아자씨 내가 '자칭 옥살이'만 풀리면 다 갚을게. 그 때까지만 좀 부탁해애~

 

 내가 고른 옷들을 일시불로 계산하고 다른 매장으로 가려는데 어디에선가 수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고 있는 녀석은 뭐지? 7시방향, 너냐?

 흠, 빨강이가 눈치채야할터인데...

  그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나보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의 표정이 변했고 주위를 살피고있었다.

 

 "자자, 다음 매장~!"

 "주라."

 "넵?"

 "잠깐 볼일이 생겨서 어딜 좀 다녀오겠다."

 "그래요? 네에~"

 

 별 말 없이 긍정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래 빨강아 저 수상한 그림자들을 얼른 해치우고 오너라.

 

 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그가 사라지자 숨어있던 3명 정도가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표적은 빨강이가 아니었구나, 아마 그를 유인한 건 미끼였을 터. 만만해보이는 여자애라 빠르게 처리하려고 하는건가?

 

 '큰일이야. CCTV가 너무 많아.'

 손톱을 물어뜯으며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

 실버브론드, 거의 하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여자가 씨익 웃고 있다.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너무 대놓고 다가와서 몰랐던 건가? 어째서.

 

 "애기야."

 "네, 네? 왜 그러세요?"

 "언니좀 잠깐 따라올래? 아이스크림 사줄게."

 '으하아....CCTV가 너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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