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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16. 좁혀오는 수사망 <4>
작성일 : 17-06-30 16:31     조회 : 688     추천 : 8     분량 :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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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발목 수술을 한 후 뛰지를 못했다. 3급 지체장애 등급을 가졌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정수는 그녀가 뛰지 못한다는 것을 그만 잊어먹고 있었다. 만약 수사망이 좁혀온다고 해도 뛰어서 도망도 칠 수 없는 나리였다. 그나마 정수가 곁에 있다면 불신검문을 피할 수가 있었다. 동행하는 남자가 현직 형사계장이라면 동행하는 여자의 신분확인은 불필요했다. 오리백숙과 도토리묵이 동동주와 함께 나왔다. 정수는 동동주 한 잔을 따르고는 나리 앞에 내민다.

 

  “한 잔 들어요. 나랑 있을 땐 긴장하지 말고...”

  “네. 정수 씨는 안 마셔요?”

  “난 운전해야 하니까 한 잔만 할게요.”

 

  두 사람은 동동주 잔을 부딪치고는 반잔쯤 마시고 밥상에 내려놓는다. 정수는 오리 다리 하나를 나리의 앞 접시에 올리며 그녀가 먹기 좋도록 집개로 잘게 쪼갠다. 나리는 그런 정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수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였다. 언제나 여자를 배려하는 마음, 그 마음에는 사랑이 듬뿍 묻어있었다. 포크로 쪼개진 오리를 먹는 나리에게 정수가 묻는다.

 

  “어제 얘기 했어요?”

  “네”

  “뭐래요?”

  “갈 곳 없는 줄 아는데 어딜 가냐고...”

  “그래서?”

  “다음 주에는 알게 되니까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했어요.”

  “잘했어요. 아마 그 남자도 알게 되면 호의적이지 않을 거야.”

  “오늘 저녁에 돈 해준다고 집에 있으래요.”

  “고마운 사람이네. 모레 저녁에는 움직여야 합니다. 내일 당신이 숨어 지낼만한 곳 내가 알아볼 테니까 염려 말아요.”

  “괜한 짓 하지 말아요.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도 없는데...”

  “아니. 영원히 숨어 살더라도 당신 감옥에는 안 보낼 거야.”

 

  정수의 말에는 결의가 엿보였다. 이 모든 것이 자신으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 정수는 끝까지 그녀의 곁에서 지켜야한다고 결심했다. 그때였다. 나리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는 딩동! 소리가 났다. 핸드폰을 열어본 그녀는 눈동자가 떨렸다.

 

  “무슨 내용입니까?”

  “엄마가... 엄마가 어젯밤에 돌아 가셨다는군요.”

  “누가 보낸 건데?”

  “막내 언니가...”

  “신창동에 사는 언니?”

  “네. 어떻게 아세요?”

  “만나봤어요. 당신 찾는다고. 가보긴 가봐야 할 텐데, 형사들이 분명히 잠복하고 있을 텐데 어쩌지?”

  “그래도 갈래요. 우리 엄마 가시는 건 봐야죠. 내가 잡혀가도 갈래요.”

  “기다려 봐요. 나도 생각 좀 하고...”

 

  막무가내로 가겠다는 나리를 정수는 더 이상 말리지는 않았다. 단지 형사들의 눈을 피하여 잠시 빈소만 찾아보고 나오면 될 일이었다. 어떻게 변장을 할 것인지? 어떻게 숨어 들어갈 것인지? 정수는 오리 죽을 먹으면서도 온통 장례식장을 가는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좇는 자를 피해서 감쪽같이 갔다가 빠져나와야 했다.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차를 한 대로 움직이면 쉽지 않을 텐데, 외부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을까? 정수는 나름대로 머리를 짜냈다.

 

  “언제 갈 거예요?”

  “내일 화장한다는데...”

  “그럼 이렇게 해요. 일단 당신 머리부터 자릅시다.”

  “네?”

  “아무래도 피신할 때도 당신 지금 모습으로는 안돼요. 월요일에 신문이고 텔레비전이고 온통 당신 얼굴이 뜰 텐데. 이 참에 모습을 바꿔요. 바꾼 모습으로 엄마한테도 갔다 오고”

  “남자가 되라고요? 난 싫어. 죽으면 죽었지 남자는 안 될 거야.”

  “당신 모습이 바뀐다고 남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당신 내면이 여잔데 모습이 어떠면 어때? 도망 다니기 쉽고 엄마한테 갈 수 있음 되는 거죠.”

  “난 죽을 때도 여자로 죽고 싶어요.”

  “당신 안 죽어. 30년 후 당신 죽을 땐 여자가 죽을 테니까 걱정 마.”

  “...”

  “일단 오늘 옷이랑 구두부터 준비합시다. 나랑 동대문시장에 가요. 준비하면 할 게 많다니까.”

  “뭘 사려고요? 이제 나도 모르겠어.”

  “양복사야지! 넥타이랑 와이셔츠도 사고, 또 양말, 팬티, 러닝셔츠, 혁대, 구두까지 사야 끝이죠.”

  “그렇게 많아요?”

  “구색은 다 갖춰야 하니까. 이것 먹고 바로 나가요. 이것저것 사다보면 그 남자 오는 시간에 맞추기 힘들어. 이틀 만이라도 잘해줘요.”

 

  정수는 자신이 한 소리임에도 이상하게 들렸다. 이틀 후 영원히 못 볼 테니까 이틀 만이라도 잘해주라는 것이었다. ‘잘해주는 게 뭐지? 뭘 잘하라는 거야?’ 정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말을 한 자체에 혐오감마저 들었다. 꼭 몸으로 보답이라도 하라는 말 같았다. 제발 자신이 내뱉은 말로 또 다른 상처가 안 되었으면 하고 바랄뿐이었다.

 

  기본적인 옷 한 세트만 샀을 뿐인데 산타페 뒤 좌석을 가득 채웠다. 그 많던 남자 옷들을 처분할 때는 남자 옷과 영원히 이별할 줄 알았던 나리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살기 위해서 남자 옷을 버렸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서 남자 옷을 입어야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벌써 여섯 시가 지나고 있었다. 정수는 내일 오겠다며 옷가지를 집 안에 옮겨놓고는 돌아갔다.

 

  정수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주는 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위통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점점 병이 깊어가도 정수는 내색하지 않았다. 나리는 장롱을 열고 여자 옷 사이에 양복을 감추고 작은 방에 구두랑 와이셔츠 등을 숨겼다. 차마 강철에게만은 남자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급히 김치찌개를 올리고 전기밥솥에 쌀을 올렸을 때 강철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번호 키의 비밀번호를 아는 강철은 노크를 하는 법도 없었다. 자신의 집처럼 언제든지 불쑥 나타나는 강철이었다.

 

  “오셨어요?”

  “밥하고 있는 거야? 나가서 먹어도 되는데...”

  “다 되었어요. 10분만 기다리세요. 돼지 김치찌갠데 괜찮죠?”

  “언제 내가 반찬 가렸어? 당신이 해주면 다 잘 먹지.”

 

  마치 이제는 당신이 해주는 음식을 못 먹을 것 같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긴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은 엄마의 빈소에 가고 모레는 짐을 빼야 하니까. 그래, 오늘이 우리 마지막이구나.’ 나리는 마음이 찹찹했다. 식탁에 김치찌개가 올라갔다. 밑반찬 다섯 가지와 김치를 합치면 1식 7찬이었다. 나리는 강철이 잘 먹는 밑반찬을 항상 준비했다. 두 사람은 마주보며 앉았다. 지난 3월부터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늘 마주보며 앉았다. 그런 밥상이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비록 잠을 자고가진 않았지만 6개월의 동거와 다름없었다.

 

  앞집에 사는 여자는 두 사람이 부부인줄 알고 있었다. 집 주변의 식당이나 당구장에서도 두 사람은 부부인줄 알았다. 아니 두 사람은 부부처럼 행동했다. 한 남자가 떠나면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고, 또 그 남자가 떠나면 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떠날 차례였다. 누가 가라고 떠밀지도 않는데 떠나야했다. 어쩌면 세상과도 이별일 수 있는 그런 이별이었다. 예고된 이별 앞에 나리는 마음이 무거웠다. 기구한 여자의 운명이었다. 일부종사(一夫從事)를 하지 못하는 운명이었다. 강철은 밥을 먹다가 양복 주머니에서 은행통장 하나를 꺼내어 나리에게 내민다.

 

  “이게 뭐예요?”

  “당신 돈 없잖아. 천만 원 들었어. 그리고 매달 백만 원씩 넣어줄 테니까 이 카드로 사용해.”

  “고마워요. 그리고... 어제밤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뭐? 언니한테서 연락 온 거야?”

  “네.”

 

  강철은 안산에 있는 요양원에 나리를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차마 병실로 올라갈 순 없었어도 마음으로는 쾌차하기를 바랐다. 얼마 전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을 아는 강철은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 가봐야겠네.”

  “네. 내일 가면 출상 보고 올 텐데... 그날은 짐도 빼야 하고...”

  “뭐가 그렇게 급해? 다음날 빼면 되잖아.”

  “미안해요. 제 사정이 그래요.”

  “알았어. 더 이상 말 안 하기로 했지...”

  “그동안 고마웠어요. 나 힘들 때 당신 만나서 신세 많았어요. 안 잊을게요.”

 

  그랬다. 정말 죽지 않은 것은 강철의 도움이었다. 죽을 만큼 힘들 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은 강철이었다. 스스로 몸을 판다고 생각했을 지라도 몸을 팔아서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 지탱한 삶에 대한 고마움, 단지 삶을 연장한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나리는 연장한 것마저도 고마웠다.

 

  강철은 한 달 이후에 집을 빼겠다며 언제든지 힘들면 다시 돌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저녁식사만 하고는 집을 나섰다. 강철도 이별이 힘들어 보였다. 아내 이외에 처음 품은 여자, 그 여자도 보통의 여자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강철은 점점 나리한테 빠져들었다. 강철에게도 나리는 영원히 여자였다.

 

  강철이 가고나자 나리는 트렁크를 펼쳤다. 많은 옷 중에서 트렁크에 들어갈 옷을 추리기에는 트렁크의 크기가 너무도 작았다. 그동안 열두 자 장롱에 빼곡히 들어차고도 3단 서랍장과 5단 서랍장이 넘쳐나도록 옷가지가 많았다. 그 많은 옷가지 중에 무엇을 트렁크에 담을지 고민스러웠다. 침대위에 쏟아지는 옷 위로 나리의 눈물도 쏟아졌다. 그중에서 하나씩 골라내는 손길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시작된 선별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작은 방에 수북이 쌓인 옷가지를 버릴 시간이나 있을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옷걸이에 걸린 군청색 양복을 장롱 손잡이에 걸어두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리,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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