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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15. 그림자를 좇다. <3>
작성일 : 17-06-30 16:11     조회 : 685     추천 : 9     분량 : 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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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나리는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긴 원피스를 찰랑거리며 왕십리역에 내린 그녀는 잠시 후 용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마침 빈자리에 앉은 그녀는 비스듬히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2년 2개월 만의 만남, 나리는 정수와의 만남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6개월 전부터 나를 찾았다고? 왜지? 내가 부를 땐 오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왜 찾았다는 거지? 뭐 어때. 어차피 한번은 만나야 할 사람이잖아.’ 오늘을 그날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쉽지 않았다. 그가 누군가? 한때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가? 나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름까지 들곤 했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기분과 흡사했다. 상황은 전혀 달랐지만 초조하고 긴장된 기분이 마치 그때의 기분처럼 느껴졌다. 열차는 양수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늘씬한 몸매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걸을 때마다 또각또각 거리는 힐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나리에게 쏠렸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천천히 역사를 빠져나갔다.

 

  나리가 양수역 광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정수는 양수역 택시 정류장에 산타페를 세워두고 있었다. 나리의 모습이 보이자 여기! 하며 손짓을 한다. 누가 보면 마치 연인이 마중을 나온 듯이 자연스러웠다. 나리는 계단을 내려 산타페가 서있는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짙은 선글라스를 낀 나리는 정수와 시선을 마주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정수가 열어주는 조수석에 말없이 올라탈 뿐이었다. 정수가 운전석에 앉자 나리는 헛기침을 했다. 뭐라고 말하기 곤란했을 때 나오는 애드리브였을까? 그녀는 창문을 열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정수는 재빠르게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뭐라고 말을 해. 잘 지냈냐고 물어는 봐야지.’ 정수가 말이 없자 나리는 혼자 애가 탄다.

 

  “잘 지냈어요?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

 

  정작 본인이 아프지만 정수는 언제나 아픈 곳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2년 2개월 전, 마지막으로 보던 날도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직 살아 있어요. 죽지 못해서...”

 

  정수는 나리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할 수 없었다. 죽지 못해서 살아있다는 말에 누가 더 말을 걸 수 있을까? 정수도 죄 없는 담배만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점심 안했죠? 옛날에 갔던 횟집으로 가요.”

  “네.”

 

  산타페는 양수역을 벗어났다. 양평경찰서까지 삼십분 남짓 소요되는 거리지만 그 길은 엄청 먼 길처럼 느껴졌다. 가을 햇살이 차 안을 따스하게 비추어도 두 사람은 온기는 차디찬 겨울이었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양평경찰서에 도착할 때까지 앞만 쳐다보았다. 산타페가 양평횟집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2013년 2월이었다. 그들이 양평횟집에 처음 갔을 때가. 2년 7개월 만이었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수는 주차를 하고 먼저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옛날에도 그랬다. 항상 여자를 배려했고, 언제나 차 문을 열어주고 닫아주었다. 나리가 차에서 내리자 문을 닫고는 앞서서 횟집 정문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자 종업원이 뛰어 나온다.

 

  “오메... 이기 얼마 만입니꺼?”

  “장사 잘되십니까?”

  “계장님이 안 오시는데 뭐가 되겠심니꺼?”

  “하하하 그런가요? 조용한 방 있죠?”

  “하모예. 이쪽으로 오이소.”

 

  포항여자는 살갑게 굴었다. 투박한 사투리도 그녀가 하면 편하게 들렸다. 두 사람은 종업원이 안내하는 방으로 올라섰다. 이 방도 나리의 눈에는 익어보였다. ‘그래, 이방이었지. 저기에 나애림이 앉았고, 그 옆에 소영이가 앉았지. 여기에 내가 앉았고, 내 옆에 민서가 앉았었지. 그래 이방이었어.’ 나리는 2년 7개월 전 그때가 생각났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은 상 위에 비닐포를 깔았다.

 

  “2년도 넘었지예?”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하모예. 뭘로 드릴까예?”

  “제가 먹던 것 기억합니까?”

  “알고 말고예. 그걸로 드리까예?”

  “네. 술은 참이슬 빨강거로”

  “조금만 기다리이소. 창문열고 답배피시면 됩니더.”

 

  종업원이 나가도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실내이지만 나리는 선글라스를 그대로 끼고 있어서 정수는 그녀의 눈조차 마주할 수 없었다. 창문을 열어놓고 두 사람은 조용히 담배만 피울 뿐이었다. 나리는 짙은 선글라스 밖으로 정수를 바라보았다. 조수석에 앉았을 때는 볼 수 없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카키색 점퍼를 벗자 흰색 긴팔 폴로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긴팔 티셔츠였다. 흰 티셔츠는 얼굴을 더 창백하게 했다. 머릿결은 기름이 번들거렸고,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있었다. 옛날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혼자 살았어도 늘 깔끔했던 정수였다. 나리는 정수의 그런 모습이 낯설었다. 살인사건 때문에 매일 밤을 새운 것일까? 나리는 정수가 말을 걸어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방문이 열리더니 종업원이 들어왔다. 식탁 가득 음식을 차리고는 종종걸음으로 나간다.

 

  “부르기 전에는 들어오지 마세요.”

  “저도 눈치가 있는데... 걱정마이소.”

 

  종업원이 나가자 정수는 소주잔을 나리에게 건넨다.

 

  “술 괜찮죠?”

  “네. 그때 모텔에서 마지막으로 마실 때가 생각나네요. 주세요.”

 

  나리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마다 그 말은 비수가 되어 정수의 가슴을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정수는 석 잔째를 연거푸 비우고서야 입을 열었다.

 

  “나 많이 미워했죠?”

 

  나리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슬픈 눈동자를 보여주기 싫었다. 정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귀를 때렸다. 다소곳이 말한 말이 귀에 쟁쟁거렸다. 그 말은 고막을 타고 뇌까지 진동을 하더니 가슴에 박혔다. 가슴이 아려왔다. 아린만큼 소주잔을 비웠다. 한 잔, 두 잔, 술잔이 비워지자 잠자든 한(恨)이 가슴을 비집고 나왔다. 그 한은 눈물이 되어 술잔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정수가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한데요?”

  “전부 다...”

  “뭐가 미안한 줄은 알고 얘기하는 거예요?”

  “...”

  “왜 그랬어요?”

  “...”

  “왜 그랬어요? 날 사랑한다면서요.”

  “...”

  “어떻게 사랑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나리는 갑자기 설움이 복받쳤다. 2년 2개월 전 그렇게 울었던 울음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나왔건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도 사랑이 남아서일까? 나리는 흐느꼈다.

 

  “얘기해 봐요. 왜 날 버렸어요?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여자가 있었어요? 흑흑흑”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랬어요? 흑흑흑”

  “내가 나쁜 놈입니다.”

  “싫으면 싫다. 우리 그만 헤어지자. 말할 수 있잖아요. 흑흑흑”

  “...”

  “어떻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요? 날 가지고 논거예요?”

  “아닙니다. 그건...”

  “그러면 뭐예요. 당신은 날 바보로 만들었어. 흑흑흑”

 

  정수는 나리가 우는 앞에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정수의 사과에는 진심이 묻어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행동도 자신을 기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이래요? 지금도 날 가지고 놀 생각이군요.”

  “아닙니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내가 죽일 놈입니다.”

 

  정수는 고개를 숙인 눈앞에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두 사람은 한때 정말 행복했었다. 함께 웃고, 함께 울던 그때, 두 사람은 행복했었다. 그러다가 그 사랑이 식을 때쯤 나리는 시인(詩人)이 되었다. 등단을 한 시인이 아니라 정수를 생각하면서 시(詩)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랑이 식을 때쯤 나리는 시인(詩人)이 되었다. 등단을 한 시인이 아니라 정수를 생각하면서 시(詩)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이 오늘 길목

 

 

  퇴근 무렵이면 어김없이 창문을 내다봅니다.

  가게를 나서면서도 당신이 왔을까 하는 마음에

  구둣방 앞을 뒤돌아보고 옷가게 앞을 바라봅니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골목길에서 불쑥 나올까

  건널목을 건너면서도 당신이 저만치 서 있을까

  치킨집 앞에 당신의 차가 없는 것을 보고서야

  당신이 오늘 오지 않았음을 그때서야 느낍니다.

 

  골목길에 접어들 때쯤 걸음걸이에 힘이 빠지고

  어두운 빈집에 들어갈 때에는 어느덧 그 집이

  너무도 낯설어서 돌아서서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당신이 있던 집과 당신이 없는 집은 그렇게도

  다른지 당신을 만나고 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정겹고 행복한 집이었건만 오늘은 지옥같이

  변하여 내게 슬픔을 안겨주는 고독한 집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화장지우는 것도, 샤워도 다 잊어버립니다.

  청소도, 설거지도 다 잊어버립니다.

  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당신이 야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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