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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12. 동생이었던 여자 <1>
작성일 : 17-06-30 15:39     조회 : 700     추천 : 11     분량 : 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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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동생이었던 여자

 

 

  2015년 7월 25일, 나리는 두 번째 살인을 준비했다. 일곱 번의 살인을 계획하면서 칼 일곱 자루를 살 때부터 두 번째 살인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다. 처음 계획을 세웠을 때 두 번째의 타깃은 자신의 등 뒤에 비수를 꽂은 나애림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타깃이 애림에서 하영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것은 지윤 때문에 비롯되었다. 어느 날, 나리는 하영이 시크릿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영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지윤의 사진이 버젓이 걸린 것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하영이 왜 시크릿을 운영하는 지 이유가 뻔했다. 두 사람은 나리를 기망하고 동업으로 시크릿을 공동 경영하고 있었다. 명의는 지윤으로 되어있지만 운영은 하영이 하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나를 기망해?’ 나리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또 속였다는 것에 분노했다. 결국, 두 사람의 동업이라는 변수가 하영의 죽음을 앞당겼다.

 

  살인자는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우발적 살인과 계획된 살인 두 가지다. 우발적 살인일 경우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힘들어 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다. 무너질 때는 자수를 하거나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만큼 죄의식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된 살인은 전혀 죄의식이 없다. 특히 연쇄살인을 계획했다면 첫 번째 살인 이후에는 인간성 자체가 악마로 변하는 것이다. 살인이란 처음이 힘든 법이었다. 나리는 점점 악마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리의 삶은 한편의 소설과도 같은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운동권에 있었고, 그때는 진보주의였다. 그러다가 유학으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외국계 기업에 몸을 담으면서 급격히 보수로 돌아섰다. 물론 진보에서 낙오자가 되는 계기가 없진 않았다.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이 되었다가 반성문을 쓰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 화근이었다. 아버지의 구명(求命)으로 집행이 유예되었지만 운동권에서 보는 시각은 달랐다. 정보를 팔아넘기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오해를 받은 것이었다. 그 뒤로 진보에서 멀어졌다. 진보의 핵심에서 보수로 돌아선 몇 안 되는 사상(思想) 전향자(轉向者)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성적(性的)으로 전향자가 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자신의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충분히 남자에서 여자로 살 수 있었다. 그것은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자존감이 충만했던 그녀가 밑바닥 인생으로 떨어지면서 속에는 울분만이 들끓었다. 자신의 실패가 타인에 의해서 주어진 것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과오를 미화(美化)했고, 타인의 책임으로 몰아갔다. 그것은 실패가 만들어 낸 궤변이었다. 세상에서 낙오자가 된 공통된 자의 자기 변병은 모두가 타인의 탓이듯이 나리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남자의 배신도 결국 자신이 여자로서의 매력이 부족했거나 집착에 가까운 사랑 탓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남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똑똑했을 수도 있었다. 남자에게 맞추어 나가지 못한 자신의 잘못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배신한 동생들은 위아래의 선이 분명한 나리만의 서열중심의 인간관계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런 것은 기업체에서 몸을 담았던 사람에게나 통용되는 관계성이었다. 이곳, 트랜스젠더들의 세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관계였다.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며 사는 그들에게 나리의 오픈마인드는 부담 그 자체였다. 배신한 애림은 나리를 동생으로 가까이 두기에는 너무 큰 그릇이었기에 동생의 그늘에서 탈출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것들은 배신자의 입장에서 정리를 한 그들만의 변명일 수는 있으나 결코 그냥 흘려 넘길 수만도 없는 그들의 입장이기도 했다. 무엇이든지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한 없이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타인의 탓이라고 생각하면 또 역시 그들의 잘못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였다. 그러나 나리는 세상과 고립되면서 점점 낙오자의 변열에 서게 되고, 후자(後者)의 생각에 고착화(固着化)된다. 결국 후자의 생각은 그녀를 더욱 메마르게 했고, 미친 여자로 만들어 갔다.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서 정상적인 생각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오로지 가슴 속에 복수라는 광기(狂氣)어린 두 글자만 되새기고 있었다.

 

  이날도 강철은 어김없이 저녁 일곱 시가 되자 나리의 집에 나타났다. 나리는 강철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저녁밥을 준비했다. 몇 개의 밑반찬과 갈치조림을 만들어서 밥상을 차렸다. 오늘 밤 살인을 할 여자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사이코패스가 보여주는 전형을 그녀가 그대로 보여주었다. 얼굴도 평상시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식사 후에도 강철과 함께 샤워를 하고, 강철이 원하는 대로 구강성교도 마다하지 않았다. 역겨워서 구역질을 하면서도 강철의 페니스를 입 안에 넣었다. 강철의 일방적인 섹스 요구는 그녀가 삶에 대한 포기를 더 빠르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어쩌면 이런 더러운 자신마저도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섹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돈에 의해서 의무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들이 그녀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살인이라는 광기가 흐르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년아. 오늘 내 좆 물 받아 먹어봐.”

 

  강철이 욕을 해도 나리는 거부하지 않았다. 차라리 사정을 빨리 할 수 있도록 강철의 젖꼭지를 마구 빨았다. 남자도 젖꼭지에 성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여자는 드물었지만 나리는 남자의 성감을 어떤 여자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강철이 손으로 페니스를 반복해서 흔들 때, 그녀는 강철의 젖꼭지를 계속해서 빨았다. 오르가즘을 느끼고 사정이 임박해지자 강철은 나리의 입 안에 페니스를 쑤셔 넣었다. 돈 몇 푼에 나리의 입은 정액받이가 되고 만다. 사랑이 없는 섹스는 행위자체가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스스로 정액받이라고 생각하는 이상 남자를 사랑할 수도, 섹스가 유쾌할 수도 없었다. ‘아! 언제쯤 지옥에서 벗어날까?’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죽기위해서 살인하는 것이었다. 삶에 대한 포기는 결국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 자신을 경멸하고, 배신했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고 난 후 스스로 죽는 것이었다. 스스로 죽기위한 살인이었다. 끝맺음을 위한 시작이었다.

 

  입 안에 분출되는 정액을 꿀꺽! 삼켰다. 강철은 그런 나리를 보고 사랑을 느꼈다. 이 남자가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여자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지만 남자는 자신의 정액을 삼키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강철은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어 나리의 손에 집어준다. 강철에게는 생활비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화대(花代)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확하게 밤 열한시 반까지 머물다가 강철은 집을 나섰다. 나리는 따뜻한 미소로 강철을 배웅하고는 욕실로 뛰어 들어가서 칫솔로 피가 나도록 입 안을 닦았다. 양치질을 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양치질을 끝내고도 한동안 욕실 문에 기대어 흐느끼는 나리, 그녀가 여자로 사는 동안 처음으로 후회스러운 날이었다. 이러려고 여자로 사는 것이 아닌데, 하는 자괴감에 빠져서 욕실을 좀처럼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 두시가 지나자 나리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수원으로 가던 날 이후 처음 하는 화장이었다.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는 큰 붉은 장미가 그려진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었다. 핸드백을 침대에 올려놓고 5단짜리 서랍장의 맨 아래 칸을 열었다. 맨 아래 칸은 청바지들이 종류별로 꽉 차 있었다. 청바지를 걷어내자 ‘세키카네쓰구’ 여섯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중 한 자루를 꺼내어 신문지에 말아서 핸드백에 넣었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나리는 거울 앞에 섰다. 차가운 눈빛이 마치 복수를 위한 전사(戰士)의 모습이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자 립스틱을 바른 입가에 핏빛이 돈다. 피와 립스틱의 혼합이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핸드백을 들었다.

 

  현관문을 나온 나리는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아반떼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곧장 천호역을 향하여 몰아갔다. 밤늦게 시크릿에서 나오는 하영을 차에 태울 계획이었다. 몇 시에 가게에서 나올지를 몰라 미리 가게 앞에서 기다릴 요량이었다. 아반떼가 천호역 6번 출구를 지나서 국민은행에서 우회전을 했다. 롯데시네마로 들어서는 밤거리가 눈에 익었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골목, 세상에서 변한 것이라고는 자신뿐이었다. KFC를 끼고 좌회전을 하자 눈에 익은 간판이 들어왔다.

 

  신사역에 있는 코르셋이나 이곳 시크릿이나 나리가 직접 디자인하고 발주한 간판이었다. 나리는 상호를 이용한 로고 글씨체나 심벌마크를 디자인하는 것을 즐겼다. 가끔 친구 회사의 심벌마크와 명함을 만들어주기도 할 만큼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 검정바탕에 흰색으로 시크릿이란 간판이 보이자 입구가 들여다보이는 대각선에 있는 미용실 앞에 차를 세웠다. 시계는 이미 새벽 두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기나긴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리가 도착한 이후로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한 여름이라는 계절의 탓도 있겠지만 나애림이 하는 헤라 때문이라도 장사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소문에는 가게를 다시 부동산에 내어놓았다고 들리기도 했다. 새벽 네 시가 지나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가게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간판불이 꺼졌다. 그러나 하영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오늘 안 나온 거야? 아니지, 안에서 불을 껐잖아.’ 나리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10분이 더 흘렀다. 종업원이 나오고 난 뒤에 간판불이 꺼졌다는 것은 하영이 아직 가게에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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