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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3. 13일의 사신 (4)
작성일 : 17-06-30 00:42     조회 : 388     추천 : 1     분량 : 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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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덩이 돼지로 향하는 와중에 승후는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다. 팀장에게 두루마리 휴지를 멋지게 명중한 가온 역시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팀장을 너무 잘 맞춰서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가? 하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오늘따라 왜 아무도 안 보이지?”

 

  “그러게. 금요일이면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 거 아니야? 밤이 되야 하나?”

 

  환한 대낮인데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나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기에 둘은 별 것 아닌 듯 대수롭지 않게 넘겨다. 거리에 언제나 사람이 붐비라는 법은 없을뿐더러 하루 쯤 그런 날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가온과 승후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얏!”

 

  “괜찮아?!”

 

  날선 비명소리에 서둘러 고개를 돌렸지만 그저 지나가던 사람이 넘어진 것일 뿐인 아주 극히 단순한 일이었다. 평상시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승후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이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꿉꿉했다. 신경쓰였다.

 

  “역시 오늘은 밖에 나오는 게 아니었어.”

 

  넘어졌던 이가 무릎을 탁탁 털고 일어나 자신의 친구와 가던 길을 갔다. 승후는 가온을 바라보았다. 가온 역시 무언가 신경 쓰이는 듯 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 돼지팀은 왜 우리를 부르는 거야?”

 

  “아...”

 

  승후의 물음에 가온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내용도 듣지 못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가온은 이내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표정은 전에 없이 평온했다.

 

  “뭐, 어때. 이런 적이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온이 승후를 보고 아주 밝게 웃었다.

 

  “휴지로 팀장머리에 헤드샷을 날렸는데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몽룡의 머리에 정확하게 꽂힌 두루마리 휴지의 아름다운 타격음이었다며 가온은 가슴을 쫙 폈다. 그 헤드 샷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이 날린 것에 그는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고대하고 또 고대하던 장면이었다. 죽기 전에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손으로 타격을 했으니 이보다 더 기쁜 것은 없으리라.

 

  “어차피 돼지팀에 가면 알려줄 텐데, 뭘.”

 

  가온의 말에 승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랬다. 어차피 알고 간다고 하더라도 자세한 내용은 해(亥)팀에게 들어야 했다. 그러니 굳이 어떤 일인지 듣지 않았어도 특별하게 나빠지는 것은 없었다.

  가온과 승후는 그렇게 그나마 사람들이 꽤 다닐 법한 거리에 있는 건물의 3층에 자리한 ‘복덩이 돼지’에 도착했다. 멋들어진 간판까지 있는 것이 치킨 런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돈 벌이가 잘 되는 것인지 사람들의 의뢰가 많은 것인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깨끗했다. 다 스러져가는 건물에 있는 치킨 런과 계속 비교가 됐다.

 

  “안녕하십니까. 긴급지원 유(酉)팀 유가온, 노승후 지원 나왔...”

 

  당장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치킨 런의 모습을 애써 뒤로 밀어 넣으며 가온이 복덩이 돼지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인사를 하던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승후는 갑자기 멈춰선 가온의 등을 살짝 밀며 안으로 들어오다 역시 똑같이 멈췄다. 그리고는 이게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할 말을 잃고 가만히 복덩이 돼지의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야, 그게 아니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게 맞다니까!”

 

  “야, 이 똥멍청이들아! 이거야! 원인은 이거라고!”

 

  복덩이 돼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비슷한 나날을 보내는 치킨 런의 일원으로 말하기는 뭐했지만 가온은 그야말로 이곳이 아수라장이라고 생각했다. 서류가 날아다니고 꽃병이 날아다녔으며 날카로운 가위도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도 있었다. 승후는 가만히 이 상황을 방관하는 사내를 보았다. 조선시대의 양반의 옷차림을 한 그는 갓까지 잘 갖춰 쓰고 도포까지 입고 있었다. 몽룡과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해(亥)팀의 팀장, 박문수였다.

 

  “누구냐.”

 

  승후와 가온은 갑작스레 자신들에게 다가온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자에 의해 깜짝 놀라 주춤했다. 손에는 떡하니 어사의 무기가 들려있었다. 꽤나 휘황찬란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검을 당장이라도 빼들 것만 같은 그 기세에 승후는 침을 삼켰다.

 

  “해(亥)팀에 지원나온 어사입니다.”

 

  헤븐워치를 두어번 터치한 가온이 여자에게 내밀었다.

 

  “긴급지원팀 유팀 암행어사, 유가온. 확인되었습니다.”

 

  헤븐워치에서 여성의 기계음이 들리자 검을 꽉 쥐고 있던 여자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신나게 여기저기서 날라 다니는 물건들 사이를 당당하게 걸어 삐딱하게 서서 안경을 닦는 문수에게 다가갔다.

 

  “자자, 다들 조용!”

 

  문수가 안경을 끼며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해팀 팀원들은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내 다시금 마구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소란을 떨었다. 승후와 가온은 마치 치킨 런에서 쌍둥이들이 있을 때가 떠올랐다. 이 광경은 흡사 쌍둥이들이 신나게 놀거나 싸우거나 대화를 나눌 때와 같은 풍경이었다.

 

  “팀장 말 좀 들어, 이것들아!!!”

 

  “내 말이 맞다니까!!!”

 

  문수가 소리를 지르면 해팀의 팀원 중 누군가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가온은 몽룡을 떠올렸다. 쌍둥이가 난리를 칠 때면 어김없이 철퇴를 내리던 그와는 달리 문수는 속수무책으로 팀원들의 난리를 막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문수의 옆에 있던 여자가 칼을 뽑아들었다.

 

  “역시, 너희는 필요 없는 존재였구나. 여기서 이만 생을 마감하도록 하여라.”

 

  “안 돼! 채령아, 안 돼! 우리 팀원들 다 죽이면 누가 일하라고!”

 

  문수가 채령이라 부르며 여자를 막아섰다. 허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문수의 모습에 가온과 승후는 짜게 식은 눈으로 지켜봤다. 이제는 무거운 프린터기까지 날아다니는 모습에 해팀은 정말 힘이 남아도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온은 한숨을 내쉬고는 헤븐워치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승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온을 바라보았지만 가온은 그저 묵묵히 연락이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들, 도착했어?”

 

  “무기 써도 됩니까?”

 

  “응? 누구 쏘려고?”

 

  “해팀에 쏘려고 합니다.”

 

  승후는 가온의 말에 화들짝 놀라 그의 팔을 붙잡았지만 가온은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릴 뿐이었다. 몽룡이 폭소를 터뜨리는 소리가 헤븐워치를 통해 들려왔다. 승후는 가온의 팔을 놓았다. 항상 으르렁 거리는 둘이 짝짝쿵이 맞을 때는 언제나 해팀이 껴있을 때라는 그는 생각해 냈다. 물론 거기에 승후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럼 허가해줘야지.”

 

  장난스러운 몽룡의 말에 들리자마자 가온은 권총을 꺼내들어 천장을 향해 쏘았다. 탕!하는 경쾌하고도 큰 소리가 천둥처럼 울리자 아수라장이던 해팀은 곧 조용해졌다. 가온은 활짝 웃었다. 승후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된 것이 성격나쁜 것이 꼭 몽룡을 닮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유팀에서 지원 나온 어사, 유가온입니다.”

 

  활짝 웃으며 말하는 가온의 모습에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회색으로 탈색한 머리에 약간은 불량해 보이는 은빛 피어스를 왼쪽 귀에만 한 이가 가온의 앞에 서서 버럭 말했다.

 

  “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지원 요청했잖아. 지원 나왔지.”

 

  “그걸 왜 너희 팀에서 나와!”

 

  “재밌어보여서.”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것만 같은 회색머리의 모습에 승후가 가온과 그의 사이에 껴들어 섰다. 승후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회색머리를 꽤나 싫어하는 것인지 그는 살짝 회색머리 청년을 밀었다.

 

  “유진혁. 물러서. 지원 요청해놓고 도움 주러 온 팀한테 뭐하는 거야?”

 

  “자자, 진정들 하라고.”

 

  여태껏 가만히 보고 있던 문수가 나서자 회색머리의 청년, 진혁이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여전히 가온과 승후가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문수는 가온과 승후를 보았다. 그리고는 갓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몽룡이 지원에 응했다니. 의외로군.”

 

  “왜? 꼽냐?”

 

  아직까지 꺼지지 않은 가온의 헤븐워치에서 약올리는 듯한 몽룡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문수는 울컥하여 가온의 팔을 덥썩 잡고 헤븐워치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 꼽다!”

 

  그리고는 뚝하고 통신을 끊었다.

  통신을 끊은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문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가온과 승후를 다시금 빤히 쳐다보았다. 가온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원을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정확한 내용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역시, 탐나는 인재!”

 

  “네?!”

 

  “몇 번이고 거절당했지만 나는 포기를 모르거든. 우리 해(亥)팀에 들어올 생각 없어? 치킨집이라고 오해받는 거기에 더 있기 싫지? 사표도 여러번 냈었다며.”

 

  “치킨집이라고 오해받는 것도 싫지만 삼겹살집이라고 오해받는 건 더 싫습니다.”

 

  가온은 딱딱하게 답했다. 문수는 아쉽다며 혀를 찼다. 승후는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는 모양인지 문수는 틈만 나면 가온에게 들이대고는 하였는데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인 모양이었다.

 

  “지원요청 내용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가온이 다시 물었다.

 

  “거리를 오면서 특별히 이상을 느낀 것 없어?”

 

  “없었습니다. 금요일이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이 적기는 했지만 달리 이상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거야.”

 

  문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채령이 문수의 에게 전자패드를 전달했다.

 

  “단순히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쪽도 이렇게 비상이 걸릴 일은 없었을 테지만 사람들이 정기가 빠져나가는 게 포착됐어.”

 

  가온과 승후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둘은 동시에 혹부리 할아버지, 고부도리지이를 생각해내었다. 노래방에서 사람들에게서 정기를 훔쳐내던 그를 둘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처음 마주한 ‘폼 나는 어사의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문수는 전자패드를 가온과 승후에게 내밀었다. 패드에 나타나 있는 지도에는 뭔가 이상한 회색의 먹구름 같은 것이 잔뜩 떠올라 있었다.

 

  “게다가 저승의 기류도 뭔가 이상해. 한국 저승의 귀들이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

 

  문수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가온과 승후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섰다.

 

  “이대로 가면 이승과 저승의 밸런스가 붕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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