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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타임라커(3)
작성일 : 17-06-29 18:33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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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을 헤매던 아키아는 자신을 노려보는 두 눈을 발견했다. 찰나에 없어진 눈에 환각을 본 것이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아키아를 노려보던 눈은 환각이 아니었다. 한 쌍뿐인 눈은 두 쌍, 세 쌍으로 늘어나더니 사방에서 빼곡히 아키아를 관찰하였다.

 눈 다음은 입이 생겨났다. 눈보다 빠르게 생겨난 입은 톱날처럼 생긴 이빨을 달고 웃고 있었다. 곧 형체가 만들어졌다. 머리에 비해 몸뚱이가 비정상적으로 크며, 날카로운 귀, 번들거리는 회백색 피부, 긴 손톱을 가진 존재들이 튀어나왔다.

 안개 속 괴물들은 살기를 흩뿌리며 아키아를 공격했다. 괴물들은 잘 보이지만, 자신의 몸은 보이지 않아 정확한 동작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기 어려웠다.

 몇 번을 때리고 맞던 아키아는 광증이 도져 이성을 잃어갔다. 아키아는 정신을 놓고 방어하던 습관을 버렸다. 오로지 공격 일변도! 신체에 상처가 나도 신경 쓰지 않으며 단 한 마리라도 괴물을 죽이기 위해 날뛰었다. 항상 감돌던 통증이 사라지며 둔탁한 감각만 느껴졌다.

 “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 크크큭. 재밌군. 재밌어. 재밌어.”

 아키아가 아무리 괴물들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괴물들은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끊임없이 나타났다.

 지쳐가는 체력과 비례하여 움직임이 작아졌다. 작은 동작으로 보다 많은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칼질이 조금씩 변형되었다. 꾸준히 줄어드는 체력에 맞춰 느려지던 신체가 어느 순간 빨라지기 시작했다. 칼의 움직임에 경쾌함이실리고 날카로움이 배어나왔다. 칼질 한 번에 두세 마리의 괴물들이 죽었다.

 

 입에 미소를 띠고 괴물들을 썰어가던 아키아는 검은 안개를 가르고 나타난 은빛 도의 모습에 공격일변도를 버리고 처음으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은빛 도가 가르고 지나간 공간 속에서 외부의 모습이 보였다. 금이 간 돼지탈을 쓴 장년의 남성이 한 손에 도를 들고 있었다. 그 옆에 깍지를 껴서 두 손을 모은 아델리아가 보였다.

 “그대가 악몽이 아니라면 빨리 나오게.”

 돼지탈의 남성의 도에서 터져 나오는 우윳빛깔 회오리는 보는 것만으로 아키아의 광증을 잠재웠다. 그렇지 않았다면 돼지탈의 남성이 안개를 갈라도 괴물들을 죽이는데 몰두했을 것이다.

 아키아는 안개에서 벗어나 돼지탈 남성 앞에 섰다. 악몽으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되었던 몸은 안개 밖으로 나와서 보니 작은 상처 하나 없었다.

 “반갑군. 내 이름은 말락이라고 하네. 멀리서 악몽의 기운을 느끼고 찾아왔는데 실제로 사람을 발견하니 기쁘군.”

 말락은 아키아를 향해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나누며 아키아는 손등의 낙인을 힐끔 바라봤다. 낙인은 회색 빛깔에서 황갈색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서로 통성명을 나눈 아키아와 말락은 타임 라커와 악몽에 대해 이야기 했다. 타임 라커에 갇힌 지 8일이 채 넘지 않은 아키아에 비해, 말락이 타임 라커에 갇힌 기간은 아키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낙인의 효과로 일정기간마다 나타나는 악몽들을 기점으로 시간을 세던 말락이 마지막으로 세었던 날짜가 8년이었다. 8년 이후에도 악몽은 수백 번도 더 나타났으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자신도 정확히 몰랐다.

 악몽은 아이러니하게도 말락의 정신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홀로 있다 보면 정신이 이상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악몽은 비록 괴물이라는 존재의 형체를 들어내 말락의 의식이 유지되도록 도왔다.

 악몽이 아니더라도 말락은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하나는 악몽의 전투에서 한계까지 몰입하는 것이었다. 잠깐의 사이에 일어난 과도한 집중으로 발생한 탈진은 악몽이 찾아올 12일의 기간을 견디게 해줬다.

 다른 하나는 말락의 목표였다. 말락은 아버지 제마톤에게 전수받은 휘마렌의 체계를 한 단계 높은 경지의 기법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정신마법인 휘마렌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 말락의 정신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아줬고, 휘마렌이란 상승의 기법을 발전시키는 어려움이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도왔다.

 아키아는 물었다.

 “휘마렌? 그것이 무엇이죠?”

 “정신 마법의 일종이지. 정신력을 키워 전투에 활용하는 기술이네.”

 “휘마렌이 도를 휘감고 있던 소용돌이 맞나요?”

 “맞네.”

 아키아는 휘마렌에 대해 급격히 관심을 표했다. 광증을 억누르던 경험이 잊히지 않았다.

 “말락. 휘마렌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고민하던 말락이 말했다.

 “본래 오미모스 부족에서는 사제지간의 예로써 술잔을 세 번 부딪쳐야 하지만······. 이곳을 나가면 하지. 그리고 전사로써 탈을 써야하네. 이건 중요한 예법이니, 평소에 탈을 착용하지 않아도, 전사로서 행동해야 할 때 착용해 주게. 그래줄 수 있나?”

 “예.”

 약식으로 물병의 물을 나눠 마신 아키아는 말락의 정식 제자로서 사사했다.

 “오이모스의 대전사 제마톤 아르굴의 아들 말락 아르굴은 아키아 제스마이어를 제자로 삼을 것임을 이 자리에 밝힌다. 아델리아 양은 증인이 되어 주시게.”

 “알겠어요오. 사제지간을 맺은 걸 축하해요오.”

 “이제부터 나는 자네의 스승이 되겠지만, 나에게 존대를 할 필요는 없네. 오이모스 부족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절차탁마하는 전사들의 모임과도 같으니까. 나보다 자네의 경지가 높아져서 내가 배워야 한다면 그때부턴 자네가 나의 스승이 되겠지.”

 껄껄 웃은 말락은 휘마렌에 대해 말했다.

 “자네의 정신은 너무 불안정해. 지금부터 휘마렌의 기본을 알려줄 테니, 잊지 말게.”

 원기를 다루지 않는 휘마렌은 다행히도 아키아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키아는 말락이 알려준 대로 정신에 하나의 점을 떠올렸다. 흰 도화지 위에 찍힌 검은 점은 점점 커져 흰 도화지를 검은 도화지로 도배했다. 검은 도화지에는 다시 하얀 잉크가 떨어져 도화지를 하얗게 물들였다. 점은 자아에 낀 이물질과 같았다. 점을 통해 도화지를 물들이는 상상은 나의 자아, 즉 정신을 물들이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검은 점과 흰 점의 전환은 아무리 빨라도 사나흘씩 걸렸지만, 결국 시간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점차 빨라진 전환은 나중엔 자유자재로 가능해졌다. 그러자 말락은 다음 단계를 진행시켰다.

 “정신 마법은 정신에너지를 이용하지. 평범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소모해 쉽게 피로해지네. 지금까지 익힌 방법은 정신에너지의 소모를 최소화 시켜주는 법이자, 정신을 지키는 법이었네.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아를 지키는 게 핵심이지.”

 말락은 잠시 말을 골랐다.

 “이제부터 배울 방법은 에너지를 키우는 법이지. 뇌리에 두 개의 점을 떠올리게. 하나는 희고 하나는 검어야 하네. 주의할 점은 두 점 중 하나라도 사라지게 해선 안 되네. 재미있을 걸세.”

 뇌리에 생긴 두 개의 점은 정신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며,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시작했다. 처음엔 서로의 영역이 비등하던 두 점은 일방적으로 치우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진땀을 흘리며 아키아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서로 다른 두 성향의 정신은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오히려 에너지를 소모했고, 아키아는 오락가락하는 정신에 한동안 자신이 미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키아의 정신은 비범한 속도로 검은 바탕과 흰 바탕의 균형을 잡았다. 이내 아키아의 정신은 완전한 평형이 이루어졌다. 평형을 이룬 두 정신은 융합반응을 일으켰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신에너지로 인해 오감이 더 뚜렷이 느껴졌다.

 아키아는 기분이 이상했다. 차분히 가라앉은 자신과 광증이 거린 자신. 두 상태의 기분을 끊임없이 인식됐다. 그러면서도 아키아의 정신은 둘 중 하나로 휩쓸리지 않았다.

 “습득력이 좋군? 이제 실제적인 응용단계에 다 왔네. 흰 바탕과 검은 바탕에 찍힌 회색 점을 생각하게. 회색 점은 서로 대칭을 이루며 마주보아야 하며, 모양도 크기도, 심지어 냄새와 맛, 감촉까지 똑같아야 하네. 점을 세밀하게 상상하게.”

 그동안 검은 점과 흰 점을 정신이란 도화지에 무수히 찍었던 아키아는 회색 점 또한 쉽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점이 대칭이 돼야한다는 부분부터 진전이 막혀버렸다. 지금까지 도화지처럼 평면으로 생각했던 정신은 대칭이라는 단어에 의해 입체적으로 변해야 했다.

 입방체를 만들려 했던 아키아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동그란 구(球)로 선회했다. 구는 입방체보다 쉽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웠다. 여섯 개의 평면을 쌓아 만든 입방체보다 완벽한 곡선을 이루는 구의 난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아키아가 구를 선택한 이유는 실패가 난도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방체의 서로 다른 여섯 개의 면은 조각난 여섯 개의 정신으로 투영된다. 아키아는 정신을 여섯 조각내는데 본능적인 거부감을 지닌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구로 변경하였다.

 처음 아키아가 만든 구는 원이라고 부르기 힘든 찰흙뭉치였다. 손으로 이리저리 주물러 만든 반죽, 그 이상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 찰흙뭉치는 단단하게 엉겨 무너지진 않았다. 다음으로 발전한 구는 표면이 울퉁불퉁하였다.이것을 애지중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원형의 형태를 만들었다. 툭하면 형태가 엉망으로 변하던 구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도 원형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깔끔한 구가 완성됐다.

 이후 아키아는 흑백으로 나뉜 정신의 구를 관통하는 점을 찍었다. 대칭을 맞추기 어렵지 않았지만, 육감으로 똑같이 느껴지는 두 개의 점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나가 조금 더 크거나, 냄새가 달랐다. 어떤 때는 맛이나 감촉이 다를 때가 있었다.

 도저히 똑같아지지 않는 두 개의 점에 골머리를 싸매던 아키아에게 해결의 열쇠를 쥐어준 이는 아델리아였다. 지나가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한 아키아의 말을 듣고 아델리아는 간단하게 해결책을 내놨다.

 “정신 마법은 제 주 분야는 아니지만, 원기 마법에 보면 칼섹트라고 하는 기법이 있어요오.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관찰하는 마법인데,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을 때 쓰면 참 좋지요오. 칼섹트처럼 나라는 대상을 두고 똑같이 만들면 안 되나요오?”

 칼섹트의 주문구조를 정신 마법에 맞게 변형시켜 건네주고 아델리아는 빨래를 하러 유유히 사라졌다.

 “깨끗~ 깨끗~ 깨끗한 끗발~ 개끗발~ 개끗발은 발발이 바바리맨~ 맨맨~ 젠틀맨이다~”

 역시 정신이 살짝 모자라 보인다. 물론 단순히 모자라다고 평하기에 아키아의 손에 들린 결과물이 무시무시하지만.

 칼섹트의 주문구조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대칭되는 두 점을 만든 아키아는 말락을 찾아갔다. 말락은 둥지의 구석진 방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말락은 말했다.

 “편법은 좋지 않네. 길이 만들어졌다고 넘어가지 말고 구궁하게나. 회색 점이 중요한 이유는 정신에 투영된 자아를 축으로 삼아 정신에너지를 돌리기 때문이네. 이 축이 어긋난다면 그 여파가 정신에 직격탄이 되어 돌아오게 되지. 제대로 돌린다면 그때부터 휘마렌을 엿볼 수 있을 걸세.”

 아키아는 말락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수련을 위하여 쓰던 둥지의 방으로 돌아온 아키아는 정신에너지를 회전시키며, 칼섹트의 주문구조를 이용하지 않은 중심축에 대해 생각했다.

 ‘칼섹트의 주문구조는 깔끔하고 세련됐어. 반면, 말락이 원한 방식은 원초적이고 거칠지. 위험도 하고. 하지만 칼섹트의 주문구조를 이용한 축보다 원초적인 방식의 회전이 더 강하고 튼튼해.’

 정신에너지의 축이 보다 단단하고 강하게 바뀌었다. 그러면서 회전하는 정신에너지의 기세는 보다 범위가 커지고 사나워졌다. 회오리바람은 용오름으로 변해 정신을 뒤흔들었다. 정신의 태반을 장악한 정신에너지는 정신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신체에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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