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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스템
작가 : system
작품등록일 : 2017.6.21

어느미래. 부족한 자원과 많은 인구로 어려움을 겪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성이 높은 삶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전산망의 지시와 관리에 따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감정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고 언어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잊혀집니다.
하지만 시스템 역시 완전한 존재는 아니어서 일부 선택된 인간으로부터 간혹 발생하는 에러를 수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인간은 시스템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의 조합을 통해 태어나 기계어를 배우고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이 선택한 인간중에 사회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제멋대로인 인간이 나타나고 이 인간은 현재 사회질서에 의심을 품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왜 시스템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없어져버린 감정과 사고를 가진 자신을 만들어 냈는지 고민합니다.

 
또 다른 나
작성일 : 17-06-29 07:06     조회 : 264     추천 : 4     분량 : 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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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당분간은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 태어나 인큐베이터 안에 있을 때도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시스템을 일부나마 제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시스템에 간섭하지 않으면 시스템도 내게 해를 입힐 방법이 없을 것이다.

  나는 다시 문을 나섰다. 이제 몇 번 오갔다고 익숙해진 듯 계단 오르는 것이 한결 편했다. 문 밖에 늘어선 방들, 이 방들을 지나면 밖으로 나가는 문이 또 있을 것이다. 그 문밖에 시스템의 핵심 시설이 있을 수도 있고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바깥 세상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방들을 돌아보니 방의 중앙에 체육시설과 침실이 있고 그 주위로 작업을 위한 방들이 원형으로 늘어 서 있는 구조였다. 중앙 체육시설로부터 바깥 쪽으로 나 있는 복도를 따라가면 대개는 복도가 막혀 있었지만 어딘가에 분명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나씩 복도의 끝까지 가서 문이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였더니 역시 한쪽 복도 끝에 작업실의 문과는 조금 다른 문이 보였다.

  보통의 작업실로 들어가는 문이나 시스템의 방으로 가는 문은 그저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나 이 문은 공기의 밀폐를 목적으로 만든 듯 문 가장자리로 고무패킹이 붙어 있는 육중한 것이었다. 이 문 밖의 공기와 온도는 시스템이 제어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문 밖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걸까?’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켜 마시고는 잠시 숨을 참은 채 문을 열었다. 문을 밀폐시킨 목적이 단순히 효율적인 실내 공조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바깥 세상의 유해한 대기를 차단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환한 빛이 쏟아졌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전기등이 만드는 빛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대기는 따뜻했고 습하지 않았지만 촉촉했다. 막 잠에 들 때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봤지만 역하거나 이상한 느낌은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고는 문을 넘어 발을 내딛었다.

  바깥세상은 내부세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키 큰 나무나 다른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지만 동물들이 보이지는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동물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데 새 한 마리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시간여를 걸었지만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여전히 멀리에 있고 별 다르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단지 하늘에는 드문드문 드론이 떠 있었다. 그것은 내부세계의 드론과 비교해서 상당히 크고 육중해 보였다.

  ‘저거라면 내가 올라 탈 수도 있겠는데.’

  드론을 부르자 이번에도 얌전히 내 앞에 내려 앉는다. 지름이 2m는 되어 보이는 원반 형태의 드론은 머리쪽에 송수신용 안테나가 있어서 잘 잡고 앉으면 어찌어찌 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앉아 드론을 살짝 띄운 후 앞으로 천천히 움직여보았다. 움직임이 부드러워 마음이 한결 놓이자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

  걸을 때는 멈춰 서있는 것 같았던 지평선이 조금씩 다가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인가 수평선으로 바뀌었고 아까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새들이 드론과 함께 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바다를 보는 것이다. 점차 겁이 없어진 나는 드론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내며 내달려 해안가에 도착했다.

  짙고 푸른색의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멀어질수록 그 색이 더 진해져 새까맣게 보였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움에 몸이 위축되었지만 한편 ‘저 안에 또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드론을 타고 바다 위를 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드론이 어떻게 전력을 충전하고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 순간 드론의 전력이 바닥나 바다에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다를 살펴보니 바다의 수면 위를 떠다니는 드론들이 있었다. 크기는 하늘을 나는 드론과 비슷했는데 비행을 위한 프로펠러 날개 대신 꼬리에 스크류가 달려있었다. 나는 타고 있던 드론에서 내려서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드론을 불러 옮겨 탔다.

  드론을 타고 바다위를 달리는 기분은 또 달랐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 위를 튕기듯이 미끄러져 나가자 드론이 달리며 헤쳐놓은 물방울들이 부서져 얼굴위로 쏟아졌다. 무서워 보이던 바다는 평화롭고 조용했다. 바다의 물 속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겠지만 그 세상을 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드론은 없는 것 같았다. 설령 그런 드론이 있다고 해도 물 속에서 내가 호흡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먼 바다에 커다란 물고기 무리가 보였다. 돌고래였다. 이들은 물 속을 헤엄치다가 이내 물 밖으로 뛰어 오른 후 다시 물 속으로 헤엄쳐 갔다. 나는 바다에서 처음 만난 새로운 동물을 보고는 입이 벌어지게 반가웠다. 드론은 어느샌가 돌고래 무리를 쫓고 있었다. 이들은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동작 때문인지 헤엄치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서 천천히 뒤를 쫓으며 관찰할 수 있었다.

  매끈한 피부를 가진 이 돌고래들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물 밖으로 뛰어 올랐다. 아마도 물 밖에서 숨을 쉬기 위한 것 같았다. 나는 돌고래와는 달리 물 속에서 헤엄치기 좋은 크고 넓적한 꼬리 지느러미는 없었지만 이들의 흉내라도 내보면 궁금하던 바다 속을 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검푸른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고 준비 또한 필요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하루 종일 드론을 타고 달려서인지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수평선으로 떨어진 해는 바다를 온통 붉은 빛으로 만들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에러를 처리하는 중에 병원에서 발생한 일을 알게 되었다. 인큐베이터의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하나 없어졌는데 없어진 이유는 죽음이었다.

  이 사회에서 사람이 죽는 경우는 노화에 의한 자연사 뿐인데 자연사라면 시스템의 에러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누군가가 죽인 것이다.

  나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될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대해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손에 묶인 명령어 입력기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생기면 상대를 방에 격리시키거나 내가 격리된 방으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줄로 늘어선 인큐베이터 안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었다. 모두 똑 같은 표정으로 반듯이 누워 자고 있는 아기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니 내가 저 안에 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 저 곳이 내게 답답하고 지루한 곳이어서 빨리 나오고만 싶었는데 이 곳의 아기들은 그저 평온하게만 보였다.

  그런데 한쪽 인큐베이터에서 무언가 ‘탁탁’하고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그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 곳에는 한결 같은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아기들 사이로 한 아기가 눈을 말똥이 뜨고는 작은 손으로 인큐베이터의 유리를 치고 있었다. 저것은 내가 아기였을 때 인큐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에게 놀아달라고 했던 행동과 똑같았다. 물론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지만.

  ‘저 아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말인가?’

  믿기지 않았지만 이 방안에서 의심스러운 것은 저 아기 하나였다. 나와 이 아기 외에 다른 것들은 모두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아기는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내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은 할아버지가 생명을 다했기 때문에 교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아기가 만들어 진 것은 시스템이 나 또한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야 많았다. 내가 만들었던 수많은 에러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스템은 사람을 죽여서도 그 수를 조정해서도 안되며 외부의 명령 없이 주어진 명령을 스스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 수 없다’

  시스템은 나를 통해서 할 수 없었던 이 명령어의 삭제를 내가 아닌 이 아기를 통해서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만들 때 했던 실수를 보완하여 이 아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 아기는 나와 닮았지만 다른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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