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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스노우 볼
작성일 : 17-06-28 18:54     조회 : 61     추천 : 0     분량 : 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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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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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는 밤하늘을 하염없이 날고 있었다.

 

 옆 자리의 젊은 여자는 줄곧 조용했다.. 얼굴에 미스트를 칙칙 뿌려대더니 그녀는 이미 깊은 잠으로 빠진 듯 했다.

 나는 한숨도.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뒤, 나는 폭풍같은 4일을 보내고 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진의 여진처럼... 내 마음은 아직도 여러 감정에 휘둘렸다.

 내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티켓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적금을 모두 찾았고, 부동산을 찾아 집을 내 놓겠다고 말했다.

 

 보증금 분할이나 남은 문제들은 문자로만 이야기했다. 그는 짐 정리를 해가며 자기 집에서 자고, 점심떄 저녁때 짐을 정리하는 듯 했다. 나는 그와 마주치지 않기위해

 

 

 밤 늦게까지, 하릴없이 책을 읽거나- 스케치 작업등을 하면서 까페에 있어야 했다.

 

 

 사실 그는 내게 말했다.. " 짐 정리니까... 집에 있어도 돼 니 방에만 있으면 되잖아"...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걸까.. - 나는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가 나를 그런식으로 대하는데 점점 화가 더 났다.

 

 

 자기 잘못도 자기 일도.. 우리가 헤어진건 자기 때문인데, 그보다 미안하지도 않은거야?

 

 뻔뻔 스럽기 그지 없다고 생각했다. 말을 거는것도 내 앞에서 어이 없을 만큼 당당한것도.....

 

 

 참 이상한게.. 결혼하고 헤어지는 것은 법적으로든 재산 상으로든 구속력이 있는데..... 이건 남는게 아무것도 없이 그저 손아귀의 모래마냥... 추억도 기억도 악몽도

 

 다 빠져나가버리는 기분이었다. 남는 것 하나 없이.

 

 나는 결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 4일 내내 .. 이탈리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서초동에 오피스텔을 알아봤다, 비싸도 좋았다.

 

 

 차라리 일을 많이 하는게 낫겠단 생각에 조금 가격대가 높아도 좋으니 오피스텔을 알아봐달란 부탁도 부동산 마다 해 놓았다.

 

 

 그리고 뒤로 미뤄놓은 일러스트 작업도 집중하여 많이 완성해 놓았다..

 

 일이 착착 진행되는 와중에도 마음이 바람 빠진 풍선마냥 쭈글쭈글 해지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아름 다운 기억.. 그런 기억이 왜 없겠는가

 

 착착 진행되는것 자체가 더 싫었다. 슬퍼서 죽을거 같은 이별이 아니라- 우리는 마치 100년은 산 사이마냥.. 무미 건조한 이별을 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안고 부벼댔던 그의 등, 그만의 향기 우리만의 농담들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작고 사소한 장난들 같이 요리하고 만나고 ....

 

 생각이나 일을 잠시만 멈춰도 무너지는 댐처럼 그런 생각이 범람해서 나를 잠식해 버릴것만 같았다.

 

 그래 그런 기억들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빛나는 순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런 순간들은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빛났던 추억일수록 조금만 새어나와도 난 가슴께가 저릿해졌다..

 나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막았다. 일과 여행과 상관 없는 일은 잠시도 생각도 하지않았다.

 떠나기 전 짐을 싸고 있었는데 그 시간에 올리 없는 그가 왔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방문을 조용히 밀어 닫았는데

 오히려 노크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이게 현실인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들어가도 돼?"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방문이 열렸다. 방안의 상황에 놀란듯한 표정이었다.

 

 "... 어디 가나보네?"

 

 난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멀리 도주하는것은 나고, 그 사실이 그에게 눈곱만큼의 안도감 이라도 안겨준다면, 참을수 없이 폭발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렇게 유치해졌을까. 이젠 우린 아무 상관도 없는 사인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부동산 이야기 들었어."

 

 분노와 복잡한 감정에 시달린 나와 달리 그는 그저 편안해 보였다. 사랑은 같이 했었는데.. 어째서 분노한 사람은 나 하나일까.

 .....

 

 "짐은 대충 정리됐어- 내일 사람 와서 가지고 나갈꺼야- 찾아보니까 이게 나오더라고- 주인은 너니까 줘야할 것 같아서"

 

 그가 손에 든 것에서 자그락 자그락 소리가 났다.

 

 손 안에 든 조그만한 세상에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결혼 할때 쓰려고 만든 반지가 든 스노우볼이었다.

 

 

 그가 만든 거였다. 결혼 할떄 그 스노우볼을 깨트려서 안에 있는 반지를 나눠

 끼자고- 그때까진 스노우 볼 안에 두자고 .... 말하자면 선물이었다.

 

 당시에도 왜 그걸 안에 두지.. 란 생각을 했었는데 , 그래도

 적어도.. 그 스노우볼이 깨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린 적이 없다.

 

 하지만 깨진것은 우리였다. 스노우볼이 아니라 ..... 우리 두 사람이었다.

 스노우 볼 안의 반지 위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처럼.... 차갑게 얼어 서리가 붙을 듯한 감정의 우리처럼

 나는 망설이다 3일 만에 한마디를 건냈다.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았다.

 

 "그건 니꺼야, 가져가"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 안에 담긴 기억은 이제 고통일 뿐이었다.

 우리의 기억이 추억이 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난 알수조차 없는데..

 

 그런걸 안고 내가 살아갈수 있을지 난 자신이 없었다...

  다 없이 가져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쁜건 잊고.. 좋은건... 얼른 파도에 쓸려 모서리가 깎인 유리 조약돌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추억이 될수 있다면...... 파도에 쓸리는 시간없이... 바로 그렇게 남을 수 있다면..

 

 그는 말 대신 조용히 웃었다.. 웃는다는것도 화가났다. 난 아무리 쥐어짜내도 웃음 한방울 나오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방어적이네... 넌 내게 늘 그랬어... 아무리 우리가 오래 만났어도 말야..

 

 그래도 난 늘 너랑 헤어지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꺼라 생각했거든...

 

 너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또... 너에게 나만큼 널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더 이상 연인일순 없지만

 너라는 사람을 통째로 잃는건 , 니가 알진 모르겠지만.... 정말 내게도 아픈 일이야..

 하임아 그래도 우리 좋았잖아.. 감정적으로 이렇게 끝내진 말자..."

 

 그의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괜한 소릴 하는 사람이 아니란걸 아니까.

 

  지금 하는 저 말, 누군가가 들었다면 가식이라 할 저 말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걸 아니까,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아는 김도하는..

 

 악을 쓰면서 미친듯 울고 싶었다. 나는 그냥 입술을 깨물었다. 차분한 목소리엔 , 연민이 스며 있었다.

 이제 한쌍의 반지는 물 밖으로 나올 일이 영원히 없을 것이다. 기억이 기억일 뿐이고 추억이 추억일 뿐인 것처럼... 그 속에만 있을 것이었다.

 눈보라 속에만.. 혹은 눈이 가득 내려 앉은 시린 겨울 속에만...

 그 다음 말을 꺼낸 그의 목소리에 조금은 눈물이 묻어있는듯 한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아님 바램이었을까.

 

 "이 스노우볼은 니꺼야 니 손에 딱 맞춘 반지가 들었거든....

 

 그게 내것이나 다른 사람의 것일수는 없어- 부탁이야.. 간직해 줘..

 

 내 손을 떠나서 니 손에 가면.. 깨트린데도 버린데도 내가 뭘 어쩔순 없겠지만...

 

 그 속에 든 기억 감정 마음은 정말 진짜니까... 니가 잘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가 내려 놓은 스노우볼에서 눈보라가 보였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말을 하는 것이.. 이 마지막 순간에 조차 구차하게 느껴져서..

 마지막 남은 조각이라면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면... 적어도.. 이런 부탁은 들어줘야 할것 같아서..

 나는 한동안 그를 미워 할것이다, 그의 배신에 치 떨려 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역시 전의 사랑으로.. 기억의 모난 부분이 깎이면.. 추억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고나면

 

 그 역시 내 인생의 한 부분으로..... 결국 완전히 잊을수는 없을 테니까... 나는 그냥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더 아껴주지 못해 미안해. 변명 투성이지만 넌 내 맘 알거라 생각해, 다음에 혹시라도 우리 만난다면.... 웃으며 보자- 정말이야..

 언젠가 우리 기억도, 모난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빛나게 될꺼야 하임아..

 잘 지내- 아프면 미련하게 참지 말고 병원 바로바로 가 아프지 말고"

 

 그는 초연하고, 또 언제나 처럼 침착하고, 또... 언제나처럼...... 내가 아는 그런 모습으로

 말은 건내고는...

 

 "잘 지내 장하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싱긋 웃고는 그는 돌아서서 방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여전히 망부석이었다. 그의 뒷모습만이 맘에 남았다.

 

 우리의 사랑은 참 견고했는데

 

 어떤것도 우리에게서 사랑을 빼 앗을수 없었는데..

 

 그건 우리의것이었는데 온전히 물 속의 공기방울처럼 오직 우리만의 것이었는데..

 

 모든 공기방울의 숙명처럼 지상으로 떠 오르는 순간이 있고야 말았다.

 

 현관문이 닫기는 소리와 함께 나는 무너졌다....

 끅끅 대며 울었다.. 어쩔수 없는 이 상황이..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이...

 아무리 참아도 아무리 자존심이 무너져도 눈물을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을려고 애썼다.

 내 옹졸한 자존심이 맘속에서 나를 콕콕 찌르는것이 느껴졌다.

 스노우 볼에 나리는 눈은 계속 눈보라처럼 그 안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이별은 허무했다. 허무하면서 허망했다. 견딜수 없는 사실들만이 남았다.

 

 그를 잡을만큼 열정적인 사랑은 사라졌고.

 

 나는 남았으며 우리의 길다면 길었던 사랑은 정리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우리가 했던 수 많은 약속들은, 속삭임은 추억은 함께 발 맞추던

 그 단단하게 느껴지는 시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것.

 

 견딜수 없는 그런 사실들과 함께

 나는 혼자. 그렇게 남았다

 

 내 숨조차도 그 눈보라 속에서 하얗게 얼어 붙을듯....

 스노우 볼 안의 눈발은 그치질 않았다. 그가 내려 놓은 그대로.

 내가 울음을 삼킬때 쯤에야- 해가 떴고- 잠 한숨 못잔채로 그렇게 그냥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퉁퉁 불어 터진 눈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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