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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4화. 조선에서 날아온 선물
작성일 : 17-06-28 10:02     조회 : 332     추천 : 1     분량 :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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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괜찮아요. 그거 이름 알아요?”

 “피아노.”

 “어떻게 알았어요?”

 “신영 언니가 조그만 기계에서 궁금한 거 찾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신후는 그녀의 어투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조선에서 온 그녀의 입에서 피아노나 언니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올 줄이야.

 

 “피아노는 요렇게 다루는 거랍니다.”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옥봉의 옆으로 바싹 다가간 신후가 연주를 시작했다. 신후의 부드럽고 빠른 손놀림에 놀란 그녀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인터넷도 해보고 또 어떤 거 해봤어요?”

 “네모 기계에서 놀이도 구경하고 마트에도 가봤답니다.”

 “네모 기계? 티비?”

 “맞아요. 티비에서 온갖 신기한 것들을 다 구경했어요.”

 “가끔 저도 거기 나와요.”

 “네? 정말입니까?”

 

 옥봉은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선에서는 좀처럼 본 적이 없던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이런 얼굴로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고? 옥봉은 상상만으로도 설레었다.

 

 “잘 어울리십니다.”

 “잘 어울린다구요? 칭찬인가요?”

 “신후씨 같은 분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티비 상자에는 비범한 사람들만 나오는 게 아닙니까?”

 

 옥봉의 순수함에 신후의 마음은 더없이 평온해졌다. 이런 순수함 때문에 멋스러운 시를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옥봉씨. 이거 한번 볼래요?”

 

 신후는 가방에서 작업 노트를 꺼냈다.

 

 『내 이름 불러봤자 아무 소용없어. 네 목소린 더 이상 들리지 않아. 난 저 길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어. 안녕은 너무 좋은 말이야. 그러니 그냥 난......』 (*밥 딜런,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中)

 

 노트를 유심히 바라보던 옥봉은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냥 난 잘 있으라는 말만 하겠습니다. 당신이 모질게 굴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동틀 무렵 창밖을 바라보세요. 저는 어느 어두운 곳에 서 있겠습니다.』 (*밥 딜런,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中)

 

 신후의 눈의 빛나기 시작했다. 옥봉은 어쩌면 조선에서 날아온 선물 같은 존재일 수 있었다.

 

 ***

 

 “오피스텔은 지낼 만하니?”

 “네.”

 

 신후는 지난 달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 집에 들렀다. 아빠는 묵직하고 냉랭한 저음으로 안부를 물었다.

 

 “다음 학기는 복학할 거니?”

 “앨범 작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한 학기 더 휴학할 수도 있구요.”

 

 아빠의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아들의 음악 활동을 여전히 마뜩찮게 여기고 있다는 걸 신후도 알고 있었다.

 

 “지난번 영국 학회 갔을 때 네 지도교수님도 만나 뵈었다. 네가 공부를 계속했으면 하시더라.”

 “저도 전공을 잘 택한 거 같아요. 인류학이 공부하면 할수록 재밌는 학문이더라구요.”

 “흥미가 있다니 다행이구나. 음악 활동 하는 거 막지는 않겠다만 공부는 끝까지 마쳐야 한다. 그럴 거라 믿는다.”

 

 아빠는 신후가 진로나 학업으로 고민할 때마다 ‘믿는다’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이 말은 신후에게 항상 크나큰 모순으로 다가왔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간이기도 했지만 가슴 밑바닥을 죄어오는 더없는 부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보, 이제 그만 하세요. 자꾸 그러시면 애가 부담 되잖아요. 안 그래도 이 일 저 일 힘들 텐데.”

 “이 일 저 일 하겠다고 자처한 사람이 본인이잖소. 그럼 책임을 져야지.”

 

 신후가 데뷔한 이래 식탁에서의 대화는 비슷한 방식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아빠의 우려와 책망을 엄마가 애써 잠재우는 듯하다 아빠의 비수 같은 한 마디로 끝나는 방식.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은 벅차지 않고 재밌어요. 너무 힘들면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겠지만요.”

 

 신후는 음악에서도 학업에서도 아직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었다. 열정과 능력을 최대치로 펼쳐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신조하고는 가끔 연락하니?”

 “형이 저한텐 애틋하잖아요. 하루가 멀다 하고 영상 통화해요.”

 “그 일은 휴가도 없다니? 한국 한번 들어오라고 해.”

 “미국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감독인데 한국 들어올 시간이 있겠어요?”

 “잘 나가기는 하는 거냐?”

 

 형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꿈을 이루고 크게 인정받고 있는 형을 아빠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형은 어릴 적부터 영재 소리를 듣고 자랐다. 신후와 영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신조는 하버드에서 의학을 공부했지만 두 학기를 남겨두고 자퇴하고 말았다. 모두의 예상과 기대를 저버리고 그가 택한 것은 애니메이션.

 

 “기회 되면 한번 들어오라고 해. 안 본지 너무 오래됐어.”

 

 엄마는 형 얘기를 하면 언제나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한국에서의 일 때문에 영국에서 함께 생활하지 못한 엄마는 신조의 고민을 다독이지 못한 걸 두고두고 자책하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출판사를 떠맡아야 했던 엄마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쉽게 씻을 수 없는 듯했다.

 

 “다음 작품에 한국 투자자랑 스탭들이 같이 일한대요. 겸사겸사 조만간 들어올 거 같아요.”

 “오랜만에 잘난 얼굴 한번 보겠구나.”

 “여보, 이젠 신조한테 좀 너그러워져도 되잖아요.”

 

 형에 대한 아빠의 빈정거림은 그리움의 다른 표현이리라. 신후는 아빠의 냉랭한 마음도, 엄마의 미안함도, 형의 면목 없음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어루만지는 일이 어쩌면 자신의 몫이자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너 또 왔어? 요즘 한가한가 봐?”

 

 하루가 멀다 하고 들르는 신후에게 신영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아니, 뭐. 내가 누나한테 큰 짐을 지웠으니 잘 챙겨줘야지.”

 “이거 작은 엄마가 챙겨주셨구나?”

 “김치랑 밑반찬 만드셨대. 넉넉히 싸달라고 말씀드렸어. 이건 옥봉씨한테 필요한 것들.”

 

 신후가 챙겨온 물건들을 뒤적이던 신영은 다시한번 눈을 흘겼다. 신후가 이 정도로 세심한 녀석이었던가?

 

 “이런 옷이랑 신발은 옥봉씨한테 불편할 텐데 괜찮을까?”

 “이곳 문화에 빨리 적응해야지. 누나랑 밖에 나갈 일도 있을 텐데.”

 “이어폰이랑 핸드폰까지?”

 “옥봉씨가 음악에 관심이 많더라구.”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옥봉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수한 마음인 거 맞냐?”

 “내가 또 순수 빼면 시체잖아.”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 것부터가 순수하지 않은 마음인 걸까. 그녀에게서 마음의 평온을 느끼고 있는 자신이 어딘지 불손한 것일까.

 

 “옥봉씨는 뭐 해?”

 “내가 한시 번역 좀 부탁했거든.”

 “누나. 시간여행도 여행이야. 얼마나 피곤하겠어. 너무 부려먹지 마.”

 “야, 너!”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큰 신영의 옷을 입어서인지 상의가 어색하게 헐렁했다. 쪽진 머리가 아니라 단아하게 뒤로 묶은 머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옥봉씨. 바빠요?”

 “언제 오셨어요?”

 “집중력이 대단하구나.”

 “뭘요.”

 

 가벼운 칭찬의 말을 던질 때마다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보였다.

 

 “이제 신영 누나 옷 말고 이거 입어요. 넉넉히 사왔어요.”

 “챙겨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너무 송구......”

 “아니에요. 대신 누나가 이렇게 공짜로 부려먹잖아요. 번역이 얼마나 고난도 노동인데요.”

 

 옥봉이 들여다보던 노트는 펜으로 꾹꾹 눌러쓴 한자와 한글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이건 연락하는 기계 맞지요?”

 “맞아요. 핸드폰. 이곳이 낯서니까 혹시 밖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핸드폰 사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신후에게서 사과향 비슷한 게 풍겨왔다. 옥봉은 향긋함에 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이어폰이라는 건데요.”

 

 신후는 이어폰을 옥봉의 귀에 꽂아주었다. 자신의 노래를 재생시켜 들려주자 그녀는 빠져들 듯 집중하고 있었다.

 

 “신후씨 목소리 아니던가요?”

 “네, 맞아요. 어때요?”

 “이런 노래를 들려주시는군요. 너무도 좋습니다.”

 

 조선에서 온 그녀가 오늘의 음악에 공감할 수 있다니 여간 신비로운 일이 아니었다. 신후는 우리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새겨져있던 커다란 줄기가 하나의 끈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저녁 먹고 갈래?”

 “아니, 작업하다 온 거라 다시 가봐야 해. 꼬박 밤 새워야 할 거 같아.”

 “너도 참 사서 고생이다. 얌전히 영국에서 공부만 했으면 얼마나 편했겠니?”

 

 신영이 혀를 끌끌 차는 사이 신후는 이미 현관문을 나서고 있었다.

 

 “신후씨, 이거 잠깐 봐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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