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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1-7화. 궤도이탈
작성일 : 17-06-27 17:21     조회 : 359     추천 : 1     분량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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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생사의 소리가 얼핏 들렸다. 소리에 놀라 번뜩 눈을 뜬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자서 그런지 상체가 둔하게 느껴졌지만, 머리를 벤 팔은 오랫동안 눌렸음에도 멀쩡했다.

 환청을 들은 걸까?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서려는 찰나, 어디선가 괴로운 듯 컥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나는 곧장 바닥에서 발을 떼고 방문을 열어 거실로 나갔다. 소리의 위치는 여기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목덜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크허헉...허...으극...도...와..."

 왼쪽이다! 나는 내 방 옆에 있는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캄캄한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그 옆에 있는 직감적으로 안방에서 소리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또다시 안방에서 괴로운 여성의 신음이 들려왔다.

 "서, 설마 아빠가?"

 나는 두려움에 잠시 손잡이에서 손을 멈칫하다 곧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한 형체가 누군가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 형체는 팔을 뻗어 누군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문 옆에 있는 조명 스위치를 켰다. 방이 밝아지자 목을 조르던 사람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 당신이 왜?"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털썩 쓰러졌고, 살인자는 이미 누군가의 숨을 끊고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지금아, 네가 왜 여기 있지?"

 엄마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쳐다보며 손을 털었다. 그리고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엄마의 다리 사이로 한 아이가 힘이 풀린 채 바닥에 누워있는 게 보였다.

 "뭐, 좋아. 너도 똑같이 벌을 받으면 돼."

 나는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는 전문가처럼 당황하지 않고 내게 가까이 다가와 내 오른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엄마의 표정은 메두사의 눈과 같았다. 소름 끼치는 그 표정이 내 몸을 뻣뻣이 굳혀 도망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금아, 지금아."

 천천히 내 목에 다가오는 엄마의 손은 뾰족하고 주름져 흉측했다. 아, 이렇게 이번 생도 끝났구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다가오는 죽음이 어서 나를 삼키길 원했다.

 

 "지금아! 괜찮아? 일어나봐!"

 내 의식과 무관하게 몸이 흔들리더니 선명한 목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렸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처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엄마의 얼굴을 보자 나는 갑자기 숨이 트인 것처럼 괴롭게 기침했다. 엄마는 내 상체를 일으켜주더니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냐고 물었다. 기침이 어느 정도 멎자 등과 오른팔이 살짝 욱신거렸다. 오른팔에 머리카락으로 눌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나는 왼손으로 내 목을 만졌다. 따끔한 느낌이 없어 비로소 그 모든 게 꿈이었음을 알았다.

 엄마는 잠시 부엌에 가더니 컵에 물을 받아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눈가와 입 주변에 짙은 주름으로 드러났다. 나는 엄마가 건네준 물을 마시고 목을 가다듬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냐? 너 누운 채로 숨도 안 쉬어서 얼마나 심장이 떨렸는지 알아? 어제는 공원에서 갑자기 쓰러지질 않나. 왜 친구랑 같이 안 돌아갔어."

 총명했던 엄마의 눈은 옅은 안개처럼 살짝 흐릿해 보였다. 나는 왠지 모르게 엄마를 괴롭힌 것만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어떻게든 내 시선을 맞추고자 했다.

 "왜 그래? 학교생활이 문제야? 아니면 말 못 할 고민이 있어?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어?"

 '고민'이라는 말을 듣자 잠시 입을 움직이다 멈췄다. 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 고민을 털 수 없다. 내가 2002년부터 2364년까지 계속 이 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것. 8번 죽고, 9번째 생을 이 아이의 몸속에서 산다는 것.

 과거에도 그랬다. 4번째 생애, 내 정체를 보호자에게 밝히자 그녀는 나를 부정하더니 그 자리에서 날 살해했다. 필리핀 톤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10살 남자아이는 그렇게 부모로부터 존재가 지워졌다.

 머릿속에 남지 않은 그때 그 통증을 애써 떠올리지 않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비록 형사로 일하는 엄마일지라도 너무 무거운 진실이다.

 "요즘 시험 스트레스가 조금 쌓여서 그런 것 같아, 미안해."

 엄마는 내 말을 들었음에도 계속 시선을 고정했다. 신문이라도 당하는 기분이다.

 "그래, 오늘은 푹 쉬어. 학교에 몸이 안 좋아 결석하겠다고 말해 놓을게."

 자리에서 일어난 엄마는 빈 컵을 챙겨 방에서 나가려 했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엄마는 잠시 그대로 서서 고개를 숙였다.

 "지금아, 내가 너의 엄마라는 걸 절대 잊지 말아줘. 넌 내가 만난 운명이니까."

 엄마는 다시 고개를 들고 천천히 문을 닫고 나갔다.

 운명, 이게 본래 내 운명일까. 나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방에서 나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엄마, 아빠 둘 다 출근을 한 것 같다. 나는 꿈과 똑같이 화장실을 살펴보고, 안방도 들어갔다. 다행히 안방에 처참히 누워있는 사람은 없었다. 목을 매만지며 뒤돌아 부엌에 갔다. 남은 식빵을 토스터에 넣고, 땅콩 잼과 딸기우유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식빵이 구워지는 동안 잠시 생각에 빠졌다. 꿈에서 본 장면이 이전 생애에서 겪었던 일이었는지, 어제 공원에서 갑자기 왜 쓰러진 것인지. 불현듯 달려가는 나루를 떠올리자 다시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정말 쓸모없는 통증이다. 토스터가 '띵' 소리를 내며 내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래간만에 게으른 하루를 보내는 것만 같아 기분이 묘하다. 요즘 12살 여자아이는 쉴 때 뭘 할까? 나루에게 전화로 물어보고 싶으나 괜히 기분만 더 상하게 할 것 같아 관뒀다. 나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리모컨으로 PC를 켰다. 이윽고 푸른 빛이 방 안에 나타나더니 츄카가 등장했다.

 "부르셨습니까."

 나는 옆으로 누워 츄카를 보았다.

 "응, 지난번에 정리된 112건 메일을 하나하나 읽어줄 수 있어? 번역이 필요한 글은 내가 따로 말할게."

 "예, 알겠습니다."

 나는 혹여나 집에 일찍 돌아온 부모님이 메일 내용을 들을까 봐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츄카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어, 스페인어를 읽었다. 남아있는 메일 대부분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픽션 다큐멘터리 소설이거나 영적 능력을 맹신하는 자의 글이었다. 일부 신뢰성 있는 메일이 나오면 곧장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112개의 메일을 다 들으니 창가에서 바닥으로 크게 그려진 네모난 빛이 얇은 선으로 바뀌었다. 대다수는 내 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 일부 인원은 이미 1~2시간 전에 답장을 읽었음에도 추가 사실확인을 위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온라인 뉴스와 커뮤니티를 보니 FFM(Find First Memory) 사건은 금방 식어버렸다.

 결국, 이렇게 실패인 걸까. 왠지 모르게 짜증이 올라와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지금 님, 북한에 보낸 메일이 답장을 보냈습니다."

 나는 이불을 발로 뻥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왔어? 뭐라고?"

 츄카는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입을 움직였다.

 "이렇게 뒤늦게 답장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은 그저 몰상식한 사이버 테러범이라고 생각할 뻔했군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전에 보낸 메일에도 말했다시피 저는 당신의 능력이(이어지는 삶을 능력이라 표현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제 아버지의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COMEST(과학기술윤리위원회) 수사부에서 오래 일한 아버지의 의문사는 분명 '폴다운 에이트 프로젝트(Fall Down Eight)'와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 계획은 간단히 말하면 '영원한 생명을 창조'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그 계획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의 조력을 통해 서로가 원하는 진실을 찾고 싶습니다. 부디 처음 보낸 메일에 기재된 주소로 와주세요."

 츄카는 메일을 다 읽고 '이상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용 속에 수상한 낌새나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직감은 메일을 보낸 사람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라고 이야기했다. 만약 알고 보니 메일의 주인공은 흉악한 괴한이었고, 그자에게 잡혀 죽을지라도 5년 후에 또다시 지구에서 살게 될 테니. 아쉬울 것이 없다.

 "츄카 평양에도 언더트리가 있어? 혹시 있다면 'UTX(Under Tree Express)'도 개통되어 있는지 확인해줘. 아, 비용도 함께!"

 "예, 평양에도 'UFT(Under Flat Tree)'라는 이름으로 있습니다. 6개월 전에 UTX도 정식 개통되었으며, 사용 가능합니다. 지금 님은 현재 미성년자라서 '30분'만 결제하면 됩니다."

 UTX는 언더트리 맨 지하에 있는 초고속 교통수단이다. 내가 사는 광주에서 서울까지 20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 지하붕괴나 재난 발생 시에 구조 및 대피 차원으로 만든 UTX는 현재 언더트리 주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츄카 UFT에서 적힌 주소까지는 얼마나 걸려?"

 "도보로 3분입니다."

 거리가 가깝다는 말에 '운명'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츄카, 내일 오전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있는 UTX, ULT에서 UFT까지 가는 걸로 예약해줘. 결제는 내 시간 계좌로."

 츄카는 '알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승차권을 보여줬다. 마침 결석도 했으니 목요일 외출에 좋은 명분이 생겼다.

 

 다음날 나는 오전 일찍 작은 백팩을 챙겨 신발장으로 나왔다. 엄마는 내 옷매무새를 만지더니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살다살다가 지금이가 보충수업을 가는 날도 다 있네. 아직 힘들면 다음에 가도 괜찮은데 말이야."

 나는 보디빌더처럼 팔을 들어 올려 괜찮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제 다 나았어! 부족한 교육 이수 시간 채워야지. 그리고 오늘 나가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푹 쉬잖아."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더니 나를 안아줬다.

 "지금아, 난 정말 네가 자랑스러워."

 엄마의 포옹을 받으니 왠지 마음이 살짝 아렸다.

 엄마의 배웅을 받고 이동 캡슐에 탔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 엄마는 내게 손을 흔들고, 나도 똑같이 계속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문이 완전히 닫히자 '정문'이 아닌 'UTX' 버튼을 눌렀다. 이동 캡슐은 지하 깊숙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덜컹거렸다. 정말 인간은 살면서 자기 부모한테 못된 짓을 하는구나. UTX에 도착할 때까지 이전 생에 내 보호자를 자처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기억에 없는 첫 번째 삶의 부모는 빼고.

 이동 캡슐은 덜컹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문이 열렸다. 양옆에 안내 휴머노이드가 검은 스튜어디스 차림으로 정중히 인사했다.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 그들이 내민 지문인식기에 검지를 올렸다.

 "승차권이 확인되었습니다."

 한 차량이 곧 출발할 준비가 되었는지 옛 전화벨 소리처럼 따르릉거렸다. 깊고 넓은 지하터널에서 정신없이 울리는 소리가 내 심장을 연달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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