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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빛나는향기
작가 : 라코
작품등록일 : 2016.8.6

감각을 변이해서 살아가는 길은 어렵다. 하지만 너를 만나는 길을 걷기위한 문을 여는걸 후회하지는 않아.

 
짧은 휴식
작성일 : 16-08-07 13:23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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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래, 라고 약간 떨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한 시우는 방으로 들어갔다. 꽤 오랬동안 시우가 들어간 방문을 바라보았다. 시우의 감정은 혼란과 슬픔을 담고 있었다. 내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에서 온 혼란과, 내가 나이길 포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에 얻은 슬픔이었다. 어차피 사람은 나이가 들면 감각은 둔해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그 시기가 일찍 찾아온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시우에겐 아니었던걸까. 시우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떻길래 여기서 더는 잃고싶지 않다고 말하고 시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걸까.

  물론 나도 맛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깝다.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후각이 없어도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많고 후각이 없음에도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은 사람도 있다. 분명 포슬포슬한, 갓 만든 음식냄새나 정말 좋아했던 비 오기 직전의 물냄새를 아예 맡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아쉽겠지.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다른 것이 발달한다는 게 보장되어있는데.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람 사는데 의식주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안다. 셋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큰 불만을 가지게 되는것도 알지만. 벌써 사년째라 그런가, 딱히 식사에서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오~ 오늘도 힘 내셨네.”

  “그럼! 내 가장 큰 자랑거리니까.”

 

  나도 바보는 아니다. 지금 이 화려한 식사에 무엇이 녹아들어있는지 정도는 안다. 후각을 완전히 포기하면 지금 먹는것의 절반정도는 느끼려나, 같은 마음을 스스로 들게끔 해주는 거겠지. 시우는 상냥하다. 상냥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밀어붙이는 타입의 사람이다. 이렇게 해서 후각의 소중함을 알려주려는 건가. 자신이 빠른 속도로 색감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아니까. 유치원생이 쓰는 색 만큼의 색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무서우니까, 나에게도 감각 중 일부를 부러 내버리지는 말라고 말리는 것 같다.

  이날 저녁은 둘 다 별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음식은 맛있어서 조금 눈물이 날 뻔 했다.

 

  “나 갔다올게~”

  “응. 갔다와~”

 

  하필 화장실에 있어서 말로만 배웅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마주해온 나는 약간의 혼란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생각을 해도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통에, 잠시 그것에 대해서는 내려두고 다음 공동 임무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 임무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이주가량을 같이 살았던 셈이다. 몇 년 동안의 임무에서 함께 돌격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같이 해야하는거니까 상부에서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거겠지.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본 뒤, 내려받은 지도를 컴퓨터 화면에 띄웠다. 지상 2층에 지하 7층인 건물. 지하 2층에서 3층으로 가는길은 꽤나 숨겨져 있다. 척 보기에도 그다지 모두가 환영할 만한 건전한 건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몇 사람이나 저기에서 눈을 감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햇볓 한번 보지 못하고 살고 있을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이번엔 또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될까. 탈출하고 싶다는 빛을 향한 갈망이려나? 아니면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일하는 사람처럼, 잔뜩 채념한 눈물이려나.

  시우가 있지 않으면 식사는 혼자 살때처럼 간단하게 먹게된다. 애시당초 향이 별로 나지 않는 음식을 먹어왔다.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지만. 오랜만에 가방에서 꺼낸 단백질 파우더가 꽤나 낮설었다. 왜 일부러 향이 나지 않는 가루음식을 먹어온 것일까. 원래 향이 없는 음식이니까, 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스스로를 속이고 정상이라고 끊임없이 주문을 걸면서, 사실은 정말 겁쟁이라 후각을 포기하는 것이 무서우면서 시우에게는 강한척 하며 말을 늘어놓았다. 사실은 인정하기 무서워서 도망가고 있으면서 아닌 척 하고, 전부 받아들인 척 연기하는 스스로에 소름이 돋아 눈을 감았다. 썩은 물마냥 죽어가며 퍼져나가는 나의 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땠어?”

  “...”

 

  한참을 가만히 있고 지도를 머리에 새기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도어락 여는 소리가 들리고 방향제가 뿌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허탈한 얼굴의 시우에게 간단히 물어보니 아무말 없이 지쳤다는 얼굴로 약봉지와 두꺼운 서류더미를 들어올렸다. 뭐야, 그거, 라고 얼떨떨하게 물어보니 서류를 팡 하고 소파에 내던졌다.

 

  “뭐가 이렇게 두꺼워? 이거 뭐야?”

  “후각이 더 강화되고 색감이 더 떨어져서 이 이상 어느쪽도 변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엄청난 질문공세에 설문에 검사를 가져오더라. 숨막혀 죽는 줄 알았어. 앞으로 매일 거기 있는거 하루 스무장씩 해야하나봐.”

  “음... 감각을 더 변이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너 뿐은 아닐 꺼 아냐.”

  “그렇지. 전에, 이재연씨, 기억나?”

  “이재연씨... 라면... 촉각 변이하시지 않았나?”

  “어. 그분도 그거 했대. 단 죽은 감각은 돌리지 못하고, 촉각이 더 예민해지지 않도록 억제는 했다는데 그때 그분도 서류랑 약이랑 왕창 받았다더라. 한 일년정도 꾸준이 먹어줘야 한다는데. 그 사람은 먹고 있는 지금이 훨 났대.”

  “촉각 예민해지자마자 청각도 좀 떨어지고. 그리고 문제는 옷이랑 이불같은거 새로 싹 바꾸어야했지.”

  “그뿐이야? 여름 겨울 내내 긴팔 긴바지... 예민해져서 물건 검사할 때 어떤 약 처리가 덜 됐는지 과한지 알아서 돈은 많이 받아도 사는데 너무 어려웠지.”

  “촉각을 발달시키겠다고 한 사람도 별로 없었으니까 희소성도 있는거지. 뭐... 어쨌든 힘내. 보기만 해도 질린다, 서류양이.”

 

  헬쓱한 얼굴로 괴물보듯 서류를 쳐다보던 시우는 이내 서류를 자기 방에 던져넣고 문을 닫았다. 누가 보면 맹수조련사인줄 알겠다, 라고 말하자 몸을 떨면서 저건 충분히 맹수라며 진저리를 쳤다.

 

 ★

 

  “다음 주 공동임무 전에, 일 있어?”

  “일? 음... 확인해봐야하는데.”

 

  식사 중 갑자기 툭 물어보자 눈을 깜빡이던 이나는 달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검사 받아야 하는구나.”

  “나랑 똑같은 검사야?”

  “나는 아직 인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상태를 보는것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

  “같이갈래?”

  “...응?!”

  “...어, 그, 그게.”

 

  왜 이런순간에 더듬냐, 정시우!

 

  “그래! 같이 가자. 끝나고 어디 가볼까?”

  “음. 둘다 옷도 사야되고. 요새 까페에 신메뉴 나왔다는데, 그것도 먹어보고 싶어.”

  “그래, 그래.”

 

  밝게 끄덕이며 이나는 끊어졌던 젓가락질을 계속했다. 뭔가, 얼굴이 뜨겁다. 이나도 나도, 서로의 눈을 마주보기가 어려웠다. 내 몸에서, 이주정도 전에 이나가 오기를 기다렸을 때와 비슷한 향이 났고, 이나의 몸에서도 시원한 체리 칵테일 향이 났다. 알싸하게 퍼지면서 톡 쏘는 향기에 밥이 아닌 과일을 떠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이나씨. 오셨습니까.”

 

  정중한 말투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로봇같다며 이나는 혼잣말을 했고 나는 거기 동조에 키득키득 웃었다. 어쩐지 주변 사람들이 이나를 보는 시선에 단순한 일 이상의 뭔가, 불쾌한게 느껴져서 이나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검사를 위해 검은 안대를 두껍게 쓴 모습. 자신의 몸의 가장 뛰어난 감각이 꽉 막혀있는 기분은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나도 불안했는지 평소에는 자주 활짝 웃고 평정을 유지하던 얼굴이 조금 어질러져있다.

 

  “드디어 끝났네. 어때, 기분은?”

  “내내 진짜 갑갑했어! 시야 확인한답시고 빠르게 사진들 지나갈때는 진짜 토할 것 같았고!”

  “너도 그런 기분이었구나...”

  “엥? 너는? 너는 어땟는데?”

  “어떤 향이 얼마나 잘 느껴지는지 실험한답시고 꽃부터 음식물쓰레기까지 거리를 바꿔서 오는 그 감각은...”

  “아...”

 

  수고했어. 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 손길에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간신히 하늘을 봐서 한 김 식히고 이나를 바라보았다.

 

  “이왕 나왔으니까, 쇼핑갈까? 인터넷에서 말고, 오프라인도 가끔 즐겨줘야지.”

  “그래, 그래.”

 

  둘 다 차가 없으니까. 버스타고 가야하네. 라고 말했다. 무거워서 많이 들고 오지는 못하고 필수로 배달시켜야겠지만... 이제는 곁에 상대가 있으니까, 그다지 겁나는 것도 없다. 혹시 서로의 기분이 나빠진다면 서로가 다시 환기해주겠지, 라고 마음으로 믿으며 걸음을 옮겼다.

 

  “우와... 별게 다 나왔네...?”

  “이런건 처음봐...”

 

  각종 냉동식품들이 새롭게 진화한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만날 동네에 있는 작은 슈퍼만 이용해와서 나는 새로운 문물에 어색한 편이다. 인터넷 쇼핑이라는 편리한 방법도 있지만 주소가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잘 이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것이 몇 년동안 가지고 있던 꿈이었는데. 옆에 이나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이런 소란스러움이 너무 그리웠던 거겠지.

 

  “근데 생각한거 보다 별로 바뀐건 없다. 그치?”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 반이 지났는데 말야.”

 

  예상외로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거리였다. 쇼핑상점도 내부 코너의 위치나 인테리어가 바뀐 것을 제외하면 극단적으로 바뀐 것은 없는 듯 했다. 쇼핑센터 내부에 안내판이나 천장에 있는 안내를 보고 제일 꼭대기층부터 오가보기로 했다.

 

  “전등에 기분들이 왕창 많아서 엄청나게 많은 색이 보여.”

  “나도 복합적인 향이 너무 많이 나서 뭐가 무슨 향인지 모르겠어.”

  “그래도, 가끔인 이런 소란스러움도 좋다고 생각해. 아. 역시 먹을거 보러갈까?!”

  “역시. 그게 더 좋지?”

 

  이나는 내 손을 꽉 잡고 앞서 달렸다. 이나가 앞이라서, 내 얼굴을 못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나가 후각이 둔하고, 마침 지금 가는 식료품점은 엄청난 향이 나니까...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쓰고온 모자를 푹 눌러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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